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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효자 녹색 괴물 슈렉이 돌아왔다. 헌데 1편의 아기자기한 재미나 2편이 가졌던 폭발적인 오락성에 미치지 못한다. 겁나 먼 왕국의 왕위 계승자 아더를 찾아 떠나는 모험과, 차밍 왕자와의 재대결은 시리즈 가운데 가장 극적 구성이 떨어지고 패러디의 강도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슈렉 3>는 재미있는 영화다. 단지 전작과의 비교에서 모자랄 뿐이다. 특히 진저의 성장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은 <슈렉>시리즈에서 손꼽을만한 명장면으로 남을 듯.
김종철/익스트림무비 편집장(http://extmovie.com)
[전문가 100자평]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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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에서 친구들한테 모욕을 당하는 한나의 감정 신이다. (김)아중씨는 불어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데다가 도기캠(doggi cam)까지 몸에 장착하고 서야 했다. 배우가 힘들어하면 셔터를 누르기가 조심스럽다. 이날 나이트클럽 장면도 그랬다. 보조출연자들도 많은데다 도기캠(doggy cam) 이동도 잦아서 동선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전경을 찍은 사진 하나 건진 게 전부다. 사실 나도 머릿속으로는 나이트 조명을 뒷배경으로 해서 광각렌즈로 (김)아중씨를 빅클로즈업하고 싶었는데. 어디 내 맘대로 되나. (웃음)”
[숨은 스틸 찾기] <미녀는 괴로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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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 타인에게 영감을 주되 자신을 위한 불꽃은 채 피워 올리지 못했던 다른 여성 예술가들처럼 워홀과 갈라선 세즈윅은 스물여덟 해를 뒤로하고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60년대, 그 누구보다도 날 매료시켰던 사람이 있다. 그때 그 감정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 워홀의 고백에서 출발하는 <팩토리 걸>은 팩토리의 일원이거나 세즈윅 자신이 아니라 단지 ‘팩토리 걸’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그를 좇는다. 쓰라리고 슬프지만 또 눈이 멀 정도로 화려했던 세즈윅의 삶을 네 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1. 가정사
에디 세즈윅의 가정은 부유했다. 조각가이자 자선가이며 거대한 목장의 주인이기도 했던 프랜시스 민턴 세즈윅은 남태평양철도회사 사장의 딸 앨리스 델란노 드 포레스트와 결혼했다. 집안의 권세가 권세이니 만큼 세즈윅가의 아이들은 모두 사립학교에서 교육받았고 매일 비타민B를 담은 주사를 맞았다. 또 세즈윅가는 당시로선 급진적으로 흑인 여성에게 법적인 자유를 안
[알고 봅시다] 워홀의 뮤즈, 비운의 ‘팩토리 걸’ _ 에디 세즈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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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엔 과장된 역광 조명이나 선혈 낭자한 효과가 없다. 김지환 감독이 원한 건 <디 아더스> 같은 톤의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였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촬영감독의 미덕이라면, <전설의 고향>에서 손원호 촬영감독의 성과는 초반부의 안개 자욱한 정자신이다. 보기만 해도 답답할 만큼 묵직하게 안개가 낀 장면을 얻기 위해 엷게 흩날리는 기존의 스모크 효과를 포기하고 갖가지 재료를 태우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공포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사운드로 적당히 넘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감독의 지향이 그게 아니란 걸 손원호 촬영감독은 이해하고 있었다.
