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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3월22일(토) 밤 12시45분
어린 시절 상처를 공유한 기수(김병석)와 종대(유아인)는 청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암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묵묵하게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수와 달리 종대는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허황된 욕망을 품으며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늘 그 자리를 맴도는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종대는 결국 막다른 선택을 하고 늘 그랬듯 기수는 그런 종대 곁에서 선택의 대가를 함께 짊어진다.
노동석의 두 번째 장편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마이 제네레이션>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건조한 현실에 잠시 카메라를 밀착시켰던 것처럼 느껴지던 전작보다 드라마틱하다. 부재하는 아버지, 집을 나갔거나 종교에 빠진 어머니, 조폭으로 대변되는 또 다른, 강한 아버지, 유약한 소년의 총에 대한 집착 등은 예상 가능한 틀 속에서 예상 가능한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몇몇 평자들은 이를 두
세상에 무책임하게 냉소하지 않는 성장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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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개의 스타들이 그러하듯 꿈을 파는 이들은 나름의 포커페이스를 머금은 채 산다. 요즘 방송가에 아무리 스타가 투명한 유리가면을 장착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지만 막상 매니저와 쌍소리를 주고받는 두툴두툴한 원석의 상태까지 목격하면 ‘깬다’는 소리를 듣고 말 것이다. 멋지게 세공된 완성품이 탄생하기까지의 퀴퀴한 백스테이지는 궁금하지만 봉인의 상태로 남겨두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는 콧대 높은 스타, 작가, PD들이 위태로운 밸런스를 유지하는 꿈의 공장에 푹 들어가보겠다고 작정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선남선녀의 애정행각으로 위기에 빠진 드라마 왕국의 속을 까발려 반성하겠노라고 이를 악문 다짐도 기획의도에 곁들였다. 그 세계의 주체이자 관찰자이며 한편으로는 위기의 조력자였을지도 모를 분야별 쟁쟁한 선수들이 모여 제 머리를 깎겠다는 것은 ‘과연?’ 하며 등을 바로 세워볼 만한 거리다.
<온에어>는 지난 3월5일 첫회부터 화끈하게 ‘온에어’
드라마 왕국을 까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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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옥상 바에서 찍은 장면인데, 정말 아버지와 아들 같구나 하는 착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슛 들어가기 직전에 찬바람이 불어서 동시에 두 사람이 손으로 입을 막는 걸 보고서 정말 부자지간 같았다. 촬영 초반만 하더라도 안(성기) 선배님이랑 조한선씨랑 별로 안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이랑 표정들이 닮아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안다. 물론 내가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갖게 된 착시일 수도 있고, 또 조한선씨가 안 선배님을 닮으려고 애썼던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안 선배님도 조한선씨랑 친해지기 위해 허물없이 같이 낚시하고, 야구하고, 축구하고, DMB 보고 그러셨으니까. 안 닮으려야 안 닮을 수가 있겠나.”
[숨은 스틸 찾기] <마이 뉴 파트너> 손가락도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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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칸영화제에 소개된 <라초 드롬>은 ‘월드 시네마’를 새롭게 정의하며(<라초 드롬>을 그해의 영화로 뽑은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이 영화엔 국적이 없다’고 했다) 평자들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고, 토니 가트리프는 예술영화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집시에 대한 간략한 언급- 천년 전, 밝혀지지 않은 사연으로 인도 북부를 떠나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떠돌았다. ‘지탄, 치간, 보헤미안, 집시’ 같은 명칭이 주어졌다- 으로 문을 여는 <라초 드롬>은 오해 속에 살아온 한 민족에 대한 사려 깊은 기록이다. 북인도의 라자스탄에서 시작해 이집트, 터키,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에서 멈추는 여정은 그 자체로 집시의 지형학을 그리고, 집시가 꾸리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모든 집시가 검은 머리와 피부를 가진 건 아니듯이 모든 집시가 방랑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기나긴 여정이 집시의 변화무쌍함을 알려주는 것과 반대로, 그
천년 동안 길을 떠돈 집시의 삶의 깊이, <추방된 사람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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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3월14일부터 4월16일까지 ‘월드시네마5’를 개최한다. ‘월드시네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단 이번 상영회에서는 하나의 사조나 장르, 감독이 아니라 불쑥 사건처럼 솟아올라 세계 영화사를 풍요롭게 했던 24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1931년작인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에서부터 1993년작인 허우샤오시엔의 <희몽인생>까지 60년이 넘는 시간적 두께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쿠바, 대만, 일본 등까지 전세계를 횡단하는, 일명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세계영화 일주’라 할 만하다.
