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은 왜 가족일까. 피를 나눠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위로받을 수 있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를 먹여살려주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준벅>을 보면 익숙해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다는 건 친근하다는 것과 다른 말이다. 친근하지 않아도 거북하고 싫어도 익숙해질 수는 있다. <준벅>에서 메들린의 남편 조지네 가족들처럼 말이다. 조지의 동생 조니는 정서불안에 뭔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사람으로 만삭의 아내, 애슐리를 힘들게 한다. 퉁명스런 어머니와 소극적인 아버지, 그리고 조증 기운이 있어 보이는 애슐리까지 어쩐지 물과 기름처럼 떠 보이지만 가족의 틀 안에서 그들의 삶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 조지도 마찬가지다. 3년 만에 찾아온 집이지만, 그리고 한눈에 봐도 도시사람인 그와 가족들은 전혀 다르지만 그는 바로 이 가족 안에 스며든다. 하지만 메들린은 다르다. 처음 본 시댁 식구가 당연히 익숙할 수 없고 그녀는 친근해지려고
[냉정과 열정 사이] 익숙함의 울타리 안에서
-
이동진_“에피소드들을 쌓아올려서 정점에서 터뜨려주는 느낌이 약하다고 할까요.” vs 김혜리_“<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와 친구들은 마치 레지스탕스처럼 그려졌어요”
젠틀맨 채터 리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불사파 기자단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젠틀맨 채터 리님의 말(이하 채터 리): 오늘은 이야기할 영화가 딱 두편. 단출하네요.
불사파 기자단 님의 말(이하 불사파): 개봉 일정이 급작스레 조정되는 바람에 그만! -.- 독자들께 송구합니다. 차린 게 별로 없으니… 정 딴 집 가려면 가셔요. 흑흑. T-T
채터 리: 허허, 불사파 기자단이 아니라 막가파 기자단인 듯. 오늘 제 아이디는 수다 떠는 이씨, ‘chatter Lee’에서 온 겁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하이틴 학원영화 같은 측면이 강하더라고요. 제가 이 시리즈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
[메신저토크]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같은 작품에 비하면 개성이 약해요
-
한밤의 해부학 실습실. 호러영화의 무대로 기막히다. 생기없는 인형처럼 포르말린에 찌든 카데바(해부용 시체). 그것들이 놓여 있는 금속성의 테이블과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오래된 핏물. 더욱 소름끼치는 건 한때는 인간이라고 불렸을 실습용 육질에 메스를 들이대는 하얀 가운들의 냉정함이다. 물론이다. 모든 것은 어디선가 이미 다 본 것들이다. 호러영화 팬들이라면 해부실을 무대로 삼는 B급 호러영화 리스트를 끝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독한 클리셰라고 할지언정 해부실의 정경은 말초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은 시작부터 반타작을 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전도유망한 여섯 의대생이 첫 해부학실습을 앞두고 있다. 미친 아빠에 의해 엄마를 잃은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선화(한지민), 병원 이사장 아들인 난봉꾼 중석(온주완), 친절하고 사려깊지만 어딘가 음습한 데가 있는 기범(오태경), 실습에 영 자신이 없는 모범생 은주(소이), 심약한 성격을 가진 과
봉합술 또한 좋아야 하는 법 <해부학교실>
-
사랑 이야기의 독창성은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노 도모키 감독의 <변신>에서, 이별의 계기는 남자의 다중인격자로의 그로테스크한 ‘변신’이다. 공장 노동자인 쥰(다카미 히로시)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총알이 박힌 자신의 뇌가 다른 사람의 뇌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적어도 세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누가 기증자인가? 총을 쏜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병원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 않다. 쥰 자신이 두 가지 인격 사이를 왕래하면서 그만을 바라보는 연인 메그(아오이 유우)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흥미로운 것은 그를 점령한 두개의 ‘나’가 각각 나름의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과 결부되어 있음에도 그 결합 효과는 폭력과 광기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체 안에서 뻗어나가는 파편화된 시간들 각각은
절규 섞인 순애보 <변신>
-
-
