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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는 수정주의 서부극을 SF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수정주의 서부극이 인디언들을 우매하고 잔인한 약탈자로 규정한 기존 백인 중심 서부극의 영웅 서사를 해체했다면, <아바타>는 인디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와 세계를 받아들였던 더스틴 호프먼의 <작은 거인>(1970)이나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0)을 떠올리게 한다. 아바타로 거듭난 제이크(샘 워딩턴)가 네이티리(조 살다나)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늑대와 춤을>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주먹 쥐고 일어서’와 결혼하는 것과 닮았고, 제이크가 실제 자신의 육체와 아바타를 번갈아 오가는 설정은 <작은 거인>에서 인디언과 백인 사이를 여러 번 오가며 살 수밖에 없었던 더스틴 호프먼의 기구한 일생과도 겹친다. 또한 귀상어와 코뿔소를 합쳐놓은 것 같은 해머헤드떼의 질주를 보면서 <늑대와 춤을>의 버팔로떼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결정적으
<아바타> ‘리틀 빅혼’ 전투의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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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입체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입체에 방점을 찍는 입체영화(<블러디 발렌타인>), 또 다른 하나는 영화에 방점을 찍은 입체영화(<업>). <아바타>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이는 입체 효과가 적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철저하게 입체가 내러티브를 도와주는 데 사용되었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입체라는 목표를 위해 다른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배치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 정도만 입체를 사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
<아바타>의 입체는 ‘판도라’라는 판타지 세계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곳은 신화적 공간이며 로맨스와 교감, 자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고 주인공 제이크가 자신을 버리고 아바타가 되어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세계다. 감독은 이런 세계를 묘사하는 데서 주인공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낯설고 위험하지만
<아바타> 내러티브를 업시킨 입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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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크리처 디자이너 웨인 발로는 증언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을 만들면서 이미 <아바타>의 세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카메론은 판도라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모양과 속성도 이미 기본적인 컨셉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지상 생물은 여섯개의 다리로 달리고, 공중 생물은 네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그들은 물고기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또한 각각의 생명체들은 판도라라는 행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나비족은 일종의 말이나 비행 생물을 탈 때 그들의 머리카락 끝에 달려 있는 촉수와 생물들의 촉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교감한다. 주요 스탭들의 말을 통해 판도라의 중요한 세 가지 프로덕션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자.
자동차 디자인과 판도라 생명체들
제임스 카메론은 “끝내주게 매끄럽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디자이너들에게 요구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현존하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디자인에 기반해 생물
<아바타> 현존하는 것에서 탄생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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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의뢰를 받으면, 장르 내부의 사람들은 그 작품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진부한지 설명할 의무감을 느낀다. 그것은 그 진부함 때문에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진부함의 정도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장르 내에서 그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놓고 보면 <아바타>는 아주 안전한 영화다. 어느 정도냐면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전통적인 사이버펑크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영화라는 뜻이다. 우선 외계 생물의 몸을 조종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는 폴 앤더슨의 <콜 미 조>에서 이미 사용되었고 그 때문에 표절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미지의 행성을 체험하는 이야기는 그외에도 많은데, 클리포드 시막의 <도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아바타>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것은 지구인을 악역으로 놓고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
<아바타> 기계문명의 매혹 또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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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자아의 형태’를 뜻하는 이 산스크리트어 낱말은 수육(受肉), 말하자면 신이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이 땅에 내려오는 힌두교의 용어다. 크리슈나는 비슈나 신의 여덟 번째 아바타, 예수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야훼의 아바타라 할 수도 있다. 이 신학적 용어에 오늘날과 같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사이버펑크 소설 <스노우 크래쉬>(대교북스캔 펴냄)다. 오늘날 이 용어는 컴퓨터게임이나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를 대리하는 가상의 신체를 가리킨다.
