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첫 번째 마감 뒤 가진 술자리. 이날 화제는 단연 K 객원기자(예의상의 이니셜, 책 뒤져보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음)의 인터뷰 질문지였다. 동석했던 J기자(정체가 궁금하면 K에게 이메일로 문의하길.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음)는 K의 빽빽한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전했다. J가 전한 바에 따르면, K의 질문지는 꽤 정교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3번 질문이 통하지 않을 때에 7번 질문으로 공략한다. 2번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맘에 들지 않으면 4번으로 되묻는다. 모든 질문에 행동지침이 덧붙여진, 이른바 ‘YES or NO’식 질문지였다. 인터뷰이가 외국 배우였던지라 통역을 거치면서 K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다. J가 중간에 몇번 끼어드는 바람에 K가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도 안타깝다. 하지만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을 벤치마킹한 K의 실험
[오픈칼럼] 인터뷰 기술
-
미술품을 바라볼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찾는다. 비단 인물을 모델로 삼은 회화와 조각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화병의 꽃과 접시의 사과, 봄날의 잔디밭, 심지어 추상을 그린 작품이라고 해도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그것의 ‘얼굴’- 눈의 초점을 맞추고 감정을 투사할 점- 을 본능적으로 찾아 방황한다. 자크 오몽이 썼듯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결국 타자의 얼굴이며, 존 버거가 <포켓의 형태>에서 지적한 대로 모든 화가는- 그리고 내 생각에는 관람자 역시- 자신이 보낸 응시를 되돌려줄 화답의 시선을 대상에게서 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회화와 조각에서 얼굴의 부재는 충격을 야기한다. 결핍은 거기 존재했어야 마땅한 것을 강력히 환기시킨다.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의 목 없는 기사는,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수숫단처럼 베어넘김으로써 참수당한 자의 원한과 영원한 환지통(幻肢痛: 이미 잃어버린 신체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현상)을 호소한다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얼굴 없는 것들
-
이웃 동네에, 거의 폐가처럼 을씨년스러운 2층 양옥집을 헐값에 전세내어 살고 있는 노총각이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집주인 사정으로 갑자기 다른 거처를 구해야 했다. 통장 평균 잔고 100만원 이하로 사는 것은 우리랑 비슷해서 알아볼 곳이려야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빈집밖에는 없었는데, 다행히 그런 빈집이 하나 나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집에서 귀신을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다, 어떤 이는 귀신에게 얻어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어 이웃집으로 곤두박칠쳐 내려왔더란다. 귀신이 여기는 우리 집이니까 나가라면서 주먹을 휘두르더라는 것이다.
이 노총각의 동생은 그 집에서 잠을 자다가 아이울음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부근이 죽은 아이를 갖다 묻는 애장터였다. 이쯤 되니 이 노총각이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이 촌구석에서도 제법 외진 그 골짜기 집이 우리 술자리의 단골 안줏감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천지에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떠들긴 해도 의외로 순진한 이 친
[최보은의 돈워리 비해피] 귀신과 사귀어볼 찬스
-
승자는, 때론 승자만이, 상상할 수 있다. 패자는 패배의 기억과 오늘에 지속되는 패배의 효과로 인해, 종종 역사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은 제3세계인에게 이중의 불행이다. 서부극이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장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주민과의 전쟁에서 승자인 미국인의 기록으로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성찰되고 수정되고 심화되어 역사적 기억의 영년 혹은 그 바깥에 이르렀다. 기록은 상상력이 되고, 역사는 신화로 변모했다.
만일 인디언의 소국이 우여곡절 끝에 세워졌고 그들이 그 역사를 서부극으로 기록하려 했다면, 그들의 서부극은 그 패배의 바깥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대중 서사에서 역사적 승자는 승리를 잊을 수 있어도, 패자는 패배를 잊을 수 없다. 승패의 효과가 지속되는 한 그러할 것이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모든 제3세계 텍스트는 반드시 국민국가적 알레고리로 독해되어야 한다”는 단언은 그 사태의 확인이다.
