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에 관한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탈리아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매뉴얼 오브 러브>는 DJ 풀비오(클라우디오 비시오)가 전하는 4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펼쳐놓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 ‘에로스’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니콜라(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가 매혹적인 물리치료사 루시아(모니카 벨루치)와의 관계를 은밀하게 욕망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 ‘임신’은 불임부부 마뉴엘라(바보라 보불로바)와 프랑코(파비오 볼로)가 스페인으로 날아가 임신에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그린다. 엄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게이 커플의 분투가 뒤를 잇고,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남자가 젊은 미혼모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지오바니 베로네시 감독은 2005년 각본과 연출을 겸임한 <매뉴얼 오브 러브>가 이탈리아의 오스카 격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여
사랑을 둘러싼 네 가지 사연 <매뉴얼 오브 러브>
-
바야흐로 할리우드의 새로운 돈줄로 자리잡게 된 장르는 판타지물이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확실하게 검증한 이 시장에 <나니아 연대기> <황금나침반> 등 일부 후발주자가 거대 예산의 시리즈물 모양을 비슷하게 잡고 뛰어들었다면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시리즈 욕심이 없고 이야기도 아기자기한, 소박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진 어린이판타지물이다.
자레드와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 1인2역), 말로리(사라 볼거) 등 그레이스가의 삼 남매는 이모할머니가 살았던 오래된 시골 저택으로 이사한다. 책 읽기 좋아하는 얌전한 사이먼과 달리 자레드는 사고뭉치. 호기심도 많은 그는 낡은 집에서 <스파이더위크의 요정도감>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이 책은 그의 증조할아버지뻘인 아더 스파이더위크(데이비드 스트레이덤)가 생전에 집필한 것. 저택 주변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요정들에 대해 (그들을 각각 죽일 수 있는 법까지) 세세히 기록
적절한 전체 관람가 판타지물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
모든 예술가는 사랑을 노래한다. 비틀스가 사랑 노래를 많이 했던 것도 당연히 사실이다. 다만 비틀스의 러브송들이 이른바 ‘통속적인 사랑 노래’였겠느냐에 대해선 물음표를 두자. 어쨌든 영국의 아름다운 포크송 뮤지션 피오나 애플이 나지막한 읊조림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비틀스의 대표 러브송 (중 하나) <Across The Universe>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독특한 뮤지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줄리 태이머(<타이투스> <프리다>)의 정말 독특한 뮤지컬영화이며,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틀스 노래 33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틀스가 활동했던 1960년대. 반전의 기운 속에 로큰롤과 히피가 전 지구의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던 격동기에 두 남녀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에반 레이첼 우드)와 주드(<Hey, Jude>, 짐
독특한 뮤지컬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은영(차수연)은 아름다운 몸을 지녔다. 연예인이 아니냐며 괜히 말을 걸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아니라고 말해줘도 너무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고 싶다고 그들은 다시 청한다. 미용실 원장은 원하기만 하면 정말 연예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절친한 친구의 애인은 친구 몰래 은영에게 꼴사나운 구애를 한다. 그녀의 집 앞에는 연애를 호소하는 꽃다발이 떨어질 날이 없다. 성민이라는 스토커도 거기에 꽃을 놓는데, 결국 그가 일을 벌인다. 은영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강간한다. 그리고는 경찰에 자수한다. 사건을 접한 형사와 순경 은철(이천희)이 은영을 찾아온다. 은철은 상처받은 은영이 가여워 처음에는 보호하려 하지만 점점 성민처럼 그도 은영을 도착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때쯤 은영은 사건의 후유증으로 자기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저주하게 되고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며 고의적으로 몸을 망치려고 한다. 아름다운 몸 때문에 비운에 빠진 여자와 그 아름다움에 홀려 범죄와 죽음에 이르는 무모한 남자들
김기덕의 후계 <아름답다>
-
-
