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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선을 넘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예술의 본질을 담은 슬로건과 함께 축제의 장을 열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국내외 게스트들은 마스크를 벗고 전주 영화의 거리를 활보하며 4년 만에 활기를 되찾은 축제의 열기를 즐겼다. 무엇보다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다르덴 형제를 비롯한 해외 게스트들의 내한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영화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왔다는 것을 단단히 증명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영화인들과 <씨네21>이 만났던 시간을 먼저 전한다.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당신으로부터>의 신동민 감독을 비롯한 한국영화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는 1406호에 실린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인들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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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스텝에 능한 퀼의 혈관 속엔 인간과 셀레스티얼의 피뿐 아니라 1980~90년대 히트곡의 정신도 흐른다. 사랑스러운 영웅이 애지중지하는 빈티지 워크맨 사이에서 흘러나온 명곡들은 MCU 최고의 사운드트랙을 완성하며,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북미에서는 오디오 카세트의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 개봉 당시엔 카세트테이프 버전으로 출시된 O.S.T 모음집이 2017년 테이프 판매량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역사를 여행하는 가장 흥겨운 방법으로 “끝내주는 음악 모음”과 명장면이 조우하는 순간들을 소개한다.
<I’m Not In Love> 10CC
영웅의 여정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말기 암으로 숨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중인 엄마의 병실 너머, 소년은 늦은 밤 홀로 앉아 10CC의 음악에 위로받
[기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우주를 완성하는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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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퀼 & 가모라의 경우
퀼은 <가오갤>의 울타리였다. 가모라와의 사랑으로 울타리는 한층 단단해졌지만 그만큼 불안해졌고 결국 가모라를 잃고 난 후 산산이 바스러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후 가모라가 돌아왔지만 그건 자신과 시간을 함께 보냈던 가모라가 아니라 다른 시간 축의 존재다. 엄연히 다른 존재지만 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퀼의 불안은 끊임없는 수다와 추억의 강제 주입으로 발현된다. 가모라를 잃고 상심에 빠진 퀼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절거린다. 영화의 상당 분량을 잡아먹는 농담은 마치 퀼의 공허한 내면과 불안을 감추기 위한 노이즈처럼 들린다. <가오갤3>의 농담이 별로 웃기지도 않으면서 계속 시도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가오갤>이 특유의 산만한 구성을 돌파해나간 비결은 적재적소의 음악의 활용에 있다. 우주의 부적응자들을 한데
[기획] 무한한 애정을 담은 따뜻하고 성실한 피날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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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끝이 좋으니 다 아름다워 보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삼부작 여정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MCU가 계속되는 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속편은 계속 나올 것이다. 다만 제임스 건 감독이 문을 열고 MCU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가디언즈 1기, 그러니까 ‘팀 스타로드’의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자칭 스타로드라는 거창한 별명을 붙인 자의식 과잉의 허풍쟁이가 정말로 우주를 구하고 지켜낼진 몰랐다. 조금 모자라고 대체로 물색없지만 본성은 착한 친구들이 모여 왁자지껄 소동을 벌인 지 어느덧 10년,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은 반항아들도 터전을 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캡틴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가오갤> 삼부작의 마무리에는 관객과 동고동락해온 세월이 묻어 있고, 그래서 반칙이라 해도 좋을 울림을
[기획] "안녕 <가오갤>, 이리와서 내 사랑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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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세 번째 영화이자 제임스 건이 연출을 맡은 마지막 작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공개됐다. 심금을 울리는 이별을 앞두고 제임스 건 감독의 연출 세계를 중심으로 가디언즈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았다. ‘끝내주는 음악 모음’을 중심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결정적 순간들도 되짚어본다. Come and Get Your Love.
*이어지는 기사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10년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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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의 방법론에 중요한 담론을 제시했던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가 한국을 방문했다. 전주영화제를 찾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레드 카펫에서 손가락 하트를 하며 인사하고, 마스터클래스와 GV 등 공식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며 영화제 관객을 살뜰히 만났다. 그들의 첫 내한을 성사시킨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 아동 문제를 다룬다. 체류증을 받지 못한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생존을 위해 불법적인 노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언제나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아왔지만, 최근 작품에서 그 범주는 유럽에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로 확장되고 있다. 전주영화제 기간 중 다르덴 형제 감독을 만나 그들의 영화가 현실과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 들었다.
- 2014년 전주영화제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세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영화를 조명하는 ‘출발로서의 다큐멘터리: 세
[인터뷰] '토리와 로키타', 영화와 현실의 조우,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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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4회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토리와 로키타>(2022)를 들고 다르덴 형제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철저하게 현실 세계를 뒤쫓는 그들의 카메라를 보면서, 세계의 근원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비단 <로제타>(1999)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에 고통받는 정신의 탐구에 관한 그들의 태도는 신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훗날 그들의 이름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같은 영화적 성자들 사이에 놓일지도 모른다. 인간 정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들 형제의 영화들을 살펴보며 그 영화적 표상이 지닌 신성한 의미를 기억하고자 한다.
