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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모토 타츠히코의 노벨라이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우>는 부정적인(Negative) 상황에서 긍정적인(Happy) 순간을 발견하는 일종의 성장영화다. 100% 행복한 미래를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 지혜로운 내일을 제시한다. 톱날이 손을 대신하고 심장이 체외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등장해 하드 고어물을 연상시키지만 이 역시 주인공 10대 소년 소녀가 통과하는 일종의 성장통. CF 감독 출신 키타무라 타쿠지 감독은 “나라 위해 목숨을 거는 건 바보라 생각하고, 종교도 없고, 도덕도 없는 오늘날 일본 청춘”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담아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이는 기타무라 감독을 “어두운 세계”에서 구해준 영화에 대한 답례다. “혼자 있으면 어두운 것만 매일 쓴다. (웃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그런 세계에서 나를 구해준 작품이다.”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우>도 주인공은 고교생이지만 기타무라 감독은 “
일본 청춘에 보내는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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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파파티카> Opapatika
사나콘 퐁수완/ 타이/ 2007/ 110분/ 부천 초이스
공포는 타이영화의 중요한 테마지만, 그동안 좀비가 등장하는 타이 공포영화는 드물었다. <오파파티카>는 5명의 좀비들이 인간 사냥꾼에 맞서 화끈한 전투를 선보이는 보기 드문 액션 호러물이다. 다섯 전사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 ‘오파파티카’란 가공의 힘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난다. 이들은 어떠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며, 밤이 되면 그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직관력, 피부 재생력 등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좀비들이 온갖 장비로 무장한 인간을 처치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관건이다. <오파파티카>에는 피가 낭자하고, 신체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훼손되며 전쟁으로 말미암은 파편이 사방에 흩날리는 혼돈의 미학이 존재한다. 하지만 혼돈 속에도 타이 특유의 ‘업보’ 정서가 어렴풋이 남아 있다. 100% 짓궂은 좀비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생각보다 착한 좀비의 모
보기 드문 ‘타이산’ 액션 호러물 <오파파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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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말대로 너무나 소중한 자리였다. 아시아 액션영화의 큰 축을 맡고 있는 한국, 홍콩, 일본의 액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건 분명 아무때나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7월23일 오후 2시 경기아트홀 2층 공연장에서 진행된 <액션 전문가 네트워크> 포럼은 아시아 액션영화의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의 정두홍 무술감독, <매트릭스> 시리즈의 액션배우 추조룡, 정통 가라테 영화 <검은 띠>를 들고 부천을 찾은 <소림소녀>의 제작자 니시 후유히코 감독은 두 시간 동안 각국의 액션영화 제작 환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가감없는 대화를 나눴다. 아시아 액션영화의 미래를 선도할 이들의 대화를 지상중계한다.
주성철(이하 주): 추조룡에게 묻는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았는데, 할리우드에서의 작업은 본국에서의 작업과 어떻게 다른가.
추조룡(이하 추): 할리우드
아시아 액션영화의 기대주가 한자리에 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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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크라임> Timecrimes
나초 비가론도/ 2007년/ 89분/ 스페인/ 부천 초이스
중년 남자 헥터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조용한 스페인 시골에 새집을 짓고 있다. 모든 것이 안온해 보이는 어느 날 망원경으로 숲을 관찰하던 헥터는 나체의 여인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헥터는 여인을 구하러 갔다가 얼굴에 붕대를 감은 괴한에게 습격당해 달아나고, 몸을 숨기기 위해 숲 속 연구실에 설치된 타임머신 안으로 뛰어든다. 제목이 <타임크라임>이니 시간여행과 관련한 SF영화인 것은 자명하고,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하는 영화일 것은 더욱 명백하다. 시간을 역행한 헥터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또다시 타임머신에 오르고, 그렇게 생겨난 헥터2와 헥터3와 헥터4 등등이 서로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머리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타임크라임>은 머리를 잘 굴리면서 봐야 재미있는 영화지만 관객과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지적 싸움을 벌이던 20
꽤 즐길 만한 SF 장르영화 <타임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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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좀비 오토 Otto; or, Up with Dead People
브루스 라부르스/ 캐나다, 독일/2008년/ 94분/ Q리어스
