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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은 고려 말, 왕(주진모)과 왕이 사랑한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그리고 둘의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왕후간에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의 노래다. 격정의 세월, 파국을 향해 치닫는 금기의 사랑. <쌍화점>은 영화계를 넘어 사회의 금기를 스크린에 불러온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 한편의 성공만을 기원하기에 <쌍화점>이 짊어진 짐은 너무 크다. 2008년 한국영화의 침체라는 부침은 <쌍화점>에 내려진 가혹한 운명이다.
지금 충무로는 누구나 <쌍화점>을 말하고 <쌍화점>을 기대한다. 한팔 움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기대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동성애라는 금기에 관한 가장 적극적인 정면 도전을 담보하는 영화. 봇짐 가득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 같은 이야기꾼 감독 유하가 이를 뒷받침하고, <비열한 거리>부터 유하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함께한다.
[조인성, 주진모] 격정의 고려, 금기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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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은 없지만 최악의 경우 야간통금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비상한 각오와 의식으로 임해야 하는 게 아니냐.” 지금 청와대 일각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단다. 자기들 스스로 “현실성은 없다”고 하지만, 언제 MB 정권이 현실적이었던가? 이 정권하에서 우리는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초현실주의 현상들을 이미 충분히 보았다. “비상한 각오와 의식”으로 생각해낸 게 야간통금. 텅 빈 ‘의식’이 ‘비상’하게 하는 ‘각오’만큼 끔찍한 게 또 있을까?
2009년 3월의 어느 날 밤 열두시. 전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진다. 서울 시내의 주요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골목은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로 가득 찬다. 전국의 도시는 경찰과 시민들이 쫓고 쫓기는 거대한 술래잡기 놀이판이 된다. 경찰서에는 술김에 귀가 시간을 놓친 취객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쭈그리고 앉아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고, 파출소의 철장 너머로는 데이트를 하다가 얼떨결에 끌려온 젊은 남녀의 모습도 보인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야간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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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마지막 한달이 간다. 그래서일까 왠지 시작과 끝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올 한해 나에게 시작과 끝은 의미가 남다르다.
연초 어딘가에서 본 토정비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원래 이런 정해진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재미삼아 앞으로의 일을 알아보는 건 반기는 편이다.
올해 나의 정해져 있다는 그 운명은 한마디로 XXX가 들어간 단어들만 연발할 만큼 좋지 아니했다. 회사는 절대 옮기면 안되고(당시 다니던 회사는 정말 맘에 안 들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있는 듯 없는 듯 일 벌이지 말고 하던 일만 충실히 해라 등. 수도 없이 좋지 아니한 일들만 열거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말 현실에서 그놈의 악재들이 하나둘 벌어졌다. 1년 전 오픈한 사이트가 힘들어지고 선배들도 하나둘 나가게 되고 한마디로 일할 맛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흠씬 두드려맞은 빨래처럼 축 처진 어깨로 한해를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일이 재미없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픈칼럼] 토정비결 넉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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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합기도의 달인, 황인식
홍콩으로 건너간 한국 액션배우 중 최고의 카리스마는 역시 합기도의 달인 황인식이다. <맹룡과강>(1972)에 하얀 도복을 차려 입은 일본인 무술가로 나와 이소룡과 일대일 대결을 펼쳤고, 성룡의 <사제출마>(1980)와 <용소야>(1982)에서는 상대 주인공 악역으로 출연해 특유의 관절꺾기와 놀라운 스피드의 박력있는 액션을 선보여 절찬을 받았다. 현재 견자단 정도의 스피드를 떠올리면 될까? 이소룡은 <사망유희>(1978)를 구상하면서 5층 석탑 안에서 싸울 인물들 중 그를 1층의 남자로 콘티에 그려넣기도 했다.
1940년생인 황인식은 한국 무술배우를 물색하던 골든하베스트사의 권유로 황풍 감독의 <합기도>(국내 개봉 제목 <흑연비수>(1972))에 캐스팅됐다. 기존 홍콩 무술영화에서 볼 수 없던 과감한 관절기와 날렵한 발차기를 선보인 황인식의 실력은 단연 돋보였고, 이 영화의 단역이었던
[무술영화열전] 한국액션영화의 다섯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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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자>(1956)에서 존 웨인이 석양으로 사라질 때, 웨스턴의 팬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문밖 저쪽 황야로 존 웨인이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수색자>의 끝장면이기도 했지만, 왠지 웨스턴이 끝나가는 예감까지 전달했다. 먼지가 풀풀 이는 서부에서 오직 자기만의 법으로 고독하게 살아가던 무법자의 모습을 더이상 못 볼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것이다. 사실 웨스턴은, 그리고 존 웨인은 <수색자>를 통해 고별을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는 존 웨인과 그리고 웨스턴과의 이별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관객에게 주어진 여분의 기회였다.
