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정부라더니, 그 별칭이 본인들 눈에도 맥빠져 보이는지 새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서는 ‘이명박 정부’라는 이름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1등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약하다니깐. 차라리 그냥 ‘명박정부’라고 하지, 친근하기라도 하게. 솔직히 선거 기간이나 당선 뒤 그쪽 캠프에서 나온 단어들 중에는 섹시한 게 없긴 하다. 성공정부, 선진정부, 신발전정부, 성장정부…? 뭘 갖다 붙여도 똑떨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어주면 어떨까. 지금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아서 얼마나 입이 근지러우실까.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이 새로 출발하는 **정부(띠리리나 삑삑으로 읽지 마시길, 표시 그대로 아직 이름이 안 붙었다는 뜻임)의 이름을 붙여줄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듯이 사방이 캄캄하면 약한 빛도 구세주처럼 보이는 법이다. 온갖 도덕성 논란과 거짓말 의혹으로 진땀을 뺐지만 이 당선자가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린 데에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적지 않게 실렸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그분에게서 그분의 향기가…
-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단락됐다. 지난 12월13일 강원도 청평 오픈세트에서 <GP 506>이 촬영을 마쳤다. 지난 2월22일 촬영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다. GP 연병장을 재연한 대형 세트의 폭파신으로 촬영을 마무리했는데, 이는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해당한다. 1개 소대가 몰살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노수사관(천호진)과 유일한 생존자 유 중위(조현재)가 주인공이다. 2008년 4월 개봉.
촬영 완료
-
“신경 좀 써주세요.” 지난 1년간 <씨네21> 기자로 살면서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말이다. 담당영화사가 제작하고, 수입하고, 홍보하는 영화들이 개봉을 앞둔 시점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이 말은 기자의 역할부터 인간관계, 처세술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담당영화는 담당기자가 신경 쓰는 게 맞다. 어떤 감독, 배우가 참여하고 어떤 이야기인지, 언제 개봉하고 시사는 언제 하는지.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다루어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당연한 업무다. 또한 영화를 개봉시키는 입장에서도 슬쩍 던지거나, 정색하고 이야기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는 말이다. “신경 좀 써달라”는 그 말이 종종 내 업무의 한계를 넘어서다 못해 심한 억지처럼 느껴지지만 않는다면.
최근 어느 담당영화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역시 “신경 좀 써달라”는 말이었다. “일단 영화를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러 가지 기획아이템을 보낼 테니 신경 좀 써
[오픈칼럼] 이렇게는 할수 없어요
-
김기덕 감독이 만들 새 영화의 밑그림이 나왔다. 제목은 <비몽>(가제), “슬픈 꿈”이라는 뜻이다. 김기덕 감독은 현재 각본을 최종 수정 중이며, 완성되는 대로 2008년 1월4일경 촬영에 들어가 대략 1월25일까지 서울 안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숨>과 마찬가지로 김기덕 필름과 여타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형태로 완성할 계획이며, 이번에도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경제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꿈속에서 교통사고를 내게 된 남자 ‘조’. 꿈을 깬 뒤 그가 꿈에 보았던 장소로 가보니 정말 뺑소니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란’이라는 여자를 용의자로 추적하던 중 집에서 ‘자고 있던’ 그녀를 체포한다. 하지만 ‘란’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몽유병이 있음은 인정한다. ‘란’이 범행을 거부하는 동안 ‘조’는 그 사고를 낸 것이 사실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두 주인공의 꿈속 경험과 실재는 점점 흥미롭게 얽혀간다. <비몽
김기덕 감독, 오다기리 조와 한팀된다
-
-
9회말 홈런타자는 결국 나오지 않는 것인가.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누리기 위해 극장가에 나선 한국영화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해를 넘기며 흥행을 기록해 극장가가 다소 활기를 되찾았으나 올해에는 그런 기적이 재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12월12일 개봉한 <색즉시공 시즌2>만이 12월19일까지 전국 320개 스크린에서 9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비교적 선전했을 뿐 다른 한국영화들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싸움>(12월13일 개봉)은 12월19일까지 전국관객 31만5천명을 불러들이는 데 그쳤으며, 첫주를 넘긴 지금 스크린 수는 개봉 당시의 절반 수준인 212개로 줄었다. 법정공휴일인 12월19일을 감안해 그 전날인 12월18일에 이례적으로 ‘화요일 개봉’을 시도한 한국영화들의 스타트도 그닥 좋지 않다. 2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내 사랑>의 전
한국영화 9회말 투아웃?