이야기는 헐겁지만 착상은 참신
이만희의 <
[전영객잔] 허망한 자위가 부끄러워라
-
-
누구누구에게 오마주(Hommage)를 바친다, 는 그 말이 어찌나 찡하게 들리던 때가 있었던지. 프랑스어이며 존경과 경의을 뜻하는 말이지만 영화세상에서라면 계보와 경험에 대한 가슴 벅찬 자기 인정 또는 존재 증명의 행위로 통한다. 그 유명한 오마주의 달인 브라이언 드 팔마는 평생을 히치콕에게 오마주를 바치며 살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정작 거기에서 영영 벗어날 것 같지 못하자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했다. 한때 브라이언 드 팔마와의 인터뷰에서 금기시되는 질문은 히치콕에 대한 영향을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안간힘을 써서 히치콕을 벗어나 <리댁티드> 같은 영화를 만들자 그 영화는 시큰둥해진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마주의 영화들은 최근에도 있었다. 독일의 노부부가 여행을 하다가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도리스 되리의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신경 곤두세워 보지 않아도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를 은연중 번안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정한석의 블랙박스] 오마주를 바치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도시적 삶은 탐정을 만든다.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우는 비에 젖은 도시의 밤, 범죄와 욕망의 혼돈상이 만들어낸 표상이다. 사립탐정은 양차 대전기 부상하는 부르주아 계층 사생활의 권리에 봉사하던 법의 사적 대리인이었다. 비도덕적 국가와 타락한 도시란 탐정의 탄생에 필수적 요소다. 사립탐정이란 국가권력 공백의 은유이자 문란한 부르주아 사생활의 증후다. 이는 전후 강력한 국가 주도의 냉전체제가 가속화되면서 탐정이 스파이로 변형되었음을 상기하면 자연스럽게 수긍되는 점이다. 또한 사립탐정이란 타산적 금욕가다. 냉혹한 균형감각은 사회와 개인, 도덕과 비도덕 두 공간 중 어느 곳에도 휩쓸리지 않을 탁월한 중립성을 요구한다. 냉혹의 감성은 탐정의 기본적 파토스이며 그는 기본적으로 자립적인 도시 독신남이다.
정확히 시대를 추정하기 힘든 <그림자살인>의 경성 역시 확장하던 근대 도시였다. 영화에 황제가 등장하고 헤이그가 언급되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1910년 초
[영화읽기] 이 지독한 결말의 강박
-
본디 이 칼럼이 고향친구를 떠올리며 영화에 대해 떠들어댄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걸 잘 알지만, 오늘만큼은 그 정다운 얼굴이 좀 빠져주셨으면 한다. 오늘 난 오롯하게 케이트 윈슬럿의 얼굴만 떠올리면서 이 칼럼을 쓰고 싶다. 무려 27년 묵은 이 오랜 우정도 그녀의 연기 앞에서는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탑처럼 허망하기 짝이 없다. 고향친구가 광분할까봐 걱정돼서 다시 말하지만, 그녀의 연기 앞에서다. 예쁜 여자라서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간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그러니까 요즘 제목으로는 <더 리더>를 몇번 정도 읽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 다시 읽었으니까 이것으로 모두 네 번째다. 이 소설의 플롯은 한나가 그토록 감추고자 한 비밀이 무엇이었는가를 깨닫는 과정이다. 그래서 한번 읽은 사람이라면 다시 읽을 마음을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읽고 나니 한번 더 읽고 싶었다. 비밀 따위야 내가 알 게 뭔가! 이 소설에는 사춘기를
[나의 친구 그의 영화] 한나의 수치심까지 이해된 거야
-
가수 휘성은 23일, 새로운 신인 육성 프로그램 휘성의 프리 스타일 쇼: 휘성의 Pre-Star 1 Show’로 첫 MC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휘성의 프리 스타일 쇼’는 대형스타와 아이돌 가수에 묻혀 대중들에게 자신의 음반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얻지 못하는 재능 있는 신인가수들에게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신인 육성프로그램으로 매달 신인가수 9~10개 팀을 선별하여 엠넷닷컴(www.mnet.com)을 통해 ‘온라인 폴’을 진행, 네티즌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신인가수 한 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신인가수 1인 또는 1팀은 생방송 Mnet M Countdown ‘월장원’ 시 국내 최고의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비롯하여 엠넷닷컴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특혜를 제공 받게된다.
휘성의 프리스타일 제작팀은 “휘성은 가수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국내 가요계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적격이라 판단되어 MC로
휘성 첫 MC 도전, ‘휘성’의 프리 스타일 쇼!
