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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의 음악적 일대기는 드라마틱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한국에서 이상은 같은 방법으로 시작해서 이상은 같은 과정을 거쳐 이상은 같은 위치에 오른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데뷔 당시의 이상은은 ‘그저’ 인기 가수였다.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까지 냈던 인기 가수. 인기는 사그라들었고, 그 사이 대중의 인정과 자기의 욕심 사이에서 방황했던 준작과 실패작들이 나왔다.
상황이 바뀐 것은 1993년 즈음부터다. 그녀는 <언젠가는> 같은 곡을 만들고 부르면서 ‘인기 가수’가 아니라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이상은이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두장의 음반, <공무도하가>(1995)와 <외롭고 웃긴 가게>(1997)를 통해 이상은은 ‘작가주의 뮤지션’이 됐다. 명료하고 날카로운 음악적 감각과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낭만적인 언어로 이루어진 음악. 넓고 얕은 인기 대신 충성스런 일군의 숭배자를 얻은
꿈이 일렁이는 초록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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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딱히 꼬집어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묘하게 은근한 열등감을 자극하여 보면 볼수록 울컥하는 CF들이 있다. 이건 순전히 내가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이며, 가끔 방구석에서 쥐며느리가 튀어나오는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쓰련다. 그러니 개인적 감정이 글에 섞여 들어가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우선 한편의 자동차 광고에 대해 얘기하면 이렇다. 이효리와 이동건의 CF를 가장한 뮤직비디오로 약간의(?) 논란을 일으켰던 투싼이 요즘에는 이효리의 솔직담백 토크를 내세운 CF를 내보내고 있다. 뭐 처음엔 차랑 모델이랑 잘 어울리는데다가 SUV에 여성 모델을 기용한 것도 신선했고, 화면 때깔도 좋고, 무엇보다 발랄한 매력이 넘치는 효리양이 모델이니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이다. 근데 이 CF 자꾸자꾸 보니 괜히 울컥한다. 문제는 그 효리양의 고백 되시겠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나보다 어리고 예쁜 것들아. 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누구나 다
[도마 위의 CF] 좋은 집 살아서 좋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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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3일(토) 밤 11시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섬. 백인 여자들이 모여든다. 고국에서는 사랑에 지치고 일상에 지친 보잘것없는 여자들이 돈만 들인다면 왕비 대접을 받는 곳. 그녀들은 이곳을 파라다이스라고 부른다. 근육질의 매끈하고 젊은 원주민 청년들의 충성어린 사랑을 받을 수 있고 하루 종일 해변에서 피부를 그을리고 밤이면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을 그녀들은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다. 영화는 세명의 백인 여자들의 고백과 해변의 식당에서 일하는 흑인 남자의 독백으로 나뉘어져 있다. 여자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자신의 은밀한 구석을 고백하는데 이것은 그녀들이 왜 이곳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일종의 절실한 변명이다. 하지만 이 천국 같은 곳에 섹스를 넘어서는 사랑이 개입하면서 그녀들의 이상한 공동체에는 균열이 생긴다.
이 중년 여자들의 허기진 욕망이 얼마나 절절한지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그녀들은 사실 그 땅의 어린 청년들을, 나아가 그 땅을 착취한다. 영화는 해
고상한 위선, <남쪽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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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옥션하우스>는 토요일도 아닌 일요일 밤 11시40분이라는, ‘안습’의 시간대에 전파를 타고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제법 의미있는 삽질을 시작한 패기의 작품이다. MBC의 신진급 PD 네명이 매주 돌아가며 정성껏 일군 에피소드의 열매를 맛보라고 내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시즌제, 회마다 에피소드가 일단락되는 방식, 전문직 세계를 전문적으로 조명하기 등 여전히 한국 드라마에서는 도전과제로 존재하는 영역을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모두 잘근잘근 소화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소더비라는 ‘윌옥션’의 미술경매 스페셜리스트들이 주인공이며, 도난사건, 위작사건 등 그림을 둘러싼 우여곡절 파란만장의 에피소드가 매주 그들의 동선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실제 그림 관련 전문가들의 ‘훈수’를 쫀쫀하게 받고 있다는 <옥션하우스>는 정말로 행방불명 상태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도 그럴듯하게 소재로 차용하는 등 호기심은 동하되 수십억원 낙찰이
한국형 전문직 드라마의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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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씨와는 이전에 한번도 일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걱정이 됐는데 처음 만날 때 부터 카메라에 대단히 호의적이어서 안심이었다. 이 사진은 <어깨너머의 연인>의 주인공 정완이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가짜 깁스이긴 하지만 움직이기 불편한 탓에 이미연씨는 촬영 중간 중간 소파에 기대 누워서 책을 읽곤 했다.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이대자 발가락으로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그렇게 쫙쫙 펴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촬영 초반부터 스틸 카메라에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하여간 현장에서 책임감도 엄청나게 센 사람이다. 촬영에 단 한번도 늦은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원래 그걸로 유명하다더라고. 강철체력.”
