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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Generation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Day≫/여러 아티스트/ 소니뮤직 발매
≪Festival Generation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Night≫/여러 아티스트/ 유니버설 발매
처음엔 지산밸리페스티벌과 펜타포트페스티벌에 오는 뮤지션들의 공연 실황 앨범인 줄 알았다. 그건 아니다. ≪Festival Generation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Day≫와 ≪Festival Generation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Night≫는 사실상 지금 전세계 록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있는 헤드라이너급 뮤지션들의 대표곡을 하나로 모은 컴필레이션이다. 지산에 오는 위저의 <Buddy Holly>와 (아마 평생 한국에 오지 않을것 같은) 모리시의 <The First Of The Gang To Die>가 함께 어우러진 앨범이라니.
곡 선정은 좀 성의없어 보이는데 포장은 아주 근사하다. 전곡의 원문 가사와 해설집이 수록되었고 페스티벌 가이드 미니
[음반] 페스티벌 마니아는 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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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올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있느냐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아무리 읽어도 어느새 인터넷 서점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책이 나와 있다. 엄밀히 따지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아 그의 예전 작품까지 모두 소개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여튼, 또 나왔다. 그것도 네권이 한꺼번에. <졸업>으로 시작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가로 데뷔한 이듬해인 1986년 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일곱권이 소개되었다. 현대문학에서 이번에 펴낸 것은 <졸업>을 시작으로 <잠자는 숲>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시리즈 중 <악의>와 <붉은 손가락>은 기출간작.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가가 형사는 20여년 동안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성장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젊었고, 그의 주인공도 젊었다. <졸업>을 보면 딱 그렇다. 가가 형사
[여름에 읽는 장르소설] 작가는 젊었고, 주인공도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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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 말씀에 따르면 남자의 99%는 자위를 하고 1%는 거짓말을 한다… 고 한다. 그 자위에 필요한 동력으로 가장 사랑받는 건 실제 경험보다는 각종 영상, 그러니까 AV다. 성과 폭력에 대한 글을 주로 쓰는 프리라이터 이노우에 세쓰코의 <15조원의 육체산업>은 일본 성인비디오를 다각도로 들여다본 르포타주다. 표본이 다소 작은 감은 있지만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AV에 관한 인식(본다면 얼마나 보는지, 얼굴 사정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등)을 살피고, 여성용 성인비디오 시장의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한다.
아동학대와 매춘 등의 문제에 폭넓은 관심을 가졌던 저자는 도시전설처럼 떠도는 “AV 여배우 중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쉽게도 직접 취재를 한 글은 없지만 AV 잡지에 실린 관련 내용의 여배우 인터뷰를 인용해 싣고 있다. 시부야 인근에서 스카우터가 일반 여성을 길거리 캐스팅하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2002
[도서] 그의 사정, 그녀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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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인도에 간 겁니까?” 수없이 들었을 이 질문에, 작가 후지와라 신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모든 것에 엉망진창으로 지기 위해서 갔던 게 아닐까.” 짐작했겠지만, <인도방랑>은 인도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니다. 유려한 언어로 인도의 신비로움을 팔아먹으려는 책도 더더욱 아니다. 후지와라는 25살이 되던 해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인도로 떠났고, 이후 천일 동안 인도를 방랑하면서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존재였고, 삶의 진정성이었다.
삼등열차의 무질서한 풍경과 사막의 모래폭풍, 화장터에 모여든 죽은 자와 산 자, 뜨거운 태양과 비쩍 마른 거리의 개들. 빈곤함과 풍요로움, 비루함과 고귀함의 경계를 넘어, <인도방랑>에는 날것 그대로의 인도로 가득하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은 빛보다 어두움에 더 가까우며, 글은 수다스럽기보다 겸허한 침묵에 가깝다. <인도방랑>은 많은 젊은이들을 인도로 떠나게 한
[도서] 패배할 각오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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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던 이국의 모험담은 불길한 징조와 견딜 수 없는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추락하는 코스만으로 이루어진 롤러코스터처럼, 남자가 되려는 소년, 아름다운 여인, 치명적인 오해, 이룰 수 없는 운명, 발작적인 쾌락, 거대한 마침표처럼 뚝 떨어지는 죽음이 쉬지 않고 휘몰아쳤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도 그렇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동시에 지극히 통속적이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던 사폰을 스타로 만든 첫 (성인용) 소설 <바람의 그림자>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바르셀로나 뒷골목 냄새가 어디선가 풍기는 기분에 코를 킁킁거리며 책 주문 버튼을 자동적으로 눌렀을지도 모르겠다. 두 책은 ‘잊힌 책들의 묘지’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그 어떤 TV연속극보다 중독성이 강한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좋아했던 고아 다비드 마르틴은 우연한 기회에 소설을 연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의 대중소설은 큰 인기를 얻는데, 신문사를
[도서] 우아하고 그로테스크한 꿈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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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해운대 상가번영회 회장인 만식(설경구)은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하지원)에게 호감 이상의 마음을 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몇년 전 인도양에서 쓰나미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한 만식은 함께 원양어선을 탔던 연희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그녀 곁에서 서성이기만 한다. 해양구조대원으로 일하는 만식의 동생 형식(이민기)은 순찰을 돌던 중에 피서 온 삼수생 희미(강예원)를 구하게 되고 적극적인 그녀의 애정공세에 이끌린다. 한편, 지질학자 김 교수(박중훈)는 ‘메가’ 쓰나미에 해운대가 수장(水葬)될지 모른다고 경고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를 무시한다. 게다가 전처 유진(엄정화)과 자신의 얼굴도 모르는 딸을 우연히 마주친 뒤 김 교수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다.
