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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 제1호의 지면에서였다. 미국 국기를 기초로 한 청색과 적색 위주의 심플하면서도 돋보이는 복장, 말 그대로 ‘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힘, 그리고 출애굽기의 모세에 비견되는 극적인 탄생 이야기의 주인공인 슈퍼맨은 미국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최초의 슈퍼맨이 날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슈퍼맨의 가장 대표적인 초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장거리 도약이 전부였고 비행 능력은 1940년대 들어서야 도입되었다. 슈퍼맨의 높은 인기는 탄생 2년 만인 1940년 라디오 드라마를 시작으로 대중매체 전반으로 이식되기 시작했다. 라디오 드라마 <슈퍼맨>은 진실과 정의, 미국적 가치를 찾는 슈퍼맨의 모험담을 원작에 충실하게 그려 청취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보라! 저 하늘을! 그것은 새다! 비행기다! 슈퍼맨이다!’라는 유명한 카피가 바로 이 드라마에서 시작된 것. KKK단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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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Flying
과학적으로, 미학적으로 표현한 고유한 슈퍼맨의 능력
도구나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능력은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슈퍼맨의 고유한 자질이다. 와이어나 기계장치를 CG로 지울 수 없었던 과거 <슈퍼맨> 영화들은 조명이나 카메라 위치를 꼼꼼히 조작해 속임수를 가리는 묘기를 부린 다음, 관객의 우호적 상상력에 세부를 맡겨야 했다. 그러나 현재 할리우드가 가동할 수 있는 첨단 테크놀로지와 감독의 판타지를 마음껏 결합한 <수퍼맨 리턴즈>의 비행 시퀀스들은 액션과 로맨스의 정점을 차지한다.
슈퍼맨이 ‘거의’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과 다른 점은 얼굴과 머리카락이 가면에 가려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시 기류에 반응해야 하고, 지속시간과 방향성이 완벽하게 자유롭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고속으로 날아가는 슈퍼맨의 피부 떨림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를 투명한 공에 넣고 ‘루미스피어릭 스캔’ 기법으로 얼굴과 몸에 광선을 반사시켜 모공까지 컴퓨터에 재현했다. <폴라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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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플래닛> 기자 로이스 레인은 “왜 우리는 슈퍼맨이 더이상 필요없는가?”라는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적어도 할리우드는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2001년 이래 최악의 시황(전미 박스오피스 36억달러)을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경험한 할리우드는,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철의 사나이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마천루보다 높은 기대를 걸어왔다. 평단과 관객은 <엑스맨> 시리즈를 명품으로 만든 브라이언 싱어가 ‘완전무결해서 진부한’ 미국적 영웅 슈퍼맨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우려했고, 오리지널 <슈퍼맨>의 열렬한 팬들은 혹시 그들의 우상이 변질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6월28일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수퍼맨 리턴즈>는 21세기 대중영화의 고전으로 꼽힐 만한 풍모를 드러냈다. 총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인용이나 자조를 일삼으며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흉내를 내거나, 실존적 고민에 빠진 배트맨과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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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애>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과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평택미군기지 확장 및 한미FTA 협상 저지 싸움을 돕고 나섰다. 두 감독은 7월3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인 285리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한미FTA 협상을 비판할 예정이다. 7월5일부터 9일까지 닷새동안 진행될 285리 평화행진‘평화야, 걷자’는 평택미군기지가 건설될 예정인 땅 285만평을 되찾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행사의 첫걸음이 될 기자회견에는 두 감독 외에도 민주노총 허용구 부위원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삼각산 재미난 학교 어린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변영주, 권칠인 감독,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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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을 앞두고 항의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불교계도 한미 FTA 협상을 전제로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축소한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진관(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무원(대한불교천태종 사회부장) 등 불교계 주요 인사들은 6월30일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스님 1080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중지하고 스크린쿼터 146일로 원상회복 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미국의 문화 지배는 곧 바로 정신적 종속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경제침략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방어의 빗장을 푸는 행위이며, 국가가 나서서 그들의 음모에 적극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불교계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는 1080명의 스님들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인들과 사회단체들의 한미 FTA 및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6월30일 정지영 스크린쿼터 사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움직임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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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상추쌈 말고 그냥 소금장에 찍어 먹어.” “젓가락 말고 집게로 집어먹는 걸로 가자.” ‘운동부 회식 금지’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은 인천의 한 고깃집. 