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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악의 무리, 경찰서로 들어와 증인을 제거하다
태수는 왕재 살해 현장에 있었던 양아치 한명을 붙들어 증인으로 확보한 뒤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놓는다. 하지만 온성의 어두운 세력은 절대 무공을 가진 서 팀장을 경찰서로 보내 증인을 제거하려 한다. 그를 저지하려는 형사들과 서 팀장은 경찰서 안에서 처절한 사투를 펼친다.
류승완/ 이 장면 앞뒤의 액션신이 육체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쾌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기서는 영화적인 액션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카메라 테크닉과 속도, 그리고 편집으로 끝장을 보려고요. 서극의 <순류역류>도 염두에 뒀었죠. 와이드 렌즈를 쓰고, 스테디캠으로 찍고, 인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구도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숏도 잘게 분할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화려한 액션으로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서울액션스쿨을 대표하는 5명의 무술감독님들을 다 형사 역으로 등장시켰죠. 그런데….
정두홍/ 막상 찍으려니까 예비군 훈련장 같았다는 얘기하려
류승완의 <짝패> [4] - 액션 코멘터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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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는 류승완과 정두홍의 야심찬 액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적은 예산과 넉넉지 않은 시간, 그리고 갑자기 닥쳐온 부상 때문에 그들 마음에 꽉 찰 정도의 장면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액션을 추구하는 기운만큼은 스크린 가득 들어차 있다. 류승완, 정두홍이 티격태격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액션장면과 그 이면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해줬다. DVD보다 먼저 보는 <짝패>의 액션 코멘터리.
장면 #1/ 고등학생 시절 패싸움의 기억
태수(정두홍), 왕재(안길강), 필호(이범수), 동환(정석용), 석환(류승완)은 온성의 뒷골목을 누비던 유명한 10대들. 이들이 가을 소풍을 무사히 지나칠 리가 없다. 다섯명의 패거리는 다른 학교 학생들 수십명과 시비가 붙어 난투극을 벌인다.
류승완/ 지금부터 정두홍 감독님과 함께 <짝패>의 액션에 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액션신입니다. 이 영화는 왕재가 죽은 뒤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루죠. 그
류승완의 <짝패> [3] - 액션 코멘터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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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는 어떻게 구상했나.
=최근 들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스타일이나 장르보다는 어떤 이야기냐, 어떤 인물들이 나오냐가 우선이다. 그것이 스타일과 장르를 규정한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던 것 같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들 때처럼 말이다. 처음 컨셉은 ‘남자 2명이 나오는 일종의 버디무비이면서 진짜 액션영화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정두홍이 직접 출연해서 속임수없는 생짜 액션을 한다’는 정도였다. 그 다음 스토리를 고민했다. 초반에는 아주 전형적인 액션 플롯의 스토리가 나왔는데, 과연 평범한 액션영화를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장르를 내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스타일로 장르를 해석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오우삼이나 장철의 인물들이 로만 폴란스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성룡 같은 스타일의 액션을 펼친다’는 것 말
류승완의 <짝패> [2] - 류승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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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짝패>는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 액션영화다. 류승완 감독 본인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을 맡았고, 한국 스턴트 액션의 명가인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듯, <짝패>는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액션을 위한 액션에 의한 액션영화’ <짝패>의 쾌감을 영화평론가 김봉석이 전한다.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와 류승완, 정두홍 두 사람의 주요 액션장면에 대한 해설도 덧붙인다.
