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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안. 계룡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분지로, <정감록>을 통해 조선왕조 이후 신도읍이 될 것이라고 예언되면서 이상사회의 터전으로 받들어졌고, 일제시대 이래 각종 신종교와 무속신앙의 집성지가 됐다. 미술가 박찬경의 <신도안>은 바로 현대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그 공간을 조명한다.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 <세트> <파워통로> 등으로 미술과 영화의 접점에 선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으며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기도 한 박찬경은 미신으로 폐기처분됐던 ‘계룡산 문화’를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가 혼합된 방식으로 불러냈다. 6월21일부터 8월17일까지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앞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신도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과거 계룡산을 찾은 적이 있는데, 산의 모습이 굉장히 충격적이더라.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장엄하면서도 두려운 느낌이었다. 관심이 생겨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무속의 중심지
[박찬경] “역사적으로 업악된 기억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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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용, 촬영중> <이주자> 등을 연출한 이집트의 대표감독 유세프 샤힌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명은 뇌출혈. 외신에 따르면 올해 82살인 샤힌은 이미 최근작인 <카오스>(2007)를 연출하던 동안에도 병을 앓아왔으며 지난 6월14일 카이로에서 쓰러진 뒤 현재 프랑스 파리 외곽의 아메리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3세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인 유세프 샤힌은 이집트의 국민감독으로 추앙받는 영화인이다. 1926년 1월25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1950년 귀국해 <바바 아민>으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이집트의 근대화가 과연 진보하는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졌던 영화다. 이후 샤힌은 줄곧 보수적인 이집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1958년에 연출한 <카이로 중앙역>은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
[유세프 샤힌] 감독님, 깨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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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검찰이 지난 6월16일 웹하드 업체 대표이사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네티즌이 웹하드를 고소한 영화인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대표이사가 구속된 업체는 나우콤(피디박스, 클럽박스), 미디어네트웍스(엠파일),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엔디스크), 아이서브(폴더플러스), 이지원(위디스크) 등 5개다. 네티즌이 영화인들에게 철퇴를 가한 이유는 그동안 손쉽게 영화를 다운로드해 볼 수 있는 창구를 막아서가 아니다. 피디박스와 클럽박스를 운영하는 나우콤의 또 다른 자회사가 다음 아고라광장과 함께 촛불시위의 성지로 떠오른 인터넷 방송사이트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쇠고기 재협상의 대가로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자!”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한국영화 불매운동합시다!” 검찰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6월17일 이후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인단체 홈페이지에는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네티즌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또한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에 소속된
[포커스] 시국이 만들어낸 웃지못할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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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20등이 아니라 미모 20등 아냐?” 6월14일 부산 해사고등학교에서 열린 영화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공개 현장,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복을 입고 대기 중인 연기자들의 얼굴은 수험생활에 찌든 고3 학생의 표정이라기엔 몹시 해맑았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학생 역할을 맡은 연기자 대부분이 20대예요. 연극영화과 학생들도 많고.” 강당에 앉아 있던 미모의 연기자에게 엿들은 정보다. 오랜만에 교복도 입고 학교가 배경이니 아무리 공포영화라 해도 학창 시절의 장난기가 발동하기엔 안성맞춤일 터. 아이돌 가수의 안무를 따라하며 깔깔거리던 연기자들도 창 감독(윤홍승)이 메가폰을 잡자 금세 집중한다. 오늘 촬영분은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이 살인마가 출제한 고사성어 문제를 푸는 장면. 바닥에는 천개의 한자가 널려 있고, 모두들 답을 찾기에 분주한데 그 모습이 꼭 <도전! 골든벨>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의리파 여학생
친구를 구하고 싶다면, 고사성어를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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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댄스와 명화극장] <에일리언> 거대한 알 발견!
