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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이미 명성을 얻었던 오슨 웰스가 할리우드로 넘어왔을 때 영화사에서는 “천재가 작업을 시작했다”고 홍보했다. 아마도 웰스라는 인물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천재’라는 것일 터이다. 그 밖에 그에 대한 기술로는 혁신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영화감독, 영화적 미로의 건축가, 역동적 영화의 창조자, 셰익스피어에 대한 창의적 집착을 가진 인물, 중세적 심성의 소유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웰스에 대한 책(<오슨 웰스의 발견>)을 낸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독립영화인, 지식인으로서 웰스의 면모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 더 이야기할 것은 없을까? 웰스는 “영화는 항상 무언가의 발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문장에서 영화라는 단어를 웰스로 대체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발견의 자리는 서울에서도 이어진다(서울아트시네마, 6월1~5일, 6월12~20일).
위대한 앰버슨가 The Magnificent
‘영화 천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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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의 일환인 서울 LGBT 필름페스티벌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6월6일(수)~10(일) 5일간 열린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인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Transsexual)는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좀더 개방적이고도 민감하게 받아들인 용어.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열의를 갖고 장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을 포함한 라인업을 짰다. 개막작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장편 8편과 <후회하지 않아>, <이반검열2>를 포함한 한국 장편 2편이 상영되며, 그 밖에 <그녀의 기억> <Up/going Home> <친구니까 말할게> <우리 결혼해요> <오버 더 레즈보우> 이상 5편의 단편을 묶은 L-SHORT 부문도 있다.
저항과 전위적 정치세력화에서 보편적 공감과
무지개빛 영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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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놈이를 유지태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동명 원작의 작가인 홍석중은 놈이의 모습을 임꺽정으로 묘사한다. “뼈마디가 굵어서 엄장이 대단해 보이는데 부드러운 살맛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없어서 온통 울근불근한 뼈와 힘줄과 힘살로만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이목구비의 선들이 어찌나 굵고 날카로운지 얼핏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해도 부지불식간에 두려움과 비슷한 존경이 자아올랐다.” 하지만 어디 유지태가 그런 인물이던가. 큰 키에 무용으로 다져진 그의 몸매는 매끈한 뼈마디와 부드러운 힘살로만 이루어진 듯했고, 선이 없는 이목구비는 편안한 미소를 자아내 데뷔 초기의 그를 스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츄럴시티> <거울 속으로>에서 보여준 강한 남성상이나 <뚝방전설> <올드보이> 등에서 연기한 악역마저도 유지태가 간직한 태는 그대로 돋보였을 정도다. 지난 5월25일 공개한 <황진이>에서 등장한 유지태의 놈이 또한
도시적인 느낌의 임꺽정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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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패로우와 그 일행의 스펙터클한 항해기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바다 전설과 해적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빌려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몰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는, 17세기 카리브해에 관한 몇 가지 상식들.
1. 칼립소 Calypso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이하 <캐리비안의 해적3>)에서 바르보사와 잭 스패로우 일당이 소환하는 여신 칼립소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딸, 바다의 님프다. 전설의 섬 오기기아에 살았던 칼립소는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귀향 중에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맞아 보살피다가 사랑에 빠졌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끝내 막지는 못했다. 사랑한 사람의 귀향길이 편안하도록 순풍을 주었다는 이 여신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언약이 깨어진 것에 분노해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각색’된다. 이렇게 거대한 소용돌이로 배를 난파시키는 힘을 가진
[알고 봅시다] 잭 스패로우의 모험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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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주 기쁘고, 나를 추천해준 류성희 미술감독님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좋은 일에 사용되는 것이니까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근데 원래 그 코너에는 유명한 분들이 나오는 건데, 내가 나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작은 돈이지만, 가능하면 몸이 아픈 아이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 특히 날 때부터 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깝다. 내게도 17개월 된 딸이 있는데, 태어날 때 아파서 인큐베이터에 한달 동안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매우 건강하지만. 다음 주자로는 김용화 감독님을 추천하고 싶다. 그분이 사실 감정적으로 굉장히 약한 분이다. 또 세상에서 제일 열정적인 분이니까, 신경도 여러 분야에 쓰셨으면 한다. (웃음)
[만원릴레이 89] EON 정성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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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메가폴리스에 ‘디스코테크’는 그렇게 많아도 ‘시네마테크’는 상설 전용관조차 없다. 영화강국인 코리아에 영화신(神)을 모시는 그럴 듯한 신전 하나 없다니. 하지만 보물은 언제나 숨어 있듯, 분주하고 지저분한 주변을 뚫고 낙원상가의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영화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 우린 그곳에서 무성영화 시절, CG로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뛰어난 액션신들이 이미 만들어졌고, 수십년 전 누드신 없이도 관능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었음을 발견한다. 시네마테크는 영화 사랑인의 ‘디스코테크’인지도 모른다.”