홀에 나란히 방석 깔고 앉아 배우들과 무전기로 타전하는 이해영, 이해준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보니, 무슨 요리 프로그램 촬영장에 와 있는 것 같다. “몰라요∼”로 유명한 개그맨 문세윤을 비롯해 씨름부원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육중한 몸매를 보면, 테이블 위에 쌓인 20인분의 삼겹살은 거뜬할 듯 보였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맨들맨들한 추리닝 차림의 배우들은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다들 입 안의 음식물을 뱉어내느라 바쁘다. 삼겹살과의 전쟁을 마치고 나오는 배우들이 안쓰러웠는지 김무령 PD가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하자, 문세윤이 배를 두드리며 “아까 저녁 때 괜히 갈비탕 먹었네” 한다. 지나치게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두 감독 왈, “배우들이 우리보고 그러더라. 쪼잔하다고”. 하지만 두 감독의 소심한 성격
씨름판에서 댄스를! <천하장사 마돈나>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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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역 맞은편, 굽이치는 동강 언덕에 지금은 쓰지 않는 KBS 원주방송국 영월중계소가 있다. 폐방송국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까. 최석환 작가는 지난해 <왕의 남자> 촬영 들어가기 전 우연히 들르게 된 이곳에서, 영락한 왕년의 록스타가 라디오 방송을 하러 내려온다는 <라디오 스타>의 이야기와 마주쳤다. 시놉시스에 박중훈이 응하고, 박중훈이 안성기 팔을 잡아끌면서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캐스팅이 완료되었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음식점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걷다보니 <라디오 스타>를 찍고 있는 촬영장, 이름만 바꾼 MBS 영월방송국이 나온다. 미술부나 제작부원이 아닐까 싶은 허름한 입성의 이준익 감독이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증권회사 광고의 드레스 셔츠 차림만 봤다면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더위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어.”
엄살과 달리 감독은 시원시원하게 ‘컷’을 외쳤고 라디오 DJ 역을 맡은 박중훈(최곤)은 거의 한두번에 OK를
초라하나 흥겨운 주파수를 타고, <라디오 스타>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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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면 다른 세상에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액션물 <강적>에서 강력반장으로 출연한 최명수는 시를 읊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서운 눈매와 건장한 체격 속에 인간적인 냄새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강적>에서 박 반장이 자신의 동료 하성우(박중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절친한 동료 성우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더라도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의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다. 누구에게나 끝까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한명 정도는 있다. 이러다 자기도 다칠 것 같아 미치겠는데, 그래도 쟤만은 끝까지 외면 못하겠다는 그런 사람.”
<극장전> <살결> <음란서생>과 미개봉작 <사과>까지 다섯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한 그에게 <강적>은 출연 분량이 가장 많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가 이 작품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픈 까닭은 감독과의 교류가 유독 깊었기 때문
끈끈한 인간애로 빛나는, <강적>의 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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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브라이트는 영화 속에서 거의 한번도 소년다운 밝은(bright)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그는 두편의 영화(<울트라 바이올렛>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돌연변이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미스터리한 아이였고, 다른 두편의 영화(<갓센드> <탄생>)에서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음울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러닝 스케어드>에서 그는 양아버지를 사살하고 쫓기는 소년을 연기한다. 다코타 패닝이 특유의 명석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면, 브라이트는 어른의 속내를 감춘 듯한 연기로 어른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 또 하나의 돌연변이 신인류가 할리우드에 등장한 것이다.
“<탄생>에서의 브라이트는 굉장했다.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을 만큼 귀신들린 연기였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공연한 휴 잭맨의 찬사처럼, 브라이트가 사람들의 시선을 본격적으로 낚아챈 것은 조너선 글레이저의
<러닝 스케어드> <엑스맨: 최후의 전쟁> 카메론 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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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은 특이한 케이스다. 대중에게 한번 낙인 찍히면 좀처럼 일어서기 쉽지 않은데, 현영은 비호감 연예인이라는 딱지를 결국 떼냈다. 대단한 건 자신의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때 공격 대상이었던 웽웽거리는 하이톤의 비음은 언제부턴가 묘한 개성으로 바뀌었고, 대중은 점점 엔터테이너 현영에게 중독되어갔다. 평소 현영의 <누나의 꿈> 후렴구를 몇 차례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떠밀려 나간 인터뷰. 6월2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에서 류승범, 임창정과 함께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것이 만남의 계기였다. 안티 팬들의 악플 공세를 뚫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는 신데렐라처럼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남모르게 발버둥쳤을까.(독특한 말투를 살리려고 경어체를 썼으나 하이톤 비음까지 재연할 순 없었다. 기이한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문답을 따르시길.)
