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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본선진출작을 확정했다. 총 65개국에서 1316편이 출품된 국제경쟁부문의 심사결과, 총 53편의 단편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붙잡았다. 장르별로는 픽션 42편, 애니메이션 7편, 다큐멘터리 1편, 실험영화 2편, 뮤직비디오 1편이 포진됐고 총 36개국의 영화가 선발되어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11월9일부터 14일까지 6일 동안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홈페이지 참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본선 진출작 53편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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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일 개막하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하는 손님 명단이 공개됐다. 먼저 <메피스토>, <엠마와 부베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헝가리의 거장 이스트반 자보가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아 부산을 찾는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플랑드르>의 브뤼노 뒤몽 감독도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중화권 영화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유덕화,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는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이 관객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 밖에도 <여름궁전>의 로우 예 감독, 배우 다니엘 우, 곽부성, 양채니 등이 부산을 찾아온다.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을 연출한 닝 하오도 주목할 만한 인사.
신작 <하나>를 선보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악몽탐정>에 출연한 안도마사노부, 처음 생긴 아시아필름마켓에 모습을 드러낼 야오이 유우를 포함한 다수의
부산국제영화제, 해외게스트 명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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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이면 한국영화아카데미 2007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영화를 꿈꾸는 누군가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을 게다. <나의 아름다운 단편>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간 사람들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리즈의 첫편이다. 첫 입학생인 오병철의 <태아의 안식>을 포함한 10편에는 작품별로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음성해설이 붙어 있다. 여러 면에서 미숙했던 시절의 작품이라 그런지 첫 작품을 다시 보는 그들은 대부분 “쑥스럽다, 아쉽다, 창피하다”라고 말하기 바쁘다. 그중 <사랑의 기술>의 류장하가 뱉는 한숨은 거의 자책에 가깝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때가 (당연하게도)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라 말한다. <고철을 위하여>의 음성해설 마지막에 허진호가 스치듯 “지금보다 더 영화를 사랑했던 때”라고 말하는 걸 듣는다면 누구라도 그 시절의 신선한 공기를 그리워할 것 같다. 반면 <태아의 안식>의 그것은 마음아프다. 작고한 오병철을 대신해 친구
[코멘터리] 순수했던 영화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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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11월의 일요일, 600km를 달려온 두 젊은이가 쏜 네발의 총성은 캔자스에 살던 한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다. <냉혈한>은 그 사건의 기록인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영화화한 것이다. 책이 출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됐으니 제목과 반대로 사건의 더운 피가 흐를 때 찍힌 셈이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과 지독한 묘사를 따라가기엔 2시간을 약간 넘는 영화로선 역부족인 게 사실이지만, 사건의 핵심에 놓인 인물들을 각인시키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두 살인자가 사형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마치는 <냉혈한>은 죽은 자와 죽인 자 모두 그냥 사라질 수 없는 존재임을 밝혀내고야 만다. 지상에서 빨리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드러내 보이는 것이란 걸 영화는 잊지 않았다. 변두리를 돌며 로케이션 장소를 찾아야 했던 <카포티>와 달리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에 근접한 곳에서 많은
카포티 원작의 생생한 영화적 재현, <냉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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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시간, 성공하고 싶은 두명의 여자, 동화와 쇼비즈니스 세계 사이를 흐르는 <스위트 룸>은 아톰 에고이얀의 야심찬 시도다. 그러나 <스위트 룸>은 알려진 바와 달리 왕년 인기인의 살인미스터리가 아니다. 거기서 멈췄다면 영화는 제목대로 진실이 자리한(lies) 장소이자 진실을 속인(lies) 스위트 룸이란 공간을 맴돌다 끝났을 게다. <스위트 룸>이 에고이얀의 진짜 세계로 들어서는 건 15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카렌이 15년 전 같은 일을 벌이다 죽은 모린의 집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때 에고이얀이 천착하는 ‘미궁에 빠진 가족 트라우마’가 문을 연다. 장담하건대 <근친>부터 <스위트 룸>에 이르는 에고이얀의 모든 작품은 가족의 상처·고통·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에고이얀 영화의 등장인물은 언제나 가족 트라우마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간 에고이얀의 가족드라마가 항상 모호한 결말 안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
