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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에 관한 이런저런 짧은 단상을 말해야 할 것 같다. 호러영화의 관객은 철저하게 가/피학적 쾌감으로 자신을 영화 속에 동일시한다. 호러영화를 볼 때의 쾌감은 그것이 슬래셔무비이건 오컬트무비이건 보이지 않는 힘에 제압당하고 끌려가다 결국 일부분 승리하거나 영원히 패배하는 것을 보는 쾌감이다. 그런 호러영화의 욕망에 필적할 만한 욕망이 감지되는 것이 재난영화다. 물론 호러영화의 악마적 행위에 영향을 받은 나머지 현실에서 엽기적인 행각이 일어나는 것과 상반되게(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를 본 다음 악의 추종자들이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를 살해한 범죄) 재난영화에서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신이 <투모로우>나 <해운대>를 본 다음 스스로를 토네이도나 쓰나미라고 착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니 그렇게 착각한다 해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호러영화와 재난영화에서의 어떤 적의 상정에 대해 더 생각해볼 필요가
[전영객잔] 재난영화의 욕망, 코미디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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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영화감독 라브 디아즈가 자신이 목격한 할리우드 영화제작 현장을 묘사한 적이 있다.
“뉴욕에서 산 적이 있었어요. 할리우드영화인데 언젠가 웨슬리 스나입스가 출연하는 장면을 찍더군요. 그들은 커다란 트럭과 수천명의 스탭들을 데리고 와서 새벽부터 시작했어요. 대형 조명과 케이블, 많은 경찰들, 시끄럽고 화려하고 바쁜 조감독들과 프로덕션 매니저들로 두 블록을 모두 차지했어요. 하루 종일 카오스였고 단지 준비하는 것만으로 거기 사는 우리 전부를 어지럽게 했어요. 나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그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산책을 하러 갔고, 두 시간 뒤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아침을 해먹고, <뉴욕타임스>와 약간의 잡지를 읽은 다음,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니앤노블 서점에 갔다가, 친구와 함께 커피를 한잔 마시고, 아픈 화가 친구를 방문하고, 오후 2시쯤 집에 왔어요. 그들은 여전히 엄청나게 시끄러운 준비를 하더군요. 내가 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 점심과
[정한석의 블랙박스] 영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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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더 마인호프>는 서독 ‘적군파’(RAF: Rode Armee Fraktion)를 다룬 역사영화다. 서독 ‘적군파’는 흔히 ‘스튜던트 파워’라 불리는 1960, 70년대 학생운동에서 지하무장투쟁 노선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겼던 한 분파의 이름이며, 경찰과 언론은 그 집단의 제1세대 지도자인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의 이름을 따서 ‘바더·마인호프그룹’이라 불렀다. 영화는 적군파를 출범시켰던 이 제1세대 지도자들의 삶과 투쟁과 죽음을 영화적으로 재현하고 있다(서독 적군파는 그들의 죽음 뒤에도 존속했으며, 1998년 4월 해체 선언과 함께 스스로 해산했다). 영화는 1967년에 시작해서 1977년에 끝이 난다. ‘바더·마인호프그룹’의 활동을 중심에 놓을 때, 이 10년은 대략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기는 1967에서 1970년에 이르는 3년간으로, 이 그룹의 태동기라 할 수 있다(바더그룹의 시위성 테러와 진보적 저널리스트 마인호프의 결합).
[영화읽기] 역사적 콤플렉스에 대한 정직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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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칼럼을 도배하는 바람에 국내 최고의 잡지 <씨네21>의 품위를 손상시키던 김연수와 내가 이제는 매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은 점점 나아지는 것인가?’와 같은 심하게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걸 보면, 아녜스 자우이가 영화를 만들면서 던졌던 질문 ‘사람이 바뀔 수 있는가?’는 이미 답이 나온 셈이다. 사람은, 칼럼은, 바뀔 수 있다. 아녜스 자우이는 ‘아주 드물고 어렵긴 하지만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뭐, 별로 어렵지 않던데….