<전설의 고향>은 33살의 손원호 촬영감독이 성장멜로 <울어도 좋습니까?>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장편영화다. 여느 공포영화처럼 <전설의 고향>도 넉넉한 예산과 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세운 목표는 하나였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효과를 내는 것. “물론
소박한 촬영의 미덕을 아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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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갈 때는 예쁘게 하고 싶죠. 사생대회 같은 데 갈 때. 머리도 양 갈래로 묶고요. 근데 그러고 가면 애들한테 바로 욕먹죠. (웃음) 요새는 여드름이 자꾸 나는데 애들이 고소해해요. 근데, 여드름 관리는 쌀뜨물이 좋다면서요?” 새침데기인 줄 알았더니 왈가닥이다. <여선생 vs 여제자> 촬영 끝에 “이 파마머리 풀어야 하냐”고 선생님에게 질문한 것이 화근이 되어 “그럼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반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중학교 1학년 때의 눈치없던 시절은 추억으로 지나갔다. “지금 중3인데요, 다 친해졌어요. 친구들이 저를 더 애물단지 취급해요. 하도 왈가닥이라서. 너 이상하게 생긴 게 꼭 외계인 같다고 그러는데, 가까이서 보면 제가 봐도 좀 이상하게 생긴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도 더 깍쟁이가 되어 나타날 줄 알았는데 돌연 숙맥으로 돌아와 우리를 놀래킨다. 아빠를 잃고 엄마와 어렵게 살고 있는 <열세살, 수아>의 수아. 미숙한 오해
왈가닥 세영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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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고원>은 우연이 빚어낸 독특한 영화다. 5년 전 히말라야 산맥의 라다크에 발을 들인 것도 우연 때문이었고, 이후 배우까지 겸하게 된 로드무비를 우여곡절 끝에 만들게 된 사연 또한 우연의 연속이다. 원하는 대로 이뤄진 것 하나 없었지만, 김응수 감독은 <천상고원>이 자신이 영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20대는 세상과 싸우느라, 30대는 세상에서 헤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좀 편안해졌다”는 김응수 감독은 흡사 “육체의 소멸을 통해 정신적인 탄생을 맛보는” 영화 속 K 같았다. “저기 하늘의 쪽빛 좀 보라고!” 두 차례의 라다크 여행만으로는 갈증이 다 가시지 않은 것일까. 5월31일 개봉하는 <천상고원>의 스탠디 포스터를 가리키며 그는 연신 흥분의 입맛을 다셨다.
-라다크를 처음 간 게 언제인가.
=2002년 <욕망> 편집 끝나고서다. 허전하고, 할 일도 없고. 게다가 월드컵도 끝났다. 재충전의 기회도 필요해서 떠
나도 이게 영화가 될까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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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대표라고 하면 어렵게 마련인데, 최재원 대표님은 아주 자상하셔서 모든 스탭이 좋아하는 분이다. 주말마다 항상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시기도 하고. (웃음) 그런 분한테 추천을 받으니 정말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 비록 1만원짜리 한장의 후원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 평소 현장에서도 다치거나 아픈 스탭들이 많은데, 그런 때도 보험사에서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음 주자로는 CG업체인 EON의 정성진 실장님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 <헨젤과 그레텔> 때문에 우리 스탭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고생하고 계신, 워낙 사람 좋고 여러 분야에 관심도 많으신 분이다. 얼마 전에 득녀하셨기 때문에 아마 마음 씀씀이도 후덕해지셨을 거다. (웃음)
[만원릴레이 88] 미술감독 류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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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은 우연히도 이름(first name)이 같았다. 그러고보면 나잇대는 달랐지만 웃을 때의 느낌이나 장난기어린 표정도 닮았다. 환경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찾은 앤드루 패니켓 감독과 앤드루 W. 마셜 감독은 둘 다 뉴질랜드 출신이다. 뉴질랜드라는 나라의 특성 때문인지 환경문제, 특히 바다와 관련한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이를 영화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5월21일 뉴질랜드 교육문화원. 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잠수헬멧 해리와 지혜의 진주>와 <펭귄들의 다이빙>의 두 감독을 만났다.
-<잠수헬멧 해리와 지혜의 진주>로 처음 어린이용 수중영화에 도전했다.