당시는 누가 봐도 진 켈리의 시대
이렇게 배우와의 이별이 곧 장르와의 이별이 되는 또 다른 경우가 <밴드 웨건>(1953)이다. 뮤지컬의 역사를 이끈 프레드 아스테어 때문이다. 그가 RKO에서 진저 로저스와 팀을 이뤄 뮤지컬을 만들어낼 때인 193
[걸작 오디세이] 안녕 프레드 아스테어, 안녕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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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사회에서 돌아오니 누군가가 묻더군요. “전 로버트 패틴슨 때문에 볼 거예요. 어때요?” 그래서 전 대답했지요. “연기를 못해요.”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에서 그냥 연기를 못했죠.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냥 끝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올랜도 블룸을 잇는 제2의 나무토막 배우가 나온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전 그 답변이 너무 단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잘하는 연기에 수만 가지 종류가 있는 것처럼 못하는 연기도 그만큼 다양하지요.
올랜도 블룸과 비교하면 어떤가? 일대일 비교는 불가능하죠. 일단 블룸이 패틴슨보다 나은 배우예요. 그는 나무토막 배우라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어색하지는 않아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그의 연기는 적절했어요. 적당히 투명하고 적당히 영웅적이라 받아들이기 쉬웠죠. 대단치는 않아 보이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역을 찾고 그걸 적절하게 해낸다면 우리가 트집 잡을 필요는 없지요
[듀나의 배우스케치] 로버트 패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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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한국 무술영화 열전’의 프로그래머인 오승욱 감독이 긴 회고를 보내왔다. 이른바 한국의 ‘만주 웨스턴’과 ‘다찌마와리’ 영화를 거쳐 이소룡과 성룡으로 대표되는 홍콩 무협영화와 조우했던 한국 액션영화의 어지러운 기억과 기이한 욕망 속으로 안내한다. 한국 액션영화의 슬픈 역사는 그렇게 기록됐다.
한 사나이가 거리에 들어선다. 사나이는 회한에 잠긴 눈으로 거리를 둘러본다. 그의 어깨 위에는 차가운 눈이 내리고, 그의 상념에 젖은 눈에는 그가 이 거리를 떠나게 된 과거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머리에 이가 득시글거리는 깡통을 든 거지 전쟁고아였던 그는 검은 장갑을 끼고 사람들에게 협박을 하는 주먹 인생이 안되었더라면 절대 생존할 수 없었던 이 거리에 돌아왔다. 거지였던 자신을 거둬들여 밥을 먹여주고 거리의 자식으로 생존하는 법을 알려준 그의 은인이자, 그의 아내를 죽이고 자신을 배신한 복수의 대상인 큰형님을 찾아 그는 이 거리에 돌아왔다.
[무술영화열전] 원한의 거리여, 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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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의외의 적시타(!)” 누군가의 이 20자평(정확히 말하자면 9자평)은,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홈런’에 ‘만루 홈런’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사실 방점은 ‘의외’라는 단어에 찍혀 있을 것이다(라고 내 맘대로 짐작해본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는 ‘기대 이상’이 있었다. 좀 까칠하게 말하자면, ‘의외’였기 때문에 ‘적시타’고 ‘홈런’이고 ‘만루 홈런’으로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영화 홍보 컨셉에는 다소 철지난 유행어 같은 썰렁함이 있었고, 그래서 기대를 한껏 낮추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영화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과속스캔들>의 최대 장점은, 정말 확실하게 ‘웃겨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의 비결은, 일종의 ‘뻔뻔함’에 있다. 영화는 현실적인 ‘그럴듯함’(plausibility)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와 영화를 아주 뻔뻔하게 인용하고 뒤섞고 비틀면서 자유롭고 귀엽게
[영화읽기] 한국 코미디, 이만큼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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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CF와 5편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1편의 단편영화. 김가은이 우리 곁에 머문 시간은 아직 짧다. 데뷔 3년차 신인이기 때문이지만 그녀는 긴 이야기보다 짧은 이미지 속에서만 놀다 갔다. 이동통신사 쇼의 CF나 이지형이 부른 <뜨거운 안녕> 뮤직비디오, 그리고 김종관 감독의 10분짜리 단편 <헤이 톰>까지.