인간과 나비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생명체
하지만 영화 <아바타> 속의 아바타는 그저 가상공간을 부유하는 유령이 아니다. 그것은 육체를 가지고 현실공간에서 활동한다. 판도라 행성의 물리적 세계 속에서 제이크 설리를 대리하는 생명체는 이른바 ‘현실세계 아바타’(real world avatar)다. 가령 3차원 홀로그램으로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스타워즈>의 공주를 생각해보
<아바타> 포토와 시네마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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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귀환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12년 만의 극영화 <아바타>가 지난 12월17일 개봉했다.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아바타>는 왕의 귀환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다. <아바타>의 가장 눈에 띄는 혁명은 3D 입체와 디지털 액터, CG 기술의 진화다. 이에 감화된 스티븐 스필버그조차 2011년 개봉작 <탱탱의 모험>에서 카메론의 새 발명품을 모조리 끌어들일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영화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2시간40분 동안 관객을 아바타의 몸속으로 채워넣는 이 무시무시한 향정신성 테크놀로지 마약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진중권, 듀나, 최익환 감독을 비롯한 필자들이 각각의 주제로 <아바타>를 읽었고 프로덕션의 면모들을 살짝 들추어봤다.
제임스 카메론은 대사를 정말 못 쓴다. 아니다. 정정하자면 카메론은 대사를 정말로 카메론답게 쓴다. 그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타이타닉>의 “나는 세상의 왕이다”
12년 만에 귀환한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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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용준이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UN 기후협약 ‘Seal the Deal’ 캠페인에 7,000 여명의 한국인이 서명을 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용준은 지난 11월 유넵한국위원회(UNEP National Committee for the Republic of Korea)의 요청으로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협약 총회를 앞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공익영상 나레이션에 참여했다.
이번 영상은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녹색성장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지난 11월 25일 영상이 공개 된 이후 공식 사이트의 한국인 서명자 수가 2주 만에 30배가 넘는 증가를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배용준이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Seal the Deal’ 캠페인 영상은 네이버 해피빈(http://happybean.naver.com/together/PlaningSpecialEditionView.nhn?plng_spet_artcl_
배용준의 힘, UN 기후협약 서명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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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우치> 이런 해리성 장애 요괴들을 보았나!
[정훈이 만화] <전우치> 이런 해리성 장애 요괴들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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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는 음식을 살리고, 좋은 양념은 미각을 살린다. 유럽 사람들은 영국이나 독일 사람들이 요리를 못하는(?) 이유를 재료보다는 양념에 어둡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뒤집으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이 맛있는 건 양념 덕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두 나라에서 쓰는 양념이라는 게 원래 그 땅에서 나온 게 별로 없다. 대부분 소아시아와 중동 출신이다. 그 양념이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땅도 당연히 그 지역에 있다. 바로 터키다.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그리스와 터키를 넘나들며 양념의 문화사를 으깨고 배합해서 맞춤하게 관객에게 내놓는다. 그 배합의 비밀 레시피는 물론 ‘사랑’이다. 따스한 동화 같은 구성과 꼬마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끌고 가는 영화가 <시네마 천국>을 닮기도 하였다. 그리스말인지 터키말인지 모르겠으되, 꽤 매력적인 언어의 대사도 맛깔스럽다.
1959년의 이스탄불. 양념상을 하는 할아버지를 둔 소년 파니스는 부모와 함께 그리스로 강
[그 요리] 양념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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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즉 방어율은 투수가 자신의 실책으로 잃은 점수를 매 경기 단위로 환산한 기록이다. 28년의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평균자책점 부문의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이가 바로 선동열. 통산성적 1.20으로, 이것은 말하자면 9회 내내 공을 던져서 1점 남짓의 점수만을 상대에게 주었다는 얘기다. 1~2년의 기록이 아니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마운드를 지킨 11년 동안 상대팀은 게임당 평균 2점도 뽑지 못했다. 그 11년간 선동열은 소속팀 해태 타이거즈의 수호신이었고, 상대팀에는 패배의 아이콘이었으며, 성적이 좋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학사경고 학점의 대명사였다.
