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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미도> 안 봤는데 잘 됐다.” <화려한 휴가> 일반시사에서 엿들었던 한 10대 관객의 말이다. <씨네21> 독자편집위원회 막내인 중3 전영랑씨도 영화 예고편을 보고서 엄마에게 물었다고 한다. “진짜 저렇게 총을 쐈단 말이지?” 1980년 5월 광주를 제2의 실미도로 받아들이거나, 계엄군의 집단 발포 사실에 설마 하고 고개젓는 이들, 여기 주목!(아래 내용은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산책>과 5·18기념재단의 상황일지를 주로 참조)
1. 작전명 ‘화려한 휴가’
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1980년 5월17일,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은 여론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이에 따라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 소속 7여단과 11여단 병력에 떨어진 작전명이 바로 ‘화려한 휴가’였다. 같은 해 2월부터 신군부는 특전사를 중심으로 ‘충정훈련’이라는 강력한 폭동진압 훈련을 시작했고, 군인
[알고 봅시다]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사살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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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여 처량맞기까지 한 노래들로 가득한 네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고, 그중 몇곡은 국내 CF에 삽입되어 익숙해졌으며, 네 번째로 한국을 찾은 막시밀리안 헤커를 만났다. 7월19일 개봉한 독일영화 <알래스카>(2000)와 그의 데뷔곡 <Cold Wind Blowing>의 인연 덕분이다. 베를린 외곽 빈민가 청소년들의 잿빛 방황을 그리는 영화의 남녀주인공이 교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Cold Wind Blowing>은 그러나 그의 앨범 수록곡과는 약간 다른 버전이다. “영화에 사용할 음악이 필요하다며 음반사를 찾아온 감독에게, 내가 음반사에 보낸 데모 테이프가 전달됐고, 그녀가 그 노래를 맘에 들어했다. 이후에 그 음반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희미한 우연의 힘으로 영화와 관계를 맺은 듯싶지만, 감성적이라는 이유로 <어둠 속의 댄서>를 좋아하고,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을 좋게 봤으며, <알래스카>의 핸드헬드 카메
감성을 만져주는 그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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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캐릭터들은 전통의 순정만화를 닮았다. 테리우스처럼 맘씨좋고 멋진 오빠들과 캔디처럼 씩씩하고 예쁜 언니들이 아기자기 에피소드를 엮는다. 그 판타지 속 흥미로운 리얼리티는 내 마음속의 양다리라는 자연법칙이다. 은찬(윤은혜)은 한결(공유)과 한성(이선균)을 각기 다른 이유로 심하게 좋아한다. 한성은 자신을 떠났다 돌아온 유주(채정안)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은찬을 아낀다. 유주는 한성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10년 넘게 자신을 짝사랑하는 한결의 손길도 뿌리치지 못한다. 한결도 예외는 아니다. 유주를 사랑하는 이유가 백 가지가 넘는다지만 남장여자 은찬에게 자꾸 끌린다. 드라마가 깊어지면서 정리 절차를 밟겠지만, 이들의 본성과 행태는 꽤 현실적이다.
양다리 이미지가 처음에 도드라졌던 건 유주다. 유주의 비중은 다른 세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화제의 폭발력은 가장 컸다. “채정안 맞아?”로 시작해 “왜 이렇게 분위기가 지적이고 멋있
우리가 몰랐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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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프로듀서 박진영은 최근 오직 세 가지 유형의 사람, 즉 영어를 하는 중국인, 중국어를 하는 미국인, 그리고 중국어와 영어를 하는 한국인만이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박씨는 음악계에 대해 말한 것이지만, 동일한 분석이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12개월 동안 여러 명의 유명한 중국 여배우들이 할리우드 데뷔를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워3>에 나올 장징추, <미이라3>에 나올 이사벨라 롱, <스피드 레이서>에 나올 위난 등이다. 이들의 캐스팅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아직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흥행 면에서 입증해야 할 것이 남았지만, 이들이 중국과 홍콩에서 일하는 가장 재능있는 여배우 중 세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영어를 한다.
