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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12일 오후 2시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두 남자, 국정원 요원 한규와 남파공작원 지원.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하게 되는데..적 인줄만 알았던 두 남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원에게 6년 전 그날처럼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게 되고 한규와 지원은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100자평
탈북자(혹은 간첩)의 감정을 이주노동자의 그것으로 치환시켜 쌓아올린 정서가 제법 큰 진폭을 만들어낸다. 군데군데 원맨쇼를 펼치는 송강호의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반갑고, 강동원은 고지식하면서도 인간적 매력이 풀풀 풍기는 캐릭터다. 마치 <맨 인 블랙>
송강호, 강동원의 의리의 사투 <의형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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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래로 ‘새로운 영화보기’를 내세운 서울의 문화학교 서울, 서울시네마테크, 하이퍼텍나다, 일주아트하우스, 전주의 온고을 영화터, 광주의 영화로 세상보기, 청주의 씨네 오딧세이, 제주의 씨네 아일랜드 등 전국의 젊은 영화 애호가들이 주축이 된 시네클럽이 성장해 지금의 시네마테크가 됐다. 이미 한국의 시네마테크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1999년 부산은 처음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설립해 시네마테크가 상영관과 교육시설을 갖춘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전까지 시네마테크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2002년 전국적인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조직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설립됐고, 같은 해 서울에도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했다. 시네클럽의 활동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뒤였다. 개관 이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3천편이 넘는 영화가 상영됐고 40만명의 관객이 영화와 새롭게 만났다. 5주년을 맞는 ‘시네마테크
언제 또 쫓겨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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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주년을 맞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맞이해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감독이 모였다. ‘늘 보는 얼굴들’이라며 서로 식상해하지만 이들만큼 그간 시네마테크에 애정을 쏟아온 감독들도 드물다. 이들은 자신의 추천작 얘기를 시작으로 시네마테크의 ‘지속 가능한 상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현재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고 안정적인 공간 확보, 서울시의 예산 확보,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비전을 꿈꾸며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영화인들과 함께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시네마테크 건립 추진위)’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15일(금)에는 이들 외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명세·최동훈·정윤철·윤제균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과 안성기, 강수연 등의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추진위원회
인구 천만 서울에 전용관이 없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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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심한다. 유년의 독서와 달리 어른이 되고 나서 읽은 책들의 기억이 쉽게 휘발되어버리는 이유는, 그 책들에 삽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내게 도도새의 생김새를 가르쳐준 교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가 존 테니얼이었고, ‘푸시미펄류’라는 머리 둘 달린 동물의 이상야릇한 이름을 여태 외는 건 순전히 <돌리틀 선생님 항해기>(그때는 ‘두리틀’이 아니라 ‘돌리틀’이었다!)의 작가 휴 로프팅의 그림 덕이다. E. H. 셰퍼드가 그린 곰 푸우와 아기돼지의 뒷모습이 아니고서야 <위니 더 푸우>의 ‘백 마지기 숲’은 그렇게 다정한 장소가 될 수 없었을 터다. <꼬마 니콜라>에 북적대는 많은 인물들의 성격을 구별할 수 있는 건 장 자크 샹페 화백의 공적이다. 이 삽화들은 내가 아는 한 타임머신에 가장 가까운 물건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잃어버린 낙원의 오후로 데려다준다. 이탤릭체 외래어들의 이국적 유혹, 점자처럼 뒷면에 배긴 조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삽화는 쿠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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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제목이 길어요?”
그렇게 물어봤더랬다. 그 제목엔 수식이 많았다. 시의 한 구절을 뚝 떼온 것 같았다. 세개의 명사, 하나의 동사, 또 하나의 형용사로 이루어진, 열 글자가 훌쩍 넘는 긴 문장. 그것이 L의 영화제목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직전에 만든 단편영화 또한 열다섯 글자에 육박하는 화려한 제목을 자랑했다. 이 작명의 법칙이 반복되는 것이라면, 거기엔 필시 사연이 있으리라. L은 말했다. 워낙 설명없고 대사없는 영화를 만들다 보니 제목이라도 길게 지어야 덜 허전할 것 같다고. 수습기자 시절 인터뷰차 만났던 수습감독의 영화 이야기다.
1년간 편집팀에서 일하면서 이 에피소드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감독이 이 기분이었던가. 제목을 뽑을 때마다 좀더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베수비오 화산처럼 흘러넘치는 거다. 기사의 주제를 압축하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명사, 형용사, 부사들이 나약한 마음속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오픈칼럼] 편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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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는 벌써 많이 말해졌고 앞으로 더욱 많이 말해질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바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각 체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있으며, 21세기 영화는 이 새로운 체험을 두고 그것의 산업적 유용성과 미학적 가치를 판별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될 것이다. 물론 논쟁도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어떤 논의도 잠정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아바타>를 지지하지 않은 소수에 속한다. 그 근거에 대해 말하려 한다.
