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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2>에 나오는 욕쟁이 할머니는 실은 엄청난 구라쟁이다. 충수(이문식)를 놀라게 하려고 흰자위를 번득이며 온갖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사촌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제 사연인 양 그럴듯하게 꾸며내기도 한다. 김지영이 욕쟁이 할머니 역할을 맡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삼청동의 한 밥집에서 진행된 인터뷰. 허기를 달래는 중간에도 김지영은 쉬지 않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팔도 사투리를 섞어가며(그는 인터뷰를 끝낸 뒤에 자리를 뜨면서도 식당 아주머니와 옌볜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온갖 성대모사를 곁들인(김수용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말투를 그보다 더 잘 흉내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고스란히 지면에 담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차리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나이, 올해 일흔. “내 삶이 하나의 드라마이고, 그 드라마에서 자신의 연기를 끌어낸다”는 5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과의 짧은 만남은 시종 흥미로웠다.
-스케줄이
50년 연기 경력 <마파도2>의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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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어둑해질 무렵, 강원도 삼척시 베스트 상호신용금고에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직원과 손님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이던 은행강도 정도만(정재영)이 인질 한명을 끌고나와 교환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차 사이렌 불빛을 받으며 걸어나온 정도만은 국방색 레인코트를 입고 어깨에는 소총을 메고 있다. 거기에 험악하게 굳어 있는 인상까지 동서고금의 은행강도를 종합하여 공통점만 뽑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남자. 그러나 사실 정도만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도만 걸어온 올바른 경찰이다. <바르게 살자>는 이 정도만 순경이 모의훈련을 위해 은행강도를 연기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다.
일본 소설과 영화가 원작인 <바르게 살자>는 우디 앨런의 <돈을 갖고 튀어라>처럼 주로 은행 안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코미디다. 어느 소도시에서 연일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모의훈련을 계획한다. 은행강도로 낙점된 인물은 경찰서장에게
개 같은 날의 저녁, <바르게 살자>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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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가 경쟁부문 초청작을 추가로 발표했다. 지난주 2회에 걸쳐 경쟁부문 후보작 7편을 발표한 데 이어 경쟁작 6편과 비경쟁작 2편을 더 소개했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은 "저명한 감독들의 영화를 베를린(영화제)에 오게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하며 전세계에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와 화법을 보여준 젊은 감독들에 대해서도 역시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로 초청작 발표를 시작했다.
<아나토미> 시리즈의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이 연출한 <위조자(The Counterfeiter)>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합작 영화다. 2차대전 종전 무렵, 국제적인 사회주의자가 영국 화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량의 파운드화를 위조한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위조지폐 공장이 위치한 독일의 작센하우젠을 배경으로 하며 오거스트 딜, 데이비 스트라이소우 등이 출연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프랑스 감독 자크 리베트와 앙드레 테시네의 최근작도 이번 경쟁작으로 초청됐다. 자크 리베트
제57회 베를린영화제 경쟁작 추가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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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언니가 간다> 황금 돼지 구하러 갈 시간
[정훈이 만화] <언니가 간다> 황금 돼지 구하러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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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비룡전>으로 돌아온다. 곽경택 감독의 <태풍>에서 정의로운 해군대위 강세종으로 활약했던 이정재는 빡빡 깎은 머리에 상소리를 내뱉는 1980년대 백골단원 상수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재일교포 작가 츠카 코우헤이의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한 <비룡전>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피어나는 백골단원과 운동권 여학생의 사랑을 다룬 멜로물이다. 츠카 코우헤이의 <비룡전>은 전공투 세대의 아픔과 열정을 이야기했다. 연극 <초급혁명강좌 비룡전>는 그동안 일본에서 수차례 공연되어 대부분의 연극상을 휩쓸었고 수많은 여배우를 스타로 배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가장 최근 공연에서는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가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다. 그녀가 공연 중 임신 사실을 밝히고 즉각적으로 결혼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룡전>의 원작자 츠카 코우헤이는 일본에서의 수많은 영화화 제의를 거절하고, 다인필름 김형준 대표에게 단돈 1000엔에 <
이정재, <비룡전>의 백골단원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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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V>를 보고 자랐을 세대가 아닌데 어떻게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1976년에 나는 재수를 하고 있어서 <로보트 태권V>가 아니라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보러 갔었다. (웃음) 복원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이야기만 들었고, 직접 본 적도 없었다. 김청기 감독이 먼저 사무실을 찾아와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나도 30년을 버티어온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복원판을 보니 30년 전에 저런 작품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악인의 설정도 그렇고 <블레이드 러너> 이전에 벌써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이 등장한 것도 그렇고. 지금 봐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태권V 디자인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바뀔 듯하다.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올해 상반기 안에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2010년 즈음 개봉할 생각이다. 그 사이에도 애니메이션 기술은 계속 발전할 테니까 어쩌면
[핫이슈] <로버트 태권V> ② 캐릭터도, 이야기도, 태권V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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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영화라는 문화유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선 <로보트 태권V> 같은 작품이 적당했다. <로보트 태권V>를 모르는 사람은 없고,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어할 테니까 말이다.” <로보트 태권V>는 운도 좋았지만 그 자신의 파워도 막강했던 것이다.
1976년 대한극장에서 개봉한 <로보트 태권V>는 한국영화가 천대받던 시대였음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첫날 엄청난 인파가 대한극장 건널목에 놓여 있던 육교를 건너오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던 김청기 감독은 “1일 6회를 상영했는데도 관객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어서 버스를 대절해 남은 관객을 세기극장까지 실어날랐다”고 말했다. 김청기 감독은 그 뒤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에서 <로보트 태권V 90>에 이르는 속편들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70년대생들에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기억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로보트 태권V>의 운명은
[핫이슈] <로버트 태권V> ① 날아라, 날아 태권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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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시아 공동제작물(특히 사극 블록버스터 분야)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지만, 한국에서 이제 막 개봉한 <묵공>은 이 컨셉으로 새로운 혁신을 이뤄냈다.