-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기자 = 영화배우 강동원이 대선주조의 신제품 `봄봄' 소주의 모델로 발탁됐다.대선주조와 홍보 대행사 SM컴은 오는 27일 출시될 대선주조 `봄봄' 소주의 메인광고모델로 강동원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봄봄은 알코올 농도 16.7도의 초저도 소주로, 20~30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대선주조의 신제품이다.SM컴은 남성모델인 강동원을 소주 광고모델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여성의 순수하고 깨끗함과 남성의 섹시함을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모델로, `봄봄'의 전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SM컴은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콘셉트와 강동원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이미지가 부합된다"며 "특히 경남 출신인 강동원을 통해 부산 소비자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강동원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광고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sjh@yna.co.kr(끝)&l
강동원, 소주 `봄봄' 모델 발탁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제가 그다지 착한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대단히 평범한 사람인 것은 맞아요. 사람 자체는 구동백이랑 닮아있는 것 같아요."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순박한 농촌 노총각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던 황정민이 다시 한 번 순박한 청년이 된다.그는 29일 첫선을 보이는 KBS 2TV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착하고 순진한 우체국 말단 직원 구동백 역을 맡았다.22일 강남 노보텔앰배서더에서 열린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황정민은 '순박함의 대명사'라는 호칭에 "'너는 내 운명'의 캐릭터가 워낙 세서 그런데 그런 말 들으면 좀 창피하다"며 쑥스러워했다."알고보면 누구나 착하듯이 제게도 착한 구석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붐 업 시키는 것이죠. 제가 일을 할 때는 좀 예민해요. 제가 연기를 잘못하면 캐릭터가 잘못 표현되니까요. 하지만 평소에는 화내는 일도 별로 없어요. 그런 면에서는
황정민 "저도 알고보면 굉장히 평범해요"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설렘을 즐길 만큼만 긴장됐으면 좋겠는데 조금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이후 3년 만에 작품에 복귀하는 김아중은 들뜬 표정이었다.22일 오후 강남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의 제작발표회에서 김아중은 "본의 아니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배우로서, 개인 김아중으로서도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공부도 하고 휴식도 하며 사람 김아중이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많은 기회가 왔을 때 덥석 어떤 것을 잡기보다 그 갈림길 앞에 앉아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 진중하게 고민해볼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 그런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사이 하고 싶은 작품도 분명 있었지만 인연이 되지 않기도 했구요."그는 쉬는 동안 스위스의 호텔 비즈니스학교에서 한 달 반 동안 서비스
김아중 "3년간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동방신기의 새 일본 싱글 앨범이 발매 당일 오리콘 1위에 올랐다.
22일 출시된 동방신기의 27번째 싱글 '셰어 더 월드(Share The World)/ 위 아!(We Are!)'는 출시되자마자 5만8천952장이 팔려 오리콘 싱글 음반의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이는 2만960장으로 2위에 오른 인기 듀오 유즈의 싱글 '보고 싶어'와는 3만 장 이상 차이 나는 판매량이다.
여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동방신기의 이번 싱글은 발매 전부터 일본 최대 유선방송인 유센(USEN)의 리퀘스트 차트 1위에 올랐고, 타이틀곡인 '셰어 더 월드'는 이달 초부터 후지TV로 방송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9기'의 오프닝 곡으로 사용됐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동방신기 새 싱글 日 오리콘 1위로 출발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코미디 영화 '7급 공무원'이 올초 '과속 스캔들'처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국가정보원 특수요원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7급 공무원'은 22일 개봉 후 맥스무비, 인터파크 등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30% 대로 예매점유율 1위를 달리며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리고 있다.김하늘과 강지환의 호흡 좋은 코믹 연기와 성격 다른 남녀 캐릭터들이 비밀 유지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들이 유쾌하다는 평가가 우세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드림웍스가 3D 입체로 만든 첫 영화로 야심차게 선보인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7급 공무원'에 예매 관객들을 많이 빼앗겼다. 10∼20%대의 예매점유율로 2∼3위에 올라 있다.많은 수의 신작들이 개봉됐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신작 수가 총 5편에 불과하다.공효진ㆍ신민아가 자매로 호흡을 맞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스폰지하우스와 CGV의 예술영화 전용 브랜드 무비꼴라쥬를 통해 23일부터 소개된다. 가족에 숨겨
<주말영화> '7급공무원', '과속스캔들' 잇나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드라마 '주몽'이 일본에서 '겨울연가', '대장금'에 이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최대 인터넷 무료방송채널 '갸오(Gyao)'가 22일 발표한 인기 프로그램 종합 순위에 따르면, '주몽'은 6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와 3위는 애니메이션 '처음의 일보(一步)'와 '강(鋼)의 연금술사'가 차지했다.
'봄의 왈츠'와 '12월의 열대야'가 각각 4위와 5위, '마이걸'과 '파리의 연인'이 7위와 9위에 올라 톱 10에 오른 드라마 5편이 모두 한류 드라마였다.
'갸오'는 일본 최대의 브로드밴드망을 보유한 대형유선방송업체 유센(USEN)그룹이 2005년 4월에 개설한 인터넷 VOD 사이트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주몽' 日 인터넷방송 6주 연속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