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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독서라는 핵심 키워드를 공유하는 두권의 책이 나왔다. 도쿄대학 대학원 교수인 강상중의 <청춘을 읽는다>는 “내가 탐욕스레 읽었던 책 몇권을 노트 필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다. 재일한국인 2세의 청춘의 궤적을 알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이 그렇듯, 재일조선인 역사의 단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해주고, 그들의 눈으로 본 한국의 현대사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시간을 뛰어넘어 도쿄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T.K.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말하는 강상중의 목소리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최인훈의 <광장>을 말하는 유시민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책읽기가 자기 개발의 수단일 수도 있고, 남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한 주춧돌일 수도 있
[도서] 청춘이 책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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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디스 이즈 잇’은 2009년 7월, 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 50일간 예정됐던 마이클 잭슨의 네 번째 월드 투어의 공식 명칭이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하 <디스 이즈 잇>)은 지난 6월, 사망 며칠 전까지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진행된 공연 리허설 영상 모음집. 마이클 잭슨의 개인 소장용과 콘서트용으로 촬영된 영상이 포함된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구성하는 디렉터의 모습부터 뮤지션으로서 잭슨의 완벽하고 치밀한 모습까지 모두 담긴다.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자’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이 담은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전 세계 2주 개봉을 앞두고 이 작품은 의문을 남기고 죽은 잭슨처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팬들의 사정은 이렇다. 이 영상이 리허설 당시 고통을 호소하던 잭슨을 부추겨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한 공연 프로모터 AEG가 진실을 은폐하고 만든 영화라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팬들의
잭슨의 모든 것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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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때 호주로 입양된 루카스(박상훈)는 성인이 된 뒤 한국에 돌아와 생모를 찾지만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대구의 보육기관에서 잠시 머물렀다는 것 말고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사진작가이자 여자친구인 마리(박지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대구로 내려간 성찬은 며칠 동안 모녀가 운영하는 기괴한 여인숙에 머물게 된다. 비슷한 시각, 낙태 수술을 받다 병원을 빠져나온 10대 미혼모 소연(김예리)은 무작정 대구의 한 고시원에 기거하며 자살을 결심한다.
“언제까지나 이방인으로 살 수는 없지 않소.” 알베르 카뮈의 희곡 <오해>(1944)에 나오는 얀의 대사다. 어릴 적 집을 떠난 뒤 중년이 되어서야 가족을 찾은 얀은 두둑한 지갑을 내보이며 환대를 기대하지만, 어머니와 누이는 그를 망치로 때려죽인 뒤 수장(水漿)한다. 탕자를 기다리던 건 죽음의 만찬뿐이었다. <귀향>이 <오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카스의
한 가족의 비극적 여정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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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장혁), 민석(조동혁), 진혁(이상우)은 외로움에 치를 떠는 30대 도시남자들이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이들이 외로움을 버티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현우는 떠나간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대마초로 달래고, 진혁은 과거의 연인이자 민석의 아내인 수연(이민정)에게 집착하고, 민석은 섹스한다. 도시의 곳곳을 방황하던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결단을 내린다. 민석은 과거의 여자들을 통해 치유받으려 하고, 현우는 추억 속(혹은 상상 속)의 이상형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진혁과 수연이 은밀한 관계에 탐닉하면서 이들의 우정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펜트하우스’가 은유하는 공간은 증권사와 성형외과, 그리고 룸살롱이 많은 서울의 강남 일대다. 이곳에 사는 세 남자는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성공의 반대급부로 찾아온 허무함은 이들의 방황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단어다. 황폐화된 도시의 속내를 그린 영화들은 언제나 섹스와 환각의 당위를 허무함에서 찾곤 했다. <펜트하우스 코끼리
세 남자의 성장담을 그리는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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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사귄 남자에게 차인 진영(강혜정)은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져보기도, 천장에 끈을 묶고 목을 매보기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 타살을 가장한 자살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불발로 끝나고 만다. 의뢰를 받고 온 킬러 현준(신현준)은 자신이 죽일 사람이 들은 바와 달리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총 대신 욕을 한바탕 쏘아붙이고 간다. 자살은 실패했지만 진영과 현준의 만남은 계속된다.
