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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매력적인 범죄자를 중심으로 하여 그와 대립하는 인물을 그 반대편에 위치시킨 뒤, 이들의 관계가 심리적 동질감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실패한 남성의 낭만적 정서를 영화 속에 새겨놓곤 한다. 형사 반장과 은행 갱단 우두머리간의 관계(<히트>)에서 시작해서, 담배 회사의 내부 고발자와 그것을 공론화하려는 방송국 PD(<인사이더>), 살인청부업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택시기사(<콜래트럴>)에 이르기까지, 두 남성간의 팽팽한 심리적 대결과 그 속에서 은밀히 공유되는 동질감은 마이클 만 영화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지만 마이클 만의 신작인 <마이애미 바이스>는 그 주인공이 범죄자가 아닌 정의감에 불타는 두 경찰이라는 것, 그리고 스펙터클의 전시를 위해 서사적 시간을 제약해야 하는 블록버스터임을 감안할 때, 전작들이 주었던 매력적인 인물 관계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일지 모른다.
<마이애미 바이스>의 리코(제이미 폭
마이클 만의 연출력을 확인시켜주는 작품, <마이애미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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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무모한, 전함 야마토와 같은 대도시. <일본침몰>의 원작자인 고마쓰 사쿄는 1973년의 도쿄를 전함 야마토라고 묘사했다. 고마쓰 사쿄가 2006년에 <일본침몰>을 썼더라도 똑같은 표현을 썼을 것이다. 긴자에 자리한 도호영화사의 시사실로 가는 길. 창밖으로 비치는 도쿄의 모습은 서울을 지방 소도시로 느껴지게 할 만큼 화려하고 거대하다. 이러니 괴수와 지진을 총동원해 끊임없이 도쿄를 파괴해온 일본 영화계의 집념에 공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교외를 합쳐 3천만명의 일본인이 살아가는 제국의 수도가 야마토처럼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라는 상상은 끔찍한 공포와 허무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고마쓰 사쿄의 73년 원작과 같은 해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일본침몰>은 야마토처럼 가라앉는 일본의 종말에 대한 묵시록이다. 일본섬의 지각 아래에 있는 플레이트의 대이동으로 일본 전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과학자
[현지보고] <일본침몰> 도쿄 시사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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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를 만난 지 일주일이 됐다. 우리는 매일 밤새도록 섹스를 했다. 오늘 저녁에는 폭풍우가 내릴 거라고 한다.’ <베티 블루>는 이렇게 시작한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걸작은 아니지만 영화사의 한 이정표를 세웠다. 주홍색 원피스, 노란 메르세데스, 지중해의 푸른 하늘과 같은 단색의 색조는 고다르 감독에게서 따왔고 MTV의 초기 분위기를 잘 새겨 놓았다. 독습자가 쓴 소설에 기초해, 두 이름없는 배우를 기용한 <베티 블루>는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며 완벽하게 당대를 잘 표현한 영화로 한획을 그었다.
