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열풍을 이끈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스코필드)’ 웬트워스 밀러가 3월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내한기념 기자회견 및 팬미팅을 가졌다. 다니엘 헤니에 이어 제일모직 ’빈폴진’의 새 광고모델로 기용된 밀러는 22일 광고 촬영을 마치고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인터넷 추첨으로 초대받은 200여명의 팬들이 함께한 이번 행사에서 밀러는 "나를 가리키는 한국팬들만의 애칭이 있다고 들었다. 제 드라마가 국경, 문화, 언어를 넘어 모든 이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기쁘다"는 소감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그가 연기한 스코필드와 본인의 실제 성격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밀러는 "나는 그처럼 치밀하지 못하다"며 "스코필드처럼 제2, 제3의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덕에 무명시절을 견디고 배우로 남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통역이 진행되는 동안 팬들을 향해 미소짓거나 손을 흔드는 등의 서비스도 잊지 않았고, 세 사람의 여성팬이 선물을 전하자 따뜻한 포옹으로 이에 화답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이 노래를 청할 때는 난처한 듯 망설인 끝에 "해피버스데이"를 불렀다. 프린스턴 대학 영문학 석사 출신인 밀러는 대학 시절 아카펠라 그룹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밀러는 23일 밤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밀러가 촬영한 지면 광고는 5월부터 만나볼 수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 및 팬과의 문답 내용 중 일부이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당신의 문신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 보여줄 순 없나. =그건 분장이라 지금 내겐 문신이 없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고 나니 문신을 해볼 생각도 싹 사라졌다. 한번 문신을 하는데 4~5시간이 걸린다. 마치 50여개의 퍼즐을 짜맞추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매일 촬영이 끝나면 다 지우기 때문에 오늘 보여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스코필드와 실제의 당신은 얼마나 닮았나. =비슷한 점이 많다. 질서에 대한 존중, 결단을 끝까지 밀고 가는 뚝심… 꼼꼼한 점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다는 점도 그렇다. 다른 점은 나는 그가 극중 해낸 여러가지 일들을 감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코필드와 달리 나는 수학과 과학을 매우 무서워한다.
-극 중 스코필드는 매우 치밀한 성격이다. 계획을 세울 때도 언제나 만약을 대비해 제2의 계획을 준비한다. 실제의 당신은 어떤가. =스코필드는 항상 플랜 B, 플랜 C, 플랜 D까지도 준비하는 정말 치밀한 인물이다. 때론 (연기자인) 나도 부러울 정도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내가 그런 성격이었다면 지금쯤 나는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초기에 배우로서의 나는 너무도 힘들었다. 나 외엔 나의 성공을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UCC가 대세다. 당신 자신의 UCC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나. =요즘 배우들은 사생활을 많이 노출하곤 한다. 그래서 연기보다는 사생활로 인기를 얻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UCC로 보여줄 사생활이 없다. 만약 내 UCC가 있다면 그건 <프리즌 브레이크> 정도일 것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한국에 갔다온 친구로부터 제주도의 화산과 유채꽃밭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단 48시간 체제해 참으로 아쉽다. 오늘 일정이 끝나면 창경궁 비원을 방문할 생각이다. 다음 기회에 한국을 꼭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