‘수정주의 서부극’라는 불분명한 정의
먼저 한 소수자의 체험담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소설가 김중혁은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썼다(<씨네21> 735호). 그는 놀라지 않았다. 오래전에 착상되고 현실화된 3D의 기술을 좀더 ‘실감’나게 만들었다는 것 외에 이 영화에서 새로운 게 없으며, 무엇보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논점으로 좁혀진다.
[전영객잔] 놀라운 현실감 갖춘 퇴행적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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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실재한다. 상상이란 언젠간 실행 가능할 현실의 계획표이며 현존하는 모든 정보의 재조합이다. 때문에 우리는 애초에 전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일찍이 제임스 카메론이 <어비스>에서 구현한 매끄러운 구체의 수중 창조물은 지시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인 것이었지만 지각적으로는 사실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명과 물결의 패턴 같은 질감 정보가 세밀하게 조합되면서 수중 깊숙이 존재한다고 가정된 이 허구의 대상은 시각적으로 뚜렷한 사실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을 사실처럼 인식하도록 하는 근거 또한 우리가 이미 아는 물리법칙과 다양한 생물, 사물들에 관한 지각적 정보에서 출발한다. 자동차 디자인과 수중생물의 이미지를 결합했다는 판도라의 흥미로운 생물들은 새롭고 자극적이지만 ‘있을 법한’ 상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글은 단 한번도 새로운 적이 없었다는 카메론 영화에 관한 평가
[영화읽기] 재현하지만 체현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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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은, 지긋지긋하게 운이 없어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픈 누군가가 절박한 심정으로 만들어 낸 발명품이라고 굳게 믿는 나지만, 워낙 문구류를 좋아하다보니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자석에 이끌리듯 문방구로 빨려들어가 새 다이어리를 사고야 만다. 문제는 한해가 열두달이나 된다는 것이고(심지어 365일!), 내 끈기는 그리 강하지 못하다는 점인데, 새롭게 품은 마음은, 3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책꽂이 한구석에는 쓰다 만 노트와 다이어리들이 가득 쌓여 있고 대부분 앞쪽만 빼곡하게 메모가 되어 있다. 쓰다 만 노트야 두고두고 쓸 수 있다지만 날짜가 박힌 다이어리는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2009년에는 아예 다이어리를 사지도 않았고, 연수군이 추천해준 아이포드 터치의 어플리케이션 ‘데일리 트래커’에다 모든 영화감상을 적어두었는데, 망할, 10월 즈음에 프로그램이 리셋되는 바람에 그 모든 메모를 날려버렸다. 영화를 볼 때마다 별점을 매기고 20자 정도의 평을 써두었기 때문에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영화 보며 귀 후비는 고요한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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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루카(실비오 올랜도)와 그의 아내는 매일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이혼을 결심한다. 이들의 딸인 줄리아(크리스티나 카포톤디)는 해외로 회사 발령이 나 남자친구와 떨어져 있게 된다. 판사의 친구 세르지오(클라우디오 비시오)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다가 전 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혼을 앞둔 엘리사(클로디아 게리니)는 주례를 맡은 신부가 그녀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파우로(파비오 디 루이지)는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라는 협박을 받는다. 천재 아이들을 둔 부부는 서로 아이를 맡지 않기 위해 양육권 문제로 다툰다.
서로 관계가 얽힌 여러 커플의 러브스토리. 여기까지만 들어도 당장 <러브 액츄얼리>가 떠오른다. 비슷한 설정의 대표작이 존재한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관객은 좀더 친근하게 새 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가차없이 팽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브 액츄얼리> 이후 우후죽순 쏟아
서로 관계가 얽힌 여러 커플의 러브스토리 <애프터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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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쑨원이 혁명가들과 비밀리에 모임을 갖기 위해 홍콩에 도착하고 수백명의 청나라 자객이 그를 암살하기 위해 홍콩에 잠입한다. 이를 알게 된 한 교수(양가휘)는 오랜 친구이자 대부호인 리유탕(왕학기)을 설득해 쑨원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뛰어난 무술실력을 갖춘 도박꾼(견자단), 대부호의 충성심 깊은 인력거꾼(사정봉), 전설의 고수인 걸인(여명) 등이 합류해 쑨원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대를 결성한다.
