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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본 중견 감독 오구리 고헤이(63)의 작품들은 보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고요하며 정적인 작품들이다. 그의 카메라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이나 자연의 풍경은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가 만든 화면은 경망스럽지 않게 존재와 세상을 담고, 그저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며, 보는 대로 느끼게 한다.6일부터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오구리 감독의 전작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겨우 다섯 편. 데뷔 이후 27년간 다섯 작품만 내놓은 그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히는 것은 다른 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과 화법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전작전 참여와 함께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서울을 찾은 오구리 감독을 6일 만났다. 그는 다양한 비유와 철학적 표현을 섞어 가며 영화에 대한 가치관을 설명했다."사람을 찍을 때 말하는 모습을 우선 찍을 것인지, 표정과
<인터뷰> 방한한 일본 중견감독 오구리 고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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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가 일본에 선판매됐다고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6일 밝혔다.
배우 김혜자와 원빈이 주연을 맡아 20% 가량 촬영이 진행된 '마더'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이 개장하자마자 일본 중견 제작배급사 비터스엔드(Bitters End)에 팔렸다.
CJ엔터테인먼트는 "바이어들이 볼만한 홍보용 동영상조차 없었지만 일본 유수 배급사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선판매됐다"며 "미니멈 개런티 방식이라 일본내 흥행 결과에 따라 추가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6일까지 계속되는 AFM에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아내가 결혼했다', '신기전' 등이 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팔렸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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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신작 '마더' 일본에 선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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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나라가 복고풍으로 돌아가다 보니 매일 신문 지상에서 케케묵은 낱말들을 다시 보게 된다. ‘백골단’, ‘불온서적’, ‘이적단체’, ‘좌익척결’ 등. 그러더니 며칠 전에 급기야 주책없이 ‘삐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듣자하니 우익단체에서 북한을 향해 삐라를 매단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단다. 북한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이야 존중해야 할 하나의 견해라 쳐도 그 견해를 실천하는 방식의 그 아득한 원시성이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한 30년은 뒤떨어졌을 낙후한 북한사회와 똑같은 시간대를 사는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우익. 어쩌면 수준이 그렇게 똑같을까?
21세기에 주책없이 튀어나온 ‘삐라’를 추억하려면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우연히 북한에서 날아온 삐라를 한장 주웠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파출소에 들고 갔더니, 경찰 아저씨가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상으로 얇은 연필 한 자루와 만화책 한권을 준다. 만화는 손오공이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을 잡는 내용이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삐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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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이란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시 안 본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 주인공이 겪게 되는 상황을 살짝 이야기하자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시골로 봄을 알리는 축제인 성촉절(Groundhog Day) 취재를 간 기상통보관 필. 취재는 잘 마쳤지만 갑자기 내린 폭설로 발이 묶인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일어난 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되는데…. 왜인고하니 어제 들었던 라디오 방송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 긴가민가하며 밖으로 나간 그에게 펼쳐진 것은 어제와 똑같은 풍경이다. 그러니까 하루 주기로 시간이 반복되는 마법에 걸려버린 것이다.
매일 하루가 반복되는 삶이라… 뭐 나처럼 ‘유치찬란뽕짝’스런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에게는 어쩌면 꽤 매력적인 상황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 필도 처음에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이내 곧 천하에 유치하고 나쁜 장난질
[오픈칼럼] 마감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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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로셀리니(1906∼77)는 로마의 대단한 부잣집 아들이었다. 건설업을 하는 부친은 로마 최초의 영화관 소유자 중 한명이었다. 로셀리니는 어릴 때부터 이곳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영화를 보았다. 그의 부모는 집에서는 프랑스어만 쓰게 했다. 집안은 무솔리니 정권과도 비교적 친하여 로셀리니는 일찍이 파시즘 시절 최고의 감독들 아래서 연출을 배웠다. 그는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평범한 순응주의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는 비밀리에 반정부 좌파와도 활발하게 교류를 맺었다. 그 결과물이 좌파 작가인 세르지오 아미데이와의 합작인 <무방비 도시>(1945)와 <전화의 저편>(1946)이다. <무방비 도시>로 네오리얼리즘을 전세계로 알린 두 사람은 다시 힘을 합쳐, 더욱더 엄격한 리얼리즘 형식의 걸작인 <전화의 저편>을 내놓는다.
