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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추천작)
김현정 2006-10-12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영화를 봐야할 때"

아시아에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나라가 남아 있을까.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에 있어서만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여행사 안내책자에 실린 예쁜 사진들로 주로 알려진 이 나라들에서 새로운 영화의 기운을 감지했고, 부산영화제 ‘새로운 물결’과 ‘아시아 영화의 창’ 프로그램에 그 신선한 느낌을 담아왔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네온 불빛 속의 마닐라>의 리노 브로카 이후 중요한 감독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필리핀이 문화부 산하에 독립영화 지원 기관을 두고 독립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젊은 영화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상영되는 <락스타 젯>이 그런 경우. 주류영화도 활성화되지 않은 말레이시아는 독립영화감독인 아미르 무하마드와 호유항, 제임스 리가 안정된 작품을 생산하면서 “뉴말레이시안 시네마가 시작됐다고 선언해도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호유항의 <여우비>와 제임스 리의 <다시 사랑한다면>이 초청받았다. 베트남은 두 나라와는 조금 다른 경우에 속한다. “국가 소유였기 때문에 나태하게 일하던 영화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자 정부로부터 더이상 자본을 대지 못하겠다는 압력을 받았다. 때마침 영화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시작됐고, 스타일은 옛날 한국영화같지만, 힘있는 드라마를 가진 영화들이 나왔다.” <빠오 이야기> <하얀 아오자이>가 그런 결과물이다. 이처럼 영화 자체의 질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영화산업과 문화 내에서의 맥락까지 고려하는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중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대중영화이기에 폐막작으로는 의외라는 시선을 받고 있는 <크레이지 스톤>을 영화제에 추천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부산영화제는 저예산 독립영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고자 한다. <크레이지 스톤>은 무명감독이 저예산으로 스타없이 만든 영화였지만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9월엔 그 현상을 두고 중국에서 세미나까지 열릴 정도였다.”

그러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중국독립영화제를 찾아 감독들에게 일일이 작업의 진척 정도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을 만큼, 아직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와 감독을 향한 애정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러기에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11년이라는, 영화제의 역사로서는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탄탄한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 그 연륜을 따라 부산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가지는 영화도 점점 늘어났다. “예전엔 감독들이 방법을 몰라서 칸이나 베니스같은 영화제에 작품을 내지 못했지만, 요즘은 정보가 많아서 일단 큰 영화제에 작품을 내려고 한다. 부산영화제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주로 직접 만나 어르고 달래는(웃음)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쓴다”. 언제나 반듯해보이는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모처럼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 추천 작품

<무덤으로 가는 길 A Few Kilos of Dates for a Funeral> 사만 살루르 , 이란 외로움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사만 살루르의 눈부신 데뷔작. 주변부에 남겨진 사람들의 고독을 차가운 화면 속에 담아내고 있다.

<빈랑 Betelnut> 양헝, 중국 미래를 꿈꾸지 않는 방황하는 현대 중국 젊은이들의 무료한 일상을 다른 작품. 의외로 평안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이다.

<돌산 Stone Mountain> 두하이빈, 중국 지난해 동서아시아펀드 지원 대상작인 다큐멘터리. 화강암 채굴로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들의 이야기. 근대화의 그늘에 가린 민초들의 힘겨운 삶이 애잔한 슬픔을 남긴다.

<일하는 사람들 Men at Work> 마니 하기기,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소재를 제공한 철학적 우화. 노동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오페라 자바 Opera Jawa> 가린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전통의 가믈란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 지겠지만, 점차 익숙해 지면서 가믈란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 것이다.

<요코하마 마리 Yokohama Maryskzkanfk> 나카무라 다카유키, 일본 가부키 배우와 같은 분장으로 유명한 매춘부의 삶을 추적한 이 작품은 요코하마의 시민들이 그녀를 요코하마의 명물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상식을 깨는 이 놀라운 다큐멘터리는 마지막 반전이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사진 장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