-
윤성호 감독에게 상복이 터졌다.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이 문정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할매꽃>과 함께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문광부가 선정한 올해의 독립영화로 뽑혔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의 올해의 독립영화감독, <씨네21> 선정 올해의 신인감독 타이틀까지 더해 3관왕. 과연 겹경사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때로는 풍자하고 때로는 웃기게 정치, 연애,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했다”며 <은하행방전선>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밀도있게 그렸다”며 <할매꽃>을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성호 감독은 “고맙고 좋지만 응원만 받아서 씁쓸하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내 영화가 독립영화계에 분위기 메이커가 되길 바랐는데 <송환>이나 <우리학교>처럼 되지 못해서 아쉽다”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외에도 올해의 독립영화인으로는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의 원승환 소장과 <은하해방전선>
[인디스토리] 2007년은 윤성호 감독의 해
-
투표하셨습니까?
하셨든, 안 하셨든 당선자는 결정됐습니다.
축하하시든, 안 하시든 그분이 청와대에 입주하셨습니다.
지난 10년의 한국영화와 앞으로 5년의 한국영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당선자와 두번 정도 만난 적이 있다. 나름 한국영화에 대한 학습이 잘되어 있더라. 그때 지금 예산의 1% 정도로 정해진 문화쪽 예산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영화쪽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약속이 지켜진다면 영화산업도 활성화될 테고 영화제도 그에 맞춰서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_그 약속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영화인 A
대통령이 참여해 공격적인 정책을 벌인다고 해서 어떤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명박 당선자는 예산을 늘려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지금 위기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지금 영화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파워를 볼 때는 정부가 활성화시키려 해도 거품이 더 일어나는 정도이지 대세를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다.
_그래도 영진위의
[이주의 영화인] 투표하셨습니까?
-
Fly,
Daddy fly.
유럽연합, 일본군 성노예제 결의안 채택
할머니들,
날이 찬데 건강히, 희망 갖고 사세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음.
추… 축하합니다.
‘이명박 특검법’ 국회 통과
아이고…
저 명박씨가 이 명박씨죠?
김연아,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
정말 이 나라에 웃을 일은
연아밖에 없어. 씁.
싸이 군(재)입대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17대 대선 투표율 역대 최저
해외여행 많이들 갔다던데…
가능하면 이민 가고 싶은데….
무기 탈취범 “애인에게 심리적 고통 주고 싶었다”
이보게, 애인은 그렇다치고,
자네 가족과 친구들은 어쩌나.
평균수명-건강수명≒11년은 병 앓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
“외모 강박증은 뇌기능 작동 이상 탓”
지구인 뇌기능이 다 맛탱이 간 판국에
그걸 밝힌들 무슨 소용이유.
2008 휴일 기상도 ‘맑음’
한동안 휴일운 더럽게 없더라만,
내년엔 좀 놀아보자, 놀아보자
[이주의 한국인] Fly, Daddy fly.
-
그는 말수가 적었다. 살가운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그와 함께했던, 얼마 안 되는 시간은 거의 침묵으로 채워져 있다. 내 삶이 막 시작되려 할 때 그의 삶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우리 사이는 너무 멀었고 나는 그의 침묵이 두려웠다. 그를 닮아서 나 또한 살가운 녀석은 못 되었던 게다. 감히 눈을 맞추지는 못하고 늘 언저리만 빙빙 돌며 그의 먼 눈길을 흘끔거리는 동안 그는 내 곁에서 떠났다. 그의 손때로 반질반질하게 빛나던 연장들이 녹슨 채 버려져 뒹굴다 하나둘 사라졌다. 그가 지었던 집도 어느덧 쇠락하여 사람이 깃들 수 없는 폐허가 되었다. 애지중지하던 꽃나무들도, 뒤란 대숲도, 탱자나무 울타리도, 그가 남긴 흔적들은 서서히 지워져갔다. 그리고 그 아득한 눈길만 남았다. 어디에 가닿는지 알 수 없었던 그 눈길.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보면서 내가 결코 알지 못했던 나의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지나가버렸거나 잃어버렸거나 가질 수 없거나 알 수
[내 인생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 -배삼식
-
12월20일 스크린독과점에 관한 ‘한국영화 발전포럼’에서 학계, 제작, 배급, 극장 관계자들은 또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설전을 주고받았다. 발제를 맡은 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류형진 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04편의 상영작 중 16편의 “미는 영화들”이 400개관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한 반면, 156편이 50개 미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음을 지적하며, 스크린 독식으로 다양성이 감소하고 중소 영화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은 독과점 규제 법안이 거론되면서 달아올랐다. 서울예술대학교 강한섭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듯이, 스크린 점유율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나비픽처스의 이하영 부사장은 “과거부터 독과점은 쭉 있어왔다. 자유경쟁을 하게 내버려둬야지, 자꾸 규제하려 들면 오히려 투자만 위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청어람의 유창서 이사는 “상영관을 맘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극장이 문제다. 최소 상영
[충무로는 통화중] “스크린 점유율 법적으로 제한해야”
-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붉은 장미. 친절하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소방대원. 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길을 건너는 어린이들. 방에서 범죄영화를 보는 여자. 그리고 뜰에서 잔디에 물을 주는 남자. 백인 중산층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 물을 주던 사내는 목덜미를 움켜쥔 채 쓰러지고, 개가 달려와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린 호스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는다. 카메라는 사내가 누운 잔디밭 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의 어두운 세계를 보여주고, 그로써 미국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 평화로운 일상의 바탕에 깔린 어두운 세계를 암시한다.
