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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필바라 지역 채굴 문제 표결을 위해 이사회에 출근하던 마이클(제프리 러쉬)은 태풍으로 인해 이사회가 취소되자 손녀 매디(모건 데이비스)가 사는 집으로 간다. 매디는 마침 환경 파괴를 근거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표결에 부친 사안에 격렬히 반대하던 참이었다. 마이클은 그런 손녀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 톰(자이 코트니)과 함께 남호주 외딴섬에 살던 어린 마이클(핀 리틀)은 밀렵꾼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새끼 펠리컨 세 마리를 발견한다. 마이클은 펠리컨들에게 폰더, 프라우드 그리고 퍼시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원주민 핑거본 빌(트레버 제이미슨)과 함께 펠리컨들을 성심성의껏 돌본다. 시간이 흘러 마이클은 펠리컨들을 다시 자연으로 보내지만 방생한 세 마리 중 퍼시벌이 운명처럼 마이클에게로 다시 돌아와 마이클의 반려조가 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스톰 보이>는 이미 1976년 한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원작으로부터 40여년의 시차를 지닌 &l
[리뷰] '스톰 보이', 노스탤지어의 뭉클함과 자연에 대한 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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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류경수)은 호프집, 고깃집, 대리기사, 공사장 알바 등 서울 생활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 20대 취준생이다. 다양한 국가고시를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연이은 낙방뿐.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그에게 최후의 선택은 다름 아닌 무당이 되는 것. 어떻게든 인생 역전을 이루겠다는 일념 하나로 10주 완성 무당 학원을 찾았지만 웬걸, 신은 오지 않고 굿판은 영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한 낯선 여성이 찾아와 죽은 아버지와 접신해달라는 묘한 요청을 건네고, 그 뒤로 신남은 장장 9개월 동안 실종 상태에 이른다.
<대무가>는 언뜻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러닝타임 내내 경쾌한 박자와 예상할 수 없는 엉뚱한 대화를 선보이며 반분폭소를 이끌어낸다. ‘무당 학원’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K-과외 문화를 무속신앙과 연결시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직업인으로서 무당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굿판이 결국 마음속 응어리진 한과 타고난 흥을 융합
[리뷰] '대무가', 러닝타임 내내 경쾌한 박자와 예상할 수 없는 엉뚱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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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코믹스 원작 영화에서만 펼쳐지란 법은 없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다중우주의 위기를 타개할 히어로는 코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중국계 미국 이민자 에블린(양자경)이다. 에블린은 블랙홀 같은 중년의 위기 한가운데 놓여 있다. 세탁소는 세무 조사 대비로 여념이 없는데, 성정이 무른 남편 웨이먼드(조너선 케 콴)는 에블린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대학생 딸 조이(스테파니 수)와의 삐걱대는 관계는 회복할 기미가 요원하다. 게다가 에블린은 중년이 되어도 아버지(제임스 홍)가 행여 자신에게 실망할세라 매일이 전전긍긍이다. 세무 조사를 위해 국세청을 방문한 에블린은 다중우주 속 또 다른 웨이먼드인 알파 웨이먼드로부터 악당 조부 투파키가 야기한 카오스로부터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을 영웅이 자신임을 알게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최근 관객이 제기했던 과적한 멀티버스 서사의 피로에 대해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영화는 이민자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코믹스 원작 영화에서만 펼쳐지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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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부였던 조지아(줄리아 로버츠)와 데이빗(조지 클루니)은 재결합 예능 프로그램에 억만금을 준다 해도 나가지 않을 앙숙이다. 딸 릴리(케이틀린 디버)의 대학 졸업식에서 원치 않게 맞닥뜨린 이들은 발리로 여행을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이제 한동안은 볼 일 없을 거라 안도하지만 한달 만에 재회한다. 변호사가 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과 결혼하겠다는 릴리의 이메일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발리행 티켓을 끊은 것이다. 뜨거운 사랑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 아는 두 사람은 딸이 자신들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도록 임시 평화 협정을 맺고 함께 딸의 결혼 반대에 나선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로맨틱 코미디란 수식어를 달았지만 실은 휴양지 바닷물에 발을 담근 듯 편안한 가족영화다. 부모 커플과 자식 커플로 이야기를 갈라 각각의 로맨스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보다는 플롯들을 자유롭게 엮어 서로 다른 네 사람이 어떻게 한 가족이 될 것인지에 더 집중한다. 어머니-딸, 딸-아버지, 장인
[리뷰] '티켓 투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를 보길 기대하는 관객에게 적당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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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무당’이라는 말은 어쩐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접신을 통해 앞날을 훤히 들여다보는 게 무당만의 선택받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신남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무당의 일을 익히고 연습한다. 신이 알려주지 않으면 내가 직접 알아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밖으로 돌진한다. 신남과 한몸이 된 류경수는 그의 강단과 짠한 모멘트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그건 신남이 가진 결핍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 오랫동안 누적된 인정욕구를 류경수가 훤히 들여다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드라마 <지옥>(2021)에 이어 신앙과 관련한 작품에 참여한 게 두 번째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재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지만 판타지 요소와 함께 색깔이 뚜렷한 작품을 좋아한다.