[숨은 스틸 찾기] <어깨너머의 연인> 이미연의 숨은 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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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이 불러서 유명해진 옛 블루스 <제방이 무너지면>은 1927년의 미시시피 대홍수를 읊은 노래다. 노래의 한 구절은 이렇다. ‘비가 쏟아져 제방이 무너지면 난 머물 곳이 없네. 만약 제방이 무너지면, 어머니, 피난해야 돼요.’ 100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일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벌어졌다. 2005년 8월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제방이 터지는 바람에 뉴올리언스의 80%는 물에 잠기게 된다. <제방이 무너지면>에서 제목을 딴 <제방이 무너졌을 때>는 폭풍과 홍수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은 뉴올리언스 시민의 비극을 그린 다큐멘터리로, 대부분 사람들이 자연재해로 기억하고 있는 카트리나의 참상이 기실 사악한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진 죄악임을 밝히고자 한다. 스파이크 리는 자기 목소리를 뒤로 접은 채, 170여명의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증언을 빌려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자를 관객이 심판하는 법정으로 불러내는 작업을 펼친다. 19
허리케인이 드러낸 미국의 비극, <제방이 무너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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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국내 미공개 해외 신작들이 한꺼번에 관객을 찾는다. 올해 3회째를 맞는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이 11월4일부터 29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동시다발&오감만족! 특별한 시네마열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영화제는 이름 그대로 국내에 아직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세계 각국의 주목할 만한 신작들을 극장 및 TV를 통해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자리. 올해부터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새로운 영화에 목마른 관객은 좀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 상영작 규모도 대폭 커졌다. 1회 때 6편, 2회 때 4편만 선보이던 예년들에 비해 올해는 무려 1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국가도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적의 다채로운 안배가 눈에 띈다.
<부모님이 휴가를 떠난 해>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 1970년 멕시코월드컵의 열기
국내 미공개 화제작, 따끈따끈할 때 만나자, KBS프리미어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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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욱 거침없는 상상력을 자랑한다. 국내 유일의 경쟁 단편영화제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2007)가 5회째를 맞아 11월1일부터 6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지난해와 같이 ‘R. U. Short?’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AISFF의 작품 수는 총 89편. 신작 단편을 상영하는 국제경쟁부문에는 30개국 57편, 비경쟁부문인 특별프로그램에는 32편의 작품을 각각 불러모았다. 전체 상영작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출품작이 예년의 2배가량인 1381편으로 크게 늘어난 비경쟁부문은 물론 다르덴 형제, 월터 살레스, 즈비그뉴 립친스키 등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을 포함한 특별프로그램 역시 한결 엄선된 느낌을 풍긴다. 주제와 상관없이 8개 섹션으로 나뉜 국제경쟁부문과 달리 특별프로그램은 특정한 키워드 아래 5개 섹션으로 나뉜다. ‘감독열전: 시네마 올드 앤 뉴’가 감각적인 신예 감독들의 작품에 관록있는 거장들의 작품까지 덧붙여 선보인다면, ‘테마단편전: 음악
짧은 단편이 높이 난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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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는 아홉살이 되던 해에 부모와 함께 존 부어맨의 <서바이벌 게임>을 봤다. 아홉살에 그 영화를 본다고 누구나 타란티노가 되는 건 아니지만, 타란티노가 아홉살에 그 영화를 보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악동 역시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혹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걸작 <서바이벌 게임>이 부어맨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는 사실 거장이라는 멋들어진 칭호를 화려하게 받아본 적은 없는 남자고, 특정한 영화적 경향이나 지리적 특징으로 묶어서 읽기도 난감하다.