<퍼펙트 스톰>이나 <투모로우>처럼, <해운대>의 주인공을 물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대마도를 덮친 뒤 10분 안에 해운대를 한꺼번에 삼킬 정도의 파괴력을 보유했다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눈물이 일으킨 해일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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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파리지앵에 질린 마티아스(뱅상 랭동)는 고객에게 불친절했단 이유로 책방에서 해고당한다. 이런 마티아스를 런던으로 초대하는 건 25년 이상 우정을 지켜온 건축가 앙투완(파스칼 엘베)이다. 이혼남에 편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이웃한 집의 벽을 부수고 아예 같이 살기로 결정하는데, 앙투완은 마티아스에게 “보모 금지, 외박 금지, 손님 금지” 등 엄격한 규율을 종용한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드리(비르지니 르도엥)에게 푹 빠진 마티아스가 규칙 따위를 마음에 담아 둘 리 없다.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사랑을 찾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러브 액츄얼리>는 100% 판타지였다. 그러나 그 미덕은 분명하다. 잠시나마 솜사탕 같은 포근함과 달콤한 맛을 만나게 하는 것. 등장인물이 그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역시 <러브 액츄얼리>와 연장선에 놓일 만한 영화다. 원작은 소설이다. 남동생인 마르크 레비가 쓴 소소
프랑스식 로맨틱코미디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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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주 아들 톰(젠슨 애클스)의 실수로 다섯명의 광부가 지하 터널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다. 유일한 생존자 해리는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고, 1년 뒤 갑작스레 깨어나 22명을 무참히 살해한 뒤 종적을 감춘다. 참살 현장을 목격한 톰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연인 사라(제이미 킹)를 홀로 남겨둔 채 마을을 떠난다. 10년 뒤,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광산을 처분하기 위해 톰이 돌아온다. 현재 마을 보안관 액셀(커 스미스)의 아내가 된 사라는 혼란스럽다. 그리고 톰이 돌아온 날 밤, 광부 마스크와 곡괭이로 무장한 살인마가 또다시 등장한다.
구닥다리 스타일이 화려하게 부활한다.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첸버그도 “2009년은 차세대 3D영화(입체영화)의 원년”이라 칭한 바 있었다. 특수안경을 낀 채 극장에서만 본다는 특징 때문에, 3D영화는 침체된 극장 수익을 창출할 할리우드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올봄 전체 3D애니메이션으로 주목을 모으며 개봉한 <코
3D 입체호러 영화 <블러디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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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2일 서독.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 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의 정책과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혁명 단체들의 움직임이 과격해진다. 열혈청년 바더(모리츠 블라입트라이)는 연인 에슬린(요한나 보칼렉)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백화점 방화를 주도하고, 좌파 언론인 마인호프(마르티나 게덱)가 이들에게 공감하고 활동에 동참하면서 ‘바더 마인호프 그룹’이 결성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정부에 대항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이들은 테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혁명은 결코 고상하거나 아름다울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계급을 뒤엎는 폭력적인 행위다.”(마오쩌둥) 울리 에델의 <바더 마인호프>는 1967년부터 1977년까지 혁명적 좌파 집단 RAF(적군파)의 1세대 ‘바더 마인호프 그룹’을 좇으며 마오쩌둥의 선언을 고통스럽게 입증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폴커 슐뢴도르프의 <레전
현대 독일의 잔혹사 <바더 마인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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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야생의 숲속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정체를 알 길 없는 강력한 무언가에 의해 몰살당한다. 정부의 한 과학자가 비밀스러운 음모를 꾸몄고, 인간병기를 만들어냈으며, 어느 섬에서 실험 중이라는 사실이 곧 밝혀진다. 저널리스트 발레리(에마뉘엘 보기어)의 삼촌인 맥스도 그 실험에 동원되어 인간병기로 변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발레리는 삼촌을 찾아 섬으로 찾아오고 도중에 삼촌의 부하였던 특수부대 출신 잭(틸 슈바이거)을 만나 동행한다.
