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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틴 스코시즈는 감독상을 수상했다. <분노의 주먹>(1980)에서부터 <에비에이터>(2005)까지 25년 동안 다섯번 감독상 후보자로만 머물렀던 스코시즈는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자신의 최고 흥행작 <디파티드>로 결국 감독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디파티드>는 작품상도 수상했다. 흥부 박이 터지듯 터진 상복이라. 진심으로 후련해하며 열렬히 축하해주고 싶지만, 아, 상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 스코시즈의 감독상 트로피는 <디파티드>가 아니라 모두가 그의 걸작이라 입을 모을 수 있는 과거 어느 작품에 주어졌어야 했다. 게다가 작품상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바벨>을 외면한 결과라 조금 더 허탈하다. 이로서 지난 2월28일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일흔아홉 번째 아카데미시상식은 다소 지루하게 마무리지어졌다. 남녀주조연상에 헬렌 미렌, 제니퍼 허드슨, 포레스트 휘태
[오스카의 실수들] 마틴 스코시즈, 앨프리드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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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의 영화 비빔밥? 타란티노를 꿈꾸는 선댄스 출신의 감독, 유명배우들을 망라하는 캐스팅, 쇼비즈니스 배경, 세르지오 레오네와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연상으로 간을 맞춘 폭력에 아이러니 이상의 냉소를 뿌려 쿨하게 버무린다.
<스모킹 에이스>는 1999년 소규모 독립영화 <Blood, Guts, Bullets & Octane>과 2002년 인디펜턴트 스피리트상 후보에 오른 <나크>를 잇는 작가 겸 감독 조 카나한의 세 번째 작품이자 가장 공을 들인 영화다. 조폭과 연관된 화려한 무대마술사인 주인공이 조직의 중요 인물로 떠오르고 곧 FBI 끄나풀이 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버디 “에이스” 이스라엘(TV드라마 <안투라지>에서 그이만큼 지독한 연예인 에이전트로 나오는 제레미 피번)은 이 넘쳐날 듯한 짬뽕 비빔밥 영화에서 누군가가 묘사하듯 밀고자 시장의 거대한 대어이다. 목에 수백만달러의 가격이 붙어 있으니 돈을 노린 청부업자들이 그가
[영화읽기] 익숙하고 새로운 정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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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매우 감동적인 영화들에 담긴 세계관 혹은 이데올로기가 훨씬 더 치명적이다.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행복을 찾아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흑인 외판원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계속해서 닥치는 가난의 ‘습격’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은 우리 가슴을 저리게 만들고, 집없이 전전하는 와중에도 증권회사 인턴사원이 되어 공부를 계속하다가 끝내 사원이 되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낸다. 이어서 나오는 자막이 그가 6년 만에 독립회사를 차렸고, 나중에는 백만장자가 되었음을 알릴 때, 우리는 그 ‘행복’한 결말에 미소 짓는다.
‘가난한 흑인이 백만장자가 되는’ 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읽지 않을 때, 우리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자명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힘들고 지쳐도 열심히 뛰어라. 네 인생은 너만의 것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변명하지 말라. 분명 나중에 너는 성공할
[영화읽기] 신자유주의 시대의 환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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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을 보면서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가 떠올랐다. 얇고 하이톤으로 ‘위 아 더 월드’를 외쳐 부르는 <크래쉬>에 비하면서 <바벨>은 좀더 중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것이 영화 자체의 품위 때문인지 아니면 3대륙을 넘나드는 영화의 스케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두 영화는 9·11 사태 이후 서구 미디어가 가장 적극으로 차용해온 징후인 신경쇠약 직전의 미국인을 그린다. <크래쉬>의 백인 중산층 여성이 히스패닉계 열쇠공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처럼 <바벨>의 미국인 부부는 굳이 모로코까지 먼 길을 여행와서 모로코인들이 콜라에 함께 주는 얼음도 의심하며 먹지 못한다.
두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자기도 모르게 어떤 인과관계의 실타래로 엮여 있다는 것인데 <크래쉬>에서 그 관계들이 태피스트리처럼 병렬적이면서도 다소 복잡하게 가계도를 그린다면, <바벨>에서는
[투덜군 투덜양] 차라리 꽈배기 3부작이라 부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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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의 국내 개봉을 앞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 <로이터>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스릴러 <서커 펀치>는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5일 동안 감금되는 소녀가 현실을 잊기 위해 자신이 창조하는 환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가운데, 순결을 빼앗으려는 나쁜 남자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는 그녀 스스로가 창조한 환상 속에서 다섯가지 물건을 얻어야만 한다. 스티브 시부야의 단편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시부야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 잭 스나이더는 <서커 펀치>에 대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기관총을 가진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판타지와 스릴러가 공존하는 분위기에 어울리게 용과 B-52 폭탄, 매음굴 등이 영화 속에서 등장할 예정이다.
