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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한여름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2009년 12월28일, 한겨울의 경기도 어느 펜션에서 촬영했던 영화 <마음이2>의 한 장면이다. 극중 동욱을 연기한 송중기와 마음이 역을 맡은 달이, 짜오밍 역을 맡은 중국 배우 장한의 커플 선글라스가 돋보이는 근사한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펜션 앞마당에 전날 내린 눈이 쌓여 있을 정도로 추웠다.
[ARCHIVE] 송중기의 계절은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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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드라마 <시그널>
<슈룹>을 함께한 김혜수 선배와 김다영 편집감독님이 작업한 작품이라 다시 보고 있다. 김다영 감독님에게 <시그널>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블루레이를 선물하겠다고 하셨다. 사인까지 함께 받을 예정이다. <시그널>의 가슴 미어지는 스토리라인이 무척 좋았다.
유튜브 채널 <tvN drama>
<슈룹> 메이킹 영상을 종종 찾아본다. 현장에서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 알 수 없는데 메이킹 영상을 보면 인지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무의식적인 모습을 보기도 한다. (웃음) 그래도 23살 문상민을 느낄 수 있어 촬영장에서 더 편히 있을 수 있게 됐다.
영화 <플립>
[LIST] 배우 문상민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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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극장가에 부는 지역영화의 흥행 바람은 리샤브 쉐티 감독, 각본, 주연의 칸나다어 영화 <칸타라>가 이끄는 중이다. 발리우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제이 데븐 주연의 범죄 스릴러 <드리샴2>가 지역영화의 흥행에 화답하며 발리우드의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악샤이 쿠마르와 함께 개근상을 받아야 할 대표적인 배우라면 어제이 데븐을 빼놓을 수 없는데, 텔루구어 영화로 올해의 흥행작 중 하나인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는 <드리샴2>로 발리우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영화는 전작에 이어 뜻하지 않게 범죄에 연루된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의 분투를 그린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지역영화의 발리우드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이다. 2013년 동명의 말라얄람어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리샴>(2015)과 마찬가지로, <드리샴2>는 2021년 말라얄람어 속편을 리메이크했다. 2013년 지역영화
[델리] 발리우드의 카운터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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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먼 길을 그 돈을 써서 보러 온다고?’ 이효리가 임시보호하다가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강아지 ‘토미’의 새 반려인은 토미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이효리의 연락을 한번 거절했다고 한다. 잠시 돌봐준 강아지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9천 킬로미터를 날아오다니, 혹시 스토커 아닐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심 또한 한 생명과 삶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개 한 마리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걱정하고 확인하는 것, tvN <캐나다 체크인>은 이 사랑의 여정을 담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구조·보호된 유실·유기 동물은 12만 마리가량으로 이중 분양은 32.1%, 자연사는 25.8%, 안락사는 15.7%였다. 이효리가 캐나다로 떠나는 길에 이동 봉사에 참여해 입양 보낸 강아지 ‘유나’의 구조자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캐나다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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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아포칼립스>
넷플릭스
인류 문명의 발생 시기가 빙하기 이후 기원전 4천년경이라는 고고학계의 해석에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 바로 그레이엄 핸콕이다. 스스로 고고학자가 아니라 기자라고 못 박는 그는 모두가 아는 고대 문명에 앞선 수수께끼 문명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 언덕 아래에서 이집트 피라미드 속 석실과 유사한 형태의 방을 발견한 현지의 고고학자는 건설 연대를 기원전 5200년 전으로 추정한다. 더 나아가 세계 각지의 유적지에서도 같은 맥락의 고적이 드러난다. 잊힌 문명의 멸망은 대홍수와 관련돼 있다고 짐작하는 그는 한편으로 역사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실제 해명이 불가능한 선사시대 이전 문명의 흔적을 보면 설득력 있는 해설은 필요해 보이고, 그의 설명은 꽤 그럴듯하다.