[팬더댄스와 명화극장] <에일리언> 거대한 알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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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를 닮은 사나이
“나의 도시가 운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사랑이. 어찌 거부하랴. 난 그녀(들)의 스피릿인 것을.” <스피릿>의 예고편은 <씬 시티>(2005)를 떠오르게 한다. 흑백 코믹북의 한 페이지처럼 몇 종류의 무채색과 간결한 실루엣으로 나뉜 화면 안에서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싼 한 남자가 도시의 지붕들을 밟고 달린다. 넥타이만이 붉게 휘날리는 그의 이름은 데니 콜트. 다른 이름은 ‘스피릿’. 그는 위험에 처한 여인들을 구하러 다닌다. 여인들은 그를 사랑한다. 1940년대 신문 연재물로 인기를 끌었던 윌 아이즈너의 만화 <스피릿>은 <씬 시티>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프랭크 밀러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데니 콜트는 센트럴시티 경찰국의 신참 형사다. 그는 한때 죽었다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부활하면서 초자연적 힘을 얻었다. 데니 콜트/스피릿은 이제 센트럴시티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절대 악당 옥토퍼스에 맞서 도시를 지킨다. 19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⑥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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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18년간 떠돌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2009년 3월 공개될 잭 스나이더 감독 연출의 슈퍼히어로물 <와치맨>은 그 시작이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앨런 무어, 데이브 깁슨이 쓴 동명 코믹북의 판권을 이십세기 폭스가 사면서 시작된 <와치맨> 영화화는 세번의 각본가 교체, 세번의 제작사 변경, 세명의 감독(테리 길리엄, 폴 그린그래스, 대런 애로노프스키) 하차를 겪으며 겨우 잭 스나이더 손에서 완성됐다. 복잡한 구성의 원작은 애초 “영화화될 수 없는” 작품이란 평을 들었고, 앨런 무어는 “<와치맨>은 코믹북이다. 영화도, 소설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문학, 영화가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쓰고 디자인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와치맨>은 1985년 미국과 소비에트연방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배경으로 은퇴한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쌓인 내레이션과 대사로 진행한다. 스나이더는 “주인공이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⑤ <와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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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과 매그니토의 과거를 찾아서
<엑스맨> 시리즈의 또 다른 변종들이 찾아온다. 현재 제작이 결정돼 진행중인 두편의 영화 <엑스맨 기원: 울버린>과 <엑스맨 기원: 매그니토>는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들이다. 주인공 울버린의 과거이자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이 될 <울버린>은 로건(휴 잭맨)이 자비에 교수 일행을 만나는 과거, 그가 웨폰 X 프로그램을 통해 울버린이 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편의 전작에서도 종종 보여졌던 울버린의 과거가 좀더 확장된 플래시백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트로이>의 데이비드 베니오프가 각본을 썼으며 그는 “이후엔 적이 됐으나 과거엔 친구였던 사브레투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 말했다. 울버린은 <울버린>이 자신의 ‘전기영화’인 만큼 이전보다 더 어둡고 공격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며, 이를 휴 잭맨은 “코믹북 원작의 페르소나”라고 표현했다. “울버린의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④ <엑스맨 기원: 울버린> <엑스맨 기원: 매그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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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전쟁을 막으러 나서다
“아트하우스 슈퍼히어로가 돌아온다.” <엠파이어>가 지난 3월 <헬보이2: 골든 아미> 기사에 붙인 이 제목은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이후 달라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입지를 보여준다. <미믹> <블레이드2>로 소수 장르팬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델 토로 감독은 <판의 미로…>에서 그만의 독특한 고딕 스타일 미술을 보여줬다. 음침한 분위기와 유채 물감 가득 뿌려놓은 것 같은 강렬함. “시각적인 영화 예술가”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도 <판의 미로…> 이후다. 그런 의미에서 <헬보이2: 골든 아미>는 작품상 전편인 <헬보이>보다 시간상 전편인 <판의 미로…>에 더 가깝다. 동화 세계의 생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설정부터 ‘선택의 힘’을 반추하는 영화의 메시지까지 <헬보이2…>는 <판의 미로…>의 세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③ <헬보이2: 골든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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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조커와 배트맨의 맞대결
조커가 돌아온다. 천인공노할 살인마이자 익살꾼. 예술을 사랑하는 불량배. 배트맨 생애 최고 지독한 악당.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두 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이다. 이 조커는 팬들에게 이른바 ‘잭 조커’(Jack-Joker, ‘잭 니콜슨의 조커’라는 뜻)로 깊이 각인되었던 그 조커가 아니다. 마이클 케인(알프레드 역)은 “잭 니콜슨의 조커가 가끔씩 자비도 베푸는 못된 삼촌 이미지라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마니악하고 잔인한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한다. 그는 히스 레저의 조커를 현장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받아 다음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는 자기 행동에 일말의 양심도 못 느끼는 존재다. 조커의 언행엔 어떤 한계도 없다. 어떤 것도 그를 위협할 수 없다. 모든 건 그에게 조크일 뿐이니까.”(히스 레저) <엠파이어>는 이것을 ‘공포의 얼굴’(Fear Has a Face)이란 말로 표현했다.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② <다크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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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망나니 슈퍼히어로흑인. 알코올중독자. 그러나 슈퍼히어로. “사람들 전부 당신을 싫어해요!” “누가 신경이나 쓴대?” 심지어 지독한 냉소주의자. 존 핸콕(윌 스미스)은 명색이 슈퍼영웅이지만 사람들은 콧방귀 뀐다. 그는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돕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책임감, 윤리의식, 준법의식 모두 제로. 설상가상 핸콕은 보통 남자들보다 ‘그것’이 한참 작다. 어쨌든 핸콕은 슈퍼히어로가 맞다. 그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들이받아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핸콕의 홍보담당자인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는 그 덕분에 목숨도 구했다. 레이만큼은 핸콕을 지지한다. 핸콕이 자기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와 바람을 피운다는 걸 알기 전까지.