다르덴 형제는 촬영과 편집을 맡은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사운드를 맡은 동생 뤽 다르덴으로 구성된 2인조 감독이다. 젊은 시절에 장 피에르가 극작가 아르망 가티에게 비디오 워크숍을 배우던 시절, 뤽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스승이었던 가티는 무대와 관객을 분리
[기획] 다르덴 형제 작가론, 얼굴의 소멸로부터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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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75주년 특별기념상을 수상한 <토리와 로키타>는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한 다르덴 형제의 따뜻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시의성 있는 이야기와 무게감 있는 연출, 유럽 사회의 모순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이번 영화를 들고 다르덴 형제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토리와 로키타>를 중심으로 이 시대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연출 세계를 살펴보았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에서 직접 만난 다르덴 형제의 생생한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영화는 어떻게 사회와 함께 생명을 얻는가. 여기 간단하지만 묵직한 진실의 조각을 마주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토리와 로키타>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토리와 로키타’, 영화와 세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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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를 분리해도 그 자체로 감상이 완성되는 노랫말들이 있지만 <외톨이>는 가사만으로는 곡이 가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노래는 가사만 놓고 보자면 연인과의 이별로 상처받은 채 고립되어가는 한 남자의 절규다. 기억 속에 남은 전 연인의 흔적을 모두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매일 밤 꿈에 연인이 나타나 그 고통을 위로해주니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슬픈 읊조림.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이별에 대면했을 때, 또다시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워 외면했었네”와 같은 가사는 관계의 끝에서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예감이고, “한없이 소리쳐 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널” 같은 가사 또한 이별 직후 많은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다. 그렇기에 좀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외톨이>에서 가사란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이 노래는 반드시 무대를 보아야 완성된다.
현악 오케스트라가 전주부터 예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면을 쓴 댄서들 사이에 앞머리로 한쪽 눈을 가린 채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사랑도 사람도 너무나도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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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 받은 혹평 중에는 이병헌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극한직업>(2018), <바람 바람 바람>(2017) 등 전작에서 선보인 시원한 유머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확실히 웃음 측면에서 <드림>은 전작들과 결이 다른데,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이병헌표 웃음’이 줄었다는 것이다.
집의 부재가 가져온 변화
이병헌표 웃음은 뭘까. 그의 인물들은 뻔뻔한 소리를 또박또박 쉴 새 없이 떠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주로 불리할 때) 어이없는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때때로 고함에 상욕까지 시원하게 쏟아낸다. 그들은 속물스럽지만 귀엽다. 그러나 이병헌 코미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조적인 유머’다. 그들은 자신의 한심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대해 물색없이 떠든다. 상황의 엿같음을 폭로하면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능청을 떤다. <드림>에서 소민(아이유)이 “페이가 열정을 못 따라와서 열정을 페이에 맞췄다”고
[비평] 그럼에도 '드림'을 긍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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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는 좋은 미술 도구다. 예쁘고 가볍고 흔하다. 접어서 토끼나 비행기 같은 걸 뚝딱 만들 수 있다. 잘못 접어도 별로 표나지 않는다. 다만 고쳐 접을 때는 손톱에 힘을 주어 싹싹 문질러야 한다. 무엇보다 색종이는 가위질하기가 쉽다. 조금 무딘 가위로도 기분 좋게 잘라진다. 마분지나 켄트지보다 풀칠도 잘된다. 사실 너무 잘된다. 오려 붙이기를 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계획과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작은 조각이 손끝의 통제를 벗어나 엉뚱한 자리에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점만 주의하면 색종이는 정말 좋다. 특히 어디에 좋은가 하면, 어린이와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나는 독서교실에 온 지 얼마 안된 니은이 마음을 얻으려고 안달복달하고 있었다. 니은이는 일찌감치 ‘스스로’ 독서교실에 온 오빠와 달리 책에 ‘전혀’라고 할 만큼 관심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나와 인사하기도 싫어했다. 새로운 관계에 마음을 여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라는 어머니의 귀띔대로였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색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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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복수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구한 역사를 건너 복수극은 끊임없이 만들어져 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여전히 유효한 환상임을 시사하듯 복수극 안에는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이 담긴다. 복수극의 세계에서 피해와 가해는 선명히 구분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 의해 잘못에 합당한 벌을 뒤늦게 받는 것으로 끝맺는다. 권선징악의 단순한 클리셰가 반복되는 이유는 복수가 지닌 마력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복수가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일단락되더라도 복수가 끝나는 법은 없다. 복수의 칼날이 대상을 정확히 관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복수는 늘 불충분하거나 차고 넘친다. 이는 복수의 특징이기 전에 복수극의 특징이다. 복수가 손쉽게 완료될 수 있다면 서사는 진전될 수 없다. 복수극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복수를 지연시키고 상처를 대물림하면서 복수가 끝나지 않도록 만든다. 복수극의 생존 본능은 개인이 품은 복수의 욕망을 초과한다.
복수극은 복수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늘 어느 정도
[비평] '피기', 우리에게 복수극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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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 ‘스타워즈 데이’를 기념해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2가 디즈니+에서 공개된다. <스타워즈: 비전스>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주제로 전세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선보이는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시즌2에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 9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더해진 <스타워즈> 이야기는 실사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더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포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도 흥미롭다. 스튜디오 미르와 정세랑 작가가 합심해 완성한 에피소드 <어둠의 머리를 벨 수 있다면>은 돌가락 행성의 숨겨진 사원 출신의 아라와 제다이 토울의 모험담이다.
<코라의 전설>로 북미, 유럽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 미르는 <더 위쳐: 늑대의 악몽> <외모지상주의> 등 웹툰과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해왔다. 제50회 한국
[인터뷰]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2에 참여한 박형근 감독, 최고운 프로듀서, 정세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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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박지민이 연기자로 데뷔했다. 해외 입양된 한인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친부모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리턴 투 서울>의 주인공 프레디 역을 맡으면서다. 박지민은 영화가 “해외 입양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그리고 “프레디를 통해 용감한 여성의 여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연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리턴 투 서울>은 친부모와 입양자 사이의 화해라는 해피 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그보다 한국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프레디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박지민은 실제 해외 입양된 지인의 이야기를 참고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내 프레디가 느낄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박지민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주했지만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반면 “프레디는 한국의 모든 면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인물이다. 그가 겪은 낯섦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한국
[WHO ARE YOU] ‘리턴 투 서울’,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