1981년, 사회당의 미테랑이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렇지만 곧 꿈과 열정은 시들어버렸다. 사람들은 1980년대가 혁명의 시대가 되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오늘날까지도 그 때를 ‘돈이 재배한 시대’라 지칭한다. 미테랑 세대는 참여적인 영화의 탄생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환멸의 시(詩)를 만들어냈다. 그 흐름의 선두
[외신기자클럽] 내 사랑 베티의 스무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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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 감독이 9·11 사태의 유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4년 만에 들고온 신작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내용과 달리, 유가족들이 벌이는 활동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2001년 9월11일 무너져내린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구조물 속에서도 살아남은 뉴욕 항만 관리경찰국 소속 경찰관 존 매클론린과 윌리엄 J. 지메노의 극적인 탈출담을 쫓는다. 테러리즘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에 걸맞게, 개봉일인 8월9일부터 13일까지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벌어들이는 박스오피스 수입 중 10%는 9·11 사태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증된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모니카 이켄은 10%라는 수치에 “무척 실망했다”며 “영화가 흥행하면 더 많은 돈을 기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유가족인 캐리 레막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20초 내외의 공익광고들을 잠시
[What's Up] 10%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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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한국만큼이나 LA 역시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이상고온 현상을 피할 수는 없는지 한동안 섭씨 37∼48도에 이르는 찜통 더위가 LA 전역에서 기승을 부렸다. 전력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바람에 대규모 정전 사고가 LA 시내 곳곳에서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일어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8월에 접어들어 폭염은 확실히 한풀 꺾인 기색이나 더운 것은 여전하다. 이런 한여름의 토요일 오후 5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맞은편, 샌타모니카 대로(Santa Monica Blvd.)를 따라 젊은이들의 긴 행렬이 할리우드 포에버 공동묘지(Hollywood Forever Cemetery)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묘비들, 가지각색의 납골당들, 오벨리스크가 눈에 띄는 할리우드 포에버 공동묘지는 루돌프 발렌티노(Rudoph Valentino), 더글러스 페어뱅크스(Douglas Fairbanks), 재닛 게이너(Janet Gaynor), 페이 레이(Fay Wray)
[LA] 올해로 5회째 맞은 ‘공동묘지에서의 영화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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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다운로드족이 영화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강국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LA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은 10대와 20대의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 젊은이들이 극장보다는 개인용 PC를 영화관람의 통로로 더욱 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2살과 17살, 21살과 24살 사이의 관객 중 절반은 영화를 PC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15살과 17살 사이의 관객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횟수를 점점 줄이는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미국 극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극장을 찾는 젊은 관객의 수는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자의 1/3은 앞으로는 극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최신영화를 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대답했으며, 여전히 극장을 선호한다고 대답한 관객은 전체 설문자의 9%에 불과했다.
미국영화협회(MPAA) 대표 댄 글릭맨은 “극장산업의 번영없이 영화산업의 번영을 기대할 수 없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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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4년과 비교할 때 올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편수는 50%나 증가한 상태. 작품 한편당 평균 박스오피스 성적은 8800만달러로, 2004년의 평균인 1억5천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CGI애니메이션의 흥행 부진이다. 2006년 현재까지 개봉한 CGI애니메이션 중 흥행 성공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작품은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6억5천만달러의 수입을 거둔 <아이스 에이지2> 한편뿐. 디즈니와 픽사 콤비가 야심차게 내놓은 <카>는 픽사의 작품 중 <벅스 라이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헷지> 역시 드림웍스의 역대 CGI애니메이션 중 두번째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 밖에도 <마법의 회전목마> <와일드> <앤트 불리> 등 3편은 아예 흥행 참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이처럼 최근 할리우드 애니
애니메이션,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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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전하고자 했던 김기덕 감독의 이번 간담회에서의 멘트가 시청률과 화제성에 의해 손발이 잘리면서 곡해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여겨진다.” <시간> 배급사 스폰지가 8월7일 있었던 <시간>의 기자 간담회장에서 김기덕 감독의 멘트를 인용한 언론의 태도에 관해 선정적인 보도라며 보도 메일과 공식 까페에 당일 기자 간담회 녹취록을 공개했다. <시간>은 새로움을 찾아 성형수술을 하는 여자와 그녀를 애타게 찾아 헤매다 자신도 역시 얼굴을 바꿔 새로워지려는 남자의 이야기다. 올 초만 해도 개봉이 불투명하다고 알려졌다가 극적으로 개봉이 결정된 영화인데다, 김 감독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여서 자연스럽게 그가 한 말이 언론의 초점이 됐다. <괴물>의 흥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해석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해석이기도 한데, 한국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만난 최고점”이라고 한 답변 등이 화제로 떠올랐다.