먼저 필름누아르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성공의 신화 뒤에 겹겹이 숨겨진 실패의 흔적이 아이러니한 세계관을 내비치는 프리츠 랑의 <빅히트>와 치명적 매혹의 덫에 빠졌던 ‘과거로부터’ 잉태된 운명적 삶을 빛과 어둠의 시어로 표현한 자크 투르뇌르의 <과거로부터>를 만날 수 있는 축복의 순간이 기다린다. 또한 이들 영화보다 가벼운
세계 영화사의 절정을 맛본다, 월드시네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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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까먹었는데….” 임기 만료를 두달여 앞두고 사의를 표한(<씨네21> 644호 국내리포트)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물어봐도 딱히 대답해줄 것이 없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는데, 알고 보니 순거짓이다. 영화계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가 옮아가자 연달아 한숨이다. 수익률 악화에 한숨, 부가판권 붕괴에 한숨, 해외수출 감소에 한숨…. 영화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미리 자리를 뜬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나 조력자로서의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할 수밖에 없는 한국영화의 위기 상황이 부담을 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영화인’의 자리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어깨가 무거운 그를 만났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난해 하반기에 비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상 퇴임 시기도 올해 초였고.
=일찍 나와야겠다는 생각은 좀 오래전에 했다. 영진위가 지난해부터 기금 위탁을 하다가 올해부터 기금관리기구가 된 것과도
[안정숙] “새 정부가 지난 노력들을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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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김해곤 감독은 “잠시만”이라면서 카페 밖으로 나가 누군가와 오랜 통화를 했다. 개봉(3월20일)을 불과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인데도 <숙명>의 프린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그는 동시에 여러 자질구레한 문제까지 수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왜 그리 바쁘냐는 질문에 “팔자인가 봐, 팔자”라며 미소 짓다가도 상세한 사정을 묻자 “여러 가지 일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하며 어두워지는 그의 표정은 만사태평이던 몇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어쩌면 그건 송승헌과 권상우라는 대스타를 기용한 두 번째 연출작을 놓고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감독 데뷔작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그의 긴장감은 더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가 따분하기 짝이 없는 홍보성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해곤] “난 배우 시절에 감독이 시키는 대로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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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은 자전거를 훔치다 주인에게 걸려 도주 중이다. 친구 철이에게 2만원을 받고 자전거를 기필코 훔쳐주겠다고 약속한 민창은 도시에 널린 무방비 자전거를 손에 넣으려고 하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철이의 누나 잔디는 수술을 앞둔 어머니를 위해 MP3 플레이어를 드리기로 마음먹고 물물교환을 위해 한 남자를 만나지만 눈앞에서 지갑을 도둑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슈퍼맨의 등장. 그런데 이 슈퍼맨은 좀 이상하다. 허름한 체육복 차림에 머리 더부룩한 행색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그는 울상이 된 잔디만 돕는 게 아니다. 잔디를 만났다가 갑자기 흑심을 품고 거액이 든 지갑을 들고 튄 남자를 돕기도 하고, 장물을 손에 넣은 민창과 철이가 ‘도둑놈’으로 손가락질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선과 악을 나누어 벌하지 않고 모든 이들을 감싸는 이 오지랖 넓은 슈퍼맨이 도대체 가능한 시추에이션이냐고? 궁금하다면 KT&G 상상마당(www.sangsangmadang.com/movie) 우수작 상
[이달의 단편] 이렇게 오지랖 넓은 슈퍼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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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숙명>기자간담회 현장
영화 <숙명>은 운명으로 결합된 네 친구의 빗나간 욕망과
어긋난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어릴적 우정을 뒤로 하고 서로의 심장을 겨눌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그려낸 영화<숙명>은 오는 3월 20일 개봉할 예정이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네 남자의 끈질긴 운명, <숙명> 기자간담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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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사망한 형의 부인과 결혼한 뒤, 그녀와의 결혼을 무효화하기 위해 국교를 바꾼 헨리 8세. 여섯 부인 중 두명을 처형했던 이면에는 ‘형제의 아내를 취하면 (…) 무자(無子)하리라’던 성경 문구를 두려워하던 수컷의 본능이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아들이 10살의 나이로 뒤를 이었으나 16살에 요절하고, 가장 큰 희생을 치르며 이별했던 첫 부인이 낳은 딸이 결국 여왕이 되었지만 국교를 되돌리기 위해 무자비한 박해를 일삼은 ‘피의 메리’로 더 유명하며, 떠들썩하게 사랑하고 이별했던 두 번째 부인 앤 볼린이 낳은 딸은 그 뒤를 이어 잉글랜드의 전성기를 이끌며 평생 처녀로 살았다. 역사상 가장 장대한 스케일로 치사했던 스캔들. 숱한 텍스트로 무한반복될 만하다. 모든 판본을 비교분석하픈 맘 굴뚝같지만, 스캔들은 길고 지면은 좁더라. 최근 개봉작 <천일의 스캔들>과 인기 TV시리즈 <튜더스>만으로 만족해주시길.