후원 문의: 02-741-9782, 우리은행 068-390044-13-004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68] 영화감독 진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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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내보여주는 것 같은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조은지도 그런 빛나는 배우 중 한명이다. <눈물>(2001)을 시작으로 배우 생활 7년째. “터닝 포인트라고 불러도 좋을”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개봉 때 인터뷰를 못했던 것이 맘에 걸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촬영을 앞두고 핸드볼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에게 자리를 청했다.
-감기 걸렸나봐요?
=네, 감기예요. 요즘에 걸렸습니다.
-(짧은 다리 꼬고 수첩을 뒤적이는데)
=얼마 전 <필로우맨>을 봤어요. 그 연극이 갑자기 생각나네. 약간 취조 분위기라서.
-(다리 풀고 겸손하게)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개봉 무렵에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정말요? 들은 적이 없는데. 누가 내 앞길을 막는 거야?
-핸드볼 연습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아, 3월 중순부터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별나다고요? 그냥 감정에 충실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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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이 맡은 송도 유수 김희열은 <황진이>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처음에 그는 “나는 한번도 원하지 않는 여자를 취해본 적이 없다”면서 아무리 기생이라도 네 마음이 싫다면 몸만 가져 무엇하겠냐며 짐짓 다른 남정네들과 다른 호방함을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이미 확실한 결과를 놓고 그녀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를 할 만큼 야비하다. 밤을 지새우고 목적을 달성한 황진이가 돌변하자, “네가 지금 침을 뱉은 이 우물을 다시 찾을 것”이라며 희열은 싸늘하게 말한다. 호방함과 야비함, 그 양극의 매력이 류승룡를 끌었다. “희열은 굉장히 큰 역할이지 않나. 제작자로서 장윤현 감독은 내가 아직 대중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 많이 주저했다. 이건 대본을 보고 내가 열심히 매달린 경우다.” 그럴 것이다. “남자들의 야망이나 연민이나 질투, 호탕함, 위선까지 다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방법이야 잘못됐지만 지금으로 치면 지략가다. 아닌 말로 21세기에 놈이와 희열을
선이 굵어 즐거운 인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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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은 실패했어. 내 수호천사는 졸고 있었나봐. 내 거기에 남은 건 조그만 살덩어리, 성난 1인치!”(<The Angry Inch >, <헤드윅> O.S.T) 악을 쓰며 노래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기괴한 록가수. 아무리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도 입을 떡 벌릴 만큼 ‘헤드윅’은 낯설었다. 하지만 두꺼운 화장과 드랙 복장에 기꺼워 말고 그의 노래에 한번 귀기울여보면, 그 안에 학대와 배신으로 갈가리 찢긴 여린 몸, 그리고 남들보다 유달리 섬세한 영혼이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1998년엔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2001년엔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을 뒤흔든 <헤드윅>은 마치 자전적 고백 같은 호소력을 갖고서 비슷한 영혼들을 숱하게 울렸다. 바로 그 ‘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이 한국에서 <헤드윅> 공연을 열리라곤 한국의 ‘헤드헤즈’(<헤드윅>의 열광적인 팬들을 지칭하는 말)조차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가 뉴욕 이외의 장소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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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여인들이 모인다. <버라이어티> 등의 외신에 따르면, 1939년 작 <여인들>(The Women)이 리메이크 될 예정이다. <여인들>은 <마이 페어 레이디> <가스등> <스타탄생> 등으로 유명한 조지 쿠거 감독의 연출작으로, '여배우들의 감독'이라는 별명답게 모든 주요 캐스팅이 여배우로만 이뤄진 영화다. 클레어 부스 루스의 동명연극이 원작으로, 조앤 크로포드, 로잘린드 러셀, 노마 셰아러, 조안 폰테인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상류층 여인들의 생활을 비추는데, 이 여인들의 달콤한 인생은 무리 중 한명의 남편이 외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결혼 생활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새롭게 만들어지는 <여인들>의 메가폰은 각본가 겸 TV 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다이앤 잉글리쉬가 잡을 예정이다. 잉글리쉬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여인들> 리메이크 주변에 머물렀는데, 1994년 제임스