박진영의 논평 중 흥미로운 측면은 그의 목록에 다언어를 하는 일본 스타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혹은 중국어)를 하는 일본 배우가 별로 없긴 하지만, 그 사실만이
[외신기자클럽] 언어와 글로벌 스타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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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바통 터치를 한 지난 한달 사이, BFI(British Film Institute)의 현재와 미래를 둘러싼 암울한 근심이 영국의 영화·문화계 및 학계를 뒤덮었다. 지난 6월9일 일간지 <가디언>의 독자편지란에는 마이클 샤낭, 로라 멀비, 리처드 다이어를 비롯한 56명의 교수와 연구자가 BFI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BFI가 ‘영국 영화사료의 체계적 관리’라는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으로 출판팀을 없애려는 계획에 대한 항의였다. 이 기고에 대한 찬반양론의 편지들이 <가디언>에 실린 6월13일, BFI는 영국 필름 헤리티지 그룹의 명의로 공식적인 아카이브 재편성 계획안을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그리고 6월16일 BFI의 디렉터인 아만다 네빌은 재차 <가디언>에 기고하면서 BFI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만큼 이제는 주업무인 아카이브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이 궁극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아카이브
[런던] BFI를 둘러싼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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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올마이티>, 일본 개봉 취소
<에반 올마이티>의 일본 개봉이 취소됐다. 성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에반 올마이티>가 기독교인이 소수인 일본에서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결정을 뒷받침했다. UIP의 일본 마케팅을 담당하는 미토마는 “젊은 세대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개봉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코미디 사상 최고 제작비로 화제가 된 <에반 올마이티>의 부진한 북미 흥행성적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픽처스, 전문가 수준의 UCC 사이트 런칭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기존 UCC 사이트를 영화인을 꿈꾸는 신인들을 위한 등용문으로 리런칭한다. “차별화되지 않으면 시장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일반 이용자의 UCC로 채워지던 사이트를 ‘크래클’로 개명하고 전문성을 가진 영상풀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크래클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향후 소니를 통해 영화나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갖게 된다
[해외단신] <에반 올마이티>, 일본 개봉 취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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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더 무비>의 홍보용 캠페인이 구설에 올랐다. 7월 넷쨋주에 열리는 <심슨가족: 더 무비> 영국 시사를 앞두고 영국 도싯의 유적 세르네 아바스 자이언트(Cerne Abbas giant) 옆에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중 하나인 호머 심슨을 그려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세르네 아바스 자이언트는 회백색 석회암으로 성기를 드러낸 채 곤봉을 휘두르는 남자를 묘사한 유적. 최소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며 오랫동안 영국 비기독교도들에게 다산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세르네 아바스 자이언트의 왼편에 들어선 호머 심슨은 비슷한 색깔의 페인트를 사용해 남성용 팬티를 입고 왼손에 도넛을 들고 있는 형태로 완성됐다. 비기독교도 모임의 웨섹스 지방 책임자인 앤 바인스 에반스는 “이건 정말 무례한 일이다. 그들은 시골을 거대한 광고 게시판으로 생각하나?”라며 분노를 표했다. “(세르네 아바스 자이언트는) 사람들이 커다란 애정을 지닌 장소다. 어린 소녀들은 그림의 발 근처
[What's Up] 심슨씨, 이번엔 좀 많이 무례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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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해리 포터를 찾아라!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개봉 첫주 1억4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조앤 K. 롤링의 시리즈 마지막 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출간을 눈앞에 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이른바 ‘넥스트 해리 포터’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작품들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셉티무스 힙>(Septimus Heap). 영국의 여성 작가 앤지 세이지의 판타지 소설인 이 작품은 강력한 마법사의 피를 물려받은 소년과 왕가의 혈통인 소녀가 출생시 운명이 뒤바뀌며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다. 총 7권으로 예정된 시리즈 중 현재 <마직>(Magyk), <플라이트>(Flyte), <피직>(Physik) 3권이 출판된 상태다. 이미 미국에서만 100만부가 넘게 팔리고 28개 언어로 출간되는 등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두편의 <해리 포터> 영화를 남겨둔 워너
제2의 해리 포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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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누군가가 물었다. “메가박스가 홍콩에 팔린다면서.” 메가박스쪽에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다시 물었다. “호주에 팔린다던데.” 다시 확인했더니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얼마 뒤, 누군가가 또다시 물었다. “메가박스쪽에 구매의사를 표한 곳이 다국적 펀드라고 하던데.” 이번엔 안 물어봤다. 그저 돌고 도는 소문일 거라고 넘겨짚었다. 다음엔 또 어디에서 산다는 말이 나올까. 잠깐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참았다. 이번주 초 한 제작사 개업식에 들렀다 한 영화인이 메가박스 이야길 꺼냈다. 그래서 한마디 해줬다. “팔긴, 뭘 팔아.” 그러던 중 뒤통수 맞았다. “거 봐. 판 것 맞잖아!”
