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얘기가 아니다, 보호의 모티브가 중요하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괴물>에 대한 극찬을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으로 좀 봤다. 아, 이럴 때 빨리 개봉을 해야 하는데. (웃음) 왜 개봉을 안 하는 거야. 이런저런 결점들이 드러나기 전에 빨리 개봉하고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어떤 결점이 있다는 건지 알려줄 수는 없나.
=비밀이다. (웃음) 나만 아는 결점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시사회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는데, 마침 비도 오고, 정말이지 한강이 낯설어 보이더라.
=그랬다니 다행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가 개봉하고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선 라퓨타 신드롬이란 게 생겼다더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마다 뭉게구름 안에 성이 실제로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오랫동안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는 거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들이 <괴물>을 보고 한강 둔치에서 괴물을 찾아 헤맨다거나 그러면
봉준호의 <괴물> [2] - 감독 인터뷰
-
칸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드디어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형 괴물영화’ 혹은 ‘한국산 블록버스터’ 등으로 명명된 이 영화는 벌써부터 호의가 듬뿍 담긴 평가에 둘러싸여 있다. 7월27일, 마침내 관객 앞에서 두터운 장막을 걷게 될 <괴물>의 면면을 평론가들의 간략한 평과 함께 소개한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과의 인터뷰와 3차례에 걸친 <괴물> 현장 취재기도 곁들인다.
‘한강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덮친다’는 설정만으로도, <괴물>은 가슴 설레게 하는 영화다. 맨해튼이나 남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괴물을 보며 “우리에게도 언제쯤 저런 일이…”라고 ‘한탄’하던 괴수영화 마니아가 아닐지라도, 한국하고도 서울 한강에서 펼쳐지는 괴물의 액션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가 아니라 63빌딩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킹콩을 상상해보라
봉준호의 <괴물> [1] - 영화평
-
#3 스크린쿼터 집회를 축제의 장으로
1. “참여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대형 현수막이 고공에서 떨어져내린 뒤, 한-미 FTA 오적(五賊) 화형식이 진행됐다. 대책없이 한-미 FTA 필수론을 외쳐온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외교본부장,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조형물이 불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조형물은 간신히 참형을 면했지만, 영화인들은 “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죄”, “‘자신감 주입’과 ‘쇼크 요법’ 두 가지로 환자를 잡는 무면허 의료시술죄”, “수시로 좌회전(좌파) 깜박이를 넣고도 우회전(신자유주의, 친미)하는 상습 교통법규 위반죄”를 저지른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2. 서울액션스쿨의 김효선씨가 대형 와이어를 타고 <와호장룡>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평소 장쯔이가 되고 싶다던 그녀의 꿈도 한국영화의 발전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녀가 뽑아든 긴 칼은 묻지 않아도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투쟁! 쿼터 사수·한-미 FTA 저지 [2]
-
“하늘이 우릴 돕나봅니다.” 73일로 축소된 스크린쿼터 시행 첫날. 잔뜩 찌푸린 주말 하늘을 보고 우천시에도 거리행진을 강행할 거냐고 물었더니, 스크린쿼터문화연대 관계자가 “비는 안 올 것”이라며 확신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늘이 돌봐주니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는 한-미 FTA 협상 테이블 또한 두 동강 날 것이란다. 7월1일 오후 5시. 3천명 정도의 인파가 이미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 집결해 도로 하나를 점하고 있다. 대열은 계속 늘어나고, 함성은 더욱 커진다. “한-미 FTA 1차 협상문을 즉각 공개하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단상에 차례로 오른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정부가 추진해온 통상협정이 국익에 반하는 매국 행위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도대체 “무엇이 켕기기에 협상문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느냐”며 정부를 신랄하게 질타한다. 몸이 끈적끈적한 날인데도, 영화인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다. 안성기도, 최민식도, 전도연도, 설경구도,
투쟁! 쿼터 사수·한-미 FTA 저지 [1]
-
-
“음악성이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삼거리극장>은 뮤지컬영화라고 소개되는 작품인데, 영화를 보면 뮤지컬을 하려고 한 것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가능한 방식이 뮤지컬과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록키 호러 픽쳐 쇼> <헤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좋아하는데, 공통점이라면 장르 파괴적인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로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 너무 비슷해질까봐 그 영향권 밖으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30년 전 뮤지컬을 재연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영화들이 뿜어내는 활기나 관능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삼거리극장> 만들고 나니까 순수하게 뮤지컬 형식에 매료된 장르적 특성을 즐기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괴한 활기를 즐기기 위한 형식적인 접근이었고.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음악영화고.