뉴질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큰 눈망울을 가진 순수한 소녀 이미지의 표상이다. 그래서 아직은 CF나 뮤직비디오가 많다. “말을 하고 싶었다”며 웃지만 카페 테이블에 앉아 친구의 수다를 상대하는 <헤이 톰>의 소녀도 CF나 뮤직비디오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말 대신 미세한 표정을 카메라는 예민하게 담는다. 하지만 김가은이 꾸는 꿈은 배우다. <태왕사신기>의 이지아 역할이나 연극 연기를 무엇보다 하고 싶다고 말한다. 쏟아질 것처럼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연기수업 때 들었던 교훈을 하나둘 훑어낸다. 올해 스물이지만 가진 생각이나
[김가은] 소녀가 깨어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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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2월 12일(금) 오후 2시
장소 씨네큐브
이 영화
2차 세계대전 중 파리 근교에 위치한 카톨릭 기숙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똑똑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 줄리앙(가스파르 마네스)은 전학생 보네와 침대를 나란히 쓰게 된다. 보네(라파엘 페이토)는 수학과 작문, 피아노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지만, 말수가 적고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질투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보네를 관찰하던 줄리앙은, 보물 찾기 게임 때문에 보네와 함께 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경험 이후로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리고 보네가 감춰왔던 비밀이 밝혀진다. 그는 유태인이었고, 게슈타포에 쫓겨 이름까지 바꾼 채 이 학교에 숨어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100자평
<굿바이 칠드런>은 루이 말 감독이 자신의 유년기의 기억을 토대로 만든 성장영화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비시정권과 독일군 치하에 있던 프랑스의 한 카톨릭 기숙학교에서 소년들은 함께 공부하고 자라난다. 파시
루이 말의 <굿바이 칠드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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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공중파 TV광고 신청 물량이 2007년에 비해 30%나 줄었다. 업계에서는 12월 광고 물량이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달 1일이면 적어도 스무개 이상 선보였던 신규 TV광고가 12월에는 10개도 채 안됐다. 광고주들 대부분이 내년 광고 물량을 줄인다고 이야기하고, 몇몇 광고 대행사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해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불황기 광고’라는 주제의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불황기 광고의 패턴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품목의 변화, 메시지의 변화, 톤 앤드 매너(광고 전반에 걸친 분위기와 태도)의 변화다. 우선 재테크를 독려하는 금융광고, 고가 사치품이 줄어들고 대신 내구재나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품목들이 늘게 된다. 외식이 크게 줄어들었던 지난 IMF 구제금융 시기에 ‘쿠쿠밥솥’이 성공한 것이 그 보기다. 메시지의 경우, 희망을 독려하거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가 늘어난다. 삼성의 기업 PR도, LG텔레콤의 오즈 캠페인도 시청
[CF 스토리] 웃기면 살 수도 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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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한 여형사와 괴짜 천사는 ‘환상의 짝꿍’이 될 수 있을까? 그레이스(홀리 헌터)는 능력있는 경찰이지만 사생활은 엉망이다. 늘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고 하는 말마다 거짓말과 욕이다. 여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부터 그는 현재의 욕망에 충실하며 인생을 허비한다. ‘여느 때처럼’ 음주운전을 하던 그레이스는 길을 가다 사람을 치어 죽게 한다. 너무 놀란 나머지 믿지도 않은 하느님을 찾았더니 어디선가 백발의 중년 남자가 나타나 자신은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온 천사라고 말한다. 그렇게 인생 최악의 사고에서 그레이스를 구해준 천사는 그때부터 그레이스의 주변을 맴돌며 일상생활을 간섭하기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엄마 같은 잔소리꾼 천사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영화 <피아노> 출연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칸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홀리 헌터의 첫 드라마 데뷔작. 홀리 헌터는 이 드라마로 2008년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주의 추천프로] 잔소리꾼 천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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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연인>, 일본 드라마 같네?”
지난 12월10일 첫 방송된 SBS <스타의 연인>을 본 시청자의 반응이다. 일본 아스카 지역의 이국적인 영상, 조연급 배우들의 일본식 과장된 연기,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소품까지 챙기는 세밀함, 감각적인 카메라 촬영 기법 등이 시청자에게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사나기 쓰요시(초난강) 주연의 일본 드라마 <스타의 사랑>처럼 톱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 <스타의 연인>은, 톱스타 이마리(최지우)와 국문과 강사 김철수(유지태)의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룬다. 뻔한 스토리, 진부한 설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 ‘통’하는 멜로드라마의 감수성을 지녔다. 한류의 선봉에 섰던 드라마 <겨울연가>를 떠올리게 한다.
윤석호 PD가 연출한 <겨울연가>는 한류의 원조다. 애초 일본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드라마도 아니었고, 철저히 국내 시청자의 감수성에 기댄
[TV] <스타의 연인>, 제2의 <겨울연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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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이야기가 평행선을 그리며 전개된다. 어린 시절 누나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그것을 막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폴 그레이브스의 이야기, 그 작가의 연작소설에 등장하는 늙고 지친- 수십년간 뒤쫓은 절대 악당을 이젠 감당할 여력이 없어 보이는- 형사 슬로백의 이야기, 50년 전 친구 페이예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며 폴을 대저택에 초대한 앨리슨 여사와 저택 사람들 이야기. 세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뒤틀린 채 연결되어 있다. 슬로백은 그레이브스의 누나를 죽인 동명의 악당을 추적하며 작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폴의 분신이며, 페이예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날수록 폴은 누나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전진하는 동안 고통스럽고 어두운 기억과 죽음의 이미지가 등장인물들의 일상 속으로 침투한다.
<밤의 기억들>은 오랜만에 접하는 느린 박자의 서스펜스물이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도, 독자의 허를 찌르는 참신한 결말도 없지만
누아르영화로 보고 싶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