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참에겐 스크립트와 편집부터 가르친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시나리오를 일찍 달라고 조른다. 그래서 그는 촬영 2∼3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은 경우도 흔하고, 영화사들도 이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시나리오를 보내준다. 그 시간은 액션 구상과 널리 알려진 대로 배우 트레이닝을 위해 고스란히 쓰인다. <비열한 거리>에 출연한 조인성은 정우성을 필두로 주위 선배들에게 신 감독의 연습방식에 대해 수소문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차피 그 사람 말로는 안 통하니까 그냥 죽었다 셈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했다. 11살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배우들의 저승사자’ 신재명에게 ‘충무로 액션맨’이 되는 법과 배우 트레이닝에 관해 들었다.
-베스트 액션스쿨에는 어떤 사람을 뽑나? 그리고 어떻게 훈련하는지도 궁금하다.
=경험삼아 해보겠다는 사람은 운동신경이 아무리 좋아도 뽑지 않는다. 실력없고 운동경험이 없어도 여기에 평생을 걸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그 친구는 무조건 뽑는다. 물
<비열한 거리> <친구>의 무술감독 신재명 [2]
-
단아한 인상의 중견 여배우 양금석이 조선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양금석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의 고향: 쌍둥이 자매 비사(秘死)>에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로 출연하게 된다. 김지환 감독의 데뷔작 <전설의 고향…>은 한 남자(재희)를 함께 사랑하게 된 쌍둥이 자매(박신혜 1인2역)의 비극을 다루는 호러물. 양금석은 두 딸로부터 측은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어머니로 등장한다. 현재 70% 가량의 촬영을 마친 <전설의 고향-쌍둥이자매비사(秘死)>는 8월경에 개봉될 예정이다.
양금석, <전설의 고향>에 출연
-
HD액션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브랜드’가 탄생한다. 나비픽처스와 서울액션스쿨, CJ엔터테인먼트가 의기투합해 만드는 이 브랜드는 저예산 액션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 7월 말 공식출범과 함께 이름을 확정할 이 브랜드는 <무사> <중천> 등 액션영화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나비픽처스와 국내 최대의 스턴트업체 서울액션스쿨이 저마다의 장점을 발휘하고,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와 해외판매선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브랜드는 올해 5편의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며, 나비픽처스의 김성수 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의 정두홍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할 계획이다. 김성수 감독은 “이들 프로젝트에는 두 회사의 기존 노하우가 최대한 결합돼 저비용 고효율의 액션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각각 10억원 남짓한 저예산이 투입되지만,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자
저예산 액션영화 전문 브랜드가 생긴다
-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의 무술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조폭, 형사, 군인을 다루는 강력한 남성적 드라마에 한국형 리얼 액션을 표방하는 막싸움의 몸짓이 맞물린 결과였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태풍> <비열한 거리>에 이르는 신재명 무술감독의 노정은 그런 한국 액션영화 약진을 누군가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처럼 선명하게 보여준다. 곽경택 감독과 유하 감독의 액션 코디네이터이자 정우성, 권상우, 이정재, 조인성 같은 꽃미남 배우들에게 격투의 아드레날린을 불어넣은 액션 트레이너 신재명을 만나기 위해 미사리 조정경기장 근처에 자리잡은 베스트팀 체육관을 찾아갔다. 17년간 리얼 액션에 몸을 내던진 신재명 무술감독이 말하는 리얼 액션 스토리를 소개한다.
“구르지마. 옛날 식이잖아!” 불호령이 떨어진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연습 때마다 “연기하지마, 오버하지마!”라고 무술연기자와 배우들을 다그친다. 미사리
<비열한 거리> <친구>의 무술감독 신재명 [1]
-
-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가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영화 <식객>에 캐스팅됐다. <파랑주의보>를 연출한 전윤수 감독의 차기작 <식객>은 요리 경연 대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요축으로 삼는 본격 요리 영화. <태풍태양>에서 자유로운 영혼 모기를 연기했던 김강우는 재능은 물론 인간미까지 갖춘 최고의 요리사 성찬 역을 맡는다. 한편, 비정한 테러리스트(<쓰리, 몬스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임원희는 성찬의 라이벌 봉주로, <연애시대>에서 귀여운 여동생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이하나가 요리 경연 대회를 취재하는 VJ 진수로 낙점됐다. <식객>은 8월에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 영화 <식객>에 캐스팅
-
“시작할 때는 33살, 지금은 41살”
<아치와 씨팍>을 만든 이들은 조범진 감독과 동료들로 구성된 ‘J팀’이라는 집단이다. CD롬 타이틀을 만들던 친구들은 <업 앤 다운 스토리>라는 단편영화로 애니메이션계에 ‘꽤 재미나는 친구들’이 하나 나타났음을 알렸고, 그 덕에(혹은 그 탓에) 뜻모를 자신감을 충전시켜 장편애니메이션에 뛰어들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꿈을 향해 달리라 고하는 다디단 선악과를 딴 순간이었다. 물론 돌아갈 길도 없이 8년이 흘렀다. 그동안 조범진 감독은 <씨네21>과 이미 두번의 인터뷰를 했고, 두번 모두 “곧 개봉한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그해 11월이면 개봉한다고 장담했었다.
