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LR을 한참 사용하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무겁다, 혹은 휴대가 불편하다. 차라리 이런 DSLR의 단점을 느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이런 것을 느끼기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장식장, 혹은 방 한쪽 구석에 자리하게 되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카메라는 프로페셔널이 아닌 이상 가볍게 들고 다니며 풍경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찍는 것이 맞다. 프로페셔널의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실력인 주제에 DSLR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는 자책까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을 못 찍는다고 DSLR을 가지지 못하는 법은 없다. 프로가 아니라고 사진의 세계에 심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거워서, 혹은 부담스러워서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렇다면 DSLR의 성능과 품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크기가 작아서 휴대가 간편한 카메라가 있을까? 물론 하이브리드라는 변종 DSLR이 있지만 이들은 어쩐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꼭 DSLR이 아니어도 그 정도의 품격과 성능을 받
폭넓은 베리에이션의 마침표
-
<시>에서 이창동은 패를 다 까고 판에 임하는 도박사와 같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감이 잡히는 상태에서 2시간여를 끌고 가는 뚝심이 경이적으로 느껴질 즈음, 바닥까지 내려간 이야기의 리듬이 서서히 고조되는데, 마지막 20여분 동안 치고 올라오는 고통 속의 마음 출렁임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이 영화의 관점에 따르면 그건 주인공 할머니 미자, 오로지 그녀만 보게 되는 아름다움 속의 고통, 혹은 고통 속의 아름다움이다.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무심한데 푼수기 있고 백치적 천진함이 있는 이 할머니만 거기 도달한다.
이창동은 이미 <밀양>에서 더 심심하고 낮은 데로 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이라는 캐릭터는 알 수 없는 삶의 운명 앞에 서서 스스로의 무력함에 이를 악물며 버티는 겸허함을 보이는 신애와 달리 실실거리면서도 그 고통의 내재화를 무의식적으로 이뤄내는 인간 존재의 고양된 순간을 보여준다. 그걸 이뤄낸 것에
[영화읽기] 거센 풍경은 그렇게 우리에게 침입하고…
-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시>는 스포일러가 영화에 대한 체험을 ‘완전히’ 망칠 수 있습니다.
나는 가라타니 고진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해 어느 정도 작성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이창동의 도덕’(<씨네21> 제753호)을 보면, 정한석 역시 <시>를 보며 가라타니 고진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내가 작성해두었던) 공동체의 도덕을 버티고 서려는 이창동과 그것을 넘어 윤리의 차원으로 나아가려는 고진의 차이를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방향의 전환, 그리고 글의 수정. 나는 <시>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 자뭇 궁금하면서도 풀지 못할 것 같아 접어두었던 어떤 의문이 하나 있었다. <시>는 대체로 단선적인 내용에 명료한 숏들로 구성된 작품임에도, 그 내용과 형식 사이에는 어떤 균열이 순간순간 돌출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내가 이러한 의문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시의 도
[전영객잔] 영화의 힘, 기적의 체험
-
‘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사로잡은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샤갈
‘새로운 종족들로 가득한 새로운 대륙 내부를 여행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고장이 이상한 동물, 털이 희고 발톱은 진홍색으로 불충과 충실의 신기한 종합을 드러내는 그런 동물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리하여 더없이 놀라운 몽상적 종합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러한 몽환적 종합이 자연적인 기본 요소들에 모험을 도입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중
밤마다 자신의 꿈에 등장하는 우리는 사건의 목격자이자 용의자이다. 우리는 밤마다 꿈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것을 확인한다. 꿈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지금 꿈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의자적인 태도로 동시에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는 기묘한 의식을 중첩하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반복한다. 엥겔스식으로 말하자면 꿈은 생산력/(용의자)과 생산관계(목격
[김경주의 섬세함을 옹호하다] 샤갈의 몽상어편람
-
-
비행학교에 들어가느라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의사가 내게 숫자가 적힌 카드를 보여준다. 색맹 검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숫자와 배경의 색이 확연히 다른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갈수록 숫자와 배경의 색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숫자를 알아보기가 힘들어진다. 더러 실수가 나오면 의사가 다시 보라고 권한다.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두 번째 시도에서는 자기의 실수를 정정할 것이다. 하지만 숫자와 배경의 색깔 차이를 그보다 더 줄이면 어떻게 될까? 정상적 시각을 가진 사람도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앵프라맹스, 지각 불가능한 미세한 차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차이. 이를 마르셀 뒤샹은 ‘앵프라맹스’(inframince)라 불렀다. ‘앵프라맹스’는 ‘아래’(infra)와 ‘얇음’(mince)의 합성어로, 마치 적외선(infrared)이라는 말처럼 가시적 영역 아래에 깔려 있어 지각할 수 없는 무한소의 차이를 가리킨다. 뒤샹에 따르면 앵프라맹스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
[진중권의 아이콘] 일상의 재현과 ‘영화적으로 재현된’ 일상
-
-안녕하세요. 뭘 그렇게 쓰고 계세요?
