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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1월 체 게바라는 우루과이의 실업가로 변장하고 볼리비아 라파스로 들어갔다. 쿠바혁명 성공의 여세를 몰아 아프리카 콩고에서 한 차례 혁명을 실험했던 그가 세 번째 희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이 여기다.
“오늘부터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 밤이면 농장에 도착할 것이다. 여행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코차밤바에서 파충고와 나는 완벽하게 변장하고… 지프 2대로 이틀 내내 달렸다.”
게바라는 러시아혁명 49주년인 그해 11월7일부터 쓰기 시작한 이른바 <볼리비아 일기>에 잠입 당시의 사정을 그렇게 적어나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혁명의 기운으로 끓어오르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이미 게릴라투쟁이 진행되고 있었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에서도 혁명가들이 활동에 들어가 있었다. 파라과이에서도 ‘투파마로스’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좀더 유명해질 게릴라조직이 비밀리에 활동할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이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볼리비아와 21세기형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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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칭은 생략하겠다. 2003년 겨울이었던가, 그가 <씨네21>에 글을 쓰고 있을 당시, 필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먼발치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말 한번 섞지 않고 빠져 나온 자리였다. 그렇게 해놓고 존칭을 붙이면 그게 더 시건방진 일인 듯싶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다. 그걸 스스로는 뭔가 경계하기 때문인 거라고 추론한다. 솔직히 누군가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만 읽는다고 방어한다. 김훈도 소설을 쓴다. 그 바쁘신 대통령까지 읽었다는 책을 그 뒤로도 한참이 더 지나서야 읽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를 일이지만, 술을 먹고 하룻밤 의식과 시간을 잃어버리고 나면 그 다음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절망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문들을 읽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영화가 아니라 글이라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칼의 노래>를 읽으며 치를 떨었다. 시간의 곰팡이라도 낀 것 같은 멀고 먼 문장의 사이들
[오픈칼럼] <강산무진> 독자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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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애시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혼한 뒤에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을 계속하는 남과 여. 여전히 감정은 남아 있고, 그러면서도 뭔가 가슴 한구석에 계속 걸려 있는 상태. 그래서 각자 다른 상대를 만나고, 진지하게 사귀어볼 결심도 하고, 그러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그렇듯 <연애시대>는 일상의 다사다난함으로 진행된다. <연애시대>의 장점을 적어보라면, 한가득은 될 것이다. 감독을 포함한 스탭의 숙련도와 안정된 배우들의 연기력. 사전제작제의 기특함부터 발을 땅에 디딘 선남선녀들의 알콩달콩한 연애담. 출생의 비밀과 이복남매나 형제 등도 없고, 불치병도 없고, 유년의 첫사랑도 없고 등등. 그 밖에도 많다. 대사, HD 영상, 소품….
그런 것들도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연애시대>를 자꾸 보게 되는 이유는, 쓸쓸함 때문인 것 같다. 은호와 동진의 어울림, 엇갈림에는 묘한 쓸쓸함이 깔려 있다. 결혼을 했지만, 어디서부턴가 조금씩 엇갈리면서,
[B딱하게 보기] 꿈꾸는 그들을 바라보는 쓸쓸함, <연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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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지대로’ 있습니다.
<007 언리미티드>를 보지 않았고, <브레이브 하트>도 보지 못했다. 사실 <피델리티> 정도를 제외하면 <라붐> 이후에 소피 마르소를 본 적이 없다. <구름 저편에>를 보기는 했지만 거기서 조연에 가까웠던 그녀의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 <안소니 짐머>는 연습장 표지와 책받침을 통해 나와 학창 시절을 보냈던 그녀를 십여년 만에 다시 만난다는 기대만으로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일단, <007 언리미티드>에서 본드걸로 캐스팅된 이유가 됐다는 소문의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소피 마르소의 다리로 장사를 해보겠다는 작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다리로 캐스팅한 건 007 시리즈가 아니라 이 영화라고 외치는 것처럼 하이힐 위의 다리를 오래오래 보여준다.