미로에서 벗어난 가족 트라우마, <스위트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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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한국사회 내부의 성별, 계급, 지역 등 권력관계가 반영되게 마련이다. 성희롱은 ‘sexual harassment’의 번역인데, 여성의 시각에서는 오역에 가깝다. ‘harass’는 의도를 갖고 반복적으로 괴롭힌다는 뜻이지만, 장난과 비슷한 ‘희롱’으로 번역되면서 의미가 사소화되었다. 말 자체가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데다, 한국 실정과 안 맞는 경우도 많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대표적이다. 노사관계 선진국과 달리 한국처럼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유연성은 “사용자 맘대로 해고”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이 ‘경직’된 것이 나은데, 경직성은 유연성보다 어감이 나빠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는 노동시장을 “딱딱하게” 하겠다고 공약한 적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당선되자마자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했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다. 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자주국방 대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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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잖아. 왜 하필이면 오늘 미국, 그것도 뉴욕을 떠난다고 했던 것일까. 2006년 9월11일 오전,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욕 JFK공항으로 가는 마음은 한없이 어둡고 무거웠다. 입구에는 완전무장한 장갑차들이 늘어서 있고, 경찰과 군인들이 살벌한 눈을 번득이면서 피부색이 노랗거나 검거나 거무튀튀하거나 잿빛이거나, 하여간 희디희지 않은 사람들을 무조건 발가벗기는 상황일 거야. 불안해, 무서워.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4시간이나 일찍 터미널에 도착한 것도 그러저러한 예측을 감안한 탓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들어간 터미널 안은 조용했다. 탑승수속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수십명의 승객들, 그리고 막 교대를 마쳤는지 정리를 하고 있는 공항요원들이 그저 일상적인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구역 안으로 들어가는데도 불과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피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이는 보안요원만이 있을 뿐 군인이나 경찰, 모욕적인 조사와 수색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픈칼럼] 9월11일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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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하오 마?” 혹은 “곤방와!”
세상 참 냉정하다. 한때는 중국인이었다가 졸지에 일본인이다. 예전에 방콕의 면세점 앞을 지나면 직원이 “니 하오 마?”라고 하더니 요즘엔 “곤방와!” 하며 웃는다. “니 하오 마?”와 “곤방와!” 사이에 나는 수염을 길렀다. 또 입성에 신경 쓰고, 행색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제는 심지어 이태원을 지나도 상인들이 “곤방와!” 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나는 국적을 바꾸지 않아도, 그들이 나의 국적을 바꾸어버린다. 물론 의도한 바가 아닌 것은 아니다. 당연히(?!) “니 하오 마?” 할 때 슬쩍 구겨졌던 나의 얼굴은, “곤방와!” 소리를 듣고선 은근한 미소를 머금었을 것이다. 그것이 내 안의 인종주의다. 박노자 교수는 한국인의 이러한 습성을 “지엔피(GNP) 인종주의”라고 불렀다.
서울의 찬가
어쩌나, 갈수록 서울이 좋아진다. 머지않은 과거, 서울 하늘 아래서 님을 만날 가능성은 없다고 하늘을 우러러 원망했다. 오래지 않은 과거, 서울에서 못 찾
[이창] 우리 안의 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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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때 살아온 얘기만 풀어도 소설로 열권은 넘어.” 미장원에, 목욕탕에 둘러앉은 아주머니들은 훈장을 흘긋 내보이는 퇴역 군인처럼 속삭이곤 했다. 열권이 다 뭔가. 197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입상한 <나목>으로 문단에 입적한 소설가 박완서(75)는, 36년 동안 100편이 넘는 장·단편 소설을 썼다. 10만 고정 독자를 가졌다고 일컬어지는 그녀는 “마흔살까지 보통 여자로 산 체험을 파먹었다”고 겸손히 말했다. 한데 그 ‘보통 여자의 체험’이 화수분이다. 듬성하게 묶어도 예술가 소설(<나목>), 여성주의 소설(<살아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역사소설(<꿈엔들 잊힐리야>), 세태소설(<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자전소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
그 살벌했던 날의 능소화, 소설가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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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 영화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두 배우가 스탭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상대역인 남자와 조금 떨어져 앉아 있던 여자가 밥먹는 내내 상대방 모습을 유심히 보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있더란다. 왜 그럴까 싶어 조감독이 물어봤다. “뭘 그렇게 봐요?” “아, 예, 사랑하는 연습 하는 거예요. 진짜 연인처럼 자꾸 바라보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촬영 기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이런 일이 드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진짜 정분이 났다는 얘기도 더러 들어봤지만 그런다 한들 이상할 게 없다.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와 감정을 모방하는 연기 가운데 당연히 전자가 관객의 마음을 훨씬 잘 움직일 것이다. 실제 부부인 두 노인이 주연을 맡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를 떠올려보라. 거짓이 없는 그들의 표정은 전문 배우가 따라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연기는 촬영장에
[편집장이 독자에게] 안성기와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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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를 하면서 스타일리시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은.