<암스테르담>
디즈니+
미국 역사 공간을 애호하고 정서적 결함을 지닌 인물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여온 데이비드
[OTT 추천작] ‘고대의 아포칼립스’ ‘암스테르담’ ‘더 스트레인저’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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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매튜 워처스 / 출연 얼리샤 윗, 엠마 톰슨, 라샤나 린치, 스티븐 그레이엄, 앤드리아 라이즈버러 / 플레이지수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작자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진정한 대표작 <마틸다>를 뮤지컬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들을 바랐던 부모는 딸 마틸다(얼리샤 윗)를 학교에 보내지 않다가 관계 당국에 적발당하자 어쩔 수 없이 등교시킨다. 학교에 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했던 것도 잠시, 마틸다는 올림픽 해머던지기 챔피언 출신 교장 트런치불(엠마 톰슨)이 지배하는 학교가 절대적 순응을 강요하는 억압의 공간이어서 당황한다. 그렇다고 기세에 눌려 가만히 당하고 있을 마틸다가 아니다. 뛰어난 학업 능력 말고도 자기에게 주어진 다른 능력을 서서히 깨달은 후 이를 이용하는 한편,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펠프스 아주머니와 제니 선생님 같은 어진 어른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아 불합리한 세계에 정면으로 대응한다.
<로알드 달의 뮤지
[OTT 추천작]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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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집에서의 더부살이가 불편했던 사라사(히로세 스즈)는 차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데도 놀이터를 떠나지 못하는 사라사를 지나치지 못하고, 후미는 사라사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다. 후미의 집에서 보낸 시간은 더없이 평온했지만, 실종 아동으로 신고됐던 사라사의 거처가 발각되면서 후미는 아동유괴죄로 체포된다. 뉴스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사라사는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로 여기는 사람들 틈에서 15년의 세월을 감내한다. 그러던 중 잠시간 일탈을 꿈꾸며 카페에 들르는데 그곳에서 사라사는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후미를 발견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유랑의 달>은 영화 <분노>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의 신작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히로세 스즈, <신문기자>의 마쓰자카 도리가 주연을 맡아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명명된 두 사람의 재회를 그려낸다. <기생충> <곡성> <버닝>의
[Coming soon] '유랑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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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 확정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2023년 예산안이 전년 대비 8.9% 감소한 6조7408억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은 2022년 1100억원에서 2023년 85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영진위 예산은 2019년 700억원, 2020년 1천억원대를 돌파하며 매년 증액에 성공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이 타격을 입고 1~2년 내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위험에 처하면서 예산 감액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영진위측 입장이다. 더불어 영화발전기금은 정부가 800억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의 위기를 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류 콘텐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예산은 늘어났다. ‘케이(K) 콘텐츠 펀드’가 2022년보다 512억원 증액한 1900억원으로, OTT 등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은 723억원 증액한 991억원으로 결정됐다. 그 밖에 정부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인
영진위 예산 줄고, 한류 콘텐츠와 OTT 예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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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만화’는 언제 어느 때고 변함없이 <슬램덩크>다. <슬램덩크>의 영향력 아래에서 나는 유년기를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슬램덩크>의 새 단행본이 나오는 날이면 오빠와 함께 천원짜리 지폐 2장을 들고 동네 서점으로 달려갔다. 과자 사먹을 돈 아껴서 구매한 새 만화책을 누가 먼저 읽을 것인지를 놓고 씨름하는 것마저 즐거움이었다. 서태웅을 좋아해서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까지 닮아갔고, 캐릭터들을 따라 그리다 그림에 재미를 붙여 나도 만화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의 수많은 10대들이 그러했듯 <슬램덩크>를 통해 농구의 세계에 입문했으며 이후 거의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흔하디흔한 스토리가 바로 나의 얘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국내 개봉에 맞춰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감독과 <씨네21>의 독점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그는 친필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슬램덩크&
[이주현 편집장]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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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탐정이나 골치 아픈 일들을 돈 받고 해결해주는 전문가, 말하자면 해결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영화나 TV에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 이상한 사건에 얽히기 좋은 직업이면서도 경찰이나 검사와 달리 규정과 직업윤리를 초월해 재미있어 보일 만한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SF에서도 미래 세계의 탐정이나 우주의 해결사 같은 사람들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나는 현상금 사냥꾼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주인공 일행이 현상금이 걸린 우주 해적이나 미래 세계의 범죄자를 쫓아다니는 SF를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 우주의 해결사들이 등장하는 영화 중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크리터스>다. 1986년작인 이 영화는 걸작 취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유명하지 않다고도 할 순 없다. 그 내용은 우주 저편의 외계에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크리터’라는 이상한 우주 괴물들이 탈옥을 하는데 급하게 도망치다 보니 현대의 지구에 떨어진
[곽재식의 오늘은 SF] 혼종의 ‘크리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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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연출 정대윤)이 14화에서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2022년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드라마는 1화에서 주인공의 억울한 죽음과 환생 설정을 공개한 후 ‘순양그룹 회장 되기’라는 목표를 향해 빠른 전개로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동명의 원작 웹소설(2017년 문피아 연재, 산경)과 드라마의 줄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순양그룹이라는 재벌 기업에서 오너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40대 윤현우 팀장은 비자금 세탁 중 살해되고 순양 재벌가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난다. 1987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윤현우/진도준(송중기)은 자신을 용도폐기 가능한 머슴 취급했던 재벌 2세와 3세들을 하나씩 격파하고 회장 자리에 앉는다.
