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yword | 무감정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볼 수 없다. <스파이더 맨>이나 <슈퍼맨> 혹은 <엑스맨>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심지어 <다이하드4.0>의 브루스 윌리스 역시 해체된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는 선남선녀들이 등장함에도 진한 로맨스의 여운도 없고, 세상의 끝에 다다른 방랑자의 고뇌도 없다. 매 시리즈 슈퍼히어로 같은 역할을 거뜬히 해내면서도, 잭 스패로우는 영웅임을 거부하는 무법자이자 추방된 자의 전형이다. 오로지 패션과 기질만으로 팬들을 흡수한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상 가장 기괴한 슈퍼스타라 할 수 있다. 최근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블록버스터 세계의 무게를 비웃기라도 하듯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진짜 롤러코스터의 재미란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끊임없는 유희의 롤러코스터
-
올해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쟁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으로 마무리된 이번 여름은 침체에 허덕이던 할리우드에 숨통을 트여줬고, 국내에서의 흥행 또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장가를 장악했다. 무엇보다 작품들의 수가 많았고 <트랜스포머>를 제외하고는 이전작들의 영광을 꿈꾸는 속편들의 위력이 거셌다. 마이클 베이가 여름 블록버스터의 전통적인 제왕이었음을 떠올려보면 <트랜스포머> 역시 ‘마이클 베이의 속편’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편의 한계와 규모, 그리고 그 스타일을 새롭게 혁신하고 돌파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각양각색이었다. 속편 그 자체로는 전편으로부터의 안일한 안주일 수 있으나, 그 속편들끼리의 경쟁 자체가 뜨겁다보니 그들 각자의 전략은 사뭇 다르고 신선했다. 아마도 2007년은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습의 해로 기록될 수 있을
[여름 블록버스터 재구성] 2007년, 블록버스터는 진화한다
-
8월 16일에 있었던 <두 얼굴의 여친> 제작 보고회 현장 영상입니다.
이석훈 감독과 배우 봉태규, 정려원의
솔직하고 진솔한 인터뷰가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두 얼굴의 여친> “려원 캐스팅은 봉태규 덕분”
-
"다만, 타마키 히로시를 사랑하고 있어"
일본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노다메 칸다빌레>,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주인공 타마키 히로시가 지난 8월 17일 내한했습니다.
그 뜨거웠던 한국 팬들과의 만남의 현장을 지금 확인해보세요!
동영상을 보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누르세요.
타마키 히로시 내한, 그 뜨거웠던 팬미팅 현장속으로!
-
-
“기자질 그만해라.”
한 선배는 만날 때마다 충고한다. 정부부처에서 기자를 상대하는 이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은 말이야, 더이상 매력이 없어.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적당한 때에 얼른 집어치우란다. 술이 더 들어가면, 홍보 파트의 별정직 공무원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며 큰소리를 친다. 나이 들면 ‘안정’이 최고란다. 맞는 말이다. 내가 부양하는 4인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다. 위태로운 외줄 위의 삶이다.
어느 존경받는 원로 언론인은 “요즘 기자들이 월급쟁이처럼 되고 있다”며 개탄한다. 상투적인 훈계로 들려 마땅치 않다. 나는 월급쟁이 기자다. 기자들이 본래 월급쟁이인 걸 어쩌란 말이냐. 기자가 특종에 대한 욕심과 비판정신만을 이슬처럼 먹고 산다는 건 만화 같은 이야기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노후가 있다. 월급과 연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하다. 더 중요한 건, 월급쟁이 기자가 아니라면 이 사회에서 기자로 행세하기 힘들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박근혜가 박정희의 후광없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비정규 기자질
-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에 갔다가 1973년에 발행된 폴린 카엘의 비평집 <Deeper Into Movies>를 샀다. 지난 2001년 작고한 폴린 카엘은 1968년부터 91년까지 <뉴요커>를 주무대로 비평을 기고했던 평론가로, 예리한 직관과 아이러니에 개인적인 감상을 팍팍 친 신랄한 독설로 유명했던 저널리즘 비평의 큰언니다. 그녀의 글은 아주 명쾌하다. <뉴요커>를 읽을 만한 수준의 독자를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지휘하려는 욕심이 배어나는 글이기도 하고, 종종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어디 한번 반박해보시지”라며 도전하는 글이기도 하다. 독자와 지적인 유희와 논쟁을 벌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글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폴린 카엘의 독설은 삼키기가 매우 난감하고, 바로 그 때문에 카엘은 귀찮은 논쟁에 자주 휩싸였다. 지난 1965년, 카엘은 <사운드 오브 뮤직>을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도록 당의(糖衣)를 씌워놓은 거
[오픈칼럼] 평론과 논쟁
-
정말이지 ‘내 인생의 영화’라는 칼럼명이 유감이다. ‘내 인생’과 ‘영화’ 사이에서 아우성치는 수식어들, 예를 들면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내 인생을 ‘바꾼’ 영화, 내 인생 ‘언제나’ 이 영화와 함께… 등등 때문에 이 칼럼은 클래식 영화 선집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감히 인생을 걸고 영화를 이야기하고 나면, 누가 영화를 두고 내 인생을 판단하더라도 할 말이 없다.
