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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사 댈러웨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저녁에 있을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꽃을 사러 가기로 한다. 그녀에겐 파티를 열어 사람들에게 하룻밤의 즐거움을 주는 일이 삶의 큰 낙이다. 꽃을 사러 가는 길에 클라리사는 어린 시절을 부어톤에서 함께 보냈던 소꿉친구와 조우한다. 덕분에 옛 생각에 빠져든 클라리사 앞에 그녀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피터 월시(마이클 키친)가 나타난다. 당시 열여덟살의 클라리사(나타샤 맥엘혼)는 자신이 피터에 대해 가진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그녀는 흥겨운 파티와 안정적 미래를 원하는 철없는 숙녀였던 반면 피터는 모험심 많고 시대비판적인 젊은이였다. 클라리사는 피터의 청혼을 “당신은 나에게 원하는 게 너무 많아”라며 거절했더랬다. 정치가를 꿈꾸는 남자 리처드 댈러웨이를 선택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클라리사에게 물밀듯 찾아든다.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가 1925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굳
원작에 대한 눈높이 해설서, <댈러웨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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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현관문 앞에 키 높이만큼 쌓인 눈을 삽으로 퍼내고, 창문틀을 에워싼 눈더미를 양동이에 담아 싱크대에 버리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이 바로 17살 소년 노이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곳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 눈으로 뒤덮이지 않은 데가 없는 피오르드 해안의 작고 조용한 설국이다. 선천성 색소결핍증인 노이는, 수학시험을 보는 날 선생님에게 연필을 빌려 이름만 달랑 적어내고, 슬롯머신을 조작해서 빼낸 동전으로 매일 맥주를 사서 마시고, 학교를 빼먹는 대신 친구에게 수업을 녹음해오라고 시키는 문제아다. 이렇듯 학교에서는 말썽꾸러기인 노이지만, 그에게는 일반인의 시각 혹은 제도권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신비한 구석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부터 천재라는 진단을 받는 노이, 마루 밑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에 숨어 음악을 듣는 노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2003년 로테르담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노이 알비노이>는 다구르 카리 감독의 첫 장
색다른 시각적 호사를 누릴 기회! <노이 알비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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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초원>은 순서상 가장 먼저 만났어야 했던 이누도 잇신의 영화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잔잔한 성공은 2000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한국 관객 앞에 불러왔다. 그래서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가 연약해 보이지만 단단한 소녀 ‘조제’ 역을 맡았던 이케와키 지즈루의 앳된 얼굴과 만나게 된다. ‘장애’와 ‘동성애’에 대한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통찰을 보여줬던 두편과 마찬가지로 <금발의 초원>은 ‘치매노인’과 소녀의 사랑을 순정만화처럼 펼쳐 보인다. 그것은 감독 스스로 갖고 있는 감수성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오시마 유미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데도 그 이유가 있다. 10대 시절부터 오시마 유미코 팬이었던 감독은 대학 시절 이미 그녀의 작품을 원작으로 <빨간 수박, 노란 수박>을 만들었으며, <메종 드 히미코>가 태어나게 된 배경에도 그녀의 만화 <
슬픔을 미소로 이겨내는 ‘순정’ 영화, <금발의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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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을 내보이며 곧게 뻗은 길과 그 길을 둘러싼 한적한 교외의 풍경이 뒤집어진다. 점차 선율을 더하며 알 수 없는 긴박감을 형성하던 느릿한 음악이 문득 잦아들 때까지 계속되는 3분30초의 회전. 그 나른한 운동의 정체는 타이틀 컷 이후 보여지는 영화의 세 번째 컷, 전복되는 자동차에 있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긴박한 상황, 차 안의 시선과 밖의 시선은 그렇게 다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똑같은 상황에 대한 주관과 객관의 차이를 말하기 위해 마련된 <팔월의 일요일들>의 오프닝은 최면처럼 몽환적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능가할 만큼, 혹은 망각할 만큼 매혹적이라는 것이 이 오프닝의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벌어진 교통사고로 호상(임형국)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그의 아내는 혼수상태로 빠져들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아내가 아꼈던 오래된 책 <팔월의 일요일들>을 병실에 들고 오지만 아
무심하게 바라보다 불현듯 깨닫다, <팔월의 일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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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티븐 킹은 이야기는 플롯을 짜나가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라고 했고, 미켈란젤로는 조각이 없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돌 안에 갇혀 있는 형상을 해방시키는 작업이라고 했다. <라디오 스타>는 그런 의미에서 억지로 짜맞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독, 작가, 배우 안에 갇혀 있는 이야기를 발굴한 것이다. 변두리성을 무대 한복판으로 밀어 올려온 이준익 감독은 물론, 라디오 작가 출신인 최석환 작가, 그들 자신의 한때의 영락의 삶을 연기하는 듯한 박중훈, 안성기의 이야기이다.
