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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장자나 슈니츨러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꿈과 현실을 본질적 차원에서 분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네스 팰트로의 남동생 제이크 팰트로가 처음 연출한 장편영화 <굿나잇>이 다루는 세계는 꿈같은 현실 또는 현실 같은 꿈이다. 영화음악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에선 CF음악을 만들고 있는 개리(마틴 프리먼)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 모자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여자친구 도라(기네스 팰트로)가 미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큐레이터가 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CF음악 ‘따위’나 만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심드렁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개리는 꿈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 아나(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난다. 희한하게도 아나는 매일같이 꿈속에 등장할 뿐 아니라 개리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바친다. 이제 개리는 자신의 삶의 중심을 꿈으로 옮기게 되고 현실은 더욱 등한시한다. 게다가 개리는 아나와 똑같이 생긴 멜로디아라는 여성을 현실에서 만나
꿈과 현실의 경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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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병을 외면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에이즈에 대한 말은 이제 지겹다며, 현실을 직시한다고 희망이 생기냐고 반문하는 동포들에게 노브(오언 세이야케)가 말한다. 노브 역시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아무 데서나 거리의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사랑하는 부인이 콘돔 사용을 권하면 무작정 화만 내던 처지였다. 가족 모두와 마을 어른들을 조상의 저주 때문에 잃었다고 배웠던, 저주를 풀기 위해 희생된 소를 다시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향하다가 노브의 트럭에 올랐고, 이제는 그것이 에이즈라는 병 때문임을 알게 된 어린 소년 무사(주니어 싱고)가 그런 아저씨의 변화를 보며 미소짓는다. 무사는 에이즈 때문에 고아가 된, 남부 아프리카의 1억2천 고아 중 한명이다.
에이즈 퇴치라는 시급한 목표의식 아래 만들어진 <비트 더 드럼>은 천혜의 자연을 앞에 두고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운명을 감내하는 이들의 구원자로 나선 순수한 소년, 그리고 이들을 한데 묶는 음악의 힘
에이즈 퇴치 <비트 더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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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지겹지 않아? 왜 공주는 매번 왕자와 결혼해야 하고, 악당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해? <엘라의 모험: 해피엔딩의 위기>는, 동화를 차용하되 그 전형성에 딴죽을 거는 애니메이션이다. “봐, 해피엔딩이면 재미없잖아.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극중 대사는 이 영화가 주장하는 바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건 이미 <슈렉>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우려먹은 내용이 아니던가. <슈렉> 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존 H. 윌리엄스가 프로듀서 중 하나로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작품에서 뭔가 발칙한 유머를 맛보길 고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동화나라 마법왕국. 그곳 주민들의 삶은 대마법사가 소유한 저울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선악의 추가 균형을 이루는 동안 신데렐라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라푼젤도 언제나 해피엔딩을 맞게 마련. 그러나 대마법사가 휴가를 떠나고 그의 조수인 멍크(정
동화의 전형성에 딴죽 <엘라의 모험: 해피엔딩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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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충칭의 최고급 빌라에 사는 존(후준)은 가정적인 아내 로즈(유가령)와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는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사실 존은 빌라 상가의 네일숍에서 일하는 섹시한 샤론(송지아)과 내연의 관계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로즈의 차가 피처럼 보이는 빨간 페인트 세례를 받으면서 그들의 관계는 조금씩 꼬여간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경비원 펭듀(리아오판)는 침묵하고 있고, 이후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존과 샤론의 사이도 틀어지기 시작한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꽤 밀도있게 스릴러의 공식을 따른다. 영화에서 인물들의 비밀은 고스란히 빌라 상가의 사진숍에서 일하는 모모(린유안)의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는데, 휴대폰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관찰자 모모는 영화 속의 말없는 화자다. 그렇게 사건의 열쇠가 모모에게 있을 거라고 짐작하게 될 무렵, 그러니까 그 휴대폰 카메라에 모든 비밀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
새로운 중국영화의 한 단면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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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아트시네마가 북적거린다고 한다. 아벨 페라라, 프랑수아 트뤼포 등의 작품을 상영하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내가 꼭 봐야지 하고 벼르던 영화는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이다. 이미 박찬욱 감독이나 오승욱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최후의 증인>은 1980년 개봉 당시 검열로 만신창이가 됐던 영화다. 2시간30분이 넘는 영화를 1시간40분으로 1시간가량 잘라내고 개봉했으니 당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을 리 만무하다. 다행히 감독판이 남아 있어 그걸 본 몇몇 사람이 입소문을 냈고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뒤 우리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영화기에 전설이 됐을까 너무나 궁금했다. 보고나니 저주받은 걸작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최후의 증인>을 보면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떠올랐다. 4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용납할 수 없던 할리우
[편집장이 독자에게] <최후의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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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장르에 도전하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아직은 연기를 배우는
학생의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않은 배우 김흥수!! 그 함께한 스포트라이트 인터뷰!