=시를 쓰려면요, 평소에 이렇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저 꽃 너무 슬퍼 보이지 않아요? 김용탁 선생님이 그랬어요. 사소한 것 하나라도 깊이 파고들면 시가 될 수 있다고.
-실제로도 영화 속 ‘미자’의 모습과 참 닮으신 것 같아요.
=저는요, 마음이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요,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싶고요,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싶어요. 영화에서는 양미자지만 사실 제 본명도 손미자잖아요? 이것저것 잘 까먹고 세상 주변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그런 게 저랑 참 비슷해요. 아, 그 뭐더라? 영화 속에서 이런 병을 뭐라고 하던데… 파키스탄병인가?
-파킨슨병이요.
=맞다. 파킨슨병. 하하 내가 원래 이래요. 실제로 잘 까먹어요. 그렇게 계속 단어를 잃어버리고 사는 여자다 보니 메모를 하는 거죠. 기억력이 떨어져 가는데 시를 써야 하고 참 힘들어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은 어떠셨나요?
=너무 좋았죠
[가상인터뷰] <시>의 양미자
-
2002년 한·일월드컵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4발가락>을 연출한 계윤식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적 배경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공간적 배경은 모두에게 낯설다. 북한의 감시초소 1분대장(이성재)은 “축구공은 둥글다”, “축구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축구광이다. 어느 날 야간 수색을 하던 1분대원들은 멧돼지를 쫓다가 국군과 마주친다. 서로 총을 겨누던 북한군과 국군은 함께 멧돼지 바비큐를 즐기며 경계를 푼다. 이후 국군은 북한군이 월드컵 중계를 들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 1분대원들은 무전기를 조립해 월드컵 중계를 청취한다. 급기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과 국군이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기에 이른다. 군사분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군과 국군이 우정을 나누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상당히 닮았다. 단 &l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2002년 월드컵 <꿈은 이루어진다>
-
가치가 무려 50억원. 정체는 반지요, 이름은 꽃처럼 어여쁜 순이다. 너도나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만하다. 특히, 1억원의 빚에 시달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세라(박해미), 라미(신이), 광수(이태성), 가족 같은 세 사람에게는 더욱 간절한 존재다. 물론 경쟁 상대도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사채업자 춘배파다. 세라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은 순이의 냄새를 맡고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여기에 순이가 도난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형사까지 가세하면서 좌충우돌 난장판이 벌어진다. 이것이 <내 남자의 순이>의 출발점이다.
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인 만큼 감독은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는 듯하다. 첫 영화 출연작인 만큼 박해미는 그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샤워하는 남자를 훔쳐보며 “맛있겠다”고 군침을 흘리는가 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무덤에서 삽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박해미의 과장스러운면서도
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 <내 남자의 순이>
-
등장인물 7명이 얽히는 5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블러디 쉐이크>의 내용은 단 몇줄로 정리하기 어렵다. 첫 인물은 어느 날 지하철에서 한 자루의 총을 얻게 된 샐러리맨 만호(장성원)다. 잠시 후, 그의 총은 정신연령이 5살밖에 되지 않는 삼촌과 함께 살며 꽃집을 경영하는 시각장애인 수경(전혜진)의 손에 쥐어진다. 수경은 소매치기 찬우(성혁)와 말쑥한 신사(김도용)의 만남에서 설렘과 비극을 겪는다. 다음은 신사와 그의 아랫집에서 정육점을 경영하는 지니(박진희)의 이야기고, 이들의 또 다른 비극이 지나고 나면 지니와 그녀가 사랑하는 여자 루피(박선애)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들의 서로 다른 만남은 사랑과 집착, 분노와 질투, 금기된 욕망 등 제각각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에피소드가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뚜렷한 선을 배제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연은 현실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적 병증에 기인하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겉
내면에 대한 탐구 <블러디 쉐이크>
-