=(웃음) 거짓말쟁이가 된 거지 뭐. 합성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제작 지연에는 자금문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물론 중간중간 자금문제 등의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만드는 사람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3]
-
코드1-마니아
막무가내의 펑크 애티튜드
양아치와 18. 누구나 더러워하는 똥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지저분한 사회에서, 누구나 원하는 것은 일종의 마약인 하드. 주인공은 정의나 평화 같은 거창한 대의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의리나 복수 같은 개인적인 비장함이 그들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아치와 씨팍>은 누구나 공감할 캐릭터와 설정 대신에, 소수 취향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요소들로 승부를 걸었다. 지저분하고 무지막지하면서도, 외관상으로는 아주 귀엽고 순수해 보이는 인물들의 부조화 같은. 영웅도 없고, 묵직한 감동이나 비련의 사랑이나 처절한 운명도 존재하지 않는, 이런 야비하고 당돌한 애니메이션은 대체 누구를 보라고 만든 것일까?
<아치와 씨팍>이 처음 기획된 것은, 엽기 코드가 한창 대세였던 1998년이었다. 제작기간이 2, 3년 정도로 끝났다면 <아치와 씨팍>은 주목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 엽기발랄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을 것이다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2]
-
18금(禁) 엽기 하이브리드 포스트모던 장편 활극 애니메이션, 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치와 씨팍>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정의하는 것은 도대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치와 씨팍>을 숫자로 정의 내려보자. 기획부터 개봉까지 걸린 시간 8년. 셀 매수 10만장 이상. 컷 수 2100. 제작에 참여한 스탭 수 150여명(고정 스탭 40명). 총제작비 35억원. 이 모든 숫자들은 <아치와 씨팍>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강도의 노동력과 어떤 강도의 고난을 겪어야만 했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준다. 엄청난 셀 매수와 컷 수. 그러나 고정된 스탭의 수. 적은 제작비와 기나긴 세월을 집어삼킨 제작기간까지. <아치와 씨팍>은 제작진마저도 가끔은 완성을 장담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이다. 마침내 8년의 제작기간을 마무리하고 완성된 <아치와 씨팍>의 전모를 살펴본다.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아치와 씨팍>는 주요 배경 지식을 관객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1]
-
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감독 김영남, 제작 이모션픽쳐스)이 8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5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지난 5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로카르노 관계자가 즉각 초청 의사를 내비쳤다고 제작사쪽은 밝혔다. 한국영화가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정희, 근우, 인호라는 세 젊은 주인공들의 일상을 세개의 에피소드로 묶어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다. 무용과 학생 정희가 가족과의 관계에 애를 먹는다는 내용의 1부, 전화국 직원 근우가 우연히 도청하게 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2부, 박사과정을 밟던 중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간 인호가 휴가를 나와 아내와 불화를 맞는다는 내용의 3부로 되어 있다.
