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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은 평생 단 한편의 영화만 만든다. 지아장커야말로 그렇다. <소무>에서 <플랫폼>과 <임소요>를 거쳐 <세계>에 이를 때까지, 그는 늘 변하는 것을 찍으면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아장커가 만들어내는 단 한편의 영화는 <스틸 라이프>에서 마침내 정점에 올랐다. 이 영화는 완전하다. 그리고 여기엔 장이모와 첸카이거의 요즘 작품들에선 절대로 찾을 수 없는 현실의 중국이 있다.
지아장커는 서른살 무렵에 쓴 글에서 불안정한 자신의 생활을 떠올리며, 영화를 선택한다는 건 뿌리뽑힌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는 늘 자신의 삶과 영화를 일치시키는 감독이다. <플랫폼>이 그랬고, <세계>가 그랬으며, 이제 <스틸 라이프>가 그렇다. 이 영화엔 무너진 돌들이 있고 뿌리 뽑힌 사람들이 있다.
산밍은 16년 전 자신을 버리고 딸과 함께 가출한 아내를 찾아 주소만 달랑
사라져가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불러내는 초혼가, <스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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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노 마코토는 쾌활한 열일곱살 소녀다. 등굣길 산들바람은 단발머리를 희롱하고 턱걸이로 지각을 면해도 마음은 노래 부른다. 수업이 끝나면 두 친구 고스케와 치아키와의 즐거운 야구연습이 기다린다. 그러나 소녀는 지금 비탈을 달리는 중이다. 여름은 바야흐로 반환점을 돌고 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좋았던 그녀의 시간은, 이제 끝나려 한다. 선생님은 문과냐 이과냐 진로를 묻고 치아키와 고스케는 그들을 사모하는 여학생들의 고백을 받을 참이다. 7월13일. 일본어 발음으로 ‘나이스 데이’라 불리는 날 마코토는 늦잠부터 시작해 시시콜콜한 재앙을 연달아 겪는다. 그리고 방과 뒤 과학실 구석에서 호두처럼 생긴 괴상한 물체 위로 넘어져 신비한 비전을 본다. 자전거를 달려 귀가하던 철도 건널목에서 마코토는 기차와 부딪힌다. “설마 죽겠냐 했는데 죽는구나.” 다음 순간 마코토는 자기가 시간을 뛰어넘어(time leap) 살아 있음을 발견한다. 곧장 마코토는 복권을 산다, 고 생각하면 그녀를 잘 못
삶을 연장하는 편법, <시간을 달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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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기 위해 칸의 무대에 오르자 언론계 동료들이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해온 질문이“저 배우 한국에서 빅스타야?”라는 것이었다.
대답은 쉬웠다. “아니, 저 배우의 이름만으로 영화가 팔릴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빅스타’는 아니야. 그렇지만 자기 세대 중 한국에서는 의문의 여지없이 가장 훌륭한 배우지.” 두 번째 질문이 던져졌다. “그럼 이전 작품은 어떤 게 있어?”
이건 좀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영화 제목을 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동료들이 봤을 만한 영화 제목을 대야 했기 때문이다. “뭐, 7년 전 칸 비평가 주간에서 상영됐던 <해피엔드>에서 대단했지.”(이 영화를 기억해내려 안간힘을 쓰는 표정들- ‘비평가 주간’의 영화를 보는 기자들은 몇 안 된다) “그리고 칸 마켓에서 상영됐던 <내 마음의 풍금>과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도 멋졌었지.”(멍한 얼굴들) “그래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외신기자클럽]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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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가 새로운 마살라(양념)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보통 발리우드 마살라영화의 핵심은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게 만드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나 눈물을 날려버리는 집단댄스 정도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인도에 상륙한 지 10년이 넘은 <스타TV>를 비롯해 다양한 외국 영화매체들이 가공할 만한 공세를 해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인도 영화계의 새로운 소재 개발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관객의 입맛은 뷔페에 적응한 지 오랜데 영화계가 별미라고 내놓은 것이 대부분 불륜과 미혼모라는 구태의연한 양념이다보니 소재의 진부함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발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새로 눈을 돌린 소재는 스포츠다. 그동안 스포츠가 발리우드의 소재로 사용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스포츠를 소재로 한 발리우드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고,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영화로는 고작 서너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니 발리우드가 새롭게 개척하는
[델리] 발리우드, 스포츠 영화에 눈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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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해리 포터>를 극장 밖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워너브러더스와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호그스미드 마을, 금지된 숲 등을 플로리다주의 올랜도에 대형 테마파크로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 J. K. 롤링 역시 “책과 영화의 팬들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10억달러 예산이 투입될 이 계획에 적극 찬성했다. 테마파크에는 원작에 근거한 라이드와 레스토랑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리 포터> 테마파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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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런던에서 연극으로 초연된다. 케빈 스페이시와 샘 멘데스 감독이 이끄는 올드 빅 컴퍼니에서 공연하며, 실제 공연이 시작되는 9월 전까지 캐스팅과 각본에 대해서 알모도바르에게 승낙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로 죽은 아들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마누엘라 역에는 영국 여배우 레슬리 맨빌이 낙점된 상태다.
