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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출소를 하루 앞둔 영규(임하룡)는 우연한 사고로 죽게 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규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들 원탁(이민우)과의 재회를 놓치게 되었다는 이유. 천사의 방문을 받은 영규의 영혼은 아들과 친구처럼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내게 해달라고 천사에게 간청한다. 영규는 아들 원탁 또래인 동훈(하동훈)으로 살아날 기회를 갖게 되고, 천사 역시 영규의 감방동료이자 갓 출소한 조폭두목 장석조(김상중)의 몸을 빌려 인간이 되어 예쁜 간호사에게 접근한다.
죽은 남자가 새로운 몸을 얻어 그간 돌보지 못했던 아내와 아들의 삶을 좀더 나아지게 도와준다는 기본 설정은 드라마와 코미디에 모두 길을 열어준다. 특히 되살아난 아버지가 아들과 같은 또래의 고등학생이 된다는 설정은 <원탁의 천사>에 웃음을 불어넣는다. 몸은 고등학생이지만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죽은 영규는 CD를 구우라는 말에 정말 불에 구워오는가 하면
매끈하지 못한 이야기, <원탁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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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의 킬라(신하균)는 세상의 법률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예의’를 기준으로 살아간다. 짧은 혀 때문에 장애인 행세를 하는 그는 혀수술을 하는 날까지 타인과의 대화를 스스로 봉인한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청부살인을 하는 킬라는 작업 뒤 위스키를 마시며 피를 씻어낸다. 도둑키스를 일삼던 술집 끈적바의 마담(윤지혜)이 그에게 육탄공세를 펼치며 외롭게 살아가던 생활에 변화가 생겨난다. 마담은 킬라가 말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귀가하는 길에 마주친 꼬마(강산)도 그와 함께 살게 된다. 식구들이 생기면서 킬라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예의없는 것들>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영화다. 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으나 맑고 순박한 영혼을 가진 킬라는 시를 쓰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거둬들인다. ‘사람을 죽이는 가장 비도덕적인 일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청산한다’는 아이러니를 담은 <예의없는 것들&
재미와 풍자가 없는 블랙코미디, <예의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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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꼬맹이 영래(박지빈)에겐 엄마(신애가)가 유일한 피붙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엄마지만, 그런 엄마가 부끄럽기도 하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는 창피함은 둘째다. 밀수한 화장품을 몰래 파는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선창가 선술집 앞에서 외상값 때문에 곰보 춘자와 머리 드잡이를 하다 망신을 사기 일쑤다. 경찰들도 영래 엄마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엄마가 사고를 칠 때마다 영래는 아이들로부터 ‘아비없는 자식’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풀이 죽어 지내던 영래는 어느 날 아버지 강성욱(이재룡)이 서울에 살고 있음을 춘자로부터 듣게 된다. 엄마에게 캐묻지만 영래는 아무 답도 듣지 못한다.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영래는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하고, 또 밀수 심부름을 하러 서울 가는 인백(진구)에게 아버지의 주소를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아이스케키>는 “아빠 찾아 삼만리”를 외치는 소년의 간절함을 따르는 가족영화다. 영래는 텃세 부리며 주먹질하는 승일 패거리가 무섭지 않다.
아빠 찾아 삼만리, <아이스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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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아끼는 사람의 죽음 혹은 재회나 방문….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간다. <나인 라이브즈>는 다른 사람들은 스쳐보내고 마는 작은 순간들이 이루는 거대한 우주를 끌어안고 삶을 살아가는 아홉 여성이 만들어내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다이애나(로빈 라이트 펜)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임신 중인 다이애나는 옛 연인 데이미안(제이슨 아이작스)을 우연히 만난다.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별볼일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각자 장보기를 계속하는데 데이미안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과거가 서서히 되살아난다. 겨우 몇분 사이에 오랫동안 쌓아온 안온한 삶에 균열이 생긴다. 원치 않은 일이지만, 막을 수 없다. 데이미안과 아내 로라가 새로 산 집에 소니아(홀리 헌터)가 찾아온다. 소니아는 방 구경에만 한참 시간이 걸리는 멋진 로라의 집을 구경하고 잡담을 한다
아홉 여성이 만들어내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 <나인 라이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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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여자가 성형외과 문을 나선다. 세희(박지연)가 마스크 쓴 여자와 부딪치는 바람에 마스크 쓴 여자는 사진이 든 액자를 떨어뜨린다. 마스크를 쓴 여자는 세희가 성형수술을 한 뒤의 새희(성현아)다.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나뉘어 부딪칠힐 수 있을까. 또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부딪칠 수 있을까. 이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이것은 ‘나’가 미래에 다른 ‘나’로 바뀌거나,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시간의 불가역성을 예시한 것이 아닐까. 영화는 이 불가역성에 대한 도전과 실패 및 그 확인이며, 그 불가역성이 사랑을 어떻게 마모시키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이 점에서 <시간>은 김기덕의 10년 가운데 가장 선명하고도 낯선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간>에서 시간은 일정 구간 사이의 경과 시간이 아니라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마주칠 수 없는, 어떤 시간대와도 호환할 수 없는, 필름 돌리듯 되돌릴 수 없는 단일한 시간의 지층에 가깝
사랑 일반이 주는 지겨움의 공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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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좋은 사람에게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었다. 프레드릭 메르가 로카르노국제영화제(8월2∼12일) 위원장을 처음 맡은 올해, 완전 사고투성이가 된 것을 보면 요즘 성공적인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선 좋은 성격과 영화광의 영화에 대한 이해력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인맥도 필요하며, 자기 영화제를 최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광적인 추진력 그리고 체력이 남아돌아야 한다.