일찍이 <죽은 시인의 사회> 단체 관람을 주선했던 선생님께서는 굵은 대자로 30분 동안 내 머리를 때렸다. 조금 전까지 ‘내 인생의 여성주의 영화’를 이야기하던 선배는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말을 꺼내자 금방 눈이 똥그래졌다. 그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도서목록이나 영화목록 따위로 그 사람을 말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아둔한 시절을 탓해야 한다. 영화는 누구 인생에도 지표 같은 건 되지 못한다. 특별히 내 인생을 망치거나 말아먹은 영화가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저 스크린을 자기 동일시와 투사의 대
[내 인생의 영화] 예비 신부 매혹시킨 위험한 로망
-
초등학교 시절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를 읽고, 한동안 암호문 만드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그래봤자 그냥 한글 자모를 숫자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그 뒤 거의 30년이 지나서, 독일 유학 중 포를 읽던 시절의 내 나이 또래의 어린 소녀에게서 암호문을 선물로 받았다. 서양 알파벳을 루나문자 비슷한 문양으로 바꿔놓은 것인데, 아무리 뒤져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범죄와 놀이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라 그런지 <조디악>은 여러모로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한국에서 대본을 가져다가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 최종적 결과가 DNA 검사로 가려지고, 유력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그럼에도 그자가 범인이라는 강한 심증을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사건에서 범인이 보이는 행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화성 연쇄살인의 희생자는 모두 여성들. 이는 범행의 성적 동기를 강하게 시사한다. 반
[진중권의 이매진] 살인 놀이의 기호학
-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서 타던 통학버스는 Y역 언저리를 지났다. 버스가 그 앞 신호등에 멈춰 설 때면 홍등가의 불빛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곤 했다. 칸칸이 나누어진 작은 공간들을 기억한다. 불그죽죽한 정육점식 조명등 아래, 백화점 폐점시간 이후의 마네킹처럼 피곤한 표정을 한 여자들이 서 있었다. 나중엔, 정말 내 눈으로 목격한 건지 아니면 혹시 1980년대 드라마에서 본 장면과 착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질 만큼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그 뒤로 문학이나 영화에서 수없이 변주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아왔다. 나는 언제나 조금쯤 심드렁한 자세였던 것 같다. 그녀들은 그녀들대로의 삶을 살고 있었을 뿐, 내 삶의 크고 작고 번잡하고 우울하고 기쁘고 괴로운 일상들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허스>에는 세명의 ‘그녀들’이 나온다. 서로 같고 또 다른 세명의 그 여자들. 유사점이라면 직업이고, 다른 점이라면 나이다. 각각 20대, 30
[냉정과 열정사이] 그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생
-
일시 8월 21일 화요일 오후 2시
장소 대한극장
이 영화
대졸 백수 구창(봉태규)은 학교에서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 후배 아니(정려원)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옛 남자친구를 못 잊는 듯한 아니 곁에서 구창은 점점 그녀와 뭔가 잘 되어가는 듯 느끼지만, 알고 보니 아니는 다중인격자다. 술만 마시면 아니와 정반대로 괴팍하고 사나운 성격의 하니(정려원)가 튀어나와 구창을 못살게 군다. 구창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여자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말말말
“여배우들의 무대 인사를 보면서 나는 언제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룬 것 같다.”- 정려원
“<엽기적인 그녀>와 우리 영화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엽기적인 그녀>는 후반부에 가서 남녀의 애틋한 감정이 나오지만 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남녀 커플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관객이 보고 나면 두 영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봉태규
100자평
이 영화가
봉태규, 정려원 매력 발산하는 <두 얼굴의 여친> 공개