기억을 잃어버린 오토라는 이름의 좀비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뜯어먹으며 베를린에 당도한다. 섬광처럼 번득이는 생전의 이미지 때문에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하고 자문하던 오토는 언더그라운드 영화 제작자인 메데아 얀을 만난다. 메데아의 목적은 평생의 숙원으로 만들어온 정치-좀비-게이 포르노영화 <죽은 자와 함께>(Up with Dead People)의 주인공으로 오토를 기용하는 것이다. 대체 왜 <엽기 좀비 오토>라는 재치도 재미도 없는 제목을 가져다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제목에 넘어가서 이 영화를 선택할 관객이라면 좀 짜증스러울 거다. 이건 호러영화인 동시에 코미디영화이며 동시에 게이포르노영화이며 전체적으로는 실험적인 뉴 퀴어 시네마의 일족이다. 게이 펑크 잡지와 게이 포르노 제작 경력이 있는 논쟁꾼 브루스 라부르스 감독
유쾌하게 펼쳐지는 이미지 장난 <엽기 좀비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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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곽재용 감독의 소식이 뜸해졌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멜로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예전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곽재용 감독은 이에 연연하지 않은 채 <싸이보그, 그녀>로 부천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제 폐막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한국 감독이 쓴 한국 시나리오로 일본의 스탭과 배우가 참여해 만든 최초의 작품이다. 이미 일본에서 10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린 <싸이보그, 그녀>의 속사정을 알아보는 <스코프 인 장르> 포럼이 7월23일 오전 11시 경기예고 음악 감상실에서 열렸다. 권용민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곽재용 감독과 제작을 맡은 지영준 마루온필름 대표가 참석했다. 함께 하기로 한 일본측 제작자 야마모토 마타이치로 프로듀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권용민 프로그래머(이하 권): 합작영화를 추진한 사례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대부분 성사되지
합작영화 성공하려면 신뢰부터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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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엔드: 리마스터드> Living End: Remixed and Remastered
그렉 애러키 | 미국 | 1992년 | 85분 | 판타스틱 감독백서
동성 커플 루크와 존. 어느 날 존이 HIV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서 둘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성적 소수자로 이미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에게 에이즈는 또 하나의 낙인을 더한 셈. 모든 것을 버리고자 LA 도심을 출발, 캘리포니아 해변까지 내달리는 게이 연인에게 ‘미친 공화당 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은 ‘빌어먹을 엿 같은’ 곳일 뿐이다. 퀴어 시네마의 선봉장 그렉 애러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리빙 엔드>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1990년대 하위문화인 게이 컬처를 대변한다. 마치 존 케루악의 소설을 화면에 옮긴 듯 별다른 내러티브 없이 전개되는 이 영화는 매 장면, 세상을 향한 불만을 가득 담은 ‘Fuck’과 일탈을 꿈꾸는 동성 간의 섹스로 일관한다. 충격적인 영상과 무책임한
도발적 신선함 <리빙엔드: 리마스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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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의 가장 정신없는 스타를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러브러브 익스프레스>의 아밍크다. 인터뷰 직전에 홍보팀이 슬쩍 귀띔한다. "GA 시간에서도 인기가 폭발적이었대요!". <러브러브 익스프레스>는 거대한 지골로(남창) 주식회사에서의 고된 훈련을 거쳐 최고의 지골로로 거듭나는 인도네시아 남자들의 이야기다. 아밍크는 주연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말리’는 거의 정신이 나갈만큼 휘몰아치는 개그 연기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문제는 이 남자가 중년 여성들을 위안하는 지골로 역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안드로메다적으로 캠피하다는 거다. 대체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일까. 궁금해하는 차에 방금 감은 머리를 휘날리며 아민크가 걸어들어온다. 같이 앉아있던 인도네시아어 통역이 말했다. "아. 저사람 알아요.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할 때 저 사람 나오는 TV 프로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알고봤더니 인도네시아에서는 꽤나 유명한 코미디언이란다.
-원래 인터뷰
대체 어느 별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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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공포 Fear(s) of the Dark
공동연출/프랑스/ 2007년/78분/부천 초이스
<어둠 속의 공포>는 6명의 세계적 그래픽 아티스트와 만화가가 제작한 ‘어둠이 주는 원초적 공포감’에 대한 단편을 엮은 아트하우스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다. 형식적으로도 앤솔로지의 권태로운 형식을 파괴한다. 6편의 작품이 나란히 배열된 것이 아니라, 4편의 작품들이 각각 전개되는 사이에 2편의 다른 형식이 삽입되어 전체를 응집하는 것.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흑백을 유지하며 공포를 심플하게 시각화했다. 놀랍게도 이 기분 나쁜 공포감들에서 전혀 기시감을 느낄 수 없다. 모두 전례 없는 기괴한 불쾌감이다. 그로테스크함을 형상화한 영상은 격렬하고도 직접적으로 피부에 스멀거리는 반응을 유발한다. 열광적 지지자들을 양산할 것이 분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 가장 참신한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재능으로 ‘불온하게’ 반짝인다.