<내 청춘에게 고함> 로카르노 경쟁 부문에
-
오스트리아영화 <세 가지 사랑, 정사>는 사랑 혹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영화는 20대 소냐, 30대 니콜, 40대 에바의 사랑과 섹스를 화두로 세편의 에피소드를 엮어내지만, 이 화두는 궁극적으로 인생의 진면목을 간파하고 통찰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는 사랑과 섹스가 일상의 일부이고, 그러한 일상이 모이면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에바는 무난한 남편, 사춘기 딸과 함께 중산층의 평범한 생활을 꾸려가고 있고, 니콜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데리고 혼자 살고 있으며,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소냐는 유고 출신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
조용하기만 한 에바의 일상에 파문이 이는 건 우연히 만났던 남자와 재회하면서이다. 두 사람은 호텔에서 비일상적인 성행위에 탐닉하고 카메라로 상대의 몸과 현재의 순간을 기록한다. 일상을 함께 나누지 않는 이들은 말보다 존재의 증거인 사진이 더 편안한 소통수단일지 모른다. 셋 중 제일 복잡한 사연의 주
이음매가 매끄러운 옴니버스영화, <세가지 사랑, 정사>
-
영화제작 및 수입·수출업체 미로비젼은 7월3일 보도자료를 내고 “<엽기적인 그녀>의 저작권이 ‘신씨네에 없다’고 밝힌 게임 제다이의 6월27일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로비젼은 <엽기적인 그녀>의 해외배급대행권한을 제작사인 신씨네로부터 위탁받아 드림웍스와 리메이크 계약을 진행했던 곳으로, 2003년 7월18일 <엽기적인 그녀> 리메이크 판권 계약 당시 원작의 작가 김호식씨로부터 동의서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로비젼은 “리메이크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 절차인 Chain of Title (리메이크 대상 작품의 원작자증명목록) 제출 요청에 의거, 당사는 원작자인 김호식 작가와 원작의 출판사인 <시와 사회>의 백승대 대표, 시나리오 작가 겸 원작의 영화 연출자 곽재용 감독, 해외 배급 대행사인 미로비젼의 채희승 대표, 4자가 공동으로 하는 <Omnibus letter agreement regarding “Sassy
<엽기적인 그녀> 판권 공방 심화
-
안병기 감독의 네 번째 공포영화 <아파트>는 강풀의 원작과는 전혀 다른 변주곡이다.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이하 <미심썰>)이라는 원제를 지닌 강풀의 원작은 다중 시점과 인터넷 스크롤을 적절하게 활용한 인터넷 시대의 산물이었다. 1시간30분짜리 상업영화로 변환하는 것이 태생적으로 까다로운 매체인 것이다. 안병기 감독이 택한 방법은 <미심썰>의 기본적인 설정을 유지한 채 한국형 호러영화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여전히 열쇠는 밤 9시56분이다.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면 다음날 사람이 죽어나간다. 다만 이 괴이한 죽음의 법칙을 알아차린 사람은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커리어우먼 세진(고소영)이다. 그녀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녀 유연(장희진)을 비롯한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하지만 관음증 환자로 추궁당한다. 머리를 풀어헤친 원혼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마침내 세진은 오래전 아파트에서 벌어진 자살사건이 모든 것
강풀의 원작과는 전혀 다른 변주곡, <아파트>
-
<파이스토리>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펙스 디지털과 디지아트가 미국의 원더월드 LLC와 공동 제작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바닷속 물고기들의 모험담이라는 <파이스토리>의 설정은 자연스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연상시킨다. <니모를 찾아서>가 인간에게 잡혀간 니모와 아버지가 다시 만나기까지의 우여곡절이라면, <파이스토리>는 주인공 파이가 부모를 잃고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부모의 마지막 소원대로 캐리비안에 도착한 파이는 미녀 물고기 코딜리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를 점찍은 포악한 상어 트로이의 공격을 받는다. 파이는 전설의 고수 네리사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트로이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파이스토리>는 황새치, 돛새치, 호랑이 상어 등 40여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상력은 부족하다. 한결같이 선악 구도에 충실한 메인 캐릭터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
사랑은 변한다. 고통스러운 진리.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거라고. 그러나 사람없는 사랑도 있나? 사람이 변하면 사랑이 변하고 사랑이 변하면 사람이 변한다. 뜨거운 사랑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라고 위안해야 하나, 한 고비만 넘기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자신을 속여야 하나, 모든 것을 버리고 위태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나. <라스트 키스>는 그처럼 권태로운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거를 하던 두 남녀에게 아기가 생겼다. 임신을 한 여자는 결혼식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반대로 남자는 그런 여자가 부담스럽다. 그는 더이상 심장을 움직이지 않는 여자와의 관계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그녀보다 젊은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결혼을 한 또 한 커플이 있다. 이들 사이에는 어린 아이가 있다. 여자는 삶에 치여 구질구질해지고 남자는 그런 일상에 진저리가 난다. 남자는 가정을 떠나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꿈꾼다. 노년의
권태로운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라스트 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