-영화 <브로커>(2022>, 드라마 <이태원클라쓰>(2021), <지옥&
[인터뷰] ‘대무가’ 배우 류경수, “접신, 안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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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에이스, 누가 봐도 영험한 무당이다. 백발백중 1타 무당 청담도령은 여느 영화였다면 인상적인 조연에 그쳤겠지만 무속신앙을 흥미롭게 변주한 영화 <대무가>에서는 다르다. 누가 봐도 주인공 얼굴, 이 구역의 에이스 청담도령 역을 맡은 양현민 배우는 첫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단지 무당 같은 외견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존재감은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의 결과물이다. 신명나는 무대, 넘치는 흥 위에 준비된 배우 양현민이 날아오를 시간이 왔다.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이렇게 될지 모르고 시작한 일이다. 이병헌 감독님의 <스물>을 찍다가 이한종 감독님과 처음 인사하게 됐다. 이한종 감독님과 원래 다른 단편영화를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무산됐다. 나중에 또 다른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그게 <대무가>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단편을 찍고 났더니 이게 장편
[인터뷰] ‘대무가’ 배우 양현민, “무당, 고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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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준 법사, 일명 ‘마법사’는 무당 학원에서 굿을 배운 청담도령이나 신남과는 급이 다르다. 13살에 내림굿을 받고 30대에 최고 박수무당이 된 마성준은 전매특허 소원굿으로 이름을 날렸던 화려한 과거가 있다. 왕년의 ‘신빨’이 떨어져 이제는 ‘술빨’로 버티고 있는 40대 퇴물 무당 마성준을 완성하기 위해 박성웅은 한달간 면도도 하지 않고 살도 찌웠다. 일생일대의 굿판을 벌이는 <대무가>에 정경호, 윤경호, 오대환을 합류시킨 것도 박성웅이다. 될 자리를 알아보고 판 벌일 줄 아는 영험한 배우 박성웅의 새 도전은 이렇게 완성됐다.
-원작 단편영화에는 마성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점이 출연을 결심하게 했나.
=대본이 좋았고 이한종 감독의 단편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3천만원의 제작비로 이런 단편을 만들어내다니. 이 감독의 연출 역량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재능 있는 감독의 미래에 투자하는 편이라 내가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 ‘대무가’ 배우 박성웅, “연기의 한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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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완성 무당 학원에 다니면 누구나 신당을 차린다? 청년실업 시대의 블루오션으로 신당 스타트업을 제시했던 이한종 감독의 단편영화 <대무가>가 동명의 장편으로 재탄생했다. 단편에서 신남과 청담도령으로 열연했던 류경수, 양현민이 다시 신들린 연기를 펼친다. 소문난 박수무당 마성준과 한탕을 노리는 두목 손익수 캐릭터가 더해지며 박성웅과 정경호가 합세했다. <대무가>는 접신을 위한 무당의 자기고백 노래다. 프리스타일 랩처럼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접신할 수 있다는 <대무가>의 상상력은 굿판 자체를 한편의 연극이자 뮤지컬처럼 펼쳐낸다. 여기에 래퍼 넉살, 타이거JK, MC메타가 참여해 <대무가>에 찰진 말맛과 리듬감을 더했다. 3개월 동안 굿판을 준비하며 돈독해졌다는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세 사람의 익살스러운 시너지 덕에 촬영 스튜디오에도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기사에 <대무가>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듣도 보도 못한 굿판이 벌어진다: '대무가' 배우 박성웅, 류경수, 양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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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출연하며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대만 배우 장첸. 그는 이미 한국영화계와 다양한 작업을 해온 배우였다. 이 사진은 한국영화 <숨> 개봉을 앞두고 방한했던 2007년 1월, 압구정동의 한 골목에서 촬영한 것이다. 한국에 오면 삼계탕을 꼭 먹는다며 신나하던 그가 기억난다.
[ARCHIVE] 장첸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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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그 원> 이후 6년이 지났다. <로그 원>에 출연할 때, 당신이 이해했던 카시안 안도르의 전사와 <안도르>의 카시안은 얼마나 다른가.