10년 전에 고향을 떠난 남자가, 형사가 되어 돌아온다. 이제는 영정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친구 앞에서, 그는 모든 것이 변했음을 알게 된다. 20년 뒤에, 성공한 뒤에 함께 마시자며 묻어두었던 뱀술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기뻐하며 마실 친구들은 없다. 평화로웠던 소도시는 이미 우정도, 의리도 사라져버린 ‘폭력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간단한 스토리만으로도 너무나 익숙하게 들리는 <짝패>는
류승완의 <짝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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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본능 제지본능
<캐치 미 이프 유 캔> vs <데스노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랭크 애버그네일-칼 핸러티
천재라고 꼭 착한 일을 하며 사는 건 아니다. 고딩 프랭크는 남을 속이는 데 비상한 재주를 발휘한다. 그는 전학 간 첫날 선생 행세를 하기 시작, 일주일 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고 숙제 내주고 시험까지 치게 했다. 하나 여기까지는 애들 장난이다. 방년 17살의 가출 꽃돌이는 여객기 승무원·의사·변호사 등을 사칭, 공짜 비행기를 타고 병원에 취직하고 변호사집 딸과 결혼했으며, 수표를 위조해 3년간 140만달러(약 130억원)를 조달해 쓴다. 이 정도 거물 행각을 하면 빚내가며 잡으러 다니는 놈도 있게 마련. FBI요원 칼 핸러티가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소심한 수재는 천재의 재기에 매번 당하지만, 종국엔 핸러티의 끈기가 프랭크를 잡는다. 하지만 꼭 이런 관계에는 요상한 애정이 싹트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결국 핸러티가 프랭크를
영화 vs 만화 천재열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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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영화·만화 속 천재들
국어 맞춤법도 틀리는 마당에 5개 국어, 6개 국어를 하는 애들이 있다. 많고 많은 연주가 중에 유독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애들이 있다. 공부로 1등 하는 걸로 모자라 운동, 음악, 당구 못하는 게 없는 애들도 있다. 주변에서 이런 이들과 마주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과 좀 엮어볼까 하여 눈에 등잔을 밝혀도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어째서인 거야? 여우 같은 것들이 다 채간 거냐?!). 천재들과 만나고 싶다면 가상의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천재들이 판치기로는 만화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서는 천재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도 구경할 수 있고,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그 중 몇명을 소개할 테니 원한다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시라.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없는 천재 과학자
<백 투 더 퓨쳐> vs <공상과학 대전>
<백 투 더 퓨쳐> 브라운 박사
에멧 브
영화 vs 만화 천재열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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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가느다란 입술
사실 강동원의 입술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존재일 수도 있다. 자신은 “졸린 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에겐 눈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윽하거나 슬프거나, 혹은 심오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의 눈동자.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레이 톤의 바탕색을 전제로 한다. 이는 최수종, 장동건의 쌍꺼풀 진한 눈에서부터 강동원, 주지훈의 가는 눈으로의 트렌드 이동을 설명하는 키컬러(Key-Color)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동원의 눈은 피부 톤, 코, 입술, 턱 등 얼굴의 거의 모든 부위와의 조화 속에서 존재를 완성한다. 여기서 그의 입술이(눈과의 관계에서) 다시 한번 중요해진다.
<늑대의 유혹>이 개봉한 2004년 당시, 상영관 내부의 분위기는 정말 특이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교복바람에 극장 행차에 나선 여고생들은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신 비명을 질러댔고, 곳곳에서 디카 플래시가 터졌다.
입술의 미학,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vs 강동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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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포인트>와 <형사>,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와 강동원, 도톰한 입술과 가는 입술.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멀기만 한 것 같은 이 두개의 대립항. 이는 강동원을 알고, 그의 런웨이를 보았으며, <늑대의 유혹>을 관람한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최근 개봉한 영화 <매치 포인트>와 <미션 임파서블3>을 보고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벨벳 골드마인>을 상기시킨 순간,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단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에 동시 개봉하고, 한 영화의 촬영과정이 홍보의 수단이 되는 2006년, 오늘에서야 가능한 뜬금없는 점프컷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둘을 굳이 한자리에 초청한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3>라는 엄청난 블록버스터의 무게에도, 사형수의 초라한 의상(강동원은 현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찍고 있고, 인터넷에 그의 스틸이 공개되어 있다)에도 결코 짖
입술의 미학,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vs 강동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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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 촌놈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시골 공포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해는 마시길. 정형화된 관계와 반응에 길든 이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사정없이 무기력해진다는 얘기다. 인적없는 교외에서 수상한 옷차림을 하고 실실거리는 웃음을 거두지 않은 동네 토박이들을 만나면, 그들의 이유없는 호의를 맘 편하게 받아들일 도시인은 별로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홍보 카피로 내세운 <구타유발자들>의 초반부는 그처럼 알량한 도시인의 불안을 여지없이 이용한다.
