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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월드컵의 열기를 뒤로한 채 여름이 시작됐다.
이무영 감독의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의 촬영 현장 B컷.
이무영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박찬욱, 이현승, 허진호 그리고 채은석 감독이 모였다.
[ARCHIVE] 현장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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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4년차 배우 김희정은 스타일리시하고 강한 모습 안쪽에 자리 잡은 멜로드라마적 재능을 발휘해보길 기다리는 여전한 초심의 배우다. <라방>에서 가진 것이라곤 의욕뿐인 취준생 동주(박선호)에게 연인 수진(김희정)은 유일한 낭만이자 이상을 허락하는 존재이고, 수진은 곧 불법 성착취 라이브 방송의 피해자가 되어 여러 폭력적인 시선 속에 ‘대상’으로 놓인다. 민감한 주제와 극 중 딜레마라는 난제를 받아든 배우 김희정은 수진이 사랑하고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그리고 인물이 작품의 무게중심을 제쪽으로 당겨올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린 뒤, <라방> 속 승패 구도를 뒤집는 코너킥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간을 담담히 소화해낸다.
- <라방> 시나리오는 어떻게 봤나.
= 빠르고 쫀쫀한 전개 덕분에 이야기 자체에 몰입해 재밌게 읽었다. 독자일 때는 나 또한 동주의 시선을 따라갔다. 수진만 놓고 보면 고민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인터뷰] 연기의 타이밍, ‘라방’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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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여자 친구 수진(김희정)의 싸움이 시작된 건 동주의 친구가 그에게 불법촬영 라이브 주소를 보내면서부터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해보지만 수진은 이미 마음이 돌아선 듯 냉담하기만 하다. 불법촬영 라이브 방송은 어느새 수진을 위협하며 동주의 숨통을 조여온다.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루갈>, 영화 <챔피언> 등으로 대중 앞에 나선 배우 박선호는 동주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드러내며 우리가 놓친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긴장감 높은 추격전을 생생히 그리기 위해 박선호는 동주의 모든 감정을 나노 단위로 분석했다.
- 동주는 수진이 불법촬영 라이브 방송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감정 변화가 가장 역동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지점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했나.
= 처음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겁이 많이 났다. 동주가 느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작품 특성상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보
[인터뷰] 평범함을 파고들다, ‘라방’ 박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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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겨자색의 터틀넥 니트와 비비드한 청록색 재킷, 얼굴이 보일 듯 말 듯한 가면까지 젠틀맨은 독특한 캐릭터성을 앞세워 구축됐다. 사이버 성범죄를 죄책감 없이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하며 사람들의 돈을 얻어내는 그의 악랄함과 능글맞음은 박성웅의 표정과 말투를 만나 생동감을 얻는다. “나도 내가 이렇게 겨자색이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는 그의 농담 섞인 자찬은 스튜디오를 금세 활기 넘치게 했지만, 영화의 주요 메시지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양보 없는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배우 박성웅이 담은 <라방>의 진의를 함께 나눴다.
- 사이버 성범죄를 라이브로 중계하는 젠틀맨 역을 맡았다. <라방>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 <오케이 마담> 이후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 이사와 인연이 닿았다. 이후에 최주연 감독의 작품을 소개받았는데 사실 내가 여성감독과 제대로 작업한 경험이 많지 않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만큼 여성감독으로서 더 디테일하고 감수성
[인터뷰]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 ‘라방’ 박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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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동주(박선호)가 친구들과 별다른 죄책감 없이 주고받던 불법 라이브 방송 링크는 악성 코드와 함께 자동적으로 실행되고 만다. 그 안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동주의 연인 수진(김희정)의 모습. 가면을 쓴 악랄한 젠틀맨(박성웅)은 약물로 수진을 잠재운 후 사이버 성범죄를 생중계하려 한다. 동주는 어떻게든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온라인상의 절대적인 권력을 쥔 젠틀맨은 쉽게 멈추지도, 쉽게 잡히지도 않는다. 불법 촬영, n번방 등 현실 속 디지털 성범죄 이슈를 연상시키는 <라방>은 범죄자뿐만 아니라 이를 조용히 지켜본 소비자 또한 가해자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라방>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라는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며 현실과 맞닿은 연결 고리를 완성한 배우 박성웅, 박선호, 김희정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라방> 박성웅, 박선호, 김희정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라방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라방' 박성웅, 박선호, 김희정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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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RRR>
몇번을 보고 또 봐도 참 좋은 영화. 혹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된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은 작품. 힘 대 힘을 이룰 가상 캐스팅이라면? 마동석 VS 조진웅.