연극무대에 오르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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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지난해 <채널4>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영@허트>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했다. <영@허트>는 25년 전 결성된 노인 밴드 ‘영 앳 허트 코러스’의 쇼케이스 준비과정을 촬영한 다큐로, 노인 밴드들이 콜드플레이, 지미 헨드릭스 등의 레퍼토리를 전문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연습하는 과정부터 리허설, 공연 실황까지를 담고 있다.
영국 할아버지들의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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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호러의 베테랑, 나카타 히데오와 이치세 다카시게가 이십세기 폭스에서 <인휴먼>을 만든다. 나오미 왓츠의 <링2>를 감독한 히데오와 <주온>을 <그루지>로 탄생시킨 제작자 다카시게에게 할리우드는 낯선 무대가 아니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토대로 두 사람이 만들어낼 음산하고 기괴한 이야기는 버티고엔터테인먼트의 로이 리가 함께 제작한다.
나카타 히데오 차기작 <인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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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극장가를 융단폭격한 할리우드의 두 스튜디오가 1등 산출 방식을 두고 신경전에 돌입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이하 <캐리비안3>)의 1주차 성적이 나온 이번 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전세계) 개봉 성적”이란 월트디즈니사의 발표에 <스파이더맨 3>의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디즈니의 발표에 따르면 <캐리비안3>가 개봉 첫주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4억100만달러. 이는 3주 앞서 개봉한 <스파이더맨 3>가 첫주 세운 역대 기록인 3억8200만달러를 깨뜨린 것이다. 전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개봉성적(미국 기준)을 갈아치우며 왕관을 썼던 <스파이더맨 3>는 축포를 울리자마자 김이 샌 셈이다.
문제는 전세계 와이드 릴리즈가 특징인 이번 시즌엔 개봉 첫주 성적을 정확히 산출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싸움은 발끈한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What's Up] 해적거미 1등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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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의 해적판은 없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불법복제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비디오 핑거프린팅’ 기술에 대한 테스트가 현재 완료 단계에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디오 핑거프린팅’이란 영상 고유의 코드를 판독해 인터넷상에 유포된 해적판 비디오를 추적하는 것으로, 현재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대조하며 확인해야 하는 작업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MPAA의 테스트 대상에 오른 10여개의 ‘비디오 핑거프린팅’ 시스템 중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신생업체 보빌(Vobile)이 개발한 것으로, 영상에서 “비디오 DNA”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DNA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기술을 이용하면 단 몇초 분량만으로도 해당 영상이 해적판인지 알아낼 수 있으며, 캠코더로 찍은 흐릿한 영상까지 판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MPAA의 부회장 딘 가필드는 “비디오 핑거프린팅 기술은 이미 수년간의 테스트
비디오 DNA로 해적판 완전 박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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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중형 배급사가 탄생할 것인가. <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과 <행복>의 투자사인 엠엔에프씨가 손잡고 배급사업을 시작했다. 청어람-엠엔에프씨는 최근 각 극장에 공문을 보내 7월12일 개봉하는 <해부학교실>부터 공동배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2002년 ‘한국영화 전문 배급사’를 모토로 내건 청어람은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으로 2003년에는 배급시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사를 제치고 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인 영화사. <괴물> 제작을 전후로 배급을 포기하고 투자·제작에만 전념해왔다. 음악감독 조성우씨가 대표로 있는 엠엔에프씨는 <꽃피는 봄이 오면> <형사 Duelist>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외출> 등에 부분투자를 해왔으며, 올해 들어서는 <두사람이다> <M> 등 자체제작과 메인투자 작품들을 쏟아
[쟁점] ‘콘텐츠 중심’의 깃발을 높이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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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로 돌아온 오션 일당의 시원한 카지노 털기가 박스오피스도 털었다. 거미인간이 문을 열고, 슈렉과 해적들로 이어진 여름 시즌의 3편 행진의 바톤을 4번째로 받아든 <오션스 13>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일찌감치 공언한 시리즈의 마지막. 유럽으로 무대를 옮겼던 <오션스 트웰브>에서 다시 라스베가스로 돌아온, 이제는 너무나 똘똘 뭉쳐버린 오션 일당은 "복수는 달콤하다"고 외치며 형제애와 우정을 과시한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기존 11명에 새로운 악역 알 파치노, 1,2편에서 악역을 맡은 앤디 가르시아와 뱅상 카셀이 모두 등장한다.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의 여자배우들은 출연하지 점은 아쉽다. 우정을 위해 카지노를 털고 돈도 버는 <오션스 13>의 개봉기록은 3708만 달러다.
지난 주 까지 2주 연속 정상을 지킨 <캐리비안의 해적들: 세상의 끝에서>는 3주차 수입 2131만 달러를 벌어들여, 북미
오션 일당의 마지막 한탕,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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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황진이> 상영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차이
[헌즈다이어리] <황진이> 상영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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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진행하는 [시네마 자키]
이번 편은 "비굴한 남자들" 편으로
영화 속 남자들의 비굴한 모습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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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자키] 비굴한 남자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