영국 감독과 배우들이 아버지를 주제로 만든, 영국판 <친정엄마> 혹은 <애자> 정도가 되겠다. 영국 작가 블레이크 모리슨이 암 말기의 아버지를 돌보며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동명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블레이크(콜린 퍼스)는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가 아버지 아서(짐 브로드벤트)가 말기암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자간의 서먹함은 줄어들지 않고, 블레이크는 오래전 아버지와 멀어지기 이전의 기억부터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주인공인 많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세대와 생각과 타이밍의 차이가 야기한 부자간의 틈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응시한다. 유년 시절의 블레이크에게 아서는 거인 같은 존재다. 수줍고, 여리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블레이크와 달리 아서는 거침없고, 호탕하고, 대범해 보인다. 자신과 너무 다른 아버지에게 블레이크는 열등감을 느끼지만, 현재로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른이 된 블레이크의 눈앞에는 마르고,
아버지에 대한 추억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
-
14회 인권영화제가 5월27일부터 30일까지 4일 동안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다. 올해 4월 청계광장 사용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불허 통보를 받아 대학로로 자리를 옮긴 인권영화제는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 허락지 않는 현 정부 아래에서 개최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영화제다. 개막작 <눈을 크게 떠라-좌파가 집권한 남미를 가다>를 시작으로 29편의 상영작이 자유·평화의 날, 소수자의 날, 자본·저항의 날, 노동·빈곤의 날 등으로 나뉘어 소개되는데, 이중 신작 위주로 7편을 미리 뽑아 둘러봤다(seoul.humanrightsff.org).
쌍용차를 기억합시다 <당신과 나의 전쟁>
“전쟁 같은 출근길은 축복이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기막힌 역설을 받아들여야 했다. 구조조정은 당연했고, 정리해고는 더이상 의문시되지 않았다. 2009년 여름, 헐값에 매각된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투쟁의 성을 쌓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는 자본과 공권력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인권을 생각한다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일본에서도 큰 인기인 그룹 빅뱅이 일본의 록 페스티벌인 '서머소닉 2010'에 참가한다.
25일 서머소닉 공식 홈페이지가 발표한 새 라인업에 따르면 빅뱅은 오는 8월7일 오사카 '오션 스테이지', 8월8일 도쿄 '마린 스테이지'에서 각각 공연한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스티비 원더, 제이 지, 테일러 스위프트, 나스, 제이슨 데룰로 등 유명 팝스타가 대거 라인업에 들어 음악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다.
특히 스티비 원더와 테일러 스위프트, 제이슨 데룰로는 빅뱅과 같은 일정으로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며 같은 무대에 오른다.
서머소닉에는 2001년 서태지, 2008년 넬이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바 있다.
mimi@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빅뱅, 日서머소닉 참가..스티비 원더와 한무대
-
“소개팅 자리에 나갔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어떤 여자 연예인이 제일 예뻐요? 유재석은 실제로 어때요?’ 이거예요.” 일하며 수시로 만나는 이들이 연예인이다 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연예가 소식을 묻기에 바쁘다. 류정희씨는 햇수로 9년차인 예능 방송작가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류정희씨는 ‘프로페셔널’ 기사가 실린 지난 잡지를 보고 있었다. 기자의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 답변을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누가 방송작가 아니랄까봐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 류정희씨는 대학 졸업 즈음 방송국 아카데미에서 방송작가 수업을 들었다. 이후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해피투게더 프렌즈> <뮤직뱅크> <상상플러스> 등 예능 방송에서 작가로 일했다. 현재는 Mnet에서 6월7일 생방송되는 <더 뮤지컬 어워즈>를 준비 중이다. 전날 새벽 3시까지 회의를 했다는 그녀를 Mnet 사무실이 있는 상암동에서 만났다.
[professional] 채널 돌아가는 소리 안 들리게 할 테야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올해 칸영화제에서 '엉클 분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쿨 감독이 오는 8월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한한다.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CinDi) 사무국은 위라세라쿨 감독을 영화제 아시아 경쟁부문인 '레드카멜레온'의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고 25일 밝혔다.이에 따라 위라세타쿨 감독은 오는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영화제 기간에 서울에 체류하며 아시아에서 출품된 디지털 영화를 심사한다.레드카멜레온 심사위원단은 세계 유명 감독 중 디지털영화 제작 경험이 있는 감독 5인으로 구성된다. 위라세타쿨 감독 외에 나머지 4명의 심사위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2000년부터 장편 영화를 찍기 시작한 위라세타쿨 감독은 2004년 '열대병'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6번째 장편 '엉클 분미'로 올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buff27@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칸 황금종려상 위라세타쿨 8월 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