파시스트-좌파 모두와 친교 맺은 로셀리니
평범한 일상의 모음으로도 얼마든지 거대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로셀리니는
[걸작 오디세이] 일상에서 건져 낸 거대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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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핏 언더>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프레디 로드리게즈가 연기한 장의사 리코였습니다. 여기엔 그렇게 복잡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시리즈에 나오는 사람들 중 제가 편안하게 감정이입을 할 만한 인물은 리코밖에 없었어요. 전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안은 현대인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식스 핏 언더>처럼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모아놓은 프로그램은 보는 동안 정신이 혼미해지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되면 자신을 지탱할 가장 안전한 캐릭터를 찾게 마련인데, 그게 바로 리코였던 겁니다. 물론 그에게 저를 몽땅 의탁할 수는 없지요. 그는 동성애 혐오증을 가진 히스패닉 마초니까요. 하지만 그 점을 빼면 그는 준수했습니다. 그는 자기 직업세계에서 천재였으며, 가족과 직업과 책임에 충실했지요.
워낙 리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보니 전 프레디 로드리게즈의 다른 영화를 볼 때도 늘 리코에 맞추어 생각했습니다. <포세이돈>을 볼 때는 “와, 리코가 나왔네?
[듀나의 배우스케치] 프레디 로드리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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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이후 6년 만이다.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을 함께 만든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가 KBS2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다시 뭉쳤다.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 사람들의 이야기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두 사람이 처음 시도해보는 전문직 드라마다. 표민수 PD는 “어쩌다 보니 노희경 작가와 같이 작업하는 게 오래 걸렸다”며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그린다. 송혜교와 현빈이 각각 주목받는 새내기 PD인 준영과 영화감독의 꿈을 꾸는 PD 지오 역을 맡아 드라마국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표민수 PD는 “방송국을 환락과 부가 넘치는 곳이 아닌 소소한 사람들의 열정이 넘치는 곳으로 그리겠다”고 밝혔다. 2년 동안 작품을 구상했다는 노희경 작가도 “실제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 가보면 재미있다. 나만
드라마에 미친 사람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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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유럽인들은 세계정복을 꿈꾸며 대항해 시대를 열었지만, 아시아의 ‘매운맛’은 오히려 그들의 배에 실려 유럽을 평정했다. ‘스파이스 루트’는 근대 초까지 인도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했던 향신료 중계 무역로를 말한다. 인도, 스리랑카, 수마트라, 자바 등지에서 생산되는 후추와 육계, 정량, 육두구 등 온갖 향신료가 이 길을 따라 유럽으로 건너갔다.
MBC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스파이스 루트>는 타이 왕실과 헝가리 고추 농가, 이탈리아 고문서실, 중국의 신강성 사막까지 세계를 누비며 ‘매운맛’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드라마 <식객>에서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요리사 ‘성찬’을 연기했던 배우 김래원이 내레이션을 맡아 매콤살벌한 ‘스파이스 루트’를 안내한다.
[이주의 추천프로] 매운맛 따라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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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광고는 다 똑같아. 여자모델 나와서 예쁜 척하고 제품 보여주고. 좀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것 아냐?’ 처음 화장품 광고를 담당했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고, 또 화장품 광고를 둘러싸고 종종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감한 접근’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자모델이 나와서 ‘예쁜 척’하면서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왜? 화장품에서 모델은 단순히 광고 주목도를 높이는 요소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품력을 설득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속는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시청자는 분명 화장품 광고의 여자모델이 그 제품을 써서 아름다운 피부를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모델의 모습에서 제품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4인의 아름다운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가 있다. 이나영, 송혜교, 한가인, 한지민을 모델로 한 ‘아리따움’ 광고는 화장품 기업인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뷰티멀티숍 런칭 광고다. 4명의
[CF 스토리] 진부해도 예쁘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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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연다. 특별한 메뉴는 없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만든다는 것이 주인장의 소신이다. 물론 아닌 밤중에 캐비어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손님이 신주쿠 유흥가에 있을 리는 만무하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은 대개 동네 불량배, 나이든 게이, 잘 안 팔리는 엔카 가수, 사랑에 빠진 스트리퍼다. 그들이 원하는 음식도 달콤한 달걀말이, 문어모양의 비엔나 소시지 볶음, 하룻밤 냉장고에서 묵혀둔 카레라이스, 낫토 정식 정도에 불과하다.
