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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6일, 애덤 샌들러가 주연한 두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통받는 남자에 대한 드라마 <레인 오버 미>와 이성애자지만 그럴 만한 사연으로 게이 결혼식까지 올리는 남남커플에 관한 동성애 코미디 <척 앤 래리>다. 주연배우가 같은 영화 두편이 하루에 개봉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 애덤 샌들러의 전혀 다른 두 모습 외에도 닮은 듯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한다.
<레인 오버 미>와 <척 앤 래리>의 애덤 샌들러
<레인 오버 미>
<레인 오버 미>의 애덤 샌들러는 낯설다. 9·11 테러로 가족을 잃은 찰리 파인맨을 연기한 샌들러는, 말쑥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덥수룩한 머리, 분명하지 않게 웅얼거리는 이방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코미디로 경력을 시작한 그이지만 짐 캐리가 <트루먼 쇼>와 <이터널 선샤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듯, 스크린 속 진지한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
[VS] 진지 샌들러 vs 코믹 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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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에 개봉되는 영화를 엄선하여 관객들에게 질문하는 [개봉작 출구조사]
이번 주에는 8월 30일에 개봉한 <내 생애 최악의 남자>와 <디스터비아>를 본 관객들에게 솔직담백한 영화평을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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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내 생애 최악의 남자>, <디스터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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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유유자적한 남자들이라니. 구겨진 바지와 티셔츠에 슬리퍼나 샌들 따위를 신고 나타난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는 겉모습부터 한껏 느슨해 보였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장근석조차 소파에 기댄 자세만큼은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에서 활화산 밴드가 뿜어냈던 열정은 그저 신기루였을까. 오해를 간파한 듯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인터뷰 중에는 활화산 밴드로 직면했던 고생과 분투가 한껏 묻어났다. 무엇보다 전자기타 줄 한번 진지하게 튕겨본 적 없고 드럼 스틱 한번 모질게 잡아본 적 없었던 이들의 손에는 물집과 상처의 흔적이 수훈처럼 남아 있었다(책임감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들은 “마치고 술 마시자”는 애초의 약속에도 그날 역시 <윤도현의 러브레터> 출연을 준비해야 한다며 홍대 연습실로 총총히 나섰다). <즐거운 인생>에서 활화산 밴드가 들려주는 모든 곡을 스스로의 손으로 연주해낸 이들에게 더이상 두려울 것이
[김윤석, 정진영, 김상호, 장근석] 유쾌한 네 남자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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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하르 코헨 감독은 인터뷰를 다소 어색해했다. 과감한 레게 헤어스타일에도, 체구는 작았고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전쟁통에 사귄 네덜란드 여자친구들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고백에, 그럼 그들을 찾아나서야겠다며 덜컥 유럽 여행을 계획한 기발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8월27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의 상영작인 <아버지의 선물>은 슐레이만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밟았던 자취를 뒤쫓는 다큐멘터리다. 전쟁의 화염 속에서 그는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를 거쳤고, 40여년이 지나 코헨은 아버지 슐레이만과 함께 당시 장소들을 되짚어간다. 부자의 친밀함과 일상의 유머가 풋풋하게 묻어났던 <아버지의 선물>은 실상 “2년간 철저하게 각본을 준비”해 완성한 작품. “나는 느린 사람”이라는 코헨 감독의 말을 들으니 침착한 눈 뒤에 숨어 있는 열정과 끈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처음 아버지와의 여행을 담기로 마음먹었을 때 의
“아버지도 이제는, 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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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 감독 존 조스트가 올해 가을부터 한국의 대학 강단에 선다. 연세대는 지난 8월28일 조스트 감독을 2007년 2학기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서현석 교수는 “30년 동안 독립제작을 하신 분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며 “한국에 오신 적이 있어서 여기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실험영화에 관심을 기울인 조스트 감독은 전주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등을 통해 우리나라 관객에게 소개된 바 있다.
[존 조스트] 한국에서 교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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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배우 파니 아르당의 베니스행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탈리아 극좌 과격파 조직인 붉은 여단의 활동을 “매혹적이고 열정적”이라고 표현해 분노를 자아낸 탓이다.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르당은 붉은 여단의 공동설립자 레나토 쿠르시오가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가가 되지 않았다.” 30여년 동안 6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한 경력도 이탈리아인들의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 베네토 주지사는 “그녀가 여기에 오지 않는 호의를 베푼다면 매우 감사하겠다”고 냉소했다.
[파니 아르당] 베니스에는 오지 않아주면 고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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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걸까. 오언 윌슨이 8월26일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손목을 긋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다. 가족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된 그는 다행히도 생명에 큰 지장없이 회복 단계를 밟고 있는 상태. 윌슨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늘 영화에서 환한 웃음을 전해온 당신, 부디 스크린 밖에서도 미소를 되찾으시길.
[오언 윌슨]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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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소설가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 따위를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한다. 그래서 치고받으며 소리만 지르는 미친 영화들을 보러 간다. 할리우드 키드 시대의 사람들은 성당에 가는 듯 경건한 기분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그들은 예술적인 ‘작품’을 ‘감상’하고는 무엇인가 마음속에 소중히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갔다. 서울에는 영화를 보러 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무엇인가 마음속에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가는 소중한 장소가 하나 있다. 내가 가끔 발길을 하는 서울아트시네마가 바로 그 예술의 성당이다.”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80] 소설가 안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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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머레이가 스톡홀름에서 술을 마신 채 골프카트를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빌 머레이를 발견한 경찰은 그가 “미국법을 들먹이며 음주측정을 거부했지만, 혈액을 채취하자 바로 음주운전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는 혈액검사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허용치를 넘었을 경우에는 구속될 수도 있는 중죄다. 하지만 빌 머레이는 본인이 시인한 덕에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그의 골프카트에 대리운전 전단이 끼어 있지 않았나보다.