세 여자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뜨거운것이 좋아> 속에 일과 사랑
둘 다 갖고 싶은 27살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의 남자친구 '나원석'역을
연기하며 "드라마속 멋진 남자친구의 모습은 아니지만 사랑앞에선 솔직한 '원석'의
모습이 매력적이 였다" "저 상황이 되면 아마 저도 그랬을거에요" 라며 '원석'에
대한 식지않은 애정을 이야기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로 자신의 이름앞에
떳떳한 '배우'김흥수의 모습으로 남고싶은 배우!!
<뜨거운것이 좋아>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배우 김흥수가 직접 전하는
진솔한 인터뷰! 인터뷰 내용을 생생한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2월 4일까지 아래 댓글에 배우'김흥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추첨을 통해 배우'김흥수'의 친필사인이 담긴
[김흥수] “아직 연기를 배우는 학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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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의 <씨네 21>표지 촬영 현장과 영화<라듸오데이지>에 관한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가 직접 내는 돌발퀴즈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정답은 2008년 2월 11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류승범] 진지함보다 진솔함을 좋아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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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를 하루 앞둔 1월21일, 어김없이 올해도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후보 목록이 먼저 발표됐다. 해마다 전년도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 등을 선정하는 라즈베리 어워드(래지 어워드)는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에 불명예스럽지만 재치있는 시상식을 거행하는데, 후보목록도 아카데미보다 하루 먼저 발표했다.
제28회 라즈베리 어워드에서 굴욕의 세례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는 린제이 로한과 에디 머피다. 두 사람 모두 영화에서 1인다역을 연기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연기한 캐릭터 수만큼 최악의 연기자상(주연/조연)에 따로 노미네이션 됐다. <아이 노우 후 킬드 미>에 출연한 린제이 로한은 얼굴만 같고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오브리와 다코타를 연기했는데 그로 인해 최악의 여우주연상 부문에 2회 지목됐고, <노르빗>에서 1인3역의 화장실 코미디를 펼친 에디 머피는 노르빗 역으로는 최악의 남우주연상, 아시아인 미스터 왕 역으로는 최악의 남우
린제이 로한, 최악의 여배우상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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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21일 오후 2시
장소 CGV 용산
말말말
“SAVE THE EARTH!!! CHANGE THE FUTURE!!!"(자기 무대 인사가 끝날 즈음 느닷없이 한쪽 손을 높이 치켜들고 영화 속 슈퍼맨 자세로 정윤철 감독이 외치기를)
이 영화
인간미 넘치는 휴먼 드라마를 제작해온, 그러나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비인간적 프로듀서 송수정(전지현)은 어느 날 이상한 거리의 남자를 알게 된다. 그는 온갖 주위 사람들의 잡일을 돕는 것으로 유명하며 자기를 슈퍼맨(황정민)이라 부르며 날 수도 있다고 믿는 광인이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그를 촬영하기 시작하지만, 수정은 곧 그의 착한(?) 정신병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동네 꼬마 희정(진지희)을 비롯하여 아이들도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해가 없는 이 사람의 마음에 동화된다. 그리고 한편 슈퍼맨의 기원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서서히 알게 된다.
100자평
정윤철 감독의 영화는 쉽다. 남들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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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춘자란 캐릭터가 이보영이란 배우와는 선뜻 부합하지 않는 느낌이더라.
=그전에는 워낙 고운 여자들을 연기했으니까. (웃음) 하지만 춘자는 단순한 속물인데다가 백치미까지 있는 여자다. 보통 이런 여자들은 감초 역할을 하지 않나. 아무래도 전면적인 여자주인공으로 나오기는 힘든 캐릭터일 것 같았다.
-이전에 출연한 작품과 비교해서 연기하기에 어떤 재미가 있던가.
=감정의 기복에 엮일 필요가 없다는 게 즐거웠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기복이 심해서 연기를 하지 않을때도 우울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단순하고 명쾌했다. 마음도 편안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과도한 액션은 아니지만, 액션연기 때문에 운동도 배웠다고 들었다.