찰스 번즈는 곤충과 불쾌함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원초적 공포
불순물 없는 공포의 가장 순전한 결정체 <어둠 속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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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포인트> The Objective
다니엘 마이릭 / 미국 / 2008 / 90분
다니엘 마이릭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윗치>는 저예산 호러영화를 꿈꾸는 이들에겐 하나의 전범이다. 캠코더를 손에 쥔 몇 명의 아이들을 숲속에 버려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입과 명성을 단번에 얻었기 때문. 그런데 감독의 입장에서 너무 유명한 전작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마이릭의 차기작 <오 포인트>를 보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다. 그는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의 광활한 사막에 CIA 특수부대원을 떨어뜨려 놓고 다시 한 번 초자연적인 공포와 맞서게 한다. 특수부대는 모하메드 아반을 찾으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지령을 믿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그런 그들을 위협하는 건 사람이 아닌 무엇이다. 외딴 곳에 고립되어 신경증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오 포인트>에는 결정적으로 긴장감
정체불명의 공포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모습 <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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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추억을 더듬어보자면, 이소룡의 <사망유희>(1978)에서 그가 세상을 뜨고 난 뒤 나머지 역할을 대역한 배우(당룡), 성룡의 <사형도수>(1979)와 <취권>(1979) 그리고 <사제출마>(1980)와 <용소야>(1982)에서 그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악당 두목(전자는 황정리, 후자는 황인식), 또 <중원호객>(원제: 삼덕화상과 용미육, 1977) 등 홍금보가 연출한 일련의 골든하베스트 무술영화들에서 가공할 발차기를 선보인 액션 배우(왕호)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뒤 큰 충격에 빠진 적 있다. 그들은 분명 기존의 홍콩 액션 배우들보다 더 빠르고 날렵했으며 체격도 더 당당했다. 그런데 그들이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출연한 영화들은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물론 한국에서도 제법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흔한 B급영화 대접도 받지 못한 영화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홍콩으로 건너가
홍콩으로 떠났던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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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 데인저> Able Danger
폴 크릭 | 2008 | 86분 | 미국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흑백화면, 굵게 컬이 들어간 여자의 방문, 기적을 울리는 듯한 음악. 폴 크릭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에이블 데인저>는 고전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꿈 혹은 상상 장면을 제외하곤 모든 장면이 흑백으로 촬영됐고 음모를 둘러싼 주인공과 적들의 대결을 그리는 과정도 느와르 스릴러물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야기는 까페의 주인이자 9/11 사태를 미국의 음모라 주장한 저서의 필자 토마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되는 사건을 따라간다. 독일 여성의 방문과 TV 토론회 출연 이후 토마스는 동료의 죽음과 이상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던 일들을 하나의 음모로 가정한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건을 추적한다. 폴 크릭 감독은 도입부부터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화면을 줄곧 보여주는데 이는 <에이블 데
고전 할리우드 느와르가 연상되는 작품 <에이블 데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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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좀비> American Zombie
감독 그레이스 리 | 미국 | 2007 | 90분 |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LA에는 좀비가 실재로 존재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애인과의 섹스를 즐기는 좀비, 좀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안락한 가정을 꿈꾸는 미혼녀 좀비 등 그 수만 해도 무려 5~7천명. 좀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일원이다. ‘좀비도 사람이다’라는 주장 하에 활동하는 좀비권익단체는 공동체일원으로서 좀비의 생존권과 비주류를 위한 법률문제까지 담당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그레이스는 동료 아이반의 제안으로 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착수한다. 자,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가짜다. 다큐형식을 빌어 온 가짜 다큐, <아메리칸 좀비>는 좀비가 실재한다는 재밌는 가정에서 출발한 일종의 모큐멘터리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전형적인 이름 ‘그레이스 리’라는 이름을 다큐멘터리로 조명한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로 소수인종에 대한 유머
독창적인 시각과 신선한 발상 <아메리칸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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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이 수석(壽石)이 되려면 여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색깔, 모양, 개성, 주름, 굳기. 모든 것이 완벽한데다 적당히 세월의 흔적까지 담고 있어야 진짜 수석으로 인정받는다. 타고난 돌이 아니라면 수석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부천수석박물관’은 그처럼 타고난 ‘명품 돌’ 2004점을 전시하고 있다. 33년 동안 돌을 모으고 애장해왔던 정철환 관장이 기증한 수석 900여점이 기반이 됐다고 한다. 이곳의 수석은 사람 손이 가지 않은 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뒷산에 뛰어가는 동물을 연상케 하는 ‘동물문양석’, 사람 얼굴을 닮은 ‘인물물형석’, 삼신산을 떠오르게 하는 ‘도형산수경석’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정교한 모양을 자랑한다.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돌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할 만도 하다.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됐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철환 관장이나 학예사를 찾으면 된다. ‘수석박물관’의 이 친절한 관람도우미들은 수석의 유래부터 한국 수석의 역사, 수석을 감상하는 방법까
명품 돌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