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인 만큼 감독은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는 듯하다. 첫 영화 출연작인 만큼 박해미는 그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샤워하는 남자를 훔쳐보며 “맛있겠다”고 군침을 흘리는가 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무덤에서 삽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박해미의 과장스러운면서도 도도한 연기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신이의 섹시코미디 연기는 전작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색즉시공>에서 이미 보여준 것들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다이아몬드 반지 ‘순이’의 활용 방식이다. 맥거핀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반지를 좇는 코믹한 상황에만 집중한다. 세라와 라미, 그리고 광수가 반지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제대로 묘사되어 있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 점만 신경썼더라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실과 사람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내 남자의 순이>는 욕심이 너무 앞선 코미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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