조지 쿠거 감독의 <여인들>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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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사무라이 픽션: 적영> 가엾은 춘자씨
[정훈이 만화] <사무라이 픽션: 적영> 가엾은 춘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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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한 영상자료원으로 오세요! 지난 5월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상암동 DMC로 이전한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6월1일 부분적으로 영상자료실 재개관을 시작하여 손님맞이에 나섰다. 지상 2개층과 지상 4개층 2998평 규모에 이르는 자료원 신청사에서 이용객에게 가장 다르게 다가올 것은 영상자료실(2층)과 시네마테크 KOFA(지하 1층)일 것이다. 국내 출시된 DVD 전량, 각종 영화서적과 논문, 시나리오를 구비한 영상자료실은 외관상으로도 서초동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새로 구비한 평면TV가 ??석에 걸쳐 갖춰져 있으며, 2인이 독립된 공간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2인 영상 부스, 63인치 PDP와 5.1채널의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10평 규모의 다인 감상실, 휴게실은 기존 공간에서 볼 수 없었던 시설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자료실에 구비된 컴퓨터를 통해 1천편의 한국 장편 극영화와 수백편의 한국 독립영화 VOD, 2600편에 달하는 영화 O.S.T를 조회, 감상할 수 있는
새 단장한 영상자료원, 이용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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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이 있다고 생각해.” 지난 5월25일, 파주 아트서비스 C스튜디오에 마련된 <그, 사랑을 만나다> 촬영현장. 극중 미연 역을 맡은 한지혜가 상대역인 이천희의 연기를 돕겠다고 농담을 던진다. 연인의 사고 소식에 지쳐 잠을 자던 준서(이천희)는 자신을 깨우는 미연의 손길에 놀라 그녀를 덥석 껴안는다. 그러나 곧 미연은 눈부신 햇살과 함께 사라질 것이고 준서는 그제야 비로소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말 못할 슬픔이 묻어나는 장면이지만, 20대의 젊디젊은 두 배우는 간간이 즐거운 수다를 이어간다. 이천희가 “밥먹고 누워 있으니까 머리가 너무 아파”라며 투정하자 한지혜는 “갑자기 아줌마처럼 보인다”며 놀려대고, 그 말에 삐친 표정을 짓는 이천희를 다시 한지혜가 달랜다. 하지만 손 연기를 위해 핸드크림을 바르는 한지혜나, 빨개진 눈을 만들려 연신 눈을 비벼대는 이천희나 섬세한 준비를 놓치는 법은 없다.
<연풍연가> <하면 된다>
사랑을 속삭이는 추억의 노래, <그, 사랑을 만나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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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칸을 찾은 사진기자는 최소한 200여명이 넘었다. 그중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인 게티이미지 소속 사진기자는 런던 본사에서 2명, 프랑스 현지에서 2명, 독일에서 2명, 미국에서 1명, 총 7명이었고 그중 한국인이 한명 있었다. 그는 다른 6명이 영화제 현장에서 취재하는 동안 1명의 어시스턴트와 함께 오픈 스튜디오에서 단독으로 칸을 찾은 스타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김명중(35)으로 2004년에 게티에 입사한 이후 눈부신 성장을 해나가는 중이다. 자신의 무기는 스마일이라며 환하게 웃는 그를 칸의 해변에서 만났다.
-게티이미지에는 어떻게 들어갔나.
=1995년에 런던으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갔는데 중도에 IMF로 학업을 중단하고 마침 가지고 있던 카메라 장비 덕분에 조그만 사진 에이전시에서 법원 담당 견습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을 시작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신문에 내 사진이 나가는 게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다보니 결국 게티이미지에
[스폿 인터뷰] 스타들을 촬영해 구호단체에 기여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