=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도르>는 토니 길로이의 오리지널 스토리다. 디테일은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로그 원>을 촬영하며 그렸던 카시안의 과거와 토니가 만들어낸 카시안의 이야기의 본질은 같았다. 캐릭터 자체만 놓고 보면 <로그 원>의 카시안과 <안도르>의 카시안, 그 둘의 격차를 크게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우리가 <안도르>의 에피소드 1편에서 만나는 카시안은 그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한다. 이기적이며 삶에 냉소적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믿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해내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안도르>에 담겨 있다.
- <로그 원>은 <스타워즈> 시리즈이면서 다른 영화들
[인터뷰] ‘안도르’ 배우 디에고 루나,"때로는 스릴러처럼, 때로는 정치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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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1일(한국에선 10월5일 공개되었다), 디즈니+가 공개한 <안도르>는 2016년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의 프리퀄이다. <로그 원>에서 진 어소(펄리시티 존스)와 함께 반란군을 이끌었던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의 과거를 조명한 새로운 TV시리즈로 <로그 원>과 마찬가지로 제다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타워즈>의 후광을 일부러 벗어놓은 듯한 다른 결의 이야기다. <로그 원>의 각본가로 <스타워즈> 세계를 경험한 바 있는 토니 길로이가 <안도르>에서는 쇼 러너, 프로듀서, 각본가 등 여러 무거운 책임을 지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길로이의 목표는 <로그 원>이 그러했듯 <스타워즈>의 골수팬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가족이나 이웃까지도 거부감 없이 함께 볼 수 있는 쇼로 만드는 것이었다
<안도르>는 처음부터 2
‘안도르’ LA 현지보고, “스타워즈의 골수팬을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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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귀토> / 국립창극단
일단 웃기다. 이렇게 세련된 풍자라니. 토끼의 삶이 얼마나 약자의 삶인지 아는가.
미디어 아트
심플 이즈 더 베스트. 그런데 아름답다. 미디어 아트는 간결함을 통해 본질에 가까워지는 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책 <기획은 2형식이다: 심플하고 명쾌한 창조기획개론>
우리는 가끔 이야기할 때 핵심을 놓친다. “환경이 문제야”로 끝나면 안된다. 환경이 어떻게 망쳐져서 문제인지 그 이유가 핵심인 거다.
싱가포르 건축물
싱가포르에 들를 때마다 혁신적인 건축물에 감탄하게 된다. 국립도서관에 건축물 관련 섹션이 얼마나 많던지. 그것만으로도 이 나라가 건축물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느꼈다.
코스타리카 커피
나무 판자 지지대에 양말 같은 천을 걸어 커피를 내리는 초레
[LIST] 장유정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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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3일은 인도의 ‘내셔널 시네마 데이’(National Cinema Day)였다. 앞서 영미권(9월3일)에서 진행된 것과 유사한 이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관의 성공적인 재개장을 기념하며 관객을 새롭게 맞이하는 날이었다. PVR, INOX 등 인도 내 주요 극장 체인을 포함해 전국 4천여 개관이 참여한 하루 이벤트로 주말 흥행으로 이어질 금요일을 디데이로 정해 오전 6시부터 극장들이 개관했고, 이른바 ‘축하 입장료’로 75루피(약 1300원)만을 받으며 관객을 끌어모았다.
다시 시작한다는 일종의 ‘초기화’ 선포지만, 여러 이해관계 속에 원래 개최 예정일(9월16일)에서 일정이 미뤄지는 등 ‘데이 마케팅’이 연상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다만 그 효과는 상당했는데, 이 행사를 주도한 인도 상공회의소 산하 산업 단체인 인도 멀티플렉스 협회(Multiplex Association of India, MAI)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650만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았다.
[델리] 환생하라 극장이여, 인도의 ‘내셔널 시네마 데이’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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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 & 토미>
디즈니+
<팸 & 토미>는 <베이워치>로 스타덤에 오른 섹시 스타 파멜라 앤더슨(릴리 제임스)과 LA 메탈 밴드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 리(세바스티안 스탄)의 섹스 테이프 유출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의 8부작 시리즈다. 아직은 법 테두리 밖에 있었던 인터넷이란 새로운 세계가 얼마나 파괴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 시리즈를 통해서 체감할 수 있다. 시리즈는 초창기 인터넷과 실제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명하지 않았던 90년대 중반의 시차를 활용한다. 뒤늦게 호응되는 두 세계는 교차 편집을 통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여러 연예인 사생활 유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으로서 온갖 수모를 겪은 파멜라의 마지막 결정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아버지와 이토씨>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34살 아야(우에노
[OTT 추천작] ‘팸 & 토미’ ‘아버지와 이토씨’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언스토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