와인 ‘오퍼스 원’
선물로 받은 좋은 와인 한병이 있다. ‘드라마 첫방 때 마셔야지’, ‘시청률 5% 넘으면 마시는 게 어때?’, ‘ 7%…’, ‘좋아! 10% 넘기면 무조건 마신다’, ‘종방연 때 마셔야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머릿속에서만 수없이 오픈되고 디캔팅된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와인 한병. 잘 뒀다가 다음 작품 시작하는 날 마셔야지!
샐러드
2020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정확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쁜 엄마> 작업을 하며 얻은 것. 드라마 장르에 대한 이해,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그리고… 체중 15
[LIST] 배세영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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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사가 자기 돌봄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생활의 진입장벽은 높다. 시간과 공간 등 모든 것은 비용과 직결되고 기술과 경험의 부족은 의지를 떨어뜨린다. 밥은 잘 먹고 사는지 들여다보고 도와줄 주변인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만 18살이 지나 독립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밥상은 너무 멀리 있다. 돈을 아끼려 인스턴트 식품을 쟁이고, 상한 음식을 냉장고에 방치하고,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느라 끼니 같은 건 대충 때우기도 한다. KBS1 <장바구니 집사들>은 이들에게 주 1회 건강한 식재료가 담긴 장바구니를 후원함으로써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독립하면서 경험하는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은 지난 몇년 사이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된 바 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문제를 비롯해 공과금 납부 같은 생활 정보를 알지 못해 곤란을 겪거나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장바구니 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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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웨이브, 시리즈온, 티빙 ▶▶▶
<길복순>의 전도연과 설경구 조합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이다. 박흥식 감독의 2000년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두 배우의 사이는 살벌함 없이 평범하다. 30대 설경구가 결혼하고 싶은 은행원 봉수를, 20대 전도연이 그런 봉수를 짝사랑하는 학원 강사 원주를 연기한다. 주인공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축하고 에피소드를 섬세하게 매만진 각본과 감성 풍부한 연출이 돋보인다. 일상 속 조금 특별한 순간이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금의 카리스마 대신 수줍은 미소를 장착한 젊은 시절 두 배우의 담백한 멜로 호흡이 빛을 발한다.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시즌2
왓챠, 웨이브 ▶▶▶▷
‘걷고 먹고 멍 때리는’ <박하경 여행기>가 취향에 맞는다면 이 시리즈를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2022년작 <오늘 밤은
[OTT 추천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시즌2’ ‘와일드 로즈’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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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감독 스티븐 윌리엄스 / 각본 스테파니 로빈슨 / 촬영 제스 홀 / 출연 켈빈 해리스 주니어, 사마라 위빙, 루시 보인턴 / 플레이지수 ▶▶▷
대뜸 대중 앞에 나타나 바이올린 실력으로 모차르트를 눌러버리는 이 프랑스 남자는 누구인가. 그의 이름은 조제프 볼로냐(켈빈 해리스 주니어), 흑백 혼혈인이다. 어릴 적에도 재능을 선보인 적 있다. 파리 일류 음악 아카데미 원장, 입학하러 온 자신의 검은 피부색을 탐탁지 않아 하던 백인 앞에서 말이다. 다 커서는 활이 아닌 칼로도 사람을 놀라게 한 적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그의 또 다른 직업은 펜싱 선수다. 예술 분야에 공헌한 인재에게 내려지는 ‘슈발리에 드 생 조르주’라는 작위까지 받았으나 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목표한 파리 오페라의 지휘자가 무난하게 될 거라 자부하던 결과 발표날, 흑인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는 반대에 부딪힌다.