물론 그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는 존재한다. 자연과 인간의 투쟁, 현대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 미국의 신화에 대한 철저한 해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한번도 포기해본 적이 없는 현재진행형의 작가라는 사실이다. <포인트 블랭크>(1967), <서바이벌 게임>(1972) 같은 걸작들을 낳으며 전도유망
[존 부어맨] “우리는 과연 현재를 바꿀 만한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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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처럼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이지상, 임창재 감독의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서정은 제 이름을 새로 지었다. 예명이니 무슨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평소 어감이 좋았던 ‘서’ 자를 따서 성으로 썼고, 본명에서 한 자를 따와서 ‘정’이라는 외자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배우로 살았던 10여년의 삶을 돌아보니 남들보다 한참 느렸다.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섬> <거미숲> <녹색의자>,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둔 <경계>까지 출연작을 세어봐도 얼마 안 된다. 물론 다른 배우들처럼 스타덤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섬>을 끝내고 난 직후에는 그의 집 앞에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자신의 소속사로 오라며 러브콜을 경쟁적으로 보내기도 했고, 한때 그 또한 시류에 따라 TV에도 얼굴을 내밀었으나, 그닥 큰 흥미나 자극을 느끼지 못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 뜻이 없던 ‘서’가 ‘천천히 서’가 아닐까 싶었던 것
[서정] “감정이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꾹꾹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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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어권 영화의 새로운 아마조네스가 등장했다. 왕취안안 감독의 <투야의 결혼>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이자 위난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그녀가 연기하는 투야는 불구가 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러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급기야 남편과 이혼한 뒤 그런 전남편과 아이들을 떠안을 새 남편을 찾는 여자다. 이전작들에서 주로 도회의 삶을 연기했던 그녀였기에 <투야의 결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연기의 변화’, 그 이상이다. <투야의 결혼>으로 나 역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게 그녀의 얘기다.
내몽골 지역의 척박한 시골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투야의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은 언뜻 <귀주이야기>(1992)의 공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매서운 흙바람을 그대로 얼굴에 가둔 채 살아가는 두 여인의 모습은 강
[위난] 두려움없는 대륙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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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 미니스커트는 안 입을까봐요.”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녀가 불편해 보였다. 사실 지켜보는 입장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두편의 드라마에 걸쳐 갈 데까지 간 백수아가씨를 연기했던 이하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트레이닝복이 아닐까. <연애시대>의 지호와 <메리대구 공방전>의 메리는 단벌 트레이닝복에도 기죽지 않았고 언니 옷을 훔쳐 입거나, 엄마가 커튼을 찢어 만들어준 옷을 입고도 당당한 여자였다. “평소에도 트레이닝복을 자주 입어요. 동네에서 가게 갈 때는 무릎이 나온 옷도 그냥 입고 다녀요. 그런데 이왕이면 예쁜 옷도 어울려 보이면 좋을 텐데…. (웃음)” 하지만 그 두편의 드라마 덕에 그녀는 출근시간 이후의 동네 골목에서 서로 하품하며 마주칠 것 같은 이웃집 처자로 각인됐다. 하품을 가리던 손을 걷고 나면 서로를 격려하는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은 여자. 그 미소 덕에 동네에 사는 10년차 고시생도, 삼수를 넘어 사수를 넘보는 재
[이하나] 긍정지수 1000%의 자연산 말괄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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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2007년 10월 <씨네21> 스튜디오 인터뷰 시작 즈음
기자: 길고 덥수룩한 머리를 영화 초반에 자르셨잖아요. 그것도 제법 잘 어울렸는데. (웃음)
임지규: 걱정했었어요. 자르기 전과 이후가 너무 달라 보이면 내가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기자: 음, 너무 잘생겨 보일까봐 걱정했다는 건가요?
임지규: 뭐, 그런 셈이죠.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그가 너무 멀쩡하고 멀끔해 보여서 한번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엿보이는 이상한 기운에 두번 놀랐다. 한달 간격으로 개봉을 준비 중인 두편의 장편독립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와 <은하해방전선>은 소심한 왕따와 데뷔를 앞둔 감독지망생을 원톱으로 내세운다. 양해훈과 윤성호, 첫 장편을 완성한 두 감독은 독립영화계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임지규는 그런 영화 두편의 주인공을 연기했다. 각기 ‘한 개성’ 하는 두 감독의 페르소나(로 추정되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이쪽의
[임지규] 독립영화에서 건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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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며, 성인 남성은 개막일 하루만 입장이 가능한 영화제?’
'씨너스 이수'에서 오는 11월 1일부터 <핑크영화제>라는 독특한 영화제를 개최한다
'핑크영화'란 일본영화계만의 독특한 영화장르의 하나로 극장상영용 35mm 성인영화를 말하며
'포르노'가 아닌 '솔직한 사랑의 몸부림'이라 외치는 팬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조건만 지키면 감독의 창작의 자유가 인정되는 시스템이기에
재능 있는 감독지망생들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핑크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감독들로는
영화 <쉘 위 댄스> 수오 마사유키, <박치기> 이즈츠 카즈유키,
<큐어>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등이 있다.
<핑크영화제(Pink Film Festival)>는 2007년 11월 1일(목)~7일(수)까지
씨너스 이수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일본의 독특한 장르영화?’ <핑크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