<심야식당>은 밑바닥 인생들의 담담한 이야기다. 마흔한살에 만화가로 데뷔한 아베 야로는 서민적인 일본 음식들을 통해 심야식당을 찾은 서민들의 인생을 조근조근 단편으로 풀어낸다. 그림체는 화려하지 않다. 아니, 종종 아마추어적이다. 그러나 작가의 담백한 손맛이 심금을 울리는 순간이 꽤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 맘마(갓 지은 밥 위에 잘게 썬 가다랑어포와 간장을 얹어서 먹는 것) 에피소드의 마지막
뜯어내 벽에 붙여두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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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21세기의 단어다. 이전까지 취미나 안목을 말하는 점잖은 단어였다면, 최근에는 그 의미가 “사물을 차별적으로 보는 능력”으로 격상됐다. 미술·패션·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 라고 부제를 단 <취향>은 이것들에 대한 제안이자 안내서다. 12년간 미국에서 미술·패션계에 몸담은 저자의 말을 빌리면, 취향은 “삶의 미세한 결들 속에 숨은 매력적이고 거추장스러운 문제”가 돼버렸다. 사실, 이제 와서 취향을 논하는 것은 고루하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소비지향적인 이 문제에 대해 이 책은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전문용어와 화려한 에피소드로 휘감은 설명이 아니라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오감에 감상을 더한 이야기들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 채식을 고집하는 것.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 우세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로운 것. 스트리트 패션 사진 블로거, 안티패션주의자, 마크 제이콥스의 핸드백 디자이너부
오감으로 읽는 취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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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은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는 시나리오 중에서 어떤 작품을 택할까. 시간이 곧 돈인 이들에겐 모든 시나리오를 다 읽을 만큼의 여유가 없다.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것의 시장가치를 발견해 영화화를 추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의 저자인 마이클 티어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미라맥스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수많은 시나리오를 읽고 선택하고 버린 티어노는 할리우드가 눈여겨보는 시나리오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우연히도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2000년 전에 쓴 <시학>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더란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시학>이란 지적인 텍스트를 할리우드 스타일로 풀어낸 실용서적이다. 솔직히 이 책에 가장 먼저 눈길을 줄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보다는 ‘얘기 되는’ 시나리오에 관심있는 작가 및 영화감독일 것이다. 인용된 <시학> 구절보다 메이저 스튜디오
얘기 되는 시나리오, 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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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의 수수께끼>는 추리단편집이다. 청색과 적색에 이어 이번에는 흑색과 백색의 수수께끼가 출간되었다. 밀실 추리, 일상 추리, 사회파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분위기를 고루 갖춘 작품을 모았다. 일본의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도가와 란포상 5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시리즈에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 18인의 중단편 소설이 묶여 있다. 주의할 점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품집이 아니라는 사실.
가장 눈길을 끄는 <저벅저벅>은 <연애시대>로 유명한 노자와 히사시의 단편이다. 화자는 마흔을 앞둔 한 주부. 남편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 열살 무렵 동네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소년의 환영을 목격한 그녀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문제의 소년을 찾아나선다. 소름끼치는 진실과 그에 이어지는 오싹한 결말은 헌신과 집착
아인슈타인 바이올린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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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온에어>와는 주력 분야부터 엄연히 다르다. 드라마 왕국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 동명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 <온에어>가 다루는 건 총천연색 텔레비전 세상에 빛을 잃어가긴 해도 여전히 낭만적인 라디오 방송. 게다가 달큰하고 발랄한 로맨틱코미디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매직타임>. 융통성없이 진지하기만 한 김순정 PD와 엉뚱한 우아미 작가가 몸담은 이곳에 아이돌 그룹 그리핀 출신의 가수 알렉스가 합류한다. 지난 3년을 군대에서 보낸 알렉스는 라디오 DJ로 컴백하는 게 못마땅하고, 라디오의 따스함을 사랑하는 김순정 PD는 그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이후는 당신의 상상대로. 다투다 화해하길 반복하던 두 사람은 결국 이 수상쩍은 감정의 정체가 사랑임을 깨닫는다.
관객의 사연을 직접 읽어주는 등 라디오 방송의 형식을 이어받은 주크박스 뮤지컬. 다만 익명의 다수에게 열린 라디오 프로그램의 특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곁가지로 첨가된 이야기가 너무
PD와 DJ가 티격태격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