1600만달러 예산의 이 작품은 홍콩, 중국, 한국, 일본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았고, 국제적으로는 서양 세일즈사가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홍콩, 한국, 중국, 대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주요 스탭에는 일본 촬영감독과 작곡가, 홍콩 편집기사와 무술감독, 중국 본토 프로덕션디자이너와 의상디자이너가 포함됐다. 그리고 홍콩 감독 장즈량이 쓴 시나리오는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보다 더 범동아시아적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그리고 이 영화를 정말 아시아 공동제작물의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은 것은) 그 조합이 실제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국제 공동제작은 영화업계에서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재정적으로 보면 늘 이치에 맞는 것 같긴 하다. 즉, 이용 가능
[외신기자클럽] 제대로 꿰어진 구슬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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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P의 도호냐, 아시아 합작영화의 쇼치쿠냐? 일본의 주요 제작사인 도호, 쇼치쿠, 도에이의 2007년 라인업이 발표됐다. 2006년 역대 최고인 559억5천만엔(지난해 11월 현재)의 흥행수입을 기록한 도호는 2007년에도 그 기세를 이어 총 21작품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인기 댄스그룹 SMAP의 멤버 기무라 다쿠야와 가토리 신고가 각각 주연하는 <히어로>와 <서유기>. <히어로>는 2001년 <후지TV>에서 방영돼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가 원작으로, 드라마를 연출했던 스즈키 마사유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개봉은 9월, 현재 드라마 <화려한 일족>을 촬영하고 있는 기무라 다쿠야의 스케줄에 따라 3월에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서유기> 역시 2006년 <후지TV>에서 방영됐던 드라마가 원작인 영화로 7월14일 개봉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도호는 <쉘 위 댄스>
일본 극장가 올해도 호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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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의 상승기류가 심상치 않다. 2006년 중국의 극장 총수입은 3억3천600만달러로, 2005년의 2억5600만달러에 비해 무려 3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극장수입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배급환경 개선이 꼽히고 있다. 중국영화국의 통강 국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국에서는 총 366개 스크린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해적판 DVD의 천국으로 악명이 높고,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쳐서 전세계적으로 골칫거리가 되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극장수입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는 중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 내에서 성공을 거둔 자국영화는 모두 대작무협물로 관객이 극장 관람을 선호할 만한 작품이었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한 장이모의 <황후화>를 비롯하여 각각 2005년 12월과 2006년 8월에 개봉한 첸카이거의 <무극>과 펑샤오강의 <야연> 등은 평단의
중국영화, 잘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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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에 돈비가 내렸다?” 최근 인도의 주요 매체들이 2006년 발리우드의 흥행성적을 보도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사 제목이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힘입어 지난 2006년은 발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흥행실적이 좋은 해로 기록되었다.
무역분석가 타란 아다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발리우드영화 4편 중 1편이 발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투자액을 쉽게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발리우드의 시장규모가 활발하게 증가했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상당수 관객이 영화관으로 돌아왔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양질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고 평했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수입을 올린 발리우드영화는 <Dhoom2>였다. 전편이 유명 배우들보다는 이야기에 기반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번에는 아이쉬와라 라이, 리틱 로샨, 아비섹 바흐찬 등 현재 발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
[델리] 2006, 발리우드 최고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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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 날아올랐다. 국내 최초의 K리그 다큐멘터리 <비상>이 극장 개봉 한국 다큐멘터리의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한 임유철 감독의 <비상>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격심한 극장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1월8일까지 2만5408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이창재 감독의 <사이에서>가 세운 2만4242명(이상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기록을 경신했다. <비상>은 창단 2년차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K리그 통합 1위, 준우승이라는 영광을 성취하는 역경을 1년 동안 따라다니며 촬영한 다큐멘터리. <비상>은 HD급 화질을 구현하고, 5.1채널 사운드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의 기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디지털 배급을 통해 상영과정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일궈냈다. 2004년 3월 개봉했고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룬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2만3159명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2년이 지
다큐멘터리 <비상>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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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아름다운 재단, 영화인회의, 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이 함께하는 '행복한 만원 릴레이'의 70번째 주인공은 한재덕 프로듀서입니다.
“장원석 PD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사인데, 이렇게 좋은 일에 추천해주니 기분이 좋다. 다들 그렇겠지만 평소 기부나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영화 일로 바쁘다보니 마음만 굴뚝 같았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냥 뭐,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졌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특히 몸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쓰여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다음 주자로는 <올드보이> 프로듀서였던 시오필름의 임승용 대표를 추천한다. 10년을 넘게 알고 지낸 나의 영화적 동반자 같은 사람이다. 좋은 일이니까 흔쾌히 동참할 거다.”
[행복한 만원 릴레이 70] 한재덕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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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치장된 치졸한 인신공격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중천> 등에 대한 보도로 논란을 일으킨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의 김용호 기자에 대해 영화인들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영화인회의, 매니지먼트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 한국영화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미술감독조합, 한국촬영감독조합은 1월10일 ‘뉴시스는 진정 언론인가?’란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뉴시스>와 김용호 기자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뉴시스> 기자의 취재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협 장동찬 사무차장은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했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영화인들도 있었지만 감정적인 싸움은 피하자는 뜻에서 경고성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이번 공개항의가 단지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님을
“언론의 자유인가”, “언론의 만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