-
일시 8월20일 오후2시
장소 필름포럼
이 영화
엄마와 단 둘이 한국에서 건너온 에이미(김지선)의 하루하루는, 말하자면 경계의 날들이다. <방황의 날들>의 원제는 ’In Between Days’. 말이 통하지 않는 학교에서 에이미는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존재이며, 친구 하나 없는 그녀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데, 그녀가 유일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친구도 애인도 아닌 한국 교포 소년 트란(강태구)이다. 지독하지만 흔한, 혹은 흔해서 지독한 소외의 나날이 계속되고, 트란을 향한 에이미의 서툰 구애는 한발짝 내딛기도 힘들어보인다. 한국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토론토 한인타운의 서늘한 겨울풍경 속을 헤매는 에이미.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새로운 관계를 향해 어떤 식으로든 나아가야 할 때다. 장편데뷔작인 <방황의 날들>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김
<방황의 날들> 기자시사
-
<디 워>에 관한 말은 이미 넘칠 만큼 많이 쏟아졌다. 네티즌의 댓글은 홍수를 이루었다. <디 워>의 흥행 질주가 가시화됐고 그전에 이미 이른바 ‘심빠’라 불리는 추종자들이 생겨났으며 저널은 그 현상을 퍼나르고 분석하느라 부산하다. 그런데 <디 워> 현상을 일으킨 몇 가지 논점과 그에 반박하는 논리들을 보면서 거기서 정작 <디 워>의 실체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 워> 논란에 수정과 비판을 가하는 시도들을 접하면서 무언가 다른 해석법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나는 점점 굳히게 됐다. <디 워> 현상을 말할 때 영화의 내용물만 말하는 건 순진하고 불가능한 접속이 되겠지만, 지금의 양상처럼 전적으로 영화 바깥의 현상에만 매달리는 건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디 워>는 어떤 영화인가? 그렇게 묻는 대신 ‘심형래’의 <디 워>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고 원론적으로 묻
[영화읽기] 블록버스터 괴물의 역습
-
김혜리 “<심슨가족, 더 무비>는 평균치 <심슨 가족> 에피소드를 4배로 늘려놓은 인상이에요”
이동진 “욕심 부리지 않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냈다는 느낌이에요”
내 이름은 김심순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써머 탑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써머 탑님(이하 써머)의 말: 요즘 진짜 덥네요. 더위도 절정이고, 오늘 이야기할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의 마이클 윈터보텀(winterbottom, 겨울의 밑바닥) 감독에 대한 오마주도 담아 대화명을 지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이름 같지 않수? ^^
내 이름은 김심순님(이하 심순)의 말: 네. 해설없이는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다는 면에서…. -..- <심슨 가족, 더 무비> 이야기는 간단한 퀴즈로 시작할까요? 먼저 난이도 하. <심슨네 가족들> 속 인물들의 손가락 수는?
써머: 엥
[메신저토크] “전 세계 시트콤 작가의 교본이 될 법한 작품이에요”
-
“기자분들, 이쪽으로 와주세요.” 세종사이버대학교 아트홀 혼에 마련된 <은하해방전선> 촬영장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다. “기무라 레이가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이동해주시면 됩니다.” 이유없는 환대는 없다고, 이날 기자들에겐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 기무라 레이(유형근)를 따라잡는 역할이 맡겨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귀엽게 느껴지는 현장 공개 일정. 이날 촬영은 영화감독 영재(임지규)가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캐스팅하지 못한 배우 기무라 레이를 DIFF영화제 파티에서 보고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 괴로움에는 잘 진행되지 않는 영화와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
단편영화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졸업영화> 등을 만들었던 윤성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은 영화를 준비하던 감독 영재가 영화와 사랑에 대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린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영재의 여
기자들도 엑스트라로, 알뜰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