<파 크라이>는 해병대 출신의 주인공이 섬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는 동명의 인기 게임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한해 최악의 영화들을 임의적으로 선정하여 오스카 전날 부문별로 발표하는 별종 시상식)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를 만든 독일 출신의 감독 우베 볼은 전에도 게임을 원작으로 영화화를 시도한 바 있고,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그가 앞으로
<코만도>와 <람보> 시절의 영웅물 <파 크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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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사라 미셸 겔러)은 초짜 책 편집자다.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작가 사인회를 찾았다가 일류 편집자인 아치(알렉 볼드윈)와 만난다. 둘은 보자마자 강렬한 호감에 휩싸이지만 아치는 딸 하나를 슬하에 둔 이혼남으로 알코올중독자이자 극심한 바람둥이다. 브렛이 빌려쓰는 아파트의 주인인 숙모 힐다와도 젊은 시절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 수많은 어려움에도 브렛은 아치와 데이트를 시작하고 짧고도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지만 아치가 한때 그녀의 출판사 편집장과도 관계를 맺었음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대도시로 갓 올라온 20대 여성은 어떻게 커리어우먼으로 탈바꿈하는가.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 같지만 <내 남자는 바람둥이>는 사회 초년생 여자의 성장담에 가까운 영화다. 원제목은 ‘Suburban Girl’, 교외에 사는 소녀라는 뜻이다. 이야기의 중심인 브렛-아치 커플 역시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연인이라기보다 사제 관계에 가깝다. 같은 직업
사회 초년생 여자의 성장담 <내 남자는 바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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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UDON, 2006)은 경쾌한 편집과 만화적 상상력, ‘오타쿠’적인 대상에 대한 집착까지 딱 일본영화다. 감동의 도가니까지는 아니어도 맛있는 우동 한 그릇 같은 포만감을 준다. 과문하지만, 일본인들이 대상을 파고드는 집착은 꽤 집요하다. 그런 경향은 영화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이를테면 좋은 우동 만드는 비결이 거의 레시피북처럼 상세하게 나온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요리 동영상이 아닌 바에는, 꼭 색다른 방점을 찍어줄 게 틀림없다. 일본인의 솔푸드, 힐링푸드라는 자부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광둥)제라고 할 만한 라멘이 일본, 그것도 미래 일본의 입맛인 젊은이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우동의 좌절은 결국 이 영화가 기획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굳이 영화 속 조연으로 우동집을 순례하는 기특한 젊은이들을 집어넣고, 우동에 열광하는 이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더구나 영화의 대미는 학교 급식으로 우동이 제공되고, 그걸 맛있게 먹는 어린이들을 비추는 광경이다.
[그 요리] 우동이 운명을 바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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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차우에 대해서 살펴보죠. 차우는 솜을 두른 듯 두터운 털이 나 있고 빛깔은 검은색, 갈색 등 다양하며 얼굴은 주름이 많아서 보기 흉하다는군요. 중국이 원산지고. 흠. 메이드 인 차이나는 역시… 그리고 어깨 높이가 약 50cm에 몸무게 25~27kg… 엥? 왜 이렇게 작지? 제가 지금 보는 사전이 좀 잘 못된 모양인데요.
=이놈아. 그건 차우가 아니라 차우차우다.
-차우차우요?
=북방계 스피츠에 속하는 애완견 말이다. 시사회 열리는 대한극장 근처 애견숍에서 자주 봤을 텐데 그것도 모르냐.
-이런. 영화 제목인 <차우>가 차우차우로부터 온 게 아니군요.
=영화 제목 <차우>는 동물 잡는 ‘덫’의 경기·충북 지역 방언이란다. 게다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어 ‘Chaw’는 일종의 속어로 질겅질겅 씹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는구나.
-그나저나 요즘 멧돼지님들이 왜 이렇게 자주 인간들 서식지에 출몰하시는지요.
=먹을 게 없으니 그런 거 아니겠느냐. 이래봬도
[가상 인터뷰] <차우>의 식인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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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가야하다고그리오.”
이상의 시 <오감도> 1호를 비틀어보았다. 본래는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다. 같은 구절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난해한 시다. 식민지 시절의 문인 이상이, 자신의 시 제목과 같은 2009년 영화 <오감도>를 본다면 “야하다”고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주변 지인들 중엔 그렇게 평하는 이가 드물었다. 영화평론가 한동원씨는 “키스신만 되면 극장 가득 울려퍼지는 닭뼈 빠는 사운드…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이건 거의 눈물의 바다”라고 어디엔가 독하게 썼다. 에로스를 소재로 한 다섯편의 옴니버스영화라는데, 나로서도 ‘오감’이 열리지 않아 ‘유감’이었다.
최근 한국영화 중에 가장 야한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한 후배에게 질문을 던지니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과 <바람난 가족>(2003)을 꼽는다. 둘 다 문소리가 등장한 작품이다. 강혜정, 박해일이 나온 <연애의 목적>(2005)과 김민선의 <미인도
[에디토리얼] 야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