=사실 대역도 많이 썼다. 아무래도 내가 힘이 달리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라. 복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도 많았고. (웃음) 그래도
[이보영] 잘리지 않고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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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해 보인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니, 살은 오히려 쪘는데. 피곤한 거야 예전부터 그랬고. (웃음) 이제 좀 많이 지치긴 한 것 같다. 예전엔 차에서 한번도 자본 적이 없는데, 요새는 타기만 하면 완전히 기절한다.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원스 어폰 어 타임>까지 쉴새없이 작품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밤샘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사랑하는…> 때까지만 해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번 작품 홍보를 끝내고 쉬게 될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현장 기사를 보니 “우울 3부작 이후 첫 작품”이라고 했던데,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게 아무래도 선택에 영향을 준 건가.
=뭐, 모든 작품에는 각자의 재미가 있다. 슬픔에 대한, 우울함에
[박용우] 이번엔 성룡이나 주성치식 코믹 액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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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최고의 사기꾼, 여자는 희대의 도둑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봉구와 춘자는 전설의 보석인 ‘동방의 빛’을 두고 대결한다. 그들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현장에서도 그들의 대결은 만만치 않은 듯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은 “남녀배우가 만났지만, 그럼에도 서로 묘한 경쟁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한다. “한 배우에게 편중된 흐름의 영화가 아니어서 그런지 서로를 상당히 의식하더라. (웃음)” 하지만 시나리오 속의 봉구와 춘자는 오히려 짝패가 돼보는 것도 좋을 만큼 각자의 장기가 뛰어난 사람들이다. 봉구가 천부적인 연기력과 혼이 담긴 거짓말로 사람들을 홀리면, 그 틈을 타고 빼어난 몸매와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춘자가 담을 넘고 벽을 타고 들어가 보석을 훔친다. 그리고 멋지게 한탕을 끝낸 두 사람의 파이팅. 여배우에게는 실례였을지 모르겠지만, 이보영에게 두꺼운 뿔테 안경을 씌워 애써 여성스러운 모습을 지우려 한 건 건 그 때
[박용우, 이보영] 누가 이들을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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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은 여전히 ‘미칠이’로 불린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2006)의 위력 덕분이다. 미칠이의 무개념 DNA를 성공적으로 이식했기에 ‘스타덤’에 올라서긴 했으나 사실 2년이 지났는데도 부작용이 만만찮다. 여전히 그에 관한 모든 기사의 첫머리는 ‘미칠이’로 시작한다.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인 셈이다. <이장과 군수>의 남옥에 이어 2월14일 개봉을 앞둔 <대한이, 민국씨>의 지은 또한 ‘수수하고 야무진 여성’.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최정원은 화려하지만 제멋대로인 미칠이를 이젠 상큼한 스타트 정도로만 여기고 싶고, 동시에 미칠이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어서 만나고 싶은 배우로서의 마음을 여러 번 내비쳤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나봐요.
=저야 뭐 항상 셀카, 셀카죠. 셀카 잘 찍는 비법이 뭐냐고들 많이 물어보는데. 일단 많이 찍으면 돼요. 여자들은 셀카 잘 안 나오는 휴대폰은 취급 안 해요. 남자들은 잘 모르겠
[최정원] 이래뵈도 대장부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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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성은 튄다고, 들 한다. 외모가 튀고, 성격도 튄다고, 들 한다. 것뿐이랴. 내뱉는 말도 튀고, 갖고 있는 생각도 튄다고, 들 한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모은다. 드라마 <반올림> 1, 2로 정체를 드러낸 이후 그녀를 만나 적은 기록들은 여기에 더해 한술 더 뜬다. 심지어 그녀의 엉뚱함을 더욱 부각시켜 묘사하려는 욕심에 그녀를 외계인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신비한 능력을 지닌 외계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지구로 날아들었다는 식이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다. 맛보기 인터뷰 한 대목. “군대 가는 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사실 남자들이 궁금해요. 왜 그렇게 군대 가기 싫어하면서 막상 다녀오면 배운 게 많다고 하는지….”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무살이 되었어도 아직 버리지 않은 꿈이 군대 가는 거란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 쫓는 재미가 있는 건가. 임상수 감독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버지 면전에다 한방 먹이는 딸을 안긴 것도(<오래
[이은성] 저요? 안드로메다에서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