그게 문제이긴 하다. 나는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고, 사람들은 날더러 바뀌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날더러 변했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화를 내며 딴사람처럼 행동하자, 사람들이 “어라 이 자식 뭐야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내가 실은 바뀌지 않은 내 모습이라는 것이고…,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인간이란 동물에 “의심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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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옥만당>은 서극 감독의 만만치 않은 코미디 연출 솜씨와 장국영의 코믹 연기를 세트 메뉴로 주문할 수 있는 영화다. 요리, 멜로, 무술 같은 다양한 소재를 잡탕찌개처럼 끓여낸 서극의 솜씨가 10점 만점에 9점은 된다. 장국영이 코믹도 제법 한다는 걸 확인시켜주지만, 그 정도까지다. 그저 장국영의 다른 면모를 구경하시라. 영화의 줄거리는 좀 상투적인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두 달인의 대결, 패배, 애인의 결별선언, 폐인이 된 명인. 부활과 마지막 승부까지 레퍼토리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줄거리 뻔한 무협지의 다음 권이 궁금해지듯이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휙, 3분요리처럼 지나가니 다행이긴 하다.
조문탁과 종진도는 중국 최고 요리사의 대결을 펼친다. 종진도는 마지막 대결을 포기하고 출산을 하는 애인에게 뒤늦게 찾아가지만, 이미 아이는 죽고 애인은 떠난다. 폐인이 된 종진도는 유리걸식한다. 종진도는 만한전석을 주제로 세기의
[그 요리] 화합의 요리, 만한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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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나다의 다큐멘터리 정기 상영회 ‘다큐플러스 인 나다’가 ‘다큐 인 나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20분. 국내 여러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다큐멘터리들을 한달 단위로 상영하며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된다. ‘다큐 인 나다’의 포문을 열 8월의 프로그램으로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올해 상영작들 중 4편이 엄선되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다가 육지라면> <뽀삐> 등으로 알려진 김지현 감독의 반가운 신작 <앞산전>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 여자가 카메라를 마주보고 앉아 얼룩덜룩한 천 조각을 뭉쳐서 무언가를 만든다. 그녀의 이름은 이진경. 이진경은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화가다. 도입부에서 그녀는 잿더미가 된 자신의 작업실에서 타버린 물건으로 예술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후 영화는 불탄 책으로 화판을, 라면 봉지로 꽃을 만들며 ‘똥이 없는 작업이 좋은 작업’이라고 굳게 믿는 예술가의 일상을 따라간
<앞산전>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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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해운대 개장이라서 고생이 많재? 테레비 보니까 사람들이 억수로 버글버글하드만.
=그래도 올해는 좀 괜찮슴니더. 장마가 오락가락하이 비가 많이 오니까네 지난해보다 할 일도 없고요.
-그래도 몸 단디해라. 니부터 몸을 단디해야 사람도 구하고 안 그라나.
=맨날 체육관가서 운동합니더.
-근데 서울에서 온 아새끼들이 그래 많이 물에 빠지삿는다매?
=말도 마이소. 헬스 두달하고 온 서울 머시마들이 가시나들 앞에서 뽄 좀 지길라카다가 맨날 물에 빠지가 허우적거리는데 짜증나 죽겠슴미더.
-서울 머시마들이 그렇지 머.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 쪼매 했다고 해운대에서 자유형하는 새끼들 아이가. 바다에서는 급한 일 아이몬 모가지를 쭈욱 빼고 평영을 해야지 평영을. 근데 서울 가시나들이 니 안 꼬시드나. 우리 민기가 키도 크고 얼굴도 까무잡잡하이 깔삼하잖아.
=아이고 깔삼은예. 저는 서울 가시나들 싫습니더. 말이 너무 낯간지러버가꼬….
-그라몬 니는 부산 가시나들이 좋나?
=저는 아직
[가상 인터뷰] <해운대>의 이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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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소속사와 일부 멤버간 소송 사태로 빚어진 동방신기 해체 위기설에 일본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갑작스런 해체설로 충격받은 일본 팬들이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3일자 주요 스포츠신문과 각 방송국의 정보프로그램은 일제히 이 소식을 자세히 다뤘다.닛칸스포츠는 "동방신기의 해체설을 보도한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일본판에 팬들이 몰려 일본 엔터테인먼트 뉴스 상위에 올랐다"고 전했다.또, 산케이스포츠도 "동방신기 소속사에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13년간의 장기 계약기간과 낮은 보수 등으로 관련 블로그에는 팬들의 비난으로 뜨겁다"고 보도했다.일본 언론들은 이날 오전에는 '동방신기' 멤버 5명 중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이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측을 통해 발표한 소송에 대한 공식입장을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미디어를 인용해 속보로 전했다.니혼 TV의 인기 정보 프로그램 '미야네야
동방신기 사태 日언론 집중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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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단편영화 연출과 소설 출간, 전시회 개최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온 배우 구혜선이 이번엔 작곡가로 변신한다.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구혜선이 이달 말 자신이 작곡한 작품을 모은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4일 말했다.이번 음반은 한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구혜선의 첫 장편영화 삽입곡들을 미리 선보이는 것으로, 영화는 올 연말에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소속사는 구혜선이 "영화가 음악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음악을 알고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히 이번 음반에는 일본 뉴에이지의 거장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연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이사오 사사키는 구혜선이 보낸 자작곡 데모 음반을 듣고, 열정과 재능을 높이 평가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구혜선은 다음 달 5일 이사오 사사키 등과 함께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음반 발매 기념 음악회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를 열 예정이다.<< 구혜선 :
'팔방미인' 구혜선 8월말 작곡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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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재난영화 '해운대'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총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제작사인 JK필름은 '해운대'가 개봉 13일째인 3일 전국에서 총 관객 522만9천157명을 기록했다고 4일 말했다.