영화의 첫 장면. 지하철 선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노닥거리는 여고생들 뒤로 수상한 모습의 여자가 보인다. 이 여자는 전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흘러나오자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몸을 던진다. 달리는 전차가 화면을 아찔하게 가로지르는 이 인트로는 보통의 영화라면 끔찍해야 할 장면이다. 일상을 거칠게 찢어발기는 뜻밖의 사고랄까. <킬미>는 이 장면을 어이없는 해프닝의 전조로 사용했다. 수
엉뚱하게 대책없는 영화 <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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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무, 배추 떠 있고, 식탁엔 김치꽃이 피었다. 이곳은 어디? 제1회 2009 김치대전이 열리는 현장은 아니고, 영화 <식객: 김치전쟁>의 촬영현장이다. 공기밥만 있었더라면 슬쩍 했을지도 모르겠다. 파프리카 김치, 오이롤말이 김치, 깻잎마늘 김치 등 이것이 과연 김치 맞나 싶은 것들이 김칫보에 다소곳이 담겨져 있었다. 김치도둑이 되어도 좋으니 꼭 한번 맛보고 싶었다.
10월22일 전라남도 광주시청 앞 야외무대에서 공개된 <식객: 김치전쟁> 현장은 그야말로 ‘김치성찬’이었다. 전편 <식객>의 바통을 이어받아 김치라는 소재로 다시 태어난 <식객: 김치전쟁>. 천재요리사 장은(김정은)과 정통파 식객 성찬(진구)은 춘양각을 둘러싸고 김치 경연대회에 참가해 승부를 가르기로 한다. 영화 속에선 총 세번의 김치 경연대회가 치러진다.
이날 공개된 장면(44신)은 ‘백의민족’이란 주제로 열린 첫 번째 경연대회 모습. 6번 테이블의 장은은 ‘콜라
[cine scope] 김정은 vs 진구, 최고의 김치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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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고 갑니다!” 제작부장의 말이 떨어지자 창 든 엑스트라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점심이라니. 꼭두새벽부터 촬영에 들어가서인가. 듣고 보니 관광객을 위한 농악대 공연 때문에 촬영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어서란다. 촬영장 바깥에선 한국민속촌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다. 연기 피어오르는 관아와 조선 의상을 입은 100여명의 엑스트라들은 그들에겐 더없는 진경이다.
정오부터 다시 시작된 34회차 촬영.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공동제작사인 타이거픽쳐스의 조철현 대표는 “왜란이 일어난 것이 1592년 4월인데 겨울에 찍게 생겼다”고 웃는다. 비행기 굉음, 가을 소풍 온 아이들의 비명, 공사 트럭 소음 때문에 이날 오후 촬영은 여러 번 중단됐다. 후시녹음을 해야겠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에 황정민이 “그럼 이번엔 전라도 사투리 하지 말고 경상도 사투리로 해볼까” 한다. “나도 표준어 말고 사투리 해야겄구먼.” 차승원도 농을 농으
[cine scope] 세상을 찌르는 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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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부터 화제가 된 <집행자>는 현대의 사형제도에 던지는 질문이다. 더구나 강호순 사건 등 최근 일어난 여러 천인공노할 범죄들과 맞물려 그것은 미묘한 지점에 서 있다. <데드맨 워킹>(1995) 혹은 공지영 원작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과 비교해볼지도 모르겠다. 이번호 ‘must see'를 참조할 것. 장자연의 마지막 영화라는 꼬리표가 더 익숙한 <펜트하우스 코끼리>와 의아하게도 주연배우 강혜정이 자신의 결혼식 날짜와 겹쳐 언론시사회에 불참한 <킬미>는, 각각 세 남자의 도시적 허무와 두 남녀의 황당무계한 코미디라는 욕심과 별개로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나는 영화다.
오히려 눈에 띄는 작품은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반가운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다. 2009년 7월, 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 50일간 예정되어 있던 마이클 잭슨의 네 번째 월드 투어의 공식 명칭이 바로 ‘디스
[금주의 개봉영화] 현대의 사형제도에 던지는 질문 <집행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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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관람자: 이강국, 이공현 등 헌법재판관 및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한양석
10월28일과 29일은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10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 기소를 받아들이며, 용산 철거민 7인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기록 3천여쪽의 비공개 방침에는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검찰쪽 주장만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듯한 이상한 판결이었다. 10월29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22일 국회의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처리 절차에 대한 권한 쟁의 심판 결과를 발표했다. 처리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안의 가결 선포는 ‘유효’란다.
두 결과 모두, 삼권분립에 기초한 사법부의 역할의 근간 자체를 의심케 하는 ‘정치적 쇼’에 다름 아니었다. 검찰이 기록을 숨기는 이유도, 한나라당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도 다 알겠지만 이왕지사 일
[시사 티켓] “난 모르는 사람이야,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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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시간에 떠도는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인근 일부 학교가 휴교한 탓이다. 동네 어린이집에도 ‘그저 걱정이 돼’ 애를 안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진다. 내게 신종 플루보다 더 무서운 건… 어린이집 휴원이거든. 흐헉.