마흔네살의 메르는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직책으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일해왔다. 지난해에 이탈리아인 문화기자 출신 이렌느 비냘디의 수석프로그래머 직을 넘겨받을 것을 제안받고 놀랐다고 한다. 14년 동안 이탈리아인들이 주도해왔던 이 영화제에, 스위스인인 그는 지방정부가 이 자리에 원했던 요건에 맞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메르는 좋은 소식이 됐다. 페스티벌 구조를 긴축해서 강화하고 (비디오 경쟁부문과 비냘디의 학문적 살롱 형식의 혁신들을 폐지하면서) 피아차 그
[외신기자클럽] 전쟁과도 같은 영화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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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패러디 영상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베이징 뉴스>는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이 자국의 정치체제를 비판하거나 특정 영화 및 유명인을 풍자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검열하기 위한 규정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초안 상태로 제시된 이 규정은 패러디 영상물의 인터넷 배포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베이징 뉴스>는 또한 “SARFT가 한층 발전된 수준의 인터넷 시청각매체 모니터링 센터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세울 것”이라는 검열 담당 공무원 루이 지안후이의 말을 빌려 패러디 영상물을 관리하려는 SARFT의 야심에 대해 밝혔다. 이는 인터넷 콘텐츠 전반을 장악하려는 중국 당국의 계획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인터넷, 휴대폰, TV 등 각종 통신매체를 통해 공유되는 시청각 자료의 검열을 승인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여파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갖가지 패러디 영상물들이 곧 자취를 감출 것으로
[What's Up] 패러디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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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방송>(WDR) 기자 린트너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하루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건이 발생한 1962년 6월8일, 생후 6개월이었기 때문이다. 돌도 안 된 아기 린트너가 서독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이 된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동독 정권이 철통같은 국경수비 체제를 마무리지어갈 즈음인 1962년 6월8일, 유람선 프리드리히 볼프 호가 납치되는 대형사건이 발생했다. 동독의 자존심이었던 최고급 유람선이 20살 젊은이 13명에 의해 피납된 것이다. 납치범, 아니 탈출에 목숨을 건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유 아니면 죽음이었다.
유람선 프리드리히 볼프는 1962년 6월8일 동서독 국경지대 운항허가를 받았다. 베를린의 동부 항구를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항만과 북쪽 부두는 동독 영토였지만 남쪽 부두는 서베를린에 속해 있었다. 그러니 유람선이 남쪽 부두로 접근하는 순간 자유는 시작되는 셈이었
[베를린]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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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산업의 메카 발리우드가 인도와 주변 지역을 벗어나 상업영화의 중심지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IMDB(Internet Movie Database)는 최근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발리우드영화들이 미국 내 인기상승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시장에서의 발리우드영화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계 2세들의 자국영화에 대한 애착과 그들의 정서를 탁월하게 읽어내는 발리우드의 스토리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인도계 2세들의 발리우드에 대한 애착은 미 전역의 80개가 채 안 되는 개봉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발리우드영화들을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올려놓고 있다. 2001년작 <까삐 꾸시 까삐 깜>과 2004년작 <비르와 자라>는 미국 내 개봉수익 300만달러를 올린 영화들로 현재까지도 수많은 마니아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인도계 2세들의 발리우드 사랑이
[델리] 할리우드 호에 승선한 발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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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가족의 희한한 여행길이 화제다. 지난 7월26일 뉴욕과 LA의 7개 극장에서 개봉한 <리틀 미스 선샤인>이 개봉 3주 만에 17개 도시 150여개관에서 560만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소식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최고 인기작이자, 최고 판매가로 기록된 이 영화는 꼬마 미인대회에 출전하려는 막내딸을 위해 콩가루 집안의 일원들이 함께한 여정을 따라간다. 그랙 키니어, 토니 콜레트 등 호화 캐스팅, 세련된 블랙 유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따뜻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성공학에 심취했으나 정작 자신은 실패한 아버지, 세상을 증오하는 동성애자 아들, 자살중독자 삼촌, 약물 및 포르노 중독 할아버지, 가정을 유지하려 안간힘 쓰는 엄마 등 특별하고도 공감가는 캐릭터 역시 일품이다. 배급사인 폭스 서치라이트의 최고 운영책임자 스티브 지루라는 “상영을 하기만 하면 관객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개봉관을 1천개까지 늘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펭귄: 위대한
작은 영화가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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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내년 여름에 대한 전망으로 벌써부터 뜨겁다. <버라이어티>는 워너, 폭스, 디즈니, 소니, 유니버설,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2007년 5월부터 8월까지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개봉 일정을 모두 확정지었다고 8월13일 보도했다.