-음악 이야기에 매료
<삼거리극장> 미리 보기 [2]
-
제10회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삼거리극장>은 음습하고 기이한, 하지만 귀엽고 유머러스한 뮤지컬 영화다.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단어들이 서로 모순이 될 수 밖에 없는 이 기이한 영화는, 다양한 영화와 책, 음악, 그림을 끌어들인 무규칙 이종 뮤지컬이다. 영화를 보겠다고 집을 나간 할머니를 찾기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낡은 극장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녀 소단의 모험담 <삼거리극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책없이 특이한 <삼거리극장>을 만든 감독과 주요스탭들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s) <삼거리극장>은 부천영화제 개막식 상영 뒤, 8월 말 개봉예정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소단이 우산을 들고 할머니를 찾아 집을 나선다. 흠뻑 젖은 피아노 소리가 소녀를 졸졸 쫓아가면 흡사 서부극에 나오는 마을처럼 너른 흙길이 그 앞을 지나가는 낡은 극장이 나온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극장, 어디에도 없는 할머니를
<삼거리극장> 미리 보기 [1]
-
손범수(42) 아나운서가 북극의 사계절과 생명체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얼음왕국〉(13일 개봉)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한국방송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진행하며 동물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의 일가를 이룬 그에게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듯 보였다. 하지만 뜻밖에 그는, “방송과 영화의 내레이션이 많이 달라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얼음왕국> 50만마리 순록떼 등 장관
“〈얼음왕국〉을 녹음하기 전에 원래 필름 내레이션을 들어봤습니다. 상당히 절제된 내레이션이더군요. 한국 개봉관의 경우, 주 관객층이 어린이나 젊은층이라 상대적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대화체가 많이 삽입되긴 했지만, 원래 필름처럼 객관적이고 담담한 느낌을 주도록 신경 썼습니다.”
반면,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때는 “목소리 톤을 높게 해서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큐와 퀴즈가 맞물려 있어 오락성도 가미된 교양 프로그램이었던데다, 내레이션은 물론 동물 목소리
<얼음왕국> 내레이션을 한 손범수 아나운서
-
27일 개봉을 앞둔 <괴물>은 지금까지 대규모 예산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괴수 장르 영화라는 점 등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를 품평하기 위해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가 봉준호 감독을 지난 7일 삼청동에서 만났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선후배 사이기도 한 두 사람은 <괴물>이 지난 정치적 함의와, 엇박자 유머, 한국에서 괴물영화 만들기의 지난함에 대해 두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김소영=영화의 첫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특히 한강의 심연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강이 폭포처럼 올라온다든가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건가
봉준호=괴물 장면 말고는 사실상 컴퓨터그래픽이 거의 없었다. 맨 마지막, 한강에 눈이 오는 장면과 프롤로그에서 투신하는 남자와 그 뒤로 63빌딩이 보이는 장면을 찍을 때 하늘이 맑아서 찍고 난 다음에 컴퓨터그래픽으로 회색 구름을 깐 정도
<괴물> 봉준호 감독,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 대담
-
아시아에는 부산이나 홍콩, 또는 도쿄에서 열리는 영화제와 같이 아시아영화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제들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 없는 것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아시아 전체를 위한 대종상 같은- 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보는 상업영화 시상식이다. 문소리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놓고 장쯔이나 아이쉬와라 라이와 맞대결한다고 생각해보자. 봉준호와 두기봉과 기타노 다케시가 최우수 감독상을 놓고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아시아는 이런 행사를 결코 갖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올해 10월 첫 번째 MTV 아시아영화 시상식에서 그럭저럭 유사한 것을 갖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 도시의 세계주의적인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적절한 장소인 것 같다. 행사는 스타들로 가득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 행사는 전통적인 시상식은 아니다. 최우수 영화나 최우수 배우 대신에, 지난 한해 동안의 최우수 공포영화, 최우수
[외신기자클럽] 응집된 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초석
-
157분 안에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무거운 신화를 풀어야 하는 <수퍼맨 리턴즈>는 놀랍게 힘이 넘치고 있다. 영화가 설령 한방에 뿌리를 흔드는 힘은 없을지언정 브라이언 싱어는 모든 만화책의 원전쯤 되는 슈퍼맨을 지적이고 위트있는, 심지어 섬세하기까지 한 이야기로 만든다.