일반 병원에서도 임상적 판단만으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할 수 있고, 이 처방전으로 모든 약국에서 약을 구하게 된 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왜 진작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거점 병원 지정·운영부터 항바이러스제와 백신 비축, 검사·치료비 부담, 우선 예방접종자 순서까지 보건 당국은 말 그대로 ‘재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가령, 4살된 내 딸내미에 앞서 요즘 날씨에도 반팔 입고 돌아다니는 저 중고생들이 먼저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내 딸내미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보다 우선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말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 상황에서 누가 먼저 접종받느냐
[오마이이슈] 고위험 의료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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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와 사무실이 밀집한 델리의 코노트 플레이스(Connaught Place) 지역에는 반경 500m 안에 세개의 극장이 들어서 있다. 리갈 극장과 플라자 극장은 각각 1932년과 1933년에 세워진 극장들로 조만간 팔순을 바라본다. 3년 전 문을 닫았다가 지난 9개월간 18억5천만원을 들여 새 단장을 마친 오데온 극장은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외모로 귀환하여 선배 극장들의 아성에 도전한다. 오늘의 관객을 찾아 나선 오데온 극장 앞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인지 주말 오후임에도 다소 한산해 보였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극장 앞에 서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딥티라는 아가씨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딥티라고 한다. 나이는 스물다섯살이고 방송통신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다.
-무슨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인가.
=엊그제 개봉한 <Wake Up Sid>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다. 친구와 자동차와 카메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델리] 나도 몰랐던 인도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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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간의 영화제 소식 중 가장 놀라운 소식은 부산영화제 입장객 수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로 열네 번째를 맞은 부산영화제는 회고전을 포함해 309편의 장편영화를 상영하는 역대 최대 규모였으나, 관객 수는 13% 감소한 17만3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올해 부산영화제가, 규모 면에서는 그 3분의 1에 불과했던 1996년의 부산영화제의 관객 수 18만4천명보다 더 적은 수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990년대 중·후반에 비교하여 세배 정도 그 규모가 커졌다. 그러면 왜 지난 14년간 관객 수는 거의 제자리에 머문 것인가? 2001년 당시 규모 최대였던 부산영화제의 관객 수는 14만3천명이었고 해운대로 영화제 상영장소를 확장한 뒤 서서히 증가해 지난해 관객 수는 20만명에 이르렀다.
부산영화제는 꼭 규모가 커야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산례를 보여주는 듯하다. 올해 콘크리트 정글인 센텀 시티로 확장한 뒤, 영화제는 예전 영화제를
[외신기자클럽] 작은 영화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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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vs 연평해전. 우연히도 같은 소재를 다루는 두편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제작을 선언했다. 2002년 6월 일어난 ‘제2차 연평해전’을 다루는 두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아름다운 우리>(가제)와 백운학 감독의 <연평해전>이다. 아이엠픽쳐스, 아이비픽쳐스, 오션드라이브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는 <아름다운 우리>는 본격 3D 실사 장편영화라는 점을 앞에 내세운다. 제작사이자 메인 투자사인 아이엠픽쳐스 관계자는 “각종 현물지원 등을 계산에 넣으면 총제작비 규모 200억원 정도가 들 전망”이라고 밝힌다. 서울무비웍스, KW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하는 <연평해전>도 15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를 지향한다.
두편의 영화가 동시에 제작을 발표하게 된 것에 대해 양쪽은 “상대방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개발해왔다”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우리>의 공동 제작사 오션드라이브엔터테인먼트의 양중경 대표는 “2년 동
[문석의 영화 판.판.판] 왜 갑자기 연평해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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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폭력에 관한 한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자유로울 순 없겠군요.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의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니콜 키드먼이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여성을 연약한 성적 대상으로 묘사, 여성 폭력 문제 심화에 일조했다고 일침을 가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0월2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여성 폭력 관련 청문회에서 ‘영화산업이 악역을 맡은 것인가?’라는 공화당 데이너 로라바커 하원의원의 질문에 대해 키드먼은 “할리우드가 성폭력 증가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맡아온 배역 역시 여성에 대한 잘못된 묘사를 해왔음을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녀 역시 할리우드 산업의 일원임을 생각해볼 때, 일종의 내부자의 발설이 된 셈이군요.
그러고 보니 남성에게 가려져 수동적인 역할에 그쳐야 했던 그녀의 역할들이 떠오르는군요. 배트맨을 뒷받침해줄 연인 닥터 체이스 메리디언으로 등장했던 <배트맨 포에버>나, 견딜 수 없는 노동과 성적 학대에 시달리는 여성
[월드액션] 니콜 키드먼은 왜 돈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