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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에 있는 장면이다. 성찬의 집에 방송사 PD와 VJ인 진수가 찾아와 요리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려주는 시퀀스인데, 성찬의 요리솜씨가 맨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손 대역을 하는 분이 있었지만, 강우씨는 야채를 빨리 썰거나 하는 장면들은 종종 직접 하곤 했다. 하지만 된장찌개나 밑반찬 등 직접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했다. 촬영이 끝나면 스탭들이 달려가 맛을 보곤 했는데, 나로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방금 찍은 피사체를 바로 입으로 느끼는 거니까. (웃음)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만들면 라면도 맛이 다르더라. 여러 음식들이 있었지만, 제일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3초 삼겹살이었다. 숯을 만드는 장면에 실제 등장하기도 하는데,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삼겹살 중 가장 맛있었다. 푸드팀쪽에서 음식사진을 예쁘게 찍어달라는 주문이 잦았는데, 덕분에 다른 스탭들보다 먹을거리를 좀더 많이 챙겨주더라. (웃음)”
[숨은 스틸 찾기] <식객> 맛있는 영화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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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 피아프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았으며 미국에까지 그 이름을 널리 떨친 흔지 않은 가수다.” <뉴요커>는 ‘프렌치 블루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속 삶’이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라비앙 로즈>는 프랑스 국민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그린 전기영화다. 마리옹 코티아르가 피아프의 삶을 가슴 뭉클하게 연기하기는 했으나 128분의 러닝타임은 47살의 일기를, 열정적이고도 비극적이었던 한 예술가의 생을 낱낱이 펼쳐 보이기에 역부족이 아닐까. 영화 감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아프와 관련된 정보를 묶었다.
1. 이름, 에디트 피아프
피아프의 본명은 에디트 조반나 가시옹. 어머니 아네타 조반나 밀라드에게서 미들네임을 물려받았다. 에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서 도망친 프랑스군을 도왔다는 죄로 처형당한 영국 간호사, 에디트 카벨을 따라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1935년 피아프를 데뷔시킨 카
[알고 봅시다] 노래와 사랑이 삶의 이유이자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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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연미라고 하고요, 9살이에요. 저기… 제가 나온 <검은 땅의 소녀와> 보셨어요? 저는요, 9번이나 봤어요. 어른들은 애들 보기엔 어렵다는데, 그냥 볼 때마다 너무 재밌었어요. 왜냐하면 영림이는 용감한 애니까. 특히 오빠 괴롭힌 닭을 때려주는 장면 있잖아요. 닭이 계속 도망가서 다리를 막 묶어놓고 한 건데 찍을 때요, 진짜 재밌었어요. 후후. 또 드라마랑 다르게 영화는 내 얼굴이 되게 크게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요. 감독님이랑 저랑 베니스영화제에도 갔잖아요. 외국에 처음 간 건데,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말로 사인해달라고 하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아, 연기를 어떻게 하게 됐냐고요? 원래 TV 보고 따라하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요, 드라마 <황금사과>에서 사투리 쓰는 배우를 찾는다는 얘길 언니한테 들었어요. 제가 원래는 대구 살았거든요. 오디션 보러 갔는데, 한번 울어보라고 해서 막 울었더니 작가님이랑 감독님이랑 제가 딱 맞는다고 하셨어요. 드라마 끝나니까
[유연미] 아주 특별한 아홉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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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에서 어린 선동열이 고깃집에 등장하는 장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관객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멍게 여드름 가득 얼굴에 붙인 이건주(26)를 보고 “선동열 감독과 닮았다”면서 그냥 웃는다면 10대. “아, 순돌이다!”라는 반가움이 튀어나온다면 그 이상이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10여년 전까지 순돌이는 ‘국민 막동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방영된 장수 일요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기억하는지. 만물수리점을 운영하며 자칭 맥가이버라 여기는 임현식을 아버지로, 목청 높은 잔소리로 정을 과시하는 박원숙을 어머니로 뒀던 그 순돌이가 벌써 스물여섯이 됐다. “동선을 알았겠어요, 리액션을 알았겠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거죠. 자고 먹고 뛰어놀 나이에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뭘. 그래도 신기하게 칭얼대고 울고불고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면 잘했대요. 임현식, 박원숙 선생님이 그때 이야기하시면서 ‘넌 (연기) 오래 할 줄 알았다’고 하