정말 이상한 세상
아버지가 쓰러지자, 제프리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에 도착한 그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은 가위로 잘려나간 인간의 귀. 이는 브뉘엘의 영화에서 눈동자가 칼로 베어지는 장면만큼 충격적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묘하게 시체에는 끌렸던 게 바로크의 취향이라고 했던가? 절단된 신체는 마땅히
[진중권의 이매진] 정상적인 이상함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의 집 부부싸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한심한 게 그 싸움을 구경하는 일이다. 아무리 픽션일지라도 부부싸움의 스펙터클 앞에 서 있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도대체, 왜 내가 여기서 남의 부부싸움을 보고 있어야 하지? 말하자면 <싸움>은 그걸 보고 있는 이를 내내 한심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물의 내적 변화도, 행동의 동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주야장천 두 남녀의 잔인한 싸움 행각만을 나열하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는 바는 단 하나. 잘 보셨소? 결혼은, 아니 남녀의 사랑은 결국 환상에 불과할 뿐이오. ‘너 없으면 죽어버릴 테야’가 ‘너를 죽여버릴 테야’로 바뀌는 것이 결혼의 본질이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자들이여, 기어이 피를 본 뒤 후회할 텐가? <싸움>은 한때는 부부였던 두 남녀가 서로에게 행하는 폭력을 통해, 그것이야말로 결혼의 환상이 거두어진 뒤 드러난 뼈저린 현실이라는 듯 말한다.
<싸움&
[영화읽기] 이 변태적인 사랑 싸움
-
이것은 볼티모어 하늘에서 출발한 음악이 방송사 세트장에 종착되는 이야기다. 열린 공간에서 닫힌 공간으로 향해가는 이야기, 내일을 말하며 어제를 더 어제처럼 보여주는 이야기, ‘굿모닝 볼티모어’에서 시작해 ‘굿이브닝 볼티모어’로 끝나는 이야기….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도시의 이러저러한 소리와 박자를 거두어 <코니 콜린스 쇼> 안에 봉인한다. 조그만 러시아 인형이 더 큰 몸통 속으로 차곡차곡 들어가듯 인물들은 춤추면서 TV쇼 안으로 들어간다. 노래하며 차례차례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쿵’ 마지막 뚜껑을 덮는다. 영화가 끝날 즈음 나는 ‘트레이시’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첫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곤 그것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바탕 달게 자고 일어난, 미국이 꾼 낮꿈. 피로한 21세기의 백일몽. <헤어스프레이>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낙관적인 영화다. 동시에 시종 긍정적이어서 이 낙관을 과연 낙관이라 할 수 있을까 묻게 만드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개운치 않은 낙관주의
-
(올해의 마지막 기고임을 핑계삼아 몇 가지 묵은 단상들을 적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되돌아보니 도처에 스필버그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올해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각각 다른 의미에서 가장 충격적인 네편의 영화에 모두 스필버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1월에 도착한 위대한 전쟁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프로듀서 자리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올 여름을 혼란에 빠트린, 그러나 이상한 활력으로 넘쳐나는 <트랜스포머>의 제작자(executive producer)도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겨울의 문턱에 찾아온 첨단 CGI의 괴기스런 파노라마 <베오울프>의 로버트 저메키스는 스필버그 학교의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A.I.> 이후에 스필버그를 장사꾼으로 폄하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그가 평생 흠모한 친구 마틴 스코시즈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걸작들을 낳았던 야수적 에너
[전영객잔] 스필버그의 분신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