[빌 머레이] 스웨덴서 음주운전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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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어떤 햇빛을 찾으실 건가요? <밀양>과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올해 칸영화제를 달구었던 이창동 감독과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이 부산에서 재회한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장편경쟁부문인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두 감독을 초대한 것. 부산영화제는 이들 외에도 제57회 베를린영화제의 금곰상 수상작인 <투야의 결혼>의 중국 배우 위난과 지난 1998년 <화양고>로 베니스영화제 평론가상을 수상했던 세르비아공화국의 고란 파스칼레비치 감독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했으며 심사위원장에는 1971년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상을 비롯해 49개에 달하는 상을 수상한 이란의 거장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을 위촉했다. 이들은 영화제 기간 중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작품을 심사하고,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 수상작 세편을 선정하여 각각 3만달러씩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한편,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작품 중 최우수 한국 단편과 다큐멘
부산의 새 물결은 이들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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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두 번째 기증품은 임권택 감독이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명예황금곰상 트로피입니다.
2005년 2월12일 밤 9시30분, 베를린의 필름 팔라스트 극장은 영화사의 새로운 거장을 맞는 열기로 뜨거웠다. 극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기립박수로 멀리 한국에서 온 노년의 거장에게 아낌없는 존경과 환호를 보냈다. 임권택 감독이 ‘오랜 작품 활동으로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영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한 순간이었다.
임권택 감독이 수상한 명예황금곰상은 아시아인으로선 처음일뿐더러 55회를 이어온 영화제 전체에서도 수상자가 20여명이 전부인, 말 그대로 명예로운 상이다. 위상에 걸맞게 트로피 역시 100% 황금. 무게도 만만찮았다. 영화제쪽에서는 대대로 소중히 간직해줄 것을 몇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2] 임권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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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회를 맞이한 레스페스트영화제가 귀빈 한명을 초대했다. 지난 1995년 자신의 아파트 지하실에서 저해상도 영화제란 이름으로 레스페스트영화제의 전신을 창립했던 조너선 웰스다. 그동안 전세계를 다니며 영화제의 프로듀서로 일했던 조너선 웰스는 이번 서울 방문을 통해 11년간 이어온 레스페스트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계획이다. “세미나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마지막 레스페스트라고 하면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웃음)” 영화제가 성장하면서 뿌듯했던 한편,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많아졌다는 그에게 레스페스트영화제의 회고를 부탁했다.
-영화제 창립자라고 해서 나이가 매우 많을 줄 알았다.
=젊게 보인다는 건가? (웃음) 사실 서른일곱살이니까 적은 나이는 아니다.
-레스페스트영화제는 1995년 당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처음 시작됐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디지털영화가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 데, 어떻게 디지털에 주목하게 되었나.
=그 당시 소니에서
[스폿 인터뷰] 지금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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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끈한 스릴러 <디스터비아>는 샤이어 라버프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라는 문장에 대한 아론 유의 생각을 들어보자. 물론 그가 ‘<디스터비아>는 아론 유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라고 말할 만큼 뻔뻔한 배우는 아니니 안심하자. 다만 아론 유에게 <디스터비아>는 “여주인공 사라 로머의 비키니 덕분에 성공한 영화”일 따름이다. 79년생 한국계 미국 배우 아론 유는 이따위 귀여운 농담을 인터뷰에서 재잘거리며 깔깔거리는 배우로, <디스터비아>의 캐릭터 ‘로니’는 어쩌면 자연인 아론 유와 똑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들이 나에게 로니 역에 대해서 계속 말을 해줬다. 나와 똑같다고, 나한테 정말 완벽한 역할인 것 같다더라. (웃음) 오디션을 본 지 단 며칠 뒤에 캐스팅 디렉터와 만났고, 다음날은 스필버그도 만나고… 뭐,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로니를 흔해빠진 아시아인 조연이라고 지칭한다면 그
[아론 유]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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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꼬고 새침한 듯 책에 시선을 고정시킨 아가씨, 눈을 굳게 닫고 단잠에 빠진 청년, 등산 배낭을 품에 꼭 끌어안은 아저씨.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양각색의 일상이 나른하게 교차하는 지하철 안. 한데 출입문 하나를 앞에 두고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 예쁘다~.” 유리창에 색색의 셀로판지 조각들을 꾹꾹 눌러붙이는 데 열중하던 최강희가 “완성!” 작은 환호와 함께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어오르자,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감우성은 아이 같은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는 표정이다. 2호선 차량들이 한데 모이는 지하철 기지창에 마련된 <내 사랑>의 촬영현장. 텅 빈 선로 위에 객차가 덜렁 놓인 모습이 다소 황량하지만, 셀로판지 조각들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채색된 빛을 떨어뜨리는 이곳 객실만큼은 자못 경쾌한 공기가 감돈다.
<내 사랑>은 총 다섯 커플의 사연들이 겹치고 교차하며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다. 지하철 기관사와 엉뚱한 여친으로 짝을 이룬 감우성과 최강희
사랑, 그 하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