1500페이지(영문판은 870페이지)의 책장이 스크린에서 팔락팔락 넘어간다. 조앤 K. 롤링의 원작 소설 일곱권 가운데 가장 부피가 육중한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신통하게도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로 완성됐다.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은- 엔딩 크레딧 10분을 빼면- 130분여 동안 빠르게 흘러간다. 각색의 압축률이 높다 보니, 기승전결과 직결되지 않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불가피하게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퀴디치 게임이 빠진 사실은 그리 아쉽지 않지만, 마법사 가정의 일상, 마법사 사회의 행정 시스템 및 공공 서비스 같은 상상력 발군의 세부가 줄어든 점은 아프다. 각색 과정에 제일 피해가 막심한 인물은 해리의 단짝 론(루퍼트 그린트). 소설에서는 기숙사 반장으로 임명되고 퀴디치 선수로 뽑혔는데, 영화만 본 관객은 알 도리가 없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이 된 해리 포터가 겨뤄야
무척 바쁜 5학년 해리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처음 관계를 가진 뒤 “행복해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여자다. 오르가슴을 경험한 뒤에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도 여자다. 첫 섹스 뒤 찾아가서 “기분이 상했나요?”라고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여자고, “당신의 몸이 좋아요”라고 칭찬하는 것도 여자다. “나를 사랑해야만 해요”라고 명하는 것도, 관계를 이끄는 것도, 그리고 농장을 사주려는 것도 여자다.
그 여자가 먼저 나신을 드러내고, 남자에게도 알몸이 될 것을 요구한다. 등을 보인 채 옷을 벗고 불을 끄려는 남자에게 여자가 재차 요구한다. “돌아서요.” 그리고 돌아선 남자의 벗은 몸을 천천히 음미한다.
<레이디 채털리>는 여성감독이 만든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다. 연출 재능의 현격한 격차를 잠시 논외로 하고서, 프랑스 여성감독 파스칼 페랑이 만든 이 작품을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하고 남성감독 쥐스트 자캉이 감독한 추억 속의 삼류 영화 <차타레 부인의 사랑>과 비교해보면 시선의 성별이 같은 내용을 얼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 <레이디 채털리>
-
에드워드 양이 죽었다. 컴퓨터 모니터는 그의 부고를 짧게 전하며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이다. 한참을 멍하게 기사를 되풀이해 읽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인생을 3배 길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하나 그리고 둘>을 남기고 에드워드 양 자신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났다. 망연자실한 감정을 추스르기 앞서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졌다. 내가 본 그의 영화는 <하나 그리고 둘>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에드워드 양은 그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감독이다. 하지만 <하나 그리고 둘>과 <고령가 소년살인사건>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영화뿐 아니라 현대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가운데 한명이라고. 부고를 접한 뒤 <고령가 소년살인사건>을 조악한 화질의 동영상 파일로 보면서 <씨네21> 창간 10주년 영화제 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
[편집장이 독자에게] 고맙습니다. 에드워드 양
-
“전주 중앙시장에서 <열혈남아> 촬영을 할 때였다. 촬영 당일에 상인들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항의를 하시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다. 모두들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고 있는데 나문희 선생님 매니저가 자신이 대신 물건을 팔아주겠다고 나섰다. 아니 도대체 무슨 수로. 그럼 그렇지. (조)한선씨를 꼬드겨 장사에 나섰는데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더라. 급조된 2인조였지만, 떨이까지 남김없이 팔았다(사진 오른쪽). 왼쪽 사진은 이정범 감독님이 직접 펄밭에 들어가 연기 지도를 하는 사진이다. 확성기로 펄밭에 계신 아주머니들을 지도하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감독님은 직접 온갖 장구들을 다 챙겨 입고서는 펄밭에 투신하셨다. 누가 보면 <체험 삶의 현장>에라도 나갔나봐, 하겠지만 가끔 영화 한편 찍기 위해선 별일을 다 해야 한다.”
[숨은 스틸 찾기] <열혈남아> 체험 삶의 현장?
-
할 일 없고 아는 것 별로 없는 백수지만 아무대나 들이대는 무대뽀 정신의 화신이자
액션영화 매니아인 ‘신셩일’과 영화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 없이 척척박사인 별나고
착한 용 ‘용식이’의 귀여운 티격태격 속에 소개되는 본격 순위 코너 [용씨네]!