그러고나서 소피 마르소의 길고 갸름한 얼굴로 올라가는데 그 얼굴을 보면서 나는 새
[투덜군 투덜양] 어쭙잖은 ‘팜므파탈’ 웬말이오, <안소니 짐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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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물체에 달린 줄이 훤히 보였던 어린이용 에스에프 드라마의 수준이 달라진다. 제작사 청암엔터테인먼트(대표 김종학)는 모두 100억원을 끌어들여 실사와 3디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이레자이온〉(감독 박찬율·윤민항, 극본 윤민항, 사진)을 만들고 있다고 최근 제작 발표회를 열어 밝혔다. 30분짜리 26부작으로 완성해 올해 말께 지상파 텔레비전에 방송할 계획을 잡고 있다.
2년 전부터 기획된 이 에스에프 드라마의 3디애니메이션은 〈엘리시움〉을 만들었던 한국의 ㈜빅필름이 진행하고 있다. 특수의상은 영화 〈고질라〉에 참여했던 일본의 ㈜몬스터즈가 맡았다. 노력과 돈을 들이는 만큼 이익을 뽑을 통로도 여럿 모색 중이다. 이철희 청암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세트는 테마파크로, 캐릭터는 인쇄물, 놀이도구, 게임까지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는 수출도 낙관하고 있다.
실제 국외시장에서 한국 창작 방송 애니메이션의 수출실적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쪽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어린이 SF드라마도 100억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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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이 열리면 로봇 태권V가 나온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태권V를 숨겨놓은 게 아니라면 저렇게 넓은 곳에 돔 형태의 저런 건물을 지을 리가 없잖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모두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룡이 살아 있다는 소문도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무술고수 수십명과 싸움을 하다 여러 군데 칼에 찔렸지만 적들을 모두 해치우고 마침내 속세를 떠나 은둔생활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불사신이었던 이소룡을 본 아이들은 이번에도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보면 어처구니없지만 동심은 그런 음모론에 이끌렸다. 세상을 잘 몰랐을 때 할 수 있는 상상이었다.
그에 비해 오늘날 음모론은 대단히 정교하고 파괴력도 높다. 이런 계통의 기념비로 꼽힐 만한 <X파일>은 세련된 음모론 덕분에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이라는 책에서 저자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이렇게
[편집장이 독자에게] 즐거운 음모론, 슬픈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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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플러스>의 ‘유행어 제조기’ 탁사마를 만났다. 도산공원 근처 카페 한켠에 앉은 탁재훈의 얼굴은 주말마다 축구를 하는 탓에 검게 그을어 있었다. 출연작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는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상상플러스>의 시청률 고공행진도 여전하다. 2005년 말 탁재훈은 KBS 연예대상에서 쇼·오락 부문 MC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예능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충무로에서도 <가문의 위기…> <맨발의 기봉이>를 통해 ‘색깔있는 흥행 조연’으로 검증받은 그는 <강철선생>과 <내 생애 최악의 사내>에 캐스팅됐고, 처음 주연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유능한 엔터테이너로 살아남은 비결과 영화에 대한 애정어린 고백을 1968년생 늦깎이 배우 탁재훈에게 들었다.
-<가문의 위기…>를 마쳤을 때 영화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 심경은 변하지 않았나.
=다 털어버리고 배우만
<상상플러스> MC·<맨발의 기봉이>의 여창 역 맡은 탁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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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 능통하며 연기력이 있는 중년의 남성을 어디서 찾는단 말이냐. <천년학>을 제작하는 키노투의 김종원 대표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천년학>에서 송화와 동호의 의붓아버지 유봉 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김명곤이 느닷없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의 머릿속을 혜성처럼 스쳐간 얼굴이 있으니, 그것은 그가 월간 <말> 기자 시절 인터뷰 대상으로 만난 적이 있던 임진택(56)이었다.