‘회·빙·환’이 유행하는 이유
<재벌집 막내아들>의 서사 구조이자 서브 장르인 회귀·빙의·환생(회·빙·환)은 2010년대 초부터 웹소설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비평] ‘재벌집 막내아들’, 회귀·빙의·환생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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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바타>의 할렐루야 산은 내장된 광석들이 이룬 자기장으로 인해 공중에 떠 있다. 중력과 자기장의 저 완벽한 균형이 깨진다면 땅으로 무너져내릴 것이다. 한편의 작품에도 자기장이 있다. <아바타> 시리즈의 거대한 가장자리를 둘러싼 자기장은, 우리가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시탐탐 우리의 감각을 끌어당겨 균형을 빼앗으려 든다. VFX의 성취에 제압된 나머지 제법 풍성한 영화의 내면을 보지 못하거나, 확인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제작비 액수가 사실인 양 회자되거나, 작품 곳곳의 상징이나 뒷얘기 등을 입시 문제 정답 찾듯 알아낸 다음 이거야말로 혁신이라고 추켜세우는 태도 같은 것들이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현대인의 감각은 돈과 기술에 의해 쉽게 흐트러진다. 기술은 이야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며, 돈은 기술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함을 익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 우리 혹은 우리의
[비평] ‘아바타: 물의 길’, 인류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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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준 음악감독에게 2022년은 1월 개봉작인 <특송>으로 시작해 <말임씨를 부탁해>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를 거쳐, <영웅>으로 연말을 장식하는 밀도 높은 한해였다. 텐트폴 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고, 액션과 시대극,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두루 섭렵해온 베테랑 음악감독이지만 <영웅>은 특히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와 5.1채널 사운드의 극장 환경, 그리고 연기의 세밀함을 조우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 <영웅>에선 배우들이 사전녹음, 현장녹음, 후시녹음 과정을 모두 거쳤는데, 음악감독으로서 느끼는 각각의 효용과 차이는 무엇인가.
= 윤제균 감독님께 특히 중요하게 말씀드렸던 게 사전녹음을 꼭 해야 한다는 거였다. 사전녹음 때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컬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사실 훈련에 있다. 사전녹음을 하면 디렉팅하고 계속 수정하고 녹음하는 과정에
[인터뷰] ‘영웅’ 황상준 음악감독, “영화 스코어가 뮤지컬 넘버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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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캠, 4축 와이어캠의 협동
현장 라이브녹음을 위해 롱테이크를 고수한 <영웅> 촬영의 까다로움은 엔캠(Ncam)의 카메라 추적 솔루션, 국내 최초로 영화에 활용된 4축 와이어캠의 협동으로 해결해나갔다.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적용해 미리 만든 프리비주얼의 데이터를 카메라에 입력하면 와이어캠이 그대로 움직이는 방식”(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이다. 동시에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미리 만들어둔 배경을 카메라 모니터에 입혀서 촬영감독은 블루매트 위에 선 배우가 배경상의 어디쯤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조상윤 촬영감독은 4축 와이어캠이 효과적으로 쓰인 장면으로 기차 꼬리칸 난간을 붙잡고 설희(김고은)가 <내 마음 왜 이럴까>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인물의 동선은 크지 않지만 와이어캠 카메라를 활용해 설희의 앞모습부터 뒷모습, 위, 아래 등 전 방향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한 장면이다.
책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넘기는
[기획] '영웅', '레미제라블'을 뛰어 넘는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