<슈발리에>는 확고한 목표 지점을 향해 돌진하는 영화다
[OTT 리뷰] ‘슈발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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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갖춰진 ‘바비랜드'. 이곳에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바비(마고 로비)와 친구들은 바비랜드에서 매일 파티를 열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비는 자신의 삶이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항상 하이힐을 신은 채 높이 들려 있던 뒤꿈치가 땅바닥에 닿기 시작했고 전처럼 건물 1층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올 수도 없다. 이같은 일들은 현실 세계와 연결된 바비랜드의 포털에 균열이 생기며 발생했다. 진실을 파고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바비는 엉겁결에 켄(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여정을 시작한다. 들뜬 마음으로 인간 세계에 도착했으나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이들을 맞이할 뿐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는 ‘현실 세계에 바비가 나타난다면?’이란 질문에 상상력 넘치는 해답을 제시한다. 마고 로비가 제작과 주연을 겸했으며 라이언 고슬링과 각각 바비, 켄으로 분한 모습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핑크톤의 바비랜드와 낮은 채도의 현실 세계. 상반된 두 세상에 힘
[Coming soon]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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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츄어리>의 예고편만 보면 그저 그런 에로틱 스릴러 영화 같다. 1992년작 <원초적 본능> 이후 끝없이 이어졌던 아류작이 상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든 독특한 작품이다. 5월 중순부터 미국에서 한정 개봉되고 있는 <생츄어리>는 신예 감독 재커리 위곤이 연출을 맡았고, TV시리즈 <홈커밍>의 크리에이터인 미카 블룸버그가 시나리오를 썼다. 마거릿 퀄리(레베카 역)와 크리스토퍼 애벗(할 역)이 주연을 맡은, 연극에 가까운 2인극이다. 특히 퀄리는 이 작품의 책임 프로듀서도 겸했다.
고급 호텔 방을 배경으로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촬영 기간도 18일밖에 되지 않은 독립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명의 캐릭터가 섹시함을 배제한 채 성적인 요소로 충만한 대화로 신경전을 펼친다. 같은 장소에서 대화만 이어지면 지루할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통 튀는 대사와
[뉴욕] ‘생츄어리’ 호평 속 상영, 이토록 복잡한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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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전쟁이 끝나가는 걸까. 모든 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중단하고, 콘텐츠의 투자수익(RO: Return On Investment)을 증가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넷플릭스는 절대 HBO와 같은 콘텐츠를 못 만든다고 했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비독점으로 넷플릭스에 콘텐츠 유통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은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WBD가 자체 플랫폼 이외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월부터 미국의 광고 기반(FAST/AVOD) 플랫폼인 로쿠와 투비(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들이 로쿠와 투비에 콘텐츠를 공급한 것은 경쟁 카테고리가 다른, 완전한 광고 기반 OTT 서비스였기 때문인데, 넷플릭스는 WBD와 동일한 유료 구독 기반이고 현재도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HBO 콘텐츠 넷플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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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3일 개막 예정이었던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가 개막일을 하루 늦췄다. 영화제측에 따르면 영화제 기간 변경 사유는 인천특별시의 프로그램 검열에 따른 내부 재정비에 있다. 지난 6월17일 영화제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영화제 담당 부서인 인천시 여성정책과가 보조금 지원을 앞두고 영화제 상영작 검열과 퀴어영화 배제를 요구했으며 이같은 “차별적·혐오적 행정을 취한 인천시의 지원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제측은 백보옥 인천시 여성정책과장이 “아이들이 동성애를 트렌드처럼 받아들이고 잘못된 성인식이 생겨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인천시가 지원하는 영화제에선 상영할 수 없다”는 말을 유선으로 전했고, 뒤이은 문화복지정무부시장과의 면담에서도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하면 나중에 동성애 반대 세력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냐”는 혐오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당초 영화제 총사업비는 4400만원으로, 영화제 조직위가 400만원을 부담하고 인천
인천시, 퀴어영화 검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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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이 트위터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트위터 계정(@cine21_editor)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메시지를 향해
“<라방>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웰컴 투 헬!”
라이브 방송으로 범죄를 벌이는 자칭 ‘아티스트 컬렉터’ 젠틀맨을 연기한 박성웅 배우가 극 중 대사를 활용해 토크룸의 시작을 알렸다. 젠틀맨이 말하는 ‘지옥’에 초대된 이는 동주(박선호)와 그의 여자 친구 수진(김희정). 젠틀맨이 자신을 찾아온 후배 수진의 모습을 동의 없이 생중계하고, 수진이 실시간으로 불법 촬영 피해를 입고 있음을 동주가 알아차리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더한다. 김희정 배우가 “무거운 소재로 인해 고민이 많았지만 선한 감독님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고 고백했듯이 <라방>은 결국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트위터 토크룸] ‘라방’, 트위터 토크룸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