=앤드루 패니켓: 오랫동안 성인을 포함해 일반인을 위한 영화를 찍었다. 그러다가 어린이는 우리의 다음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수중영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20여년 동안 수중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
[스폿 인터뷰] 바다는 화수분이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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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가 없었다면 미디어극장 아이공도 없었을 것입니다. ‘진보는 젊은 정신에서 오는 것이지 젊은 육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서울아트시네마는 대안적인 관점과 용기있는 시선과 철학이 담긴 영화들을 선사했습니다. 척박한 땅을 개량해 옥토로 만든 농부의 땀과 정성이 있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서울아트시네마의 땀과 정성으로 깨어 있는 젊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집니다. 몸무게만 나가는 영화를 키울 것인가, 머리가 있는 영화를 키울 것인가.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지 않을까요.”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67] 미디어극장 아이공 대표 김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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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개봉 첫 주 동안 271만 3302명(배급사 집계)을 동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당일에만 30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캐리비안의 해적~>은 석가탄신일인 24일에는 78만 9천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개봉 이틀 만에 109만7000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영화사상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괴물>의 개봉 이틀 관객 수 108만8000 명의 기록을 깬 동시에 외화로서는 처음으로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봉 첫날 전국 670개로 시작한 스크린 수도 주말동안 서울 244개, 전국 912개 스크린으로 늘어났다. 이는 <스파이더맨 3>가 세운 816개 스크린의 기록을 약 100개 앞지른 것으로 전국 스크린 수의 절반이상이다. 조만간 개봉하는 <황진이>와 <슈렉3>가 스크린
전국 912개 스크린 점령, <캐리비안의 해적~>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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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스코틀랜드를 구해내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으로 불리길 꿈꿨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검은 대륙의 히틀러’로 이름 붙여진 남자가 있다. 1971년에 쿠데타로 우간다의 실권을 잡은 이후 수십만명의 죽음을 초래한 공포정치를 펼친 결과, 1978년부터 2003년까지 망명자로 살다 죽은 이디 아민은 20세기 중반의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남았다. 우간다 국내와 바깥에서 그를 바라보는 상반된 정서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그는 안으로 대다수 국민의 치를 떨게 만든 정치가였으나 해외토픽과 외국 가십잡지로 옮겨가면 우스갯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민이 죽은 지금,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우간다인의 몫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선정적인 기사에 물들어 결국엔 서구가 의도한 ‘야만적이고 부패한 아프리카’라는 편견에 동조했던 사람들에겐 비뚤어진 시각의 수정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요즘 세대에 어쩌면 낯선 인물일 아민이 다시 주목받게 된 데는 그를 다룬 영화 <라스트 킹>과 주
20세기 중반의 논쟁적인 인물을 다시보다, <라스트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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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돌아가는 강냉이 기계. 거칠게 쥔 손. 세월의 고됨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얼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해 다시 봄. 그 시작을 알리는 기운은 아직 자리를 뜨지 못한 겨울의 침묵이다. 베이징 외곽의 어느 마을,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에게 맑은 미소의 소녀가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강냉이 기계를 돌리자 소녀는 나무 주위를 돌고, 할아버지의 손동작이 빨라지자 소녀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한 바퀴, 두 바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마을에 뻥 소리가 울리고, 강냉이는 배꽃의 잎이 되어 포대에 고스란히 담긴다. 봄을 피운 할아버지와 소녀의 움직임. 시간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오다가, 순간 사람을 놀라게 한다. 갑자기 움트는 새싹들처럼.
6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봄의 도착을 담아낸 이 영화는 베이징영화학교 감독과를 졸업한 이한얼 감독의 작품이다. 제목은 <봄이요!>. 계절을 바라보는 시선이 꾸밈없이 솔직하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아들이기도 한 이한얼 감독은 “마음 공부를 하
[이달의 단편 13] 이한얼 감독의 <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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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설의 고향> 도대체 요즘 것들은 '한'이 없어요!
[정훈이 만화] <전설의 고향> 도대체 요즘 것들은 '한'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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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좀 주세요.” “한두 방울이 아니라, 선지가 필요해.” 지난 5월18일 오후 3시. 남양주종합촬영소 <두사람이다> 촬영장에서 오가던 무시무시한 대화의 일부다. 떨어지는 핏방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여주인공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피의 수면을 바라보던 중, 순식간에 핏물이 온 방을 채우는 장면. <그랑블루>의 꿈장면에 등장하는, 거꾸로 내려오는 수면의 핏빛 버전이다. 윤진서의 얼굴에 떨어지던 핏방울이 급기야 온 침대와 방안을 피칠갑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2m 남짓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몇 양동이는 될 법한 엄청난 양의 핏물을 맨 얼굴로 맞아야 한다는 점. 눈과 코, 귀로 핏물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온몸을 피범벅으로 만들게 될 텐데 두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더없이 미안한 표정으로 “한번만 더 가자”던 오기환 감독이, “싫어요, CG로 하세요”라는 윤진서의 애처로운 항변에 급기야 무릎을 꿇을 만도 하다. 그러나 프로는 아름답다. 한 시간 반에 걸쳐
네 옆의 아무도 믿지 마! <두사람이다>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