=없어. 다음번에 한번 해보려고. 격정멜로 <매혹>에서. 그동안은 이야기 전달하기도 급급한데 무슨 스타일이야. 기지도 못하는 게 나는 거 아냐. 영화의 아버지가 뭐야, 문학이야. 문학은 이야기야.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그 다음에 스타일이고, 그건 멋을 부리는 거잖아.
-최석환 작가랑 계속 작업하는 이유는.
=호흡이 잘 맞아. 아, 하면 어, 야. 그리고 일단 빨리 써. 난 늦게 쓰면 일 안 해. 성질 급해 죽겠는데. 우린 시놉시스 이틀, 트리트먼트 3일, 시나리오 일주일. 한달이면 딱. 기획부터 시나리오까지 한달?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한장짜리 시놉시스를 먼저 쓴다고. 시퀀스별로 넘버링을 해서. 그리고 이야기의 다이어그램을 만드는데 3장 구조, 7∼8시퀀스로 만들어. 한 시퀀스를 평균 여덟신에서 열신에 다 맞춰. 그걸 도표를 그려놔. 그리고 다이어그램을 만들어. 삼각관계 하나. 파생된 삼각관계 하나.
영화감독 이준익, 그는 누구인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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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잘 봤습니다.
=괜찮았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기자들이 나오자마자, ‘형, 담배. 형, 불’ 그 놀이하다가 자장면집 갔다던데. 자장면집에 누군가 갔더니 앞에 다른 기자들 다 거기 모여 있더래. 누구는 낮술 풀고는 새벽 두세시까지 노래방에서 영화에 나온 노래를 찾아 부르면서 난리를 쳤대. 다 울고….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 저작권 문제는 다 잘 됐나.
=신중현 선생에게 시나리오 보여드렸지. 다 읽어보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야. 신중현의 <미인>을 박민수가 세번 부르지. 그리고 내가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을 죽이게 좋아하거든. <님은 먼 곳에> 할까, <빗속의 여인> 할까, 고민하다가 <빗속의 여인>을 쓴 거야.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는 2천만원 주고 샀지. 오지 오스본의 <Goodbye to Romance>는 이것저것 다 해보니까 1억원이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빼버렸어.
영화감독 이준익, 그는 누구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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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백제의 황산벌 전투를 배경으로 한 <황산벌>에서 전투다운 전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전부이다. 영화 곳곳에 백제와 신라 병사들간의 ‘싸움’이 없는 것이 아니나, 이는 축구 서포터스간의 치열한 ‘응원 놀이’처럼 묘사된다. <황산벌>이 역사와 유희하며 교과서적 역사를 해체하는 발칙한 영화라 하더라도, 그것은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역사가 말하지 않았던 또 다른 진실을 포착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무엇보다 ‘거시기’로 대표되는 언어의 유희를 통해 적절히 드러나는데, 거시기라는 백제군의 사투리(패배자의 언어)는 승리자의 역사 서사(history narrative)의 허구성을 들추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전라도 폄하증’이 어떠한 기제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알레고리였다. 마치 전라도 사람들의 꿍꿍이속은 알다가도 모를 것이라고 여기는 전라도 폄하증마냥 신라군은 끊임없이 거시기에 어떠한 대단한 의미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거
영화감독 이준익, 그는 누구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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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왕의 남자> 감독의 후속작. 당연히 큰 관심이 쏟아질 법한데 <라디오 스타>는 소소한 영화 크기만큼이나 파묻혀 있었다. 모두들 <타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가문의 부활>이 경쟁할 거라고 예상했다. 20년 넘게 주연을 한 안성기 박중훈 두 거목의 출연은 오히려 낡은 느낌을 줬다. 그러나 기자, 배급, 일반시사회에서 <라디오 스타>는 ‘웃으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기묘한 경험’(황진미)을 안겼다. 새삼 이준익이라는 인물의 개성과 크기와 두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은 1천만 관객을 동원한 뒤 바로 작품에 뛰어들었고, 벌써 차기작 두편을 준비하고 있다. 관객 수뿐 아니라 충무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시대가 그를 택한 것일까, 그가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변두리 리그의 대변자 이준익, 그의 됨됨이와 영화 인생을 살피고 감독론을 보탰다.
이
영화감독 이준익, 그는 누구인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