레전드로 남은 영광스러운 선수 생활을 뒤로 한 지도 어언 10년. 이제 지도자로 야구 인생의 제2장을 써가는 선동열 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그 전설의 프리퀄을 스크린에 담았던 김현석 감독이 만났다. 다소 의외였지만, 영화 <스카우트> 개봉 이후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 한국
[talk show] 그때 투수들은 헝그리 정신이 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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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만 손오공처럼 둔갑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임수정도 <전우치>에서 구미호처럼 수차례 변신한다. 카메라가 과거와 현재를 어지럽게 횡단하지만, 전우치는 전우치고 초랭이는 그대로 초랭이다. 하지만 임수정은 보쌈당한 과부였다가 혼쭐나는 스타일리스트였다가 무법의 악당으로 변하는 다색다종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제작사에 먼저 요청했어요.” 뒤늦게 안 사실. 변신을 더욱 갈망했던 건 <전우치>의 서인경이 아니라 임수정 자신이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먼저 아는 척을 잘 안 한다”는 사진기자의 귀띔은 아무 소용없었다. 새침한 구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우치처럼 부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임수정은 독심술이라도 지닌 양 묻기도 전에 답했다.
-쉽게 말 걸기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변한 건가. 뭘 물어보나 걱정도 했다.
=많이 안 물어봐도 된다. 사는 이야기 하면 되지, 뭐. 나이 들면서 얼굴이 두꺼워졌나 보다. 사적인 자
[임수정] 이젠 내 것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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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다리 하나를 고쳐준다는 말에 어딘지도 모르는 행성까지 가서 죽을지 모르는 임무에 뛰어들다니, 역시 해병대다워요.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군요.
=한 가지만 정정하지요. 행성이 아닙니다. 판도라는 위성이에요. 달이나 유로파 같은 위성 말이에요.
-과학자 다 되셨구려. 아무튼 조금 궁금한 게 있어요. 아바타 같은 인공 생명체를 그토록 짧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기술을 가진 문명이라면 당연히 당신 두 다리 정도는 금방 고쳐야 하지 않나요?
=이 양반이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구먼. 그럼 대체에너지 개발했다고 다들 석유는 그만 푸나요? 로봇 관절 개발했다고 전세계 모든 장애인들이 로봇 팔다리 달고 다니나요?
-그… 그렇지는 않지요.
=문제는 돈입니다. 기술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합니다. 실용화도 빠른 편이에요. 그러나 신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21세기 중반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의약품을 조달하
[가상 인터뷰]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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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5분 늦겠다고 연락이 와서는 제 시각에 도착했다. 그렇게 이홍 작가는 첫 만남부터 대략 어떤 ‘디테일’을 지닌 사람일지 짐작이 갔다. <걸프렌즈>의 세 주인공 중 누구와 특별히 닮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마치 그들 모두를 보듬고 있는 언니처럼 사려 깊고 야무지며 차분한 사람이었다.
한 남자를 공유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 <걸프렌즈>는 이홍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자체도 여성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거기에 <싱글즈>(2003) 노혜영 작가의 각색을 거치면서 더 톡톡 튀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2007년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이제 막 들뜬 마음으로 두 번째 장편 <성탄 피크닉>을 내놓은 이홍 작가를 만났다.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던 날이 기억나나.
=작품을 내고 기다리면서 투고자들은 대략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다. 그런데 예상한 날로부터 한참 지났는
[spot] 영화가 원작을 보완해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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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SF&판타지 팬들의 새로운 여신 등극!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하 <스타트렉>)과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이 두편이면 말 다했다. 지금까지 출연작은 제법 많았지만 <크로스로드>에선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선 키라 나이틀리에게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조 샐다나에게 2009년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이건 21세기형 여전사의 탄생이다. 시고니 위버나 린다 해밀턴과의 비교는 당치 않다. 혹은 케이트 베킨세일이나 안젤리나 졸리와도 다르다. 조 샐다나는 ‘형’ 소리가 절로 나오는 무시무시한 근육질을 휘두르거나, 과도한 섹시미를 내뿜으며 남자들을 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녀가 (액션신이 없던 <스타트렉>을 빼고서라도) <아바타>의 네이티리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우아함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로 다져
[조 샐다나] 21세기 여전사는 우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