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영성의 불길하고 건조하고 매력적인 데뷔작 <약탈자들>은 막상 말하기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개별 시퀀스는 대개 엄격한 자연주의적 묘사로 채워지는데, 시퀀스들의 배열은 거의 난센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회상장면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회상이 꼬리를 물고 중첩되면서 우리는 어떤 시점부터 그것이 언제의 회상인지 또 누구의 회상인지, 혹은 허구인지 실제 사건인지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가, 어느새 종점에 도착해버린다. 여러 면에서 함께 거론될 만한 백승빈의 멋진 데뷔작 <장례식의 멤버들>도 경쾌하지만, 이 영화에 비하면 차라리 고전적으로 보인다. 물론 <약탈자들>의 형식적 도발은 전적인 혁신이라기보다는 감독 스스로 밝힌 대로 앞선 영화들과의 교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과도 배타적 혈연을 맺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혼란스러운 여정 끝에는 “모두 개뻥이야”
손영성이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루이스 브뉘엘의 <자유
[전영객잔] 이야기하기의 은밀한 유혹
-
일본의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가 소개하는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에 관한 일화가 하나 있다. 1938년의 어느 날 오즈 야스지로의 편집기사 하마무라 요시야수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여 감독 오즈에게 충언했다. “당신의 영화편집 중 ‘시선 매칭’의 방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오즈의 영화에서 대화를 하는 인물들이 상대방과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카메라의 약간 위를 보고 허공에 대고 혼자 말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많은 대중영화가 화면 내 대화 상대자와의 시선의 각도를 180도 가상선 내에 맞춘 다음 혼동이 생기지 않도록 선을 그어주는 것과는 상반된 방식이다. 전자가 오즈의 편집기사가 말한 오즈의 잘못된 편집이고 후자가 그가 제기한 전통적으로 옳은 상식의 편집이었을 것이다. 그의 제언을 들은 오즈는 자신이 늘 써오던 잘못된 시선 매칭과 편집기사가 제안한 옳은 시선 매칭 두 가지 방식 모두 찍어본 다음 결과물을 비교해보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한 뒤 스크린에서
[정한석의 블랙박스] 오즈의 “차이가 없다”
-
‘성공한 여성’의 표본 아가테 빌라노바가 젖은 셔츠 사이로 하얗고 긴 팔을 내민 채 식탁에 앉아 있다. 유독 하얀 팔이 돋보이는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마치 <최후의 만찬> 속 예수처럼 시퀀스 전체의 균형을 잡는 한 여성을 비춘다. 긴 팔, 마치 세잔의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을 보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이 중심에 아녜스 자우이가 앉아 있다. 화가의 인상을 통해 실제보다 더 늘어난 팔의 길이가 어색하지 않은 세잔의 그림마냥 아녜스 자우이가 스스로 분한 ‘아가테’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묘한 자신만의 균형을 이룬다. 그녀의 일상은 어느 부분은 과장되고 늘어나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 놀라우리만치 안정적이어서 기이하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일상이 솟아나다
<레인>은 대사에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지만 그렇다고 딱히 인물에 중심을 두지는 않는다. 알다시피 영화는 알피유 지역의 작은 호텔에서 시작된다. 비오는 날 그곳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느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읽기] 괜찮다고 말해요
-
1. 미남 고민남 고민 상담한 안미남 상담남 고민 해결한 미남 고민남
안녕하세요, 저는 일산 ‘변두리’에 거주하는 미남 고민남(39·소설가)입니다. 일산 ‘중심부’에 거주하는 안미남 김연수 작가님(40·소설가)께서 보내주신 상담글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제 고민 사연은 <한겨레> esc 지면의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에 보냈던 것인데,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한겨레>와 <씨네21>이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생긴 착오가 아닌가, 저 혼자 추측하고 있습니다(설마 제 고민 사연을 가로챈 건 아니겠지요?). 원하는 분께 상담을 받지 못하여 실망이 크긴 하지만 김연수 작가님도 인생 좀 살아보신 분이라니(저보다는 무려 1년이나 더 살아보신 분이라니)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글을 읽었는데, 이게 뭡니까, 대충 살라니요. 따지지 말고, 일단 살라니요, 나중에 다 알게 된다니요. 김연수 작가님, 실망이 큽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39년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물어도 물어도… 답은 얻지 못하리
-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 녀석아, 그렇지 않아도 장가가서 애 서넛은 있게 보이는 녀석이 애들까지 차고 다니면 누가 너보고 총각이라고 하겠니?"마흔을 코앞에 둔 장남이 여전히 장가를 가지 못해 애가 닳은 엄마는 틈만 나면 아들을 구박한다."우리 아들 눈빛을 봐. 그게 어디 서른 아홉(자기 입 때리고), 아니 서른일곱 먹은 남자 눈빛이야. 순수하잖아. 호수처럼 맑잖아. 사슴 같잖아."아들을 장가보낼 수만 있다면 약간 '사기'를 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엄마 때문에 아들은 몸 둘 바를 모른다.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를 끄는 KBS 2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배우 손현주(44)의 숙맥 노총각 연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누리꾼들로부터 '여자치'(여자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의미)라는 별명을 얻은 극 중 진풍은 착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약사다. 엄마가 보기에는 1등 신랑감. 그러나 숫기가 없고, 나이가 많으며, 촌스러운