[이건주]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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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윈스턴은 전신성형으로 역할을 따냈다. 하긴, 성형없이 그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로버트 저메키스가 원했던 것은 빨래판 같은 배와 시에라 마드라의 황금 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는 젊고 의기양양한 영웅이었다. 뱃살 출렁이는 50대 영국 배우가 전신성형 없이 안젤리나 졸리의 사랑을 받는 고대의 영웅 역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윈스턴이 <베오울프>의 주인공을 따내기 위해서 몸에 흉악한 메스를 들이댄 것은 아니다. 멕 라이언의 입술을 붕어처럼 부풀릴 수는 있을지언정, 현대 성형의학이라는 것이 겨우 몇달 만에 윈스턴의 육체를 30여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컴퓨터를 손에 든 특수효과팀의 마법. 바로 ‘퍼포먼스 캡처’를 통한 성형수술 및 다이어트 요법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만족하는 것은 레이 윈스턴 자신이다. “처음에 베오울프를 보면 전혀 나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전사의 모습에서 내가 느껴지기
[레이 윈스턴] 디지털의 옷을 입은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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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엄마가 됐다. 정확히 말해 친엄마는 아니지만 하여간 어쩌다보니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병을 얻어 한 남자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그녀는 졸지에 한 아이와 꽤 긴 동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고 무시하고 살지만, 혼자서 너무나 오랜 외로움을 견뎌왔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열한번째 엄마>의 김혜수에게선 <타짜>의 요염한 모습도, <바람피기 좋은 날>의 생기발랄한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아니한가>의 철부지 이모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영화에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가만히 누워 철지난 음악을 듣거나, 바람이 쐬고 싶으면 마당으로 나가 무표정하게 담배를 피우는 것 정도다. 아이의 비상금을 뒤져 김밥과 떡볶이를 사다 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삶에 대해 무심하면 할수록 아이에 대한 사랑은 더 커져만 간다.
이처럼 김혜수가 누군가
[김혜수] 정 마담에서 마이 마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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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려원이 말하는 영화 속 한 컷!
'항상 답은 자신 안에 있지만,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정려원의 '내 인생의 한 컷'
정려원의 [내 인생의 한컷]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정려원]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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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4일, 장소는 미사리 조정경기장. 수많은 인파가 마치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처럼 보이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엑스트라들이다. 연출부의 사인이 오가면 외투를 둘러쓰고 있던 배우들과 수십명의 엑스트라들이 일제히 옷을 벗고 촬영을 준비한다. 매서운 초겨울 날씨 속에 이들은 한여름의 추격신을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마치 땀이 나는 것처럼 군데군데 물을 적신 김선아의 추위는 더하다. 이날의 촬영신은 곗돈을 찾아 나선 봉촌3동 걸스카우트단 최미경(김선아), 이이만(나문희), 오봉순(이경실), 강은지(김은주)와 그녀들의 피 같은 곗돈을 들고 튄 계주 성혜란(임지은)이 맞닥뜨리는 장면이다. 그렇게 피크닉 인파를 뚫고 질주한 미경은 혜란을 잡자마자 바닥에 쓰러뜨린 뒤 멱살을 부여잡는다. 한편, 봉촌3동에서 벌어진 이 곗돈 사기사건은 비슷한 시기 벌어진 20억원 상당의 오피스텔 분양사기사건과 한데 엮인다. 그리하여 걸스카우트단은 성혜란을 위시한 프로사기꾼들과 맞서게
거침없는 여걸들의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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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TV에서는 한때 최절정 인기를 구가했던, 지금은 잊혀진 스타들의 근황을 보여주곤 한다. ‘미달이’라는, 소녀에게는 다소 가혹했던 극중 이름으로 유명했던 아역배우는 유명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시청자의 열광은 채널 돌리는 일처럼 금세 사그라들고 TV가 꺼진 뒤에도 삶은 계속되지만, 인기의 거품이 꺼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현실을 어린 스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19살의 나이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와타야 리사의 <꿈을 주다>는 그런 어린 소녀 스타의 삶을 그린다.