홍콩영화 중에는 감독의 이름을 들었을 때 대충 한수 접고 봐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왕가위, 두기봉, 진가신, 허안화, 관금붕처럼 아주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박스오피스에서 적당한 성적을 거두며 가끔 수작을 만들기도 하는 감독들의 리스트다. 그 감독들이란 대표적으로 이인항(<맹룡> <삼국지: 용의 부활>), 진덕삼(<퍼플스톰> <엑시덴탈 스파이>), 진가상(<메달리온> <화
중국산 블록버스터 <8인: 최후의 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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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 뉴올리언스. 티아나(애니카 노니 로즈)는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뛰며 돈을 모은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테렌스 하워드)의 꿈이었으며 이제는 그녀 본인의 목표가 된 뉴올리언스 최고의 레스토랑을 열기 전까지, 그녀에겐 연애할 시간도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악한 부두마법사 파실리에(키스 데이비드)에게 휘말려 개구리로 변해버린 나빈 왕자(브루노 캠포스)를 마주친다. ‘키스 한번이면 개구리가 왕자로’ 공식을 믿고, 티아나는 나빈에게 키스하지만… 세상에나, 이번엔 티아나까지 개구리로 변해버렸다!
디즈니는 2004년 <카우 삼총사>가 작품성에서도 흥행에서도 큰 실패를 맛본 이후 2D애니메이션의 끝을 선언하고 3D애니메이션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월드의 창조자이자 <몬스터 주식회사> <월·E> <업> 등의 제작자로서 3D애니메이션계 총아였던 존 래세터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5년 만에 새롭게
우리가 좋아했던 바로 그 ‘디즈니’ <공주와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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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박영규)은 아직도 10년 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마크 일당이 떠난 이후, 그의 주유소는 동네 폭주족들의 놀이터가 됐다. 복수를 다짐한 박 사장은 급기야 주먹깨나 쓰는 아이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리더 격인 원펀치(지현우)는 센 주먹을 가졌고, 하이킥(조한선)은 언제나 발길질부터 해놓고 사태를 파악하는 전직 축구선수다. 주체 못하는 힘을 자랑하는 들배지기(문원주), 실제 실력보다 요란한 구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야부리(정재훈)도 주유소의 보디가드다.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췄지만, 문제는 월급도 제때 안 주는데다, 온갖 인권유린을 일삼는 박 사장이다. 참다 못한 원펀치 일당은 그에게 반기를 들고 주유소를 점령하려 든다.
이번에도 주유소는 다짜고짜 털린다. 과연 <주유소 습격사건>의 속편다운 오프닝이다. 전후 사정을 봐주지 않는 과격한 소동이 1편이 지닌 웃음의 원천이었으니 말이다. <귀신이 운다>와 <권순분 여사 납
다시 ‘무데뽀’의 세계로 돌아온 <주유소 습격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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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볼 수 없는 꼬마 영광이는 병상에 누워 있는 누나를 위해 근사한 산책을 제안한다(<산책가>). 반지하 방에 사는 오누이는 흉측스런 몰골을 한 수상한 남자들의 침입에 당황한다(<남매의 집>).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남자는 돈을 내놓으라는 낯선 소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혼란스럽다(<아들의 여자>). 강력계 형사인 태주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잠복근무를 하다 봉변을 당한다(<잠복근무>).
<산책가>는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 강을 건너는 형제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시각장애우인 영광은 잡동사니를 모아 모조 세상을 만들고, 누나는 손으로 가짜 세상을 더듬으면서 행복을 느낀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뒤섞은 단편애니메이션. 미리 말하지만, 두 남매의 짧은 산책을 통해 감독이 환기하고 싶은 건 우애가 아니다. <산책가>는 온전한 몸을 지녔으나 실제 감각은 마비된 ‘정상인’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
눈여겨볼 만한 옴니버스 영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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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만한 작품은 옴니버스영화 <사사건건>과 디즈니의 2D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다. 장애우 영광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누나를 위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촉지도로 만든 <산책가>는 지난해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단편 중 하나이며, <아들의 여자> <남매의 집> <잠복근무> 또한 한국영화의 미래라고 할 만한 감독들의 작품이다. 다만 네편을 하나로 꿰맞출 수 있는 일관성을 찾기란 힘들다. <공주와 개구리>는 이번호 기획기사를 참조할 것.
<8인: 최후의 결사단>은 견자단 외 사정봉, 양가휘, 임달화, 판빙빙, 이우춘 등 중화권 특급스타들이 총출동한 무협 블록버스터다. 과거 홍콩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거대 세트가 볼거리다. <주유소 습격사건2>는 예상되는 난점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애프터 러브>는 유머가 강화된 이탈리아
[금주의 개봉영화] 눈여겨볼 작품 옴니버스영화 <사사건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