설왕설래, 메가박스 매각이 사실로 판명됐다.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의 소유권이 코리아 멀티플렉스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KMIC)이라는 투자회사에 넘어간 것이다. KMIC는 “자산운용액이 1조달러에 달하는” 호주의 금융 선두주자이자 “55%의 수익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쟁점] 영화판 구조조정의 신호탄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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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남자들이 게이 커플로 위장하고 결혼식까지 올리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척과 래리>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제치고 1위로 데뷔했다. 가짜 게이 행세를 하는 두 소방관 역할에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 그리고 제시카 비엘이 출연한 <척과 래리>는 개봉 첫주 주말 348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주 1위로 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2주째 흥행성적은 3218만달러인데 개봉 첫주와 비교하면 58% 하락했다. <AP>는 각 스튜디오에서 주말수입을 확정하기 전까지 <척과 래리>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가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4천만달러 정도의 개봉수익을 기록한 <성질 죽이기> <클릭> 등 샌들러가 출연한 전작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악평에도 불구하고 1위로 데뷔한 <척과 래리>의 흥행력은 “아담 샌들러의 티켓 구매력”
<척과 래리>, <해리 포터>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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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다이하드 4.0> 당신을 잊고 있던 나를 용서해주오.
[헌즈다이어리] <다이하드 4.0> 당신을 잊고 있던 나를 용서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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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의 최근작 3편을 만난다
7월26일부터 8월2일까지, 필름포럼에서 지아장커 감독의 최근작 3편을 만난다. 작은 규모로 국내 개봉하여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는 <스틸 라이프>가 7월26일 필름포럼에서 재개봉하면서 마련된 ‘지아장커 스페셜’에서는 <동> <스틸 라이프>, <세계>를 상영할 예정이다. 7월28일 <동> 상영 이후에는 지아장커 감독과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문의: 02-764-4231, www.filmforum.co.kr).
<사이트 앤드 사운드>, “<만다라> 최고의 불교영화”
로버트 알드리치의 <허슬>, 이마무라 쇼헤이의 <일본곤충기>, 그리고 임권택의 <만다라>.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창간 75주년을 맞이해 꼽은 ‘75편의 숨겨진 보석들’ 중 하나로 <만다라>가 선정됐다. 장 미셸 프로동, 조너선 로젠봄, 사토 다다오 등 전세계
[국내단신] 지아장커의 최근작 3편을 만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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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즌을 맞아 배급사들의 스크린 확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영화 사이에 <화려한 휴가>가 도전장을 던지는 7월 마지막 주는 스크린 쟁탈전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7월25일 또는 26일 사이에는 <화려한 휴가> <에반 올마이티> <라따뚜이> <꽃미남 연쇄 살인사건> <므이> 등이 새로 개봉하는데다 이미 극장에 걸려 있는 <다이하드4.0>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트랜스포머>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이기 때문. <화려한 휴가>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500개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스파이더맨 3> 등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800~900개 스크린을 확보함으로써 대대적인 흥행을 성공시킨 터라 대형 영화들 사이의 스크린 확보 싸움은
[충무로는 통화중] 앗 뜨거! 스크린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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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내실있는 독립영화제를 통해 지역 관객을 개발하고, 독립영화인들의 공식적인 피서도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와 강릉시네마테크가 시작한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다. 매년 8월 첫째 주말 정동초등학교 운동장. 코앞에는 바다가, 스크린 뒤로는 기차가 지나가는 야외상영장이 또 어디 있을까. 날마다 선정된 특별관객에게 돗자리와 모기약과 삶은 옥수수 등 기념품 패키지를 증정하고, 동전으로 투표하여 선정된 인기상의 상금으로 동전 총액(대개 1만원에서 2만원 사이)을 수여하는 영화제가, 모르긴 몰라도 흔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행사의 가장 큰 저력은,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펼쳐지는 에어스크린 앞으로 모여드는 관객의 면모에 있다. 피서차 왔다가 들른 젊은 커플부터, 강릉 시내에서 할머니를 졸라서 함께 왔다는 어린 손자까지. 독립영화의 정의는 몰라도 좋다. 조금 다른 영화를 향한 열린 마음은 누구 못지않은 이들에게선 ‘독립영화=지루하고 심각한 영화’라는 편견은 찾
[인디스토리] 이번 휴가, 정동진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