대한이(최성국)와 민국씨(공형진)는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대한과 민국이란 이름을 나누고 평생의 우정을 다짐한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세차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자족하는 이들에게는 입신양명의 꿈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대한이는 같이 고아원에서 자란 지은이(최정원)와 결혼하는 게 꿈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인생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민국씨는 택시기사, 비행기 조종사에 이어 권투선수가 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꿈이 생긴다. 지은이가 군인 손님의 기를 세워주려 “군인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 말을 대한이가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 학력 미달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던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한이, 민국씨>의 원제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그처럼 대한이와 민국씨에게는 세상의 온갖 말들이 선의로 들린다. 모자라서 순수한, 그래서 욕할 수 없는 이들이 세상과 부딪혀가
모자라지만 착한 어른들이 사는 법 <대한이, 민국씨>
-
이건 실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잠수종과 나비>를 보고 눈물 흘릴 준비가 된 관객도 있을 게다. 프랑스 패션지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은 1995년 12월8일 금요일 오후였다. 20일 뒤 장 도미니크는 눈을 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왼쪽 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신체에서 움직이는 부위는 오직 왼쪽 눈꺼풀뿐이었다. 장 도미니크의 몸은 이미 무거운 잠수종에 갇힌 신세였다. 의식은 멀쩡하나 전신은 마비상태인 ‘록트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 찾아온 것이다. 파리 상류사회의 빛나는 나비였던 장 도미니크는 절망으로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몸부림이라는 행위 역시 타인의 사치일 따름이었다. 그는 (거의) 죽었다.
하지만 장 도미니크는 절망 앞에서 쓰러져내릴 만큼 나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아니, 넘겨짚어보건대 그는 나약한 척 울부짖기에는 에고가 지나치게 강한 남자였다. 하긴 프랑스판 <엘르>의 편
잠수종에 갇힌 남자 <잠수종과 나비>
-
어릴 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고요한 햇빛도 무서울 때가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이따금 그림자를 만들었다가 지울 때면 뒤에서 누군가 어른거리는 듯하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곤 했다. 빛과 정적과 짧은 흔들림이 만들어내던, 매우 고요한 공포. 스페인·멕시코 합작 공포영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은 성장과 더불어 잊혀진 듯했으나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를 환기시키곤 하는 그 두려움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다. <헬보이>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자로 나선 이 영화로 주목받은 신예 후안 안토니오 바요다는 “이 영화에서 두려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퍼나지…>는 그처럼 현실과 환상의 흐릿한 경계에서 긴장을 찾아낸다.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입양된 로라(벨렌 루에다)는 의사인 남편 카를로스(페르난도 카요)와 어린
스페인산 호러판타지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
벌써 재탕이야, 할지도 모르겠다. 눈썰미 좋고 기억력 왕성한 독자들은 <씨네21> 551호 특집 ‘스틸기사 5인의 미공개 화첩’의 대문사진을 금세 떠올릴 것이다. 임훈 작가의 스튜디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이 사진은 ‘숨은스틸찾기’라는 꼭지를 만들게 한 원천 중 하나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파이란> 촬영 때 건져 올렸다는데, 당시 임훈 작가는 “촬영감독의 카메라와 직각을 이룬 위치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저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렬한 붉은 기운 때문에 처음 봤을 때 저기가 중국인가 싶었다. 또 다른 ‘파이란’을 나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몇년 전 저 붉은 벽 찾아 인천행 국철을 탄 적도 있다.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더이상 저 벽은 남아 있지 않았고, 강재처럼 차이나타운표 자장면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당시 필름을 스틸작가가 갖고 있지 않고, 존재 유무 또한 알 수 없다는 말에 벽에 붙은 사진을 떼서 스캔받고 아직까지 돌려주지 못했는데(않
[숨은 스틸 찾기] <파이란> 그들처럼 사라진 벽,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아?
-
<재와 다이아몬드> <대리석 인간> <철의 인간> 등 안제이 바이다의 걸작 영화들과 신성한 애니메이션의 장인 프레데릭 백의 박스 세트 등을 출시하고 있는 베네딕도 미디어에서 또 한편의 신작을 내놓았다. 폴커 슐뢴도르프의 <아홉째 날>이다. 폴커 슐뢴도르프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1979)을 영화화한 감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만약 이후에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이라면 <사랑과 슬픔의 여로>(1991)를 기억할 것이고, 최근까지도 그의 영화를 좇아온 사람이라면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렸던 폴커 슐뢴도르프의 마스터클래스와 그의 신작 <울잔>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 <아홉째 날>은 2004년 발표작이며 그해 부산의 독일영화 특별전에서 상영된 바 있다.