임진택은 한국 마당극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또 그는 판소리의 달인이며, 문화운동의 큰 일꾼으로 얼마 전부터는 한국민족예술인연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진택은 서울대 재학 시절 김지하의 영향으로 탈춤과 연극을 통해 문화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동양방송(TBC) PD 시절에는 정권진 선생으로부터 <심청가>를 사사받으며 판소리를 익혔고, 81년 해직된 이후로는 연희광대패와 민족극운동협의회를 만드는 등 꾸준히 민족예술운동을 꾸려왔다. 최근 들어서
<천년학>의 유봉 역 맡은 한국민족예술인연합 임진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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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가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월24일 오후 7시 현재 주요 예매 사이트들의 예매순위에 따르면, <다빈치 코드>는 5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예고하고 있다. 5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에 대한 관심은 1위 보다는 2위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5월 한달 동안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3>는 맥스무비와 YES24 등에서 20% 대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2위를 지키긴 했지만, 다른 2곳 사이트에서는 <짝패>와 <호로비츠를 위하여>에게 밀리고 있다. <짝패><호로비츠를 위하여>와 5월25일 함께 개봉하는 <생, 날선생>도 인터파크에서는 3위에 랭크되며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예매율 현황
맥스무비
1/ 다빈치 코드/ 53.14%
2/ 미션 임파서블3/ 21.47%
3/ 짝패/ 9.37
<다빈치 코드>, 2주 연속 예매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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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코리안필름닷컴과 DCT 엔터테인먼트는 충북 옥천 아동보육시설인 영실 애육원 할렐루야 골프단을 소재로 한 영화 <꿈은 이루어>(감독 양인화)의 촬영을 5월22일 대전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사에 따르면 <꿈은 이루어>는 골프단 아이들의 도전을 담은 영화가 될 것이며, 최재성, 여운계, 설성민, 임성민, 강남진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대략 30회차의 촬영 일정을 10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영화의 연출과 제작을 겸하고 있는 양인화씨는 "영화 개봉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귀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꿈은 이루어> 촬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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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디 워>(제작 영구아트, 감독 심형래)의 후반작업에 헐리우드의 유명 스탭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배급사 쇼박스가 밝혔다. <아일랜드>, <아마겟돈>등의 음악감독인 스티브 자브론스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브로큰 애로우>등의 편집감독 스티브 마르코비치,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등의 색보정을 담당한 EFILM 등이 주인공. 편집을 맡은 스티브 마르코비치는 "심형래 감독이 만들어낸 판타스틱한 비전과 열정을 전세계 관객들이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디 워>는 후반작업 비용만으로 1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며, 6개월 정도의 후반 작업을 거친뒤 개봉할 예정이다.
<디 워(D-War)> 헐리웃 스탭들 참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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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이 한국 제작사에 의해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제작사 핑거 프린트는 한국, 일본, 홍콩 3개국의 공동작업으로 100억원 이상을 들여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59회 칸 영화제에서 제작사 핑거 프린트와 <영웅본색>의 판권 보유회사인 홍콩의 포츈 스타 엔터테인먼트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재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2007년에 제작을 시작해 2008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여 개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영웅본색>은 80년대 홍콩에서 시작되어 한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이른바 홍콩 누아르의 효시에 해당하는 영화다.
<영웅본색>, 한국에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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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인생>의 김민선이 2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김민선은 옴니버스 프로젝트 <인류멸망보고서>(제작 루씨필름)중 김지운 감독이 만드는 <천상의 피조물>에 출연한다. 극중에서 김민선은 절의 잡일을 하다 깨달음을 얻은 로보트를 옹호하는 혜주 보살 역을 맡는다. 수리공으로 등장할 남자 배우는 김강우. 한 편, 두 번째 프로젝트인 임필성 감독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류승범이 좀비로 출연할 예정이다. 옴니버스 프로젝트 <인류멸망보고서>(제작 루씨필름)는 각각 <천상의 피조물>(김지운), <멋진 신세계>(임필성), <크리스마스 선물>(한재림)로 묶인 3부작 옴니버스 영화다.
김민선 <천상의 피조물>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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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KT&G가 단편영화인에게 보다 다양한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상상메이킹 사전제작지원 1기' 지원작이 선정됐다. 4월3일부터 4월29일까지 접수된 총 161편의 작품 중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친 8편의 작품에 총 3천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된다. 최종 선정작들은 3개월 후 완성 예정이며, 전주국제영화제 자체 심사를 거쳐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단편의 선택’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2기 모집은 5월22일부터 실시되며, 응모는 http://www.sangsangmadang.com에서 할 수 있다.
상상메이킹 단편영화 사전제작지원 1기 최종 지원작(가나다순)
<2시의 데이트(이기범 연출, 극영화)>
<미운오리새끼(김민선, 극)>
<소풍(민고은, 극)>
<숨은 그림 찾기(김진희, 다큐멘터리)>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김민정, 극)>
<(가제)직장인밴드(이장섭,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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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메이킹 지원작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