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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는 애니미즘과 애니메이션은 같은 어원을 지니는 걸까? 자동차를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카>에선 아예 차가 인간이며, 사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파리도 자동차이다.) 잘 나가가던 선수가 우연히 시골 마을에 떨어져 인생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는 어떤 문화권에나 있을 법한 보편적 서사이지만, 모든 비유는 지독히도 미국적이다. 문명의 이기이자 스피드가 생명이며, 그자체가 환경파괴적인 자동차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느림의 철학과 대자연의 운치를 논한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다.
이러한 역설이 가능한 건 바로 '미국적 특수성' 때문이다. 땅은 넓고 대중교통 수단은 거의 없는 미국인들에게 자동차! 를 자신의 분신이나 애인, 혹은 신체의 연장이자 나아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격체'로 사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상일테지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겐 기발하고 생경하다. (꼬마자동차 붕붕은 어린이 놀이용 자동차였지, 진짜 차가 아니다.) 또한 '66번 고속도로
<카>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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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감독의 데뷔작 <특별시 사람들>이 6월13일 촬영을 시작했다. 서울 특별시 강남구 타워팰리스 옆 판자촌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족의 얘기를 다룬다. 54회차의 촬영 중 90% 이상이 타워팰리스가 올려다 보이는 판자촌의 오픈세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 속 가족 구성원은 일남(조한선), 이남(서민우), 삼남(강산), 초롱(유민)과 이들 4남매를 이끄는 아버지(김갑수). 장남 일남은 사고치는 것이 일상인 말썽쟁이로, 고집불통에 원칙주의자인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 일쑤다. 반면 차남 이남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고, 막내 삼남은 노래를 부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재롱둥이. 유일한 여자형제인 초롱은 청각장애자지만 다정하기 그지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룰 <특별시 사람들>은 현재 10회차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이며 9월 초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특별시 사람들> 크랭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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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국제다큐페스티벌(EIDF)엔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빽빽하다. 형건 이아이디에프 사무국장, 정윤환 프로듀서, 이향구 프로그래머가 4편을 고르고 골랐다
■ 반 누엔의 여정(두키 도로르 감독·14일 오후 1시40분 방송·10일 저녁 8시 서울 이비에스 스페이스 상영) = 반 누엔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베트남인이다. 외부인 취급당하는 그의 마음속엔 분노의 응어리가 쌓여간다. 1975년 전쟁을 피해 이스라엘에 온 아버지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려 한다. 작품은 고향을 찾아 떠나지만 목적지를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방랑기다. 여정 중간 옛 전쟁 장면 등을 넣어 과거의 고통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지 에둘러 말한다. 개막작.
■ 지일(아르놋 하우번 감독·16일 오후 12시25분) = 벨기에 북부 마을 겔은 희한하다. 인구 3만5400명 가운데 550명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 피붙이도 아닌 정신병 환자들을 주민들이 가정에서 돌보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누가 어떤 병을 앓는
국제다큐페스티벌의 놓치기 아까운 작품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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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혜진(오른쪽)과 박진희(왼쪽)가 한 드라마에서 코믹 연기 대결을 펼친다. 기이한 심령현상인 ‘빙의’를 소재로 한 에스비에스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극본 최순식, 연출 한정환, 수·목 밤 9시55분)에서 각각 40대의 억척스러운 주부 순애와 20대의 발랄하고 섹시한 스튜어디스 초은으로 등장한다. 〈돌아와요 순애씨〉는 순애와 초은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숨겨진 코믹스러움을 유감없이 드러낸 심혜진과 〈그대를 알고부터〉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진희가 출연해 닮은 듯 다른 서로를 보며 연기하게 된다.
30대 중년 배우 심혜진은 졸지에 20대 스튜어디스처럼 연기한다. “초은이는 40대 아줌마가 된 게 못마땅하지만 순애는 20대 꽃다운 나이로 돌아간 이 상황을 즐깁니다.” 몸과 마음이 안 맞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여주어야 하는 연기가 그에게는 친숙하고 즐거운 듯하다.