이번 회의 주제는 [멍청한 도둑 BEST 5]!
신셩일과 용식이의 요절복통 순위발표,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용씨네] 멍청한 도둑
-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새로운 상식과 지혜를
쌓아 줄 [배워서 남주나]
이번 편에서는"무술을 알려주마"을 배워봅시다. !!!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배워서 남주나] 무술을 알려주마
-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피판가이 이완과 함께한 톡톡 튀는 인터뷰!!
영화<방울토마토>의 신구선생님이 질문하고, 이완씨가 대답하는
씨네21에서만 볼 수 있는 2원 생중계!!
신구선생님의 질문과, 이완씨의 답변이 궁금하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talk talk talk] 이완의 톡톡 튀는 인터뷰
-
2007 이병우콘서트 7월21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문화 02-515-6560
영화음악의 최대 미덕은 영화가 목적하는 바에 따르는 것이다. 이병우는 그런 점에서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음악가다. <세 친구>(1996)로 시작해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왕의 남자> <호로비츠를 위하여> <괴물> <수> <그놈 목소리>까지 16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병우의 영화음악은 ‘이병우만의 색깔’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응에 능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듯 변화무쌍한 이병우의 영화음악 밑바탕에는 ‘한국적이지 않다’라는 특성이 깔려 있다. 단적인 예가 바로 한국적 색채를 완전히 지워내고 완성한 <왕의 남자>와 <스캔들…> 두편의 사극 오리지널 스코어다. 물론 한국의 전통악기를 쓰고는 있지만 그 사용 방식은 마치 한국 음악을 잘 모른 채 ‘한국 음
영화에 충성하는 멜로디의 향연
-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이시구로 마사카즈 지음/ 서울문화사 펴냄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는 이상한 메이드물이다. 메이드 카페가 아닌 메이드 다방이 주무대고, 이 다방의 첫 번째 메이드인 여고생 호토리는 손님이 오면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대신 “어서 옵쇼”라고 인사한다. 게다가 이 다방의 주인이자 메이드장은 음산한 인상의 할머니다. 메이드 카페가 인기라는 말을 듣고 다방 간판에 ‘메이드’라는 이름만 얹어 살짝 업종변경(?)을 한 주인할머니는, 10년간 공짜로 카레를 먹어 온 호토리를 메이드로 아르바이트하게 만든다. 메이드가 뭔지도 모르는 할머니와 호토리가 메이드복을 입는다고 다방에 손님이 들끓을 턱이 없다. 손님은 호토리를 짝사랑해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소꿉친구 사나다뿐. 어느 날 호토리의 급우 타츠노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사나다가 매일같이 다방에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고는 ‘메이드 다방 씨사이드’의 메이드 2호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엠마&g
그 다방에 가고 싶다
-
하나같이 똑같은 아파트 광고들 사이에서 이번엔 뭔가 새로운 게 나오나 했다. 검은 바탕에 중심을 가로지르는 심플한 선과 간결한 메시지, 세련된 편집과 영어 전문 성우 리처드 김의 인상적인 마무리까지 제법 괜찮을까 했다. 그래서 잠시 혹하기도 했다. 근데, 왜 보고 나면 이렇게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것일까?
아무리 스타일이 세련되면 뭐하냐 이거요. 알맹이가 전혀 없는데. 가재를 잡아오랬더니 때깔 좋은 수영장가서 물장구만 치는 바보 근육맨을 보고 있는 듯하여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나이키가 어느 날 갑자기 선언을 했더랬다. ‘우리의 라이벌은 닌텐도다!’라고. 그리고 그것을 어느 한 마케터가 잽싸게 책으로 펴내기도 했더랬다. 그리고 그걸 한 광고회사 AE가 읽었던 게다. 새로운 것 좀 가져오라며 도끼눈 뜨고 닦달하는 광고주에게 ‘Always Excuse me’를 연발하며- 광고회사 AE는 외부적으로는 Account Executive의 약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항상 광고주에 굽
[도마 위의 CF] ‘아이’돌림이라 라이벌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