이는 9일 만에 500만을 돌파한 역대 최고 흥행작 '괴물'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와 함께 두 번째로 빠른 흥행 기록이다.
개봉 2주차에는 '국가대표'와 '업' 등 쟁쟁한 경쟁작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해운대'의 관객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제작사는 "주요 타켓층인 20-30대를 넘어 중장년층과 가족단위까지 관객층이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시장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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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500만 돌파..올 한국영화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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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준익 감독의 신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최종 캐스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고 제작사인 영화사 아침이 4일 말했다.
영화는 '황산벌', '왕의 남자'에 이은 이 감독의 세 번째 사극으로, 선조 시절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한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액션 활극이다.
황정민이 전설적인 맹인 검객 황정학 역을 맡았고 차승원이 왕족 서얼 출신으로 혁명을 꿈꾸는 대동계 수장 이몽학 역으로 맞선다.
한지혜가 이몽학의 오랜 연인인 기생 백지로, 백성현이 아버지 복수를 위해 이몽학을 쫓는 견자 역으로 합류했다.
영화는 이달 말 크랭크인해 내년 상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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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차기작 '구르믈..' 캐스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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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호소다 마모루(細田守.42)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성장'을 주제로 첫사랑의 짜릿함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이 작품은 제39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장편작품상을 받는 등 10여 곳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1999년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처'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3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3번째 작품 '썸머워즈'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만난 그는 "한국 방문은 3번째"라며 "음식이 맛나고, 습하지 않아 여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일본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SF물이나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로
호소다 "긍정의 힘 주는 애니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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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소속사와 일부 멤버의 소송 사태로 해체설이 나도는 동방신기의 멤버 중 소송 당사자들인 영웅재중과 믹키유천이 일본 인기 힙합그룹 엠플로(m-flo)의 헌정앨범에 참여한다.둘은 1999년 데뷔 이래 일본 대중음악사에 선풍을 일으킨 인기그룹 엠플로의 1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16일 출시될 그 헌정앨범 'm-flo TORIBUTE -maison de m-flo'에 듀엣곡 'been so long'으로 참여한다.이 헌정 앨범에는 아오야마 테루마, 미소노, BENI 등 주목받는 인기 아티스트 10개 팀의 신곡이 수록된다.한편, 영웅재중과 믹키유천은 지난달 4일과 5일 도쿄돔 공연에서 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듀엣곡 'COLORS Melody and Harmony'를 다음달 30일 싱글로 출시한다.나아가 둘은 오는 20일 도쿄 오다이바의 제프도쿄(Zepp Tokyo)에서 열리는 음악이벤트 'BOY POP FACTORY 09'에 출연해 팬들 앞에서 직접 듀엣
재중ㆍ유천 日엠플로 헌정앨범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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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엄정화와 지진희가 주연한 KBS 2TV 월화드라마 '결혼못하는 남자'가 4일 시청률 8%로 종영했다.5일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결혼못하는 남자'는 전날 전국 8%, 수도권 7.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결혼못하는 남자'는 지진희의 코믹 연기 변신이 초반에 화제를 모았지만, 막강 경쟁작인 MBC TV '선덕여왕'에 밀려 지난 6월15일 시청률 8.2%로 출발한 이래 내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결혼못하는 남자'는 문정(엄정화 분)과 재희(지진희)가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며 막을 내렸다.'선덕여왕'은 4일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35%대를 돌파했다. 미실(고현정)의 숨겨진 아들 비담(김남길)이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은 '선덕여왕'은 이날 방송에서 비담이 갈등 끝에 유신랑(엄태웅)과 함께 덕만(이요원)을 구하러 나서는 내용이 방송됐다.같은 시간에 방송된 S
'결혼못하는 남자' 시청률 8%로 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