심혜진 VS 박진희, SBS 새 드라마에서 코믹연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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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8일 외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이 경신됐음을 긴급 타전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2004년 소더비 경매에서 세운 1억416만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은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매매가는 물경 1억3500만달러(약 1297억원)였다. 화장품 재벌인 에스테 로더가의 둘째아들 로널드 로더가 이 작품을 사기로 결정한 데 걸린 시간은 단 30초. 27억달러를 보유한 미국 내 83위의 부자라 해도 그림 한점에 쓴 액수치고는 통 큰 돈 놀음이었다. 이 작품은 7월13일부터 뉴욕 맨해튼 노이에 갤러리에서 클림트의 대표작 4점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신문에 실린 문제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본 사람들은 “아, 이 그림!”이라고 아는 척했다. 황금색 바탕에 장식적인 문양으로 수를 놓은 듯한 작품은 많은 이가 한번쯤 세계미술사 책에서 봤거나 프린트물로 방을 장식하고 싶었던 <키스&g
‘벌거벗은 진실’을 찾아나섰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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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응원해 온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다섯번째 행사를 마쳤다. 6월29일 개막한 올해 영화제는 6일 동안 1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평균 좌석점유율 90%를 상회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성황을 이루었다. 이현승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박진표 등 영화감독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과 황정민, 전도연, 공효진, 조인성 등 배우들로 구성된 명예심사위원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7월4일 폐막식에서는 장르별 수상작도 발표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대상 수상작이 없는 가운데 비정성시(사회드라마) 부문에서는 정충환 감독의 <불법주차>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드라마) 부문에서는 신동석 감독의 <가희와 BH>가, 희극지왕(코미디) 부문에서는 이상근 감독의 <베이베를 원하세요?>가, 절대악몽(공포판타지) 부문에선 정유미 감독의 <나의 작은 인형 상자>가, 4만번의 구타(액션) 부
제5회 미쟝센영화제 수상작 발표 및 폐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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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이태원에 있는 트랜스젠더 클럽에 간 적이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접대부 역할을 하는 술집이었다. 방송국에서 트랜스젠더 취재를 한 적 있는 PD가 당시로는 이색적인 장소로 안내한다고 기자 몇명을 데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트랜스젠더라는 말조차도 낯선 시기였다. 기자들은 모두 그 장소가 처음이었고, 트랜스젠더를 실제로 접촉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체험 삶의 현장’에 출연하는 기분으로 갔던 것 같다. 나는 그 장소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할 것으로 상상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그 자리는 ‘장소의 논리’에 매우 재빨리 적응해서 전혀 어색한 기운이 없었다. 우리는 여느 가라오케와 다름없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잘도 놀았다. 그 낯선 환경과 그렇게 빨리 하나가 된 놀라운 적응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나의 경우는 이랬다. 트랜스젠더는 내 삶의 경계 바깥에 있는 존재, 삶의 현장에서 결코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트랜스젠더 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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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다들 한번 웃어보자고 만든 건지, 아니면 범우주적 메시지를 진지하게 전하고자 만든 건지가 도무지 파악되지 않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설정들을 도처에 깔아두는 고도의 기법을 통하여 자신의 장르적 정체를 무려 28년 동안 감춰왔던 영화 <슈퍼맨>. 멀쩡하게 생긴 근육맨이 퍼렁 스판 위에 뻘겅 빤쓰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당 영화의 장르는, 그렇다, SF와 코미디의 경계선 어디선가 방황을 일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향인 크립톤 행성에서 근 20년 만에 귀환한 <슈퍼맨>은, 실로 늠름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선, <슈퍼맨> 시리즈라면 한번 등장해주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여객기 육탄구조’ 장면에서 그 첫 번째 베일은 벗겨진다. 평소의 광속비행 실력이라면 충분히 1초 내에 구출할 수도 있었던 추락 여객기를, 날개 한짝씩 잘라가며 대단히 아슬아슬한 필로, 그것도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는 장소를 굳이 택하여 구해내는 슈퍼
투덜군, 결국 밝혀진 <수퍼맨 리턴즈>의 장르적 정체에 지루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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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3개월 전, <씨네21>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지진아에 꼴통이었다. 나는 영화에 무지하고 글도 못 쓰고 눈치는 없고 사람 말귀는 못 알아들었다. 이중 제일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지 않았다. 언제나 네 가지가 상호작용해서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일단 영화에 무지하니 영화기자로서 취향도 없고 쓸 수 있는 기사는 한정됐다. 그나마 내가 쓸 만한 아이템일 거라고 생각해서 선배들이 던져준 것도 나는 잘 쓰지 못했다. 눈치가 없어서 선배들이 쓴 기사를 보고 대충 흉내낼 요령조차 발휘하지 못한 까닭이다. 절망한 선배들이 ‘가장 쉬운 일’일 거라고 생각해서 내게 인터뷰 정리를 맡기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나는 선배를 따라 나갔다가 이상한 내용을 받아 적어오곤 했다. 입사시험을 치를 때 나는 S모 배우에 관한 배우론을 8절 시험지 한장 앞뒤에 다 채우고나서도 “종이 한장만 더 주세요” 하며 남들이 한면을 정성껏 채울 때 세면을 가득 채우는 경악할 만한 글쓰기 스피드를 보였지만