차라리 죽음을 좇고 싶을 만큼 참혹한 짐승의 시간. 수용소에서의 생활이란 그런 것이리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느 신부의 가장 고통스런 선택, <아홉째 날>
-
‘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영화적으로는 불충분한 점이 많고 비틀스의 음악을 다소 낮은 수준으로 편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원곡 자체의 힘과 곳곳에 숨겨진 비틀스와 관련된 코드 덕분에 비틀스와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주는 영화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박혀 있는 비틀스의 흔적을 찾아본다.
1.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6년의 어느 날 줄리 태이머 감독은 “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뮤지컬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그 제안을 한 곳은 마이클 잭슨에게 비틀스의 판권 절반을 넘겨받은 소니의 자회사인 레볼루션 스튜디오였다. 레볼루션은 태이머가 <타이투스> <프리다> 같은 영화뿐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는 점을 들어 그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것. 비틀스의 노래 한곡을 사용하는
[알고 봅시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비틀스’를 찾아 보자
-
이병헌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명이다. 2007년은 그에게 가장 정신없는 한해였고 올해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6년 <그해 여름>을 개봉한 뒤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그는 2007년 초부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돌입했고, 초여름에는 기무라 다쿠야와 <히어로>를 찍었고, 한여름과 가을에는 중국에서 트란 안 훙 감독의 <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을 촬영했으며,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투어를 가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G. I. 조>(G. I. Joe)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10개월 가까이 걸린 <놈놈놈>의 대장정을 마친 그는 말 그대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1월23일 <놈놈놈>에서 자신의 촬영분량을 모두 마친 이병헌은 현장에 싸갔던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병헌] “지금은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해야 하는 시기다”
-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포그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대한 강연을 하던 중 청중을 상대로 “도덕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는 청중에게 몇몇 문장을 읽어주며 도덕적으로 그르다는 생각이 들 때 손을 들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는 DVD 굽는 기계(DVD burner)로 케이블TV의 영화를 녹화했다”는 문장을 가장 먼저 예로 들었다.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나는 영화를 녹화했으나 DVD 버너가 고장났다. 친구가 같은 영화를 녹화해서 그의 DVD를 복사했다.” 소수의 청중이 손을 들었다. 세 번째. “내 녹화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녹화해줄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빌려온 DVD를 복사했다.” 좀더 많은 손이 올라갔다.
그는 이 도덕성 테스트를 500명의 열정적인 대학생 청중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했다. 그들의 도덕성이 테스트 초반부터 쉽게 질문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몇 차례의 질문이 오가고 분통이 터진 포그가 “영화나 음반을 구하고 싶지만 돈을
[외신기자클럽] 불법복제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방법
-
최근 일본영화의 호조는 어찌보면 틀린 표현이다. 일본영화가 아닌 도호의 호조다. 정확히 말하면 도호 배급 일본영화의 호조다. 2007년 도호 배급 일본영화의 총극장매출은 595억엔을 기록했다. 2006년 587억엔으로 역대 연간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뒤 1년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일본의 연간 극장매출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2천억엔대를 유지해왔다. 여기서 일본영화와 외화의 점유율을 반반으로 본다면, 일본영화의 연간 극장매출 1천억엔 중 60%에 가까운 수익을 도호가 단 25편의 영화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같은 메이저 쇼치쿠, 도에이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100억엔 전후의 참담한 극장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영화계는 4년 연속 극장매출 500억엔 돌파로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도호 독식의 이유를 ‘영화조정부(調整部)’에서 찾고 있다. 도호의 ‘조정부’는 타사에는 없는 부서다(지난해부터 쇼치쿠도 조정부를 발족시키긴 했다). 조정부의 주요 업무는 크게
[도쿄] 일본영화, 도호의 독주는 언제까지?
-
[정훈이 만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클립톤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
[정훈이 만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클립톤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