그렇다고 <수퍼맨 리턴즈>가 그 기원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다. 싱어는 영화를 폭풍우 쏟아지는 어두운 밤 임종을 앞둔 노파(노엘 닐, 40년대 <슈퍼맨> 시리즈의 로이스 레인)가 수억원대의 재산을 젊은 연인에게 물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은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사랑해, 렉스 루더”라고 말한다. 성취감에 가득 찬 렉스 루더는 가발을 벗어젖힌다. 한편 미국 중부 어딘가에 또 다른 노파(에바 마리 세인트)가 창밖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그때 불덩어리 우주선이 떨어지고 벌거벗은 남자가 옥수수 밭에 나동그라진다. “클라크!!??” 희망에 찬 노인은 목소리를 떨며 외친다. 아들이
<수퍼맨 리턴즈> 읽기 ②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무거운 신화
-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기 가장 어려운 부류의 영화이다. 심지어 같은 원작을 다룬 다른 <슈퍼맨> 각색물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시리즈는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빛나는 아이콘에 대한 진지한 예찬과 그 순진무구함과 어처구니없음에 대한 발랄한 농담이 반반씩 섞인 영화였다. <로이스와 클라크>은 거의 신격화된 만화 캐릭터들을 텔레비전 연속극의 공간으로 끌고 와 현실의 문제와 소프 오페라의 연애 공식 모두에 대입시킨 로맨틱코미디였다. <스몰빌>은 <슈퍼맨> 전설을 10대 소년의 성장기에 대입시킨 통과제의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들은 일단 방향만 잡으면 한없이 화제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는 그 모든 새로운 해석들을 거부한다. 그의 <수퍼맨 리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고 단순하다. 싱어의 슈퍼맨은 소외된 10대 소년을 대변하지
<수퍼맨 리턴즈> 읽기 ① 신과 인간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
-
애니메이션의 양극화가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개봉되는 CGI(Computer Generated Image), 즉 3D디지털애니메이션마다 모두 흥행에 성공하고, 늘 새로운 수익모델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픽사가 월트 디즈니에 매각되었다고 하지만, 실은 전통적인 2D애니메이션의 제왕이 3D애니메이션의 혁명군에 점령당한 모양이 되어버렸다. 드림웍스도 PDI와 합쳐지면서 파라마운트에 영입되는, 실로 디지털애니메이션의 첨병들이 할리우드 전쟁터의 가장 선두에 배치되는 전성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로 세상을 놀라게 한 블루스카이는 제작 메커니즘의 새로운 시도와 차별적인 스토리라인으로 틈새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까지 <폴라 익스프레스>를 통해 제기한 차세대 영화제작 시스템을 <몬스터 하우스>로 확정지으려는 고집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화려하게 시장을 휘젓고 있는 3D애니메이션을 앞세우며, 할리우드 블록버
유치함 뒤에 숨은 패기와 혁신, <아치와 씨팍>
-
[정훈이 만화] <수퍼맨 리턴즈> 5년만에 돌아온 수퍼맨
[정훈이 만화] <수퍼맨 리턴즈> 5년만에 돌아온 수퍼맨
-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7월 19일 시네마테크 부산을 방문해 구로사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을 관객과 함께 보고 강연을 한다. 에드 맥베인의 소설 <왕의 몸값>을 각색한 <천국과 지옥>은 유괴를 통해 부자와 빈자의 계급관계를 통찰하는 작품. 봉준호 감독은 추천사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괴력을 만끽할 수 있는 숨겨진 역작”이라고 이 영화를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강연은 시네마테크 부산이 매월 셋째 혹은 넷째 수요일에 영화인을 초대하여 그가 추천한 영화를 상영하고 강연을 듣는 ‘수요시네클럽’ 행사의 일부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 051-742-5377 또는 시네마테크 부산 홈페이지
봉준호 감독,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천국과 지옥> 소개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