[오픈칼럼] 개구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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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전기영화 <I’m not There>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밥 딜런의 드라마틱한 생애가 아직까지 영화로 안 만들어진 게 이상할 정도다. 아니, 어쩌면 그게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저항적인 가사의 포크송으로 60년대 젊은이의 영웅이 되었지만 65년의 뉴포크 페스티벌에 전자기타를 들고 나와 비난을 받았고,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나간 전설적인 뮤지션. 명성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 혁명가에게 굳이 전기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만들어낸 노래가,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토드 헤인즈가 만든 <I’m not There>를 보고는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아무 관계도 없는 <Hearts of Fire>를 떠올리고 있었다. 밥 딜런이 출연을 하니까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적인 스토리는 아니다. 가수 지망생인 시골의 여자아이 몰리가 은거하고
[B딱하게 보기] 밥 딜런이 출연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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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영국을 여행할 때였다.
에든버러의 ‘호그마니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12월31일 자정, 차가 완전히 통제된 드넓은 프린세스 거리는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알리는 소리에 사람들은 환성을 터뜨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은 꼬리잡기하듯 긴 줄을 만들어 반대편 사람과 포옹하며 새해를 축하했다. 내 앞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이 뒤에는 타이인이 있었다. 낯선 백인 남자가 “Are you chinese?” 하며 나를 부둥켜안는 것도, 엄청나게 긴 화장실 줄도 다 용서가 되었다. 인종과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대형 축제의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내로라할 축제가 없었던 한국에서 온 내게 그 축제는 충격과 자극, 부러움을 동시에 주었다.
그리고 2002년과 2006년. 우리에게도 축제가 생겼다. 사실 난 단 한번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응원 나간 적이 없었다. 월드컵 열기에 부화뇌동해 반짝 축구 마니아가 되기도 싫고
[이창] 좀비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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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서 의아했던 대목이 있다. 에니스는 왜 가난한 걸까, 라는 의문. 60년대부터 20년에 걸친 이야기 내내 에니스는 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었다. 위자료와 양육비를 마련하느라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혼 전에 잘살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잭이 로데오에 집착하는 이유도 금방 짐작하기 힘든 것이었다. 카우보이의 삶에서 로데오가 어떤 의미인지를 체감하지 못한 탓이다. 존 알퍼트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카우보이>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유용한 작품이다. 7월10일부터 열리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의 존 알퍼트 회고전에서 소개될 이 영화는 사우스 다코타주 포큐파인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베른이라는 카우보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감독 존 알퍼트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23년간 간헐적으로 베른의 목장을 찾아갔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배경인 와이오밍이 아니라 사우스 다코타이긴 하지만 <라스트 카우보이>가 그
[편집장이 독자에게] 다큐멘터리가 그리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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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를 장악한 해적떼가 오랫만에 돌아온 수퍼맨을 가볍게 제압했다. 7월5일 5시13분 현재 주요 영화예매사이트의 주말 예매율 현황에 따르면, 7월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수퍼맨 리턴즈>를 가볍게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6월28일 개봉한 <수퍼맨 리턴즈>는 첫주 예매율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1주만에 <캐리비안의 해적…>에 맥없이 밀려났다. <수퍼맨 리턴즈>의 예매율은 10%로, 주요 영화예매사이트들서 70%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한편,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날 개봉하는 <아파트> <파이스토리>는 <수퍼맨 리턴즈>와 비슷한 예매율로 3,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맥스
무비
1/<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74.76%
[주말극장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예매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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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장애인영화제가 장애우들의 편안한 영화 관람을 도와줄 친구를 찾는다. 이번 영화제에서 일할 자원활동가들은 사전행사지원팀, 자막(화면해설)기술팀, 상영관운영팀, 행사지원팀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선발되며,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집 기간은 7월8일부터 8월10일까지다.
9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실제로 보고 싶어 했던 한국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휠체어 공간을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www.pdff.net(장애인영화제 홈페이지) 참조
제7회 장애인영화제, 자원활동가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