문제는 방송과 신
[충무로는 통화중] 앞뒤 자르면 진심이 전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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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신작 4편이 진입한 가운데, 윌 페럴이 주연한 레이싱 코미디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가 2주 연속 1위를 지켰다. <탈라데가 나이트…>는 지난 주와 비교하여 주말 수입이 51%나 하락했으며 2위를 차지한 <스텝 업>과 3위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보다도 스크린당 평균수입은 적었지만 2주차 총 수입이 9120만 달러에 달했다. 박스오피스 관계자들은 다음 주말이 되기 전에 1억 달러 고지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요일에 잠정 집계된 북미 박스오피스 2관왕의 이번 주 성적은 2300만 달러로, 월요일 이후에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번 주 2위를 차지한 디즈니의 <스텝 업>은 2100만 달러의 개봉성적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힙합퍼인 남학생과 발레리나인 여학생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줄거리의 영화. 영화 속 춤 장면을 케이블 TV의 음악채널과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 2주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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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다세포소녀> 다세포로서의 의미가..
[헌즈다이어리] <다세포소녀> 다세포로서의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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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페럴의 레이싱코미디, 1위로 데뷔
윌 페럴이 주연하고 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기대회)가 제작에 참여한 코미디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가 개봉 첫주 4704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접수했다. 2위는 대니 글로버, 커트니 콕스가 목소리 출연하는 애니메이션 <반야드>. 사람처럼 행동하는 동물들이 출연하는 <반야드>의 개봉 성적은 1582만달러로 1위와의 격차가 컸다.
제30회 몬트리올영화제 상영작 발표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몬트리올국제영화제가 상영작 리스트를 발표했다. 크리스티안 바그너의 <워차일드>, 한스 피터 몰란트의 <Pederson: High-School Teacher> 등이 포함된 경쟁작 리스트에는 유럽영화가 다수 포함되는 양상을 보였다. 영화배우 케시 베이츠, <아멜리에>의 작가 기욤 로랑이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이번 영화제는 8월24일부터 9월4일까지 열리며, 인터
[해외단신] 윌 페럴의 레이싱코미디, 1위로 데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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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의 동반자’ 동네 비디오 가게 총각이 여름 휴가를 갔다. 딱히 같이 갈 사람도 없(어보이)는 그의 뜻이 아니라 상가 전체가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찜통더위에 오도가도 못하는 나는 어쩌라고. 씩씩대며 액션물을 고르는 내게 담배 한 개비 내밀던 그의 친절을 잊지 못하는 나는 때론 가족보다 이웃이 더 도움된다는 말을 믿는다(음, 솔직히 말해 종속 심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안보 장사 시대에 성공한 일부 신문들”(노무현 대통령 왈)과 자나깨나 주한미군 취업률 걱정하시는 “과거 한국 국방을 책임지던 분들”(상동)의 호들갑에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제동을 걸었다(살다보니 이럴 때도 있다). 그는 “언론에 나도는 잘못된 인식들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주한미군 일부가 추가로 감축되나 “역할이 지원임무로 바뀌는 데 따른 변화”라고 했다. 간담회에서 미공군 사격장 문제를 들어 “미공군이 교대로 한반도를
[이슈] 대미 전쟁억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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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가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과 엽기적인 해프닝을 담은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 가족>이 두 번째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다. 가족사진을 연상시키는 1차 티저 포스터와는 달리 이번 포스터는 기동(박준규)의 간을 노리는 그들의 목적이 명확히 표현됐다. 기동의 턱을 잡아 비트는 아버지의 자세는 배우 주현이 직접 제안한 내용이라고 한다. 스모그가 피어오르는 배경의 부엌은 <구미호 가족>이 실제로 촬영된 군산 세트장. “인간보다 인간적인 구미호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구미호 가족>은 추석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포스터 코멘트] <구미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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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영화를 시작한 곳이 사당동 문화학교 서울이었다. 그리고 시네마테크 운동을 통해 다양한 영화 문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인디스토리를 만들어 독립영화 배급을 시작했다. 그래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항상 마음의 고향이자 꿈이며 언젠가 기대고 싶은 안식처이기도 하다.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던 중 최근 ‘금요단편극장’을 시작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시네마테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협력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서울아트시네마가 독립영화의 좋은 친구이자 동지로 호흡했으면 한다. 현재로선 배급하고 있는 영화들의 DVD 타이틀을 기증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 더욱 의미있는 사업들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을 볼 수 있는 그날까지, 안정적인 전용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관객의 변함없는 애정이 함께하길 바란다.”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