골자가 되는 이야기 줄기는 1988년 가수왕 출신으로 이제는 미사리에서 지나간 영광의 추억과 자기 연민을 핥고 있는 최곤(박중훈)이 아직도 그 곁을 떠나지 않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와 함께 지방 방송국 DJ로 간다는 것이다. 주인공들 못지않게 조역들도 변두리적인 인물들이다.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PD를 맡은 강석영(최정윤)은 아이돌 스타를 씹은 뒷담화가 방송사
즐거운 아저씨들의 변두리 로큰롤,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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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전 편집장이자 소설가 조선희씨가 앞으로 3년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을 책임지게 됐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9월 25일 새로운 한국영상자료원장에 조선희씨를 임명했다. 그는 한겨레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거쳐 씨네21 초대 편집장을 역임한 바 있다. 조선희 전 편집장은 씨네21 재직 당시 한국영화 회고록 섹션을 만드는 등 고전 한국영화에 많은 애정을 보였다. 이후 소설가로 활동하기 위해 씨네21를 떠난 후 2002년 첫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을 선보였고, 올해 3월에는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신임 원장은 "소설을 쓰는 것 자체는 재밌는데 혼자서 하는 일이라 외로웠다. 사람들과 함께 조직에서 다시 일해보면 원기를 회복할 것 같아서 응하게 됐다"고 수락의 동기를 밝혔다. 자신을 향한 영화계의 기대에 대해서는 “기자출신이고 영화잡지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생각한 바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는 본래 임무와 중요성에 비하면 대중적인 인지도가 아주 낮은
조선희씨,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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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역시 코미디. <가문의 부활 - 가문의 영광 3>가 박스오피스 절반을 차지하며 첫주 125만2128명(이하 배급사 집계)을 불러모았다. 서울 110개, 전국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가문의 부활>은 서울에서도 31만 7769명을 동원했다. 작년 453개 스크린에서 127만명을 불러모은 형님 <가문의 위기>보다는 약간 못미치는 성적. 참고로 올초 개봉하여 61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코미디영화 역대 1위로 올라선 <투사부일체>는 오프닝에서 402개 스크린으로 무려 166만명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기대작이 대거 몰리는 추석 극장가의 배급상황을 고려하면 <투사부일체>의 기록에 근접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지난주 1위였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85만 2천명을 동원해 개봉 12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 109개, 전국 471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우행시>는 서울 64만2000명, 전
<가문의 부활>, 125만명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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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제주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24일 폐막한 제주영화제는 최우수작품상으로 정태경 감독의 <2분>을 지목했다. <2분>은 새벽 5시 11분에 우유배달부를 사고로 친 남자가 2분 동안 갈등하다가 뺑소니를 결심하는 고뇌의 시간을 담았다. 800만원을 들여 슈퍼 16mm로 촬영한 <2분>은 짧은 시간동안 벌어지는 강렬한 심경 변화를 형상화한 단편이다. 우수작품상은 최현명 감독의 애니메이션 <비오는 날의 산책>에 돌아갔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흑백으로 그려진 <비오는 날의 산책>은 시골 여중생 보영이의 일상을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졸업작품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객상은 지체장애자 삼중이의 일상을 다룬 구상범 감독의 <연시>와 배우 서영화씨가 자살하려는 여자로 열연한 류훈 감독의 <임성옥 자살기>가 공동수상했다.
<2분>, 제주영화제 최우수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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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이 500억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한다. 강우석 감독은 신보창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강우석 영화펀드’의 조성에 나선다. 이번 펀드의 실질적인 운영은 수석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김승범 스튜디오2.0 대표이 중심이 되고, 장윤현 감독을 포함한 영화계 전문인력 5인이 심사위원을 맡아 진행할 계획이다. 펀드 조성을 위한 공식적인 조인식은 오는 9월 27일(수) 오후 3시 서울 조선호텔에서 체결될 전망이다.