젊은 제자 인정(차예련)을 벤츠에 태워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온 음대 교수 영선(이병준)은 인적이 드문 강가에서 모종의 작업을 시도하다 심상찮은 이들과 맞닥뜨린다. 군대에서 심한 구타를 당해 청각과 지능에 문제가 생긴 오근(오달수), 나사가 풀린 표정으로 일관하다 봉연(이문식)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고보는 고교 퇴학생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 마지막으로 순박한 얼굴
광기 어린 마당극에 담긴 폭력의 순환, <구타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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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루(혼고 가나타)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휠체어 신세가 된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엄마에게 소홀히 한 아빠 탓이라고 여긴 사토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입을 닫는다. 그리고 원격조종 로봇 ‘H-603’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려든다. 이런 사토루에게 유일한 희소식은 원격조종 로봇의 대리등교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돼, 그가 첫 수혜자로 선정됐다는 것. 그리하여 사토루는 로봇 ‘H-603’을 자신을 대신해 학교에 보낸다. 반 친구들은 노송(히노키)나무로 만들어진 H-603에게 ‘히노키오’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히노키오는 전학오자마자 학교의 스타가 되지만 타인에게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히노키오는 오직 자신을 원격 조종하는 사토루에 의해서만 감정을 가질 수 있는데, 사토루가 세상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히노키오의 무관심에 화가 난 골목대장 준(다베 미카코)과 조이치, 겐타는 그를 괴롭힐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히노키오가 그들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가볍게 물리쳐주자 그와 친구가 되
아역배우들의 놀라운 열연, <히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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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브리티 프로그램 속, 그러니까 현실의 린제이 로한과 스크린 속 캐릭터로서의 린제이 로한은 어찌나 그리 다른지. 현실의 로한은 패리스 힐튼 뺨치게 눈꼴 사나운 초절정 재수녀지만, 희한하게도 영화 안에서는 풋풋한 매력을 선보여왔다. 그건 린제이 로한의, 린제이 로한을 위한, 린제이 로한에 의한 영화라 할 만한 <행운을 돌려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로한은 뉴욕의 잘나가는 홍보회사 직원 애쉴리 역으로 출연한다. 애쉴리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타고난 행운아라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 손만 들면 택시가 멈춰서고, 긁기만 하면 복권도 척척 당첨되며, 야외로 나오기만 하면 쏟아붓던 비까지 멈출 정도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반면 한 클럽의 말단 종업원이면서 ‘맥플라이’라는 밴드의 매니저로 활약하는 제이크(크리스 파인)의 인생은 불운으로 점철돼 있다. 나타나기만 하면 불행의 구름을 몰고 다니는 그이다보니 음반계의 거물 필립스에게 이 밴드를 소개하는 일은 불가능해
린제이 로한의 놀라운 ‘변신술’, <행운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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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박건형)는 직업이란 걸 가질 생각이 없다. 할아버지가 로또에 당첨된 뒤, 컨버터블을 타고 ‘밤마실’을 다니며 그 돈을 사회로 환원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전직 교장이었던 할아버지는 그의 카드를 볼모로 잡고 딱 2년만 학교에서 일하라고 제안한다. 돈이 없으면 언니들과 술을 못 마시고, 언니들과 술 없으면 인생에 낙이 없고…. 억지춘향꼴로 선생은 되었으나 열심일 리 만무하다. 수업은 자습, 종례는 전화로, 나이트 가야 하는데 야자 감독 웬말이냐. 그런 그에게 여선생 소주(김효진)는 심술 같기도 하고 애정 같기도 한 관심을 표해온다.
설정과 줄거리를 놓고 보면 <생, 날선생>은 흔한 억지 코미디다. ‘양아치’가 ‘학교’에 가서 ‘무서운 고딩’ 그리고 ‘여선생’과 어떤 종류의 해프닝을 벌일 것인지는 대체로 짐작가는 바다. 주호의 날선생짓, 소주와의 티격태격 연애담, 심지 굳은 반항아와 모범생, 힘없는 교권, 양아치가 말하는 정의 등 식상한 얘기들이 산만하게 전개된다. 그
식상한 코미디를 덮어 주는 캐릭터의 매력, <생, 날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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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둔 부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5X2>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두’ 사람이 공유했던 ‘다섯’ 가지 에피소드(이혼, 결혼 생활의 불륜, 출산, 결혼식, 사랑의 시작)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다섯편의 단편영화가 묶여 있는 듯한 이 작품은 결별의 순간에서 출발하여 마치 에릭 로메르 영화의 주인공인 듯한 두 남녀에게서 사랑의 설렘이 출렁이기 시작할 때 영화를 끝맺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결별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를 원하겠지만, 이는 프랑수아 오종의 관심이 아니다. 물론 <시트콤>과 <크리미널 러버> <8명의 여인들>을 연출한 오종을 염두에 둔다면, 이 결별의 과정에서 성적 무의식에 근거한 급작스러운 사건의 비약이 기이한 유머와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5X2>에서 오종이 참고하는 작품은 이들 작품이 아닌 자신의 최고작이자 가장 예외적인 작품인 <사랑의 추억>이다. 이는
담담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품 같은 느낌의 영화, <5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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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한 글입니다.
유명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지 못한 노처녀 지수(엄정화)는 조그만 동네에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 낡은 상가 2층 귀퉁이에 ‘비엔나 피아노학원’이란 간판을 단 노란 문의 학원이다. 그 동네에는 소문난 말썽쟁이 경민(신의재)이 있다. 고물상을 하는 할머니 손에 버려지듯 자란 고아 경민은 툭하면 지수의 학원을 찾아와 사고를 치고 간다. 경민이 미워 안달이던 지수는 경민이에게 숨겨진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실력을 발견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면 그 스승이라도 되어 명예와 부를 누려볼까 싶어진 지수. 그날부터 경민을 열심히 가르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스승은 허점투성이, 제자는 상처투성이다. 두 사람은 그리 순탄치 못한 방식으로 만나 불편하게 우정을 쌓아가고 마음을 열었을 때쯤 헤어졌다가 아름답게 재회한다. 스승과 제자를 이어주는 목표? 분위기 좋은 영화 포스터를 보면 짐작할 수
행복한 성공의 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