시즌의 문을 열게 될 영화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3>(5월4일, 소니). 이후 <슈렉3>(5월18일, 드림웍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5월25일, 디즈니), <오션스 서틴>(6월8일, 워너), <판타스틱4 2>(6월15일, 폭스), <라타투이유>(6월29일, 픽사·디즈니), <트랜스포머스>(7월4일, 파라마운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7월13일, 워너), <더 심슨 무비>(7월27일, 폭스), <본 울티마텀>(8월3일, 유니버설) 그리고 <러시아워3>(8월10일, 뉴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내년엔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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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개입인가, 무리한 규제인가. 대형 멀티플렉스의 편식 습관을 고치겠다며 최근 민주노동당이 준비 중인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견이 쏟아지고 있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이 8월 내에 발의할 예정인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한 영화의 최대 스크린 점유율 제한과 멀티플렉스의 대안상영관 설치 의무화. 개정안에 따르면, 5개관 이상의 영화관은 1편의 영화에 30% 이상의 스크린을 내줄 수 없으며, 8개관 이상의 영화관은 ‘전년도 기준 전체 영화점유율 3% 미만 국가의 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저예산·예술영화’ 등을 상영할 대안상영관을 마련해야 한다. 민노당 관계자는 “한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하는 식의 독점을 막아야만 관객의 문화적 선택권을 늘릴 수 있다”고 이번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작은 영화들의 위기를 걱정해온 영화계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박수를 보낼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프랑스에
[충무로는 통화중] 민노당 “소수 영화 개봉관 독식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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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가 미국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8월14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웨스트 32번가>(가제, West 32nd)의 촬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데뷔작 <더 모텔>로 주목받았던 한국계 마이클 강 감독이 연출을 맡고, <해롤드와 쿠마>에 등장했던 존 조와 <사랑니> <가능한 변화들>의 김준성이 출연하며, 정준호도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뉴욕 한인타운을 배경으로 한국계 갱과 신참 변호사가 벌이는 음모와 야망을 누아르풍으로 그리는 이 영화는 9월 하순에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내년 상반기 한국과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직접 하게 된다. CJ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미국시장으로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우선 아시아 커뮤니티를 공략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면서 “직접 배급을 하게 되면 미국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무로, 미국시장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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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 독사가 탑승했다는 기괴한 설정의 영화 <스네이크스 온 어 플레인>이 이번 주 북미 박스오피스의 1위를 차지했다. 영화의 개봉 성적은 1525만 달러로 2위인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의 주말 성적 1410만 달러와는 근소한 차이다. <스네이크스…>는 목요일 저녁 하루 일찍 개봉했으며, 뉴 라인 시네마가 잠정집계한 개봉수익(1525만달러)은 목요일 수입인 140만 달러와 주말수입인 1385만 달러를 합한 것. <탈라데가 나이트…>의 3주차 주말수입은 1410만 달러로, <스네이크스…>가 주말 3일 동안 벌어들인 수입인 1385만 달러보다 앞서는 것이지만 이 같은 계산법 때문에 1위가 아닌 2위가 되었다. 이에 대해 뉴 라인 시네마는 개봉수입일 경우에는 스튜디오에서 임의적으로 합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뮤얼 L. 잭슨이 출연하는 <스네이크스…>는 1년 전부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스네이크스 온 어 플레인> 초라한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