이 정도쯤 되면 감독 피터 버그(<킹덤>)가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오리지널 캐릭터”라고 당당히 말할 만하다. 마이클 만, 토니 스콧, 조너선 모스토(<터미네이터3>), 가브리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① <핸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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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적이 있으면 맞서 싸우고, 고난이 닥치면 이겨내고, 뭘 해야 할지 모를 땐 대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된다. 그런데, 악당은? 웬만한 계략은 현명한 영웅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 종종 생사를 걱정할 정도의 메가톤급 시련을 겪는다. 사람들의 욕설과 비난을 한귀로 듣고 흘려버릴 강철 심장도 필요하다. 악당이 매력적인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겪으며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왔으니까. 그동안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영웅에겐 관대하고, 악당에겐 가혹했던 면이 있다. 영웅의 위대함을 조명하느라 악당의 팔색조 매력까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준비했다. <씨네21>이 고르고 골라 선택한 역대 최고의 악당들이 여기 있다.
1. <배트맨>의 조커
1989년, 처음으로 제작된 배트맨 영화의 주인공은 두명이었다. 배트맨, 그리고 조커. 이 영화에서 영웅 배트맨은 예민하고 불안했으며, 악당 조커는 화려하고 기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슈퍼히어로 영화 속 빛나는 악당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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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은 시대착오적이거나 혹은 시대를 앞서가는 슈퍼히어로물이다. 판타스틱 4인방은 다른 현대 히어로들처럼 슈퍼파워의 힘에 대해 고뇌하지도 않고(시대착오적이다!), 심지어 파파라치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신명나게 악에 맞서 싸운다(시대를 앞서간다!). 그런고로 플롯은 허허실실이고 갈등구조도 맥없이 풀리지만 대륙을 넘나들며 뛰고 나는 판타스틱 4인방의 단순 명쾌한 액션은 호탕하기 그지없다. PG-13 등급 히어로 영화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24. <콘스탄틴>
최고의 캠페인: 폐암 걸린 히어로 콘스탄틴은 새로운 생명을 받고는 담배를 끊는다. 금연운동본부는 지루한 캠페인용 영화 그만 만들고 <콘스탄틴>을 장기상영하시라.
개봉시에는 별로였다 다시 보니 생각보다 근사한 영화들이 종종 있다. DC 코믹스 <헬블레이저>를 원작으로 한 <콘스탄틴>도 그중 하나다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슈퍼히어로 영화 베스트 25위~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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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은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대통령의 캐릭터를 분석할 테지만,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물론 한-미 FTA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한-미 FTA는 과연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그런 질문에 대해선 입장과 수준을 망라한 수많은 답변들이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하지만 “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한-미 FTA를 포기할 수가 없는가?”라고 질문해본 적이 있는가? 내 생각엔 이 질문에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진짜 심각한 문제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엔 상징적인 부분도 있다. 이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가 한-미 동맹을 훼손해왔다고 주장해왔다. 한-미 동맹을 훼손한 정부가 추진한 것이 한-미 FTA이니, 그 동맹을 복원하려는 정부가 그것조차 비준시키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지지층을 속여가며 혹은 다소 과장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한-미 F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