<서커 펀치>는 <300>과 마찬가지로 시각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매혹하는 것
<300> 잭 스나이더 감독 다음 작품 <서커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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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파워~, 주입! 호리키타 마키
“노부타 파워~, 주입!” 왕따 소녀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주문은 사실 호리키타 마키에게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 육상부 부주장을 비롯해 학생회 부회장을 지낸 호리키타는 가녀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당찬 소녀다.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계기도 추리닝 차림으로 농구부 활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받은 스카우트 제의다. 몇번의 거절 끝에 영화 <코스믹 레스큐> 오디션에 응했고, 그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났다. 데뷔 이후 4년 동안 출연한 작품이 20여편이 넘는다. 2006년 일본아카데미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호리키타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작품. 일본의 한 평론가는 이 영화의 호리키타를 “연극적이지 않은 연기가 좋았다”며, “반드시 연기를 잘하지 않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평했다.
올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분
[일본영화 소녀시대] 호리키타 마키, 가시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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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앤 스파이스, 사와지리 에리카
쓰쓰지과의 꽃, 에리카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사와지리 에리카는 그라비아 아이돌 모델 출신. 재일조선인으로 출연한 영화 <박치기!>는 배우 생활의 큰 도약점이 된 작품이다. 이후 영화 <슈가 앤 스파이스>, 드라마 <1리터의 눈물> <태양의 노래>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박치기!>의 고풍스런 이미지를 비롯해 주로 생머리의 가녀린 역할들을 연기했지만, 사와지리 에리카의 실제 성격은 “남자 같으며”, 머리는 ‘뽀글뽀글 곱슬머리’라고. 그 곱슬머리는 자신의 외모 중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다. 아무로 나미에를 동경해 연예계에 데뷔했고, 당시 제출한 프로필에는 스티커 사진을 붙일 정도로 배우를 철저하게 준비한 타입은 아니다. 영화 <박치기!> 오디션 때에는 “일본영화는 재미없다, 일본의 영화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 당돌한 혼혈 소녀. “밝은 방”과 “힘내자
[일본영화 소녀시대] 사와지리 에리카, 우에노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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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맑게, 자신있게
전 일본축구 대표인 나가사와 가즈아키를 아버지로 둔 혈통 때문일까. 나가사와의 가장 큰 매력은 건강미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사와를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이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익숙한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거 아닐까. 로봇부원들의 청춘을 그린 <로보콘>을 시작으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야구영화 <터치>, 180cm가 넘는 장신의 남자배우 하야미 모코미치와 함께 다이빙 선수로 출연한 영화 <러프>까지, 나가사와 마사미의 영화들은 모두 ‘건강한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2006년 <TBS>의 4분기 드라마 <세라복과 기관총>에서는 야쿠자 보스가 된 여중생을 연기하기도 했다. 터무니없이 용감하고, 아픔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든 얼굴, 티없이 맑은 신선함은 도호가 추구하는 ‘신데렐라’의 이상형이다.