손현주 "노총각 연기, 사실은 민망해요"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디지털 영화의 축제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2009'가 내달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CGV압구정에서 열린다.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디지털 영화의 성장'을 화두로 17개국에서 출품된 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작년보다 1개국 줄었지만, 작품 수는 21편 늘었다.한국 단편영화의 성장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경쟁부문인 '한국단편경쟁'이 신설됐다. '초청부문'의 명칭은 '퍼스펙티브'로 바뀌었다. 단순한 초청에서 벗어나 우리의 시각에서 영화를 깊이 있게 바라보자는 취지에서다.'시네마디지털서울' 사무국은 21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2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영화제 개막작은 중국 6세대를 대표하는 로우 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폐막작은 경쟁부문 대상에 해당하는 레드카멜레온상 수상작이다.국제감독심사위원단으로는 이란의 아볼파즐 잘릴리, 중국의 로우 예, 카자흐스탄의
<8월 디지털 영화의 축제가 열린다>
-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1천3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갖고 있는 '괴물'의 속편 '괴물2'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대규모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
제작사인 청어람은 21일 오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싱가포르의 밤' 행사에서 싱가포르 영화사 보쿠 필름과 투자 조인식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투자금 500만 달러(약 60억원)는 보쿠 필름과 싱가포르의 국가 기관인 매체발전위원회(MDA)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 금액은 제작비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괴물'의 경우 순제작비는 110억원이었다.
'괴물2'는 현재 5-6가지 버전으로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국내에서는 SK 텔레콤이 기획 단계부터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eoyyie@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괴물2' 500만 달러 해외투자 유치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한류스타 정우성이 21일 오후 1시 55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을 방문했다.정우성의 일본 공식 방문은 지난 2006년 11월 영화 '새드 무비' 홍보 이래 약 3년만이다. 정우성은 이번 방문에서 영화 '호우시절'을 홍보하고 케이블 방송 와우와우(WOWOW)가 주최하는 이벤트 'WOW FES!'의 'MOVIE STAR'S PROJECT' 메인 얼굴로 나선다.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침 7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약 300여 명의 일본 팬들은 오후 2시 15분께 정우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정우성은 "오랜만에 일본을 찾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항까지 와 주셔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정우성은 22일 ANA인터콘티넨털호텔도쿄에서 일본 매스컴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한 뒤 25일 귀국한다.gounworld@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
'호우시절' 정우성 日방문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화제작 '꽃보다 남자'의 프리미엄 이벤트 출연진이 결정됐다.
지난 4월 도쿄돔시티 내 JCB홀에서 열린 팬 이벤트에 이어 오는 9월 6일 요코하마 국립대홀에서 다시 열리는 '꽃보다 남자' 프리미엄 이벤트에는 'F4' 김현중, 김준, 이민호, 김범과 '금잔디' 구혜선와 함께 드라마 OST를 부른 그룹 SS501과 티맥스(T-MAX)가 참석한다.
'꽃남'의 일본 공식사이트를 운영하는 IMX가 전체 이벤트의 제작 및 연출을 다시 맡는다.
지난 4월 한류전문 위성채널 엠넷(Mnet)을 통해 처음 소개된 한국판 '꽃보다 남자'는 TBS채널과 BS-TBS에 이어 오는 7월 31일부터는 TBS 지상파로도 일본 전역에 방송된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日'꽃남'이벤트에 SS501과 티맥스 출연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임은진 기자 = 21일 MBC 노조에 이어 22일에는 KBS 노조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오전 6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이에 따라 KBS는 일부 뉴스 프로그램에 간부급 기자와 아나운서를 대체 진행자로 투입했다.박장범 기자-이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1TV '뉴스광장'(오전 6시)에는 김준석 기자-윤영미 아나운서가 대타로 투입됐으며, 윤인구-오정연 아나운서 등이 진행하는 '생방송 세상의 아침'은 황수경 아나운서가 단독으로 진행했다.또 쿨FM 황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황정민의 FM 대행진'(오전 7시)은 유혜리 아나운서가 진행했고, 신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FM '출발 FM과 함께'(오전 7시)는 지영서 아나운서가 진행했다.그러나 사실상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한 MBC와 달리 KBS는 파업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다. 또 파업에 따라 프로그램 편성이 변경되거나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이 단축되는 등의 일도 발생하지 않고 있
MBC 이어 KBS도 파업돌입..대체인력 투입
-
서정성 ★★★★
과거지향성 ★★★★
≪More Modern Short Stories From Hello Saferide≫ 아니카 놀린/ 리플레이뮤직 발매
≪M.A.G.I.C≫ 사운드 오브 애로즈/ 리플레이뮤직 발매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스웨덴은 쿨한 음악들이 쌓인 곳이다. 2000년을 전후로 소수의 수입음반으로 한국에 소개된 스웨디시 팝은 곧 라디오와 TV드라마 등에 삽입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어쩌면 스웨디시 팝은 ‘장르’처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900만명밖에 되지 않는 인구에도 스웨덴이 세계 3위의 음악 수출국이란 사실을 상기할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음은 가장 최근에 발매된 두장의 스웨디시 팝 앨범이다. 모두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귀엽다. 이게 과연 동시에 가능할까 의아하겠지만 거 참, 진짜 그렇다.