-인터뷰 약속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치와 씨팍> 무대인
<조폭마누라3> <아치와 씨팍>의 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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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피와 뼈> <메종 드 히미코> 등 그동안 일본영화를 꾸준히 소개해왔던 영화사 스폰지가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을 연다. 7월1일(토)부터 12일(수)까지 스폰지하우스 종로에서 진행될 이번 행사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았던 일본영화 10편을 골라 상영한다. 상영작들은 청춘의 방황과 사랑, 꿈에 대한 영화를 묶은 ‘청춘의 문’, 소설과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모음인 ‘문자의 변주’, 일본 특유의 웃음이 묻어나는 ‘웃음의 미학’ 등 크게 세개의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청춘의 문’ 섹션에는 <메종 드 히미코>의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스크랩 헤븐>, 탁구 히어로를 꿈꾸는 청년의 이야기 <핑퐁>, 첫사랑의 아픈 상처를 아름답게 그린 <좋아해> 등이 포함돼 있고, ‘문자의 변주’ 부문에선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인 오가와 요코의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박사가 사랑한
일본영화의 숨은 매력을 만난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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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무비 특별전 Presented by 김지운’이 6월30일(금)부터 7월7일(금)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찰스 로튼의 기괴한 필름누아르와 새뮤얼 풀러의 타블로이드판 범죄영화의 세계를 먼저 주목할 만하다. <사냥꾼의 밤>(1955)은 유명 배우 출신의 찰스 로튼이 55살에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영화이며, 당대의 철저한 실패 끝에 신화로서 남게 된 불우의 고전이다. 돈을 차지하기 위해 어린 남매를 쫓아다니는 로버트 미첨의 악인 연기가 일품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와 정교한 미장센이 어우러져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로버트 미첨의 연기와 그의 양 손가락에 새겨진 사랑(LOVE)과 증오(HATE)라는 글자는 후대 감독들의 영화에도 종종 영감을 미쳤다. 한편, <네이키드 키스>는 젊은 시절 타블로이드 신문의 저널리스트에서 출발해 영화의 원시주의자로 나아간 새뮤얼 풀러의 폭력과 도덕의 이중주를 대표하는 영화다.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시골마을로 흘
B영화의 역량과 도발 엿보기, B무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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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 리얼리즘 화가 일리야 레핀의 작품으로 유배를 갔던 남자가 갑자기 집안에 나타나자 당황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내는 놀라 일어서고 아이들은 초라한 몰골의 사내를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여인은 남편이 유배를 떠난 뒤에 새 삶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등장에 기뻐하기보다 난감해하는 것이리라. <수퍼맨 리턴즈>의 설정은 어쩌면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5년 전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던 슈퍼맨이 클라크 켄트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 로이스는 그를 반기지 않는다. 로이스의 옆엔 남편과 아들이 있고 로이스는 “왜 우리는 더이상 슈퍼맨이 필요없는가”라는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을 예정이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처럼 슈퍼맨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되어 돌아온다. <수퍼맨 리턴즈>가 주목하는 것이 ‘슈퍼맨의 비애’일 것이란 예고이다.
[편집장이 독자에게] 슈퍼맨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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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시각에 아파트의 불이 꺼지고, 누군가가 죽는다는 원작의 설정은 훌륭하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성이 <아파트>의 긴장을 유지하는 주요한 장치다. 하지만 원한을 가진 귀신의 등장과 태도는 종잡을 수가 없다. 좋은 설정이 진부하게 풀리면서, 별다른 감흥도 공포도 주지 못한다. 대체 귀신들은 왜 그리 목과 몸을 비틀어 꺾고 괴상한 소리를 내야만 하는 것일까....-김봉석/영화평론가
<아파트> 전문가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