헨리 8세, 누가 더 유치한가
<천일의 스캔들&g
[VS] 어떤 헨리 8세가 더 유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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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레이스>는 18세기 영국의 노예해방운동에 앞장섰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와 동료들의 삶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독교 정신에 귀의하면서 노예해방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당시의 어지러운 사회상을 도덕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윌버포스의 삶과 당시의 노예무역 실태,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관해 알아본다.
아프리카 노예무역, 그 끔찍한 현실
유럽 국가들이 세계의 항로를 개척하며 시작된 ‘대항해시대’는 다른 대륙에는 재앙을 의미했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뒤 현지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광산이나 사탕수수밭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지나친 혹사로 원주민들이 사망하면서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대두됐다. 당시 개척된 서아프리카 항로는 이들에게 힌트를 제공했다. 결국 스페인은 16세기부터 아프리카 주민을 강제로 붙잡아 아메리카 대륙과 서인도제도(카리브 해안 국가들)에 공
[알고 봅시다] 찬송가 부르며 노예해방운동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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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기게 생겼어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_<파고>
“당신, 맛이 좀 가보이는데. 무슨 약 했어요?”_<판타스틱 소녀백서>
“대체 왜 그딴 식으로 생긴 거야?”_<인터뷰>
음지식물인 양 핏기없는 얼굴, 포도알처럼 톡 튀어나온 눈, 구멍가게 선반처럼 무질서한 뻐드렁니. 누구나 한번 보면 이 남자를 잊을 수 없다. 스티브 부세미.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하고, 또 한편으론 처연해 보이는 인상의 그를 관객은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철지난 잡동사니에 집착하는 사회부적응 중년(<판타스틱 소녀백서>), 죽도록 구박만 받다가 커피 깡통에 담겨 생을 마감하는 루저(<위대한 레보스키>) 혹은 목재 분쇄기에 통째로 갈려버리는 어수룩한 킬러(<파고>). 화려한 전적에 비해 비교적 정상적인 정치부 기자로 등장하는 <인터뷰>에서조차 부세미의 외모를 향한 타박의 릴레이는 여지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섣불리 동정의 시선을 던
[스티브 부세미] 대체 왜 그딴 식으로 생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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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치>, 할리우드 최고 가슴의 소유자로 스칼렛 요한슨을 뽑다. 근소한 차이로 뒤를 쫓는 것은 제시카 심슨과 샐마 헤이엑. 이에 대한 요한슨의 반응. “우리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하시겠는데요. 14년간 인디영화에 출연한 끝에 최고의 가슴으로 뽑혔다면서 말이죠.” 영국의 한 조사 결과, 요한슨, 이번에는 최고의 엉덩이를 소유한 여성으로 선정되다. 이에 대해서는? “그럴 리가! 나보다 훨씬 예쁜 엉덩이를 가진, 더 훌륭한 엉덩이를 갖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근데 내 뇌는 어떻게 생각해요? 심장이나 신장, 쓸개도 쓸 만한데.”
스칼렛 요한슨을 인터뷰한 기사의 서두는 한결같다. 그녀의 흔치 않게 여성스러운 외모에 대한 묘사가 필수적이다. 허풍과 상상, 약간의 단서를 조합하여 인터뷰이와의 교감을 강조하는 할리우드식 저널리즘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여인과 소녀의 정신과 외모를 동시에 지닌 별종스타를 향해 잔뜩 세워진 그들의 촉수는 요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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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도쿄의 20개 극장에서 개봉한 <오리우메>는 2006년까지 전국을 돌며 130만 관객과 만났다. 치매에 걸린 여성과 그녀를 돌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입소문이 좋아 이 동네 저 동네로 순회 상영을 다녔고 영화를 연출한 마쓰이 히사코 감독은 영화가 상영된 1370곳 중 400여곳을 직접 찾아 다녔다. 그리고 3월7일. ‘한·일 고령화사회 심포지엄’의 한 행사로 마련된 영화 상영을 위해 인사동에 위치한 일본공보문화관을 찾았다. 한국에서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며 질문을 하기 전에 기자의 감상을 먼저 물어오는 감독. <오리우메>는 일견 착하고 조용한 느낌의 영화지만 동시에 치매란 질병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잔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소설 <잊어도 행복>이 원작이라고 알고 있다. 어떻게 영화화하게 됐나.
=예전엔 TV드라마를 제작했는데 그때도 나는 항상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들에 다른 사람들도 흥미를 가질 거라고 생
[마쓰이 히사코] “평범한 가정주부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그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