스웨덴의 음악저널리스트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아니카 놀린의 솔로 프로젝트 ‘헬로 세이프라이드’의 2008년 앨범 ≪More Modern Short
[음반] 그리움이 보편성을 얻을 때
-
“화가 김수정 선생님(<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인터뷰가 있는데… 참관할래?” “갑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얼마를 드리면 갈 수 있나요?!” 누구와 누구의 대화일까. 기자와 둘리 빠돌이? 만화잡지 편집자와 만화 오타쿠? 둘 다 틀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웹툰 담당자와 만화가 홍승표의 대화다. 홍승표라 하면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미티의 진지한 일기> 등의 웹툰으로 수많은 만화팬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만화가 아닌가. 하지만 그에게도 콧물 훌쩍거리며 마우스 스크롤 대신 책장을 넘기던 어린 시절이 있을 터. 그때 보던 만화가 둘리 시리즈였을 테고 말이다.
네이버 금요 웹툰의 <만화가를 만나다> 코너는 후배 만화가가 좋아하는 선배 만화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코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말이 오간다기보다는 후배쪽이 ‘하늘 같은 선배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편에 가까운데, 동경하던 사람을 만난 후배들의 소심한 행동들이 귀엽다. 혹시나 실수할까봐 밤
[스크롤잇] 선배님, 잘생기면 다임?
-
먼저 결혼하는 사람이 임자다? 최세연과 엄정은, 박지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졸업 뒤 이들은 결혼 적금을 들고, 결혼식장에 최초로 골인하는 사람이 그 돈을 모두 가져가기로 약속한다. 어느덧 29살이 된 세 여자. 통장의 돈 역시 3825만원이라는 무시 못할 금액으로 불어났으나 그들에게 결혼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 한데 이게 웬일, 지희가 선본 지 한달도 안돼 남자와 결혼하겠노라 발표하더니 적금을 은근슬쩍 쓸어가려는 게 아닌가. 돈을 잃기 싫은 두 친구는 그녀보다 일찍 결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웨딩펀드’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뮤지컬 <웨딩펀드>는 결혼적령기 미혼 여성이라면 뼛속 깊이 공감할 로맨틱코미디다. 여성 캐릭터들, 알고 지내던 남자들을 결혼 상대자로 떠보는 세연, 순정파인 듯싶다가도 변심한 남자친구는 절대 용서 못하는 정은 등의 사례는 조금씩 자신을 투영할 만하고, 우정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닌 소꿉친구, 마마보이 후배, 성공 지향적인 대기업 사
[공연] 결혼 먼저 하기도 힘드네~
-
게으르다. 정말 게으르다. 맥스웰의 ≪BLACKsummers’night≫은 무려 8년 만의 새 앨범이다. 세 번째 앨범 ≪Now≫로 네오솔의 대가가 된 이 남자는 지난 8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물론 그 사이에 노래도 작곡하고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겠지만 그의 재능을 생각하면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좋은 앨범이기에 8년이나 걸렸냐 따지는 심보로 앨범을 CD플레이어에 걸었다. 역시. 스튜디오에서 10인조 밴드와 함께 라이브 레코딩으로 만들어낸 이 앨범은 존 레전드의 이름만 고고한 네오솔계에 맥스웰의 이름을 다시 아로새길 만한 작품이다. 오래 준비한 앨범은 오버프로듀스드(Overproduced)되게 마련이라는 음악계의 속설도 피해갔다. 전체적으로 여전한 맥스웰의 앨범인데 전작들보다 성숙한 힘이 넘친다(보컬 역시 예전보다 훨씬 강렬해졌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3부작 중 1부다. 가스펠 음악을 담을 2부 ≪blackSUMMERS’night≫과 슬로 잼으로 채워
[음반] 8년 내공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