제5회 도호 신데렐라 오디션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일본영화 소녀시대] 나가사와 마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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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소녀를 좋아하시나요
무표정으로 미지의 공간을 응시하고 있을 때는 아슬아슬한 청춘의 표면을, 오른쪽 뺨에 보조개를 지으며 미소지을 때는 화창한 봄날의 여유를 전하는 소녀. ‘추억 만들기’의 기분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부산영화제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좀더 본격적인 배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아오이 유우. 이와이 순지 감독의 2001년작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무지개 여신>과 <훌라걸스>까지 6년간 달려온 길에 21작품이 놓여 있다. 발레, 탭댄스의 경험과 뮤지컬 <애니>의 데뷔 이력 등,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오이 유우는 2002년 영화 <해충> 이전까지 CM 모델로 더 유명했다. 일본대학예술학부연극학과를 중퇴했으며, 일본의 한 영화기자는 이 점을 도호의 ‘신데렐라’ 오디션 출신인 나가사와 마사미와 비교하며, 아오이 유우가 현재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나가사와 마사미와 상반된 위치에
[일본영화 소녀시대] 아오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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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귀여운 얼굴을 배반하는 도전정신? 큰 눈망울과 도톰한 볼, 밝게 웃는 미소와 4살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20편에 가까운 영화로 채어놓은 필모그래피를 보면 미야자키 아오이는 ‘소녀 이상의 배우’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들의 이력을 보면 그 예감은 더욱 강해진다. <유레카>와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 <해충>의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유레카>의 배우 야쿠쇼 고지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아사노 다다노부 등. 올해 개봉예정인 영화 <새드 베케이션>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 재회하는 작품이다. 2006년 다마키 히로시와 함께 출연한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의 모습은 미야자키 아오이가 ‘단지 어둠 속에서 고민만 하는 여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안경을 쓰고, 어깨에 가방을 짊어진 여주인공 시짱은 도저히 극중
[일본영화 소녀시대] 미야자키 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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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섬세함은 롤리타 콤플렉스에서 나온다? ‘8590’ 일본 소녀배우들의 스크린 활약이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허니와 클로버> <훌라걸스> <무지개 여신> <무시시> 등 지난 한해에만 6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아오이 유우를 비롯해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첫사랑> 등의 미야자키 아오이, <크로스파이어>로 영화 데뷔한 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러프> <눈물이 주룩주룩>의 나가사와 마사미, 인기의 발판이 됐던 <스윙걸즈>를 지나 <행복의 스위치> <웃는 대천사>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우에노 주리 등. 2006년 일본영화는 소녀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대중문화잡지 <인비테이션>은 최근 발행한 3월호에서 “2006년과 2007년, 일본영화는 남성 중심의 기획에서 여성 중심의 기획으로 변해가
일본영화의 유행이 된 소녀배우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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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문소리가 존 카사베츠 감독의 <얼굴들>(1968)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오는 3월 21일에 열리는 수요시네클럽에 문소리를 초청해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기로했다. <얼굴들>은 14년간의 결혼생활에 파경을 맞는 중년부부를 통해 영혼이 결여된 물질주의적 중산층을 비판하면서도, 일상적인 괴로움에 관한 고통스럽고도 연민 어린 묘사를 보여주는 작품. 문소리는 "<얼굴들>에서 보여준 지나 롤랜즈의 연기는 나이와 연륜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사실 나이 들어서는 배우를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나 롤랜즈의 연기를 보면서 욕심도 생기고 자극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11시 30분, 14시, 16시 30분, 19시로 4회 상영되며, 문소리는 19시 상영을 관객과 함께 보고 영화에 대해 강연과 질의 응답시간을 갖을 예정이다. (문의 - 051-742-5377, ci
문소리, 부산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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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멀쩡한 퀴어영화를 만들고도 감독이 먼저 ‘절대로 동성애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우기는 이상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송희일은 <동백꽃> DVD 인터뷰에서 ‘성적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언급하는 사람이다. 그의 존재감이 대단할 수밖에 없으며, ‘정통 퀴어 멜로’를 표방한 <후회하지 않아>는 가장 용기있고 통쾌한 한국영화가 됐다. 특히 동성애적 욕망을 과감하게 선언한 마지막 장면은 눈이 튀어나올 만한데, 지배적인 이성애적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생식기를 부여잡는 행위 앞에서 ‘브라보!’를 외치지 않기는 힘들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후회하지 않아>의 장르적 특성이 가려진 건 안타까운 부분이다. 딱딱한 대사, 계급 구도, 뻔한 신파를 탓하는 사람은 도대체 서크와 파스빈더의 멜로드라마를 보지 않았단 말인가? 관객과 주제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후회하지 않아>는 못마땅한 현실을 뚜렷이 인식하게 만든다. <후회하지
지금 이곳, 게이문화에 관한 인류학적 기록,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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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한복판에서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과 매일 부딪히고, 우연히 들어간 공중 화장실에서 수천만원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을 발견하며, 나도 모르게 나가버린 주먹으로 학교 짱을 쓰러뜨리는 인물들만 영화에 등장하는 건 아니다.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건물 전체를 홀랑 태우고, 살짝 미끄러진 계단에서 10층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처음 간 여자친구 집의 변기 물을 넘쳐나게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또한 스크린이다. <ME>가 새봄맞이 이벤트로 마련한 <진실게임>에서는 이렇게 지지리도 운없는 영화 속 캐릭터들을 초대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참혹한 결과를 맨몸으로 버텨온 역전의 용사들 가운데 가짜가 한명 있다. ‘불운의 주인공, 가짜를 찾아라’가 오늘의 미션!(SBS 오락프로그램 <진실게임>을 패러디해 가상으로 구성한 내용입니다).
<쏜다>의 박만수 등 운 나쁜 캐릭터들의 가상 토크쇼
<진실게임> ‘이보다 더 운 나쁠 수는 없
진실게임! 가짜 불운아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