500억 규모 ‘강우석 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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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나이트 샤말란이 들려주는 동화
머리 위에 늘 천둥, 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을 달고 다니던 만화 캐릭터를 기억하는지? 그가 바로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주인공 클리블랜드 힙(폴 지아매티)이다. ‘코브’라는 허름한 아파트 관리인인 클리블랜드는 슬픈 과거를 가진 남자다. 아파트 주민들의 전구를 갈아 끼우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벌레를 잡아주며 자신의 과거를 등지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파트 수영장에서 신비로운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동화 속 요정 ‘나프’(narf)인 스토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나프들의 세계 ‘블루 월드’로 돌아가고 싶지만, 발톱에 독을 품은 괴물 ‘스크런트’(Scrunt)에게 쫓겨 아파트에 숨는다. 수영장 잔디밭에 숨어 있던 스크런트의 모습을 본 클리블랜드는 믿기 어렵지만 스토리의 사연을 받아들인다. 나프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 미세스 최와 그녀의 딸 영순을 비롯해 아파트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그는 전설
[현지보고] <레이디 인 더 워터> 뉴욕 시사회 및 감독,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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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와 스코시즈, 다시 뭉쳤다
마티(마틴 스코시즈), 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맷 데이먼), 잭(잭 니콜슨), 비라(베라 파미가)….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디파티드>(미국 10월6일 개봉, 한국 11월 중 개봉)의 감독과 배우들은 서로를 친근하게 부른다. 니콜슨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잭’에 대한 에피소드를 서로 나누며 촬영 중 즐거웠던 일들을 회상했다.
<디파티드>는 자신에게 믿음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
<디파티드>는 2002년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디파티드>가 “리메이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말처럼, 이 작품은 완벽하게 미국 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은 필름누아르를 연상시키며, 스코시즈의 유명한 전작 <좋은 친구들>과 <비열한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스코시즈 감독은 “미국의 영향과 자
[현지보고] <무간도> 할리우드 리메이크 <디파티드> 뉴욕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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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
영화는 산업이 아니고 문화다. 반론의 여지없이 당연한 명제라고?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개봉 첫주 관객의 인정이 한 영화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가혹한 시장 논리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네편으로 늘어나는 사이에 서울시네마테크는 5주년을 맞이했다. 관객의 영화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지방의 예술영화 전용관은 여전히 운영난에 허덕인다. 결론은 간단하다. 영화를 다시 문화의 영역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 서울아트시네마가 이를 위한 좌담을 제안했고, 지난 9월19일, 영화언론, 영화운동, 영화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이에 응했다. 다음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던 참가자들의 토론을 바탕으로, 각각의 발언을 정리한 요약본이다.
“관객을 배려한 정책 고민해야”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최근 멀티플렉스 규제법안과 관련된 논의를 비롯하여 영화문화 다양성에 대한
영화문화 다양성을 위한 영화계 7인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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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영화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이른바 1천만 관객 시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극장가의 한국영화와 미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96%. 유럽이나 중남미의 수많은 나라들은 오랜 영화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 관객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주한 브라질대사관이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개최하는 브라질영화제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뜻깊은 행사다. 올해 한국에 부임해, 부임지의 첫 번째 행사로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주한 브라질대사 셀리나 마리아 아쑴썽 두 발리 페레이라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다. 하지만 그전부터 한국의 경제적인 성공과 신기술 분야의 성취는 다양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해왔다. 그래서인지 서울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역동적인 도시의 풍광과 녹지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즐거울 것이라 확신했다.
-브라질영화제를 개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
[스팟] 주한 브라질대사 셀리나 마리아 아쑴썽 두 발리 페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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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거장, 눈을 감다. 전설적인 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선택한 촬영감독 스벤 닉비스트가 83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빛을 다루는 테크닉과 독특한 카메라 워크로 유명한 닉비스트는 <톱밥과 금속 조각>을 계기로 베리만 감독과 30년 동안 함께 작업해왔으며 <외침과 속삭임>(1973), <화니와 알렉산더>(1982)로 아카데미 최고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베리만 감독과 함께 빛을 배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냈다.” 스벤 닉비스트의 아들 칼 구스타프 닉비스트가 말했다. “그는 ‘빛의 거장’이라고 불렸다. 다른 사람이 그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베리만의 영화친구 스벤 닉비스트, 작별을 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