갓난아이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유코는 유치원에 다니던 때 광고 모델로 발탁된 뒤 내내 승승장구한다. 아버지에게 숨겨놓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된 뒤, 유코에게 연예계 생활은 차라리 도피처에 가까웠다. 그렇게 연예계 생활이 길어지자 온과 오프의 구분도 사라졌다. 10년 넘게 해 온 치즈 광고와 사
지금은 잊혀진 아이돌을 위하여, <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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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무엇보다 몸이 화두다. 뮤지컬이 각광받는 경향을 발빠르게 흡수한 모양인지 음악, 댄스, 마임, 그리고 다채로운 무술 동작들이 대사가 사라진 자리를 독차지했다. 국내에서도 <난타> <점프> 등 토종 창작 공연은 물론,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인 <스톰프> <스노우쇼>, 기존의 서커스를 한 차원 업그레드했다는 평가를 받은 ‘태양의 서커스’단의 <퀴담> 등이 차례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넌버벌 퍼포먼스를 찾아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지금, 또 하나의 창작 넌버벌 퍼포먼스가 등장했다. 올해 8월 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11월 서울에서 초연하는 댄스뮤지컬 <스핀오디세이>가 그것이다. 세계 최대의 비보이 축제인 ‘배틀 오브 더 이어’의 2005년 우승자 ‘라스트포원’을 주요 구성원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지난해 크게 유행한 비보이 열풍이나 <발레리나를 사랑한 비보이>와 같은 비보이 공연을 떠올리
오! 저 소리없는 몸짓의 아우성, 댄스뮤지컬 <스핀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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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 19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사초동’이란 가상의 동네가 영화의 무대. 동네 곳곳에서 4번의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추리소설작가인 경주(오만석)와 동네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형사 재신(이선균)은 사초동에서 오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경주에게는 요즘 살인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 많다. 출판사 편집장은 신인작가들의 고집을 탓하며 경주를 무시하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다 못해 경주를 내쫓고, 거리의 폭주족들은 그에게 소화기를 쏘아댄다. 어느 날 밀려드는 살인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경주는 집주인을 살인한 후,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하여 시체를 전시한다. 한편, 경주와 재신 말고도 사초동에서 나고 자란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문구점을 경영하는 효이(류덕환)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 있지만, 소년 같은 얼굴 이면에 잔혹한 살인본성을 숨기고 있다. 형사와 연쇄살인범, 그리고 모방범죄자를 한 동네에 밀어넣은 영화는
우리 동네에 살인마가 산다. <우리 동네>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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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싸움꾼도 요리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식객>이 3주차에도 정상을 지켜냈다. 11월 1일 개봉한 <식객>은 주말동안 전국에서 32만4929명을 동원하여 전국누적관객 197만3282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했다. 배급사에 따르면 <식객>은 어제(11월 19일) 오전을 기점으로 전국관객 200만고지를 넘어섰다. 주말까지 스크린 수는 전국 325개. 이번 주에도 <식객>은 약 3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전망이다. 예매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베오울프>는 2위에 그쳤다. 전설의 영웅을 소재로 한 이야기, 그리고 아이맥스 버전 상영등 아동관객들을 혹하게 만들 여러 조건들을 가졌지만, 폭력과 노출 수위 덕분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는 점이 관객몰이에 걸림돌이 된 듯 보인다.
3위는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가 차지했다. 지난 주 예상외의 선전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던 <색,
<식객>,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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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 한국 tvN 방송 종료
얼마 전 SBS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크라운J라는 가수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배경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의 데뷔 이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유명한 R&B가수 프랭키J를 만나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흑인 백화점을 지인들과 방문했는데 우연히 ‘안투라지’(entourage)들과 함께 온 프랭키J를 만나 자신도 잘나가는 엔터테이너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 그 일화의 골자였다. ‘안투라지’라는 특이한 영어단어가 방송에서 정확한 의미로 쓰인 것은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로는 ‘측근’, ‘주변 사람’ 혹은 ‘수행원’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안투라지’는 여행을 하거나 어디로 움직일 때 핵심 인물을 데리고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로 할리우드에서 스타덤에 오른 이들과 항상 같이 움직이는 매니저와 스탭들 혹은 가족이나
[이철민의 미드나잇] 카메오가 주인공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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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24일(토) 밤 11시
밤의 흔적이 널브러진 거리를 지나 어두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택시를 타고 다시 집으로 향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어둠으로부터 나를 구해줄 택시를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밤을 함께 나눈다는 불안과 쓸쓸함이 엄습하는 순간을. 그와 나는 동일한 행선지를 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나눌 수 없는 완전한 타인. 도시의 택시는 스산하다. 짐 자무시의 <지상의 밤>은 해질녘부터 해가 뜰 무렵까지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로마, 헬싱키를 차례로 돌며 그 도시의 시간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그저 깜깜한 밤거리일 따름인데 영화는 인물들의 대화와 분위기, 그리고 가끔씩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메라를 통해 각 도시의 풍경을 택시 안으로 끌어들인다. 도시의 화려한 중심이 아니라 어둠에 버려진 듯한 구석들이 눈에 밟힌다. 추운 밤 길 한가운데서 택시를 기다리는 자와 거리를 돌고 돌며 손님을 기다리는 자 사이에는
서글픈 밤의 택시, <지상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