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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트랜스포머 세력들이 지구로 모여든다. 첫 번째 종족은 정글 행성에서 짐승의 형상을 한 채 살아가고 있던 맥시멀 집단이다. 그들은 먼 과거에 행성 파괴자인 유니크론(콜맨 도밍고)에 고향을 잃은 뒤 지구로 피신한다. 옵티머스 프라이멀(론 펄먼)이 맥시멀의 리더이다. 프라이멀은 유니크론의 야욕을 막기 위해 지구에 특별한 힘을 가진 열쇠를 숨겨놓는데, 바로 그 열쇠를 강탈하기 위해 유니크론의 수하 세력인 테러콘이 지구에 온다. 스커지(피터 딘클리지)가 그들의 우두머리다. 한편 그 열쇠를 손에 넣으려는 한 인간이 있다. 전직 군인인 노아(앤서니 라모스)다. 노아는 우연히 오토봇인 미라지(피트 데이비슨)와 인연을 맺는데, 이를 계기로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컬런)의 부탁을 받았던 것이다. 프라임이 열쇠를 원하는 이유는, 그 열쇠가 오토봇들을 고향 사이버트론으로 보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의 열쇠를 둘러싼 트랜스포머들의 격돌이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범블비는 또 한
[리뷰]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이 정도로 굉음이 나는데도 어찌저찌 굴러가는 거대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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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더이상 집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것이 개인의 경제적 성공에 따른 신분이 드러나는 지표이고, 또한 그 경제적 가치를 재생산하기 위한 투기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공통의 감각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투사되는 선망과 원한은 동시대의 문화적 감정구조에 있어 핵심이다. 지난해 가장 문제적 작품이었던 <안나>와 <작은 아씨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투쟁적 계급의 개념은 유효하지 않으며 그 자리를 회복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자연화된 ‘신분’이 차지한다. 주어진 신분의 극복이 중심 모티프로 작용하는 두 시리즈 모두에서, 아파트는 그에 따른 갈등 상황을 첨예하게 만드는 서사적 장치로 사용된다. <안나>에서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 안나(수지)는 가짜 신분으로 통행증을 얻은 셈인 자신의 아파트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숨어 다닌다. <작은 아씨들>의 인주(김고은)가 다가올 어떤 위험도 감수하기로 마음먹
[비평] ‘드림팰리스’, 욕망의 성취도, 연대도 실패한 자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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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상 요약부터. <도둑들>(2012, 이하 개봉·공개일 기준)이 마카오로 간 것은 어떤 신호였을 수 있다. <마스터>(2016)의 밀항선은 필리핀으로 향했다. <협상>(2018)은 태국. 이후 흐름은 한층 줄기차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도 태국을 택했고 <범죄도시2>(2022)는 베트남, <늑대사냥>(2022)에서 잠시 필리핀에 들른 뒤 넷플릭스의 <야차>(2022)와 <수리남>(2022)은 각각 중국 선양과 수리남으로 떠났다. 디즈니+의 <카지노>(2022~23)에서 한번 더 필리핀, 내년 예정된 <범죄도시4> 역시 필리핀이다. 이전의 한국 범죄액션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경향이다. 이에 비하면 <범죄도시3>(2023)가 잠시 일본을 찾은 건 얼핏 낯익고도 손쉬운 선택으로 보인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자. <황해>(2010)의 무시무시
[비평] ‘범죄도시3’, 그분이 동남아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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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사를 쓰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는 삶은 일종의 환상이다. 현실은 하나의 기사를 위해 모든 것을 아껴야 한다. 제주에서의 삶도 그랬다. 특별한 것도 없이 나는 취재를 위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예약하고, 한잔에 2천원하는 커피를 주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하루 종일 취재를 위해 근방을 돌아다니다 잠이 든다. 이것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그저 일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환상만 찾는다. 그리고 여행 기사는 어떻게든 환상을 만들어야 한다. 정작 환상을 만드는 에디터 대부분은 환상적이지 못한 삶을 살지만. 이제 더이상 나는 환상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벌어지는 삶의 순간들에 그럴 수 있지라며 끄덕이고,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에 그럼 그렇지 하며 순응할 뿐이다. 에디터에게 중요한 건 멋진 글솜씨나 찬란한 묘사 따위가 아니다. 마감을 지키는 능력, 충분한 수면 시간,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여유, 고요와 적막.
영화를 찍고 있는 다름씨와 함께 제주에 있는 한 예
[김민성의 시네마 디스패치] 지역과 여행 섹션: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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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윤석열 그분을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이 싫어 죽겠어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푸념이다. 국민의힘 극성 지지층은 “무조건 민주당 찍는 좌파 콘크리트 40%는 인간이냐”고 조롱한다. ‘1찍(기호 1번 민주당 찍은 사람)’, ‘2찍(기호 2번 국민의힘 찍은 사람)’의 종특(종족 특성)을 운운하는 글과 말이 난무한다. 2022년 대선 직후 만난 유권자 몇몇에게 들은 말이다. “저는 국민의힘 지지자입니다만, 이재명에게 투표했어요.”(30대 초반 여성 A) A는 ‘2번’이 국정을 운영할 최소한의 자세도 안됐다고 보았다. ‘법인카드 유용’에 충격을 받았지만 ‘허위 이력’과 ‘주가 조작 의혹’에 더 경악했단다. “제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찍었습니다.”(20대 후반 남성 B) 그는 조국 사태와 대장동 의혹을 거치며 ‘이번에는 1번이 져야 한다’고 생각을 굳혔다. 그는 여소야대가 여대야소보다 훨씬 낫다고 봤고 앞으로도 여소야대이길 희망했다.
세상에는 n개의
[김수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1찍과 2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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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러브, 데스 + 로봇> 등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엔 굴지의 게임 콘텐츠 IP <드래곤 에이지>를 기반으로 <드래곤 에이지: 앱솔루션>을 자체 제작하며 입지를 다졌다. 얼마 전 개봉한 한지원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그 여름>에서도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메인 프로덕션사로서 실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굵직한 국내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그들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양산업이라 불리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활로를 개척하며 승승장구 중인 레드독컬처하우스의 배기용 대표를 만났다.
-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한 계기는.
= 1998년, 고등학교 3학년 때가 시작이었다. 당시 살던 춘천이 애니메이션 도시를 표명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막 생겨나던 터라 그림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문을 두드렸다. 어느덧 25년 동안 한 우물만 파고 있다. 26살 때 두루픽스에서
[인터뷰] ‘그 여름’ 배기용 레드독컬처하우스 대표,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망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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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법관이 되어야 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고강도의 공부를 요구받아온 최강호(이도현)는 불의의 사고를 겪으며 7살의 기억에 멈추고 만다. 아버지에게 덧씌워진 억울한 누명과 죽음을 밝혀내려 했던 그의 복수심까지 그대로 정지되고, 엄마 진영순(라미란)은 이번엔 강호에게 삶을 공부시키려 한다. 먹고 자고 씻는 생존의 모든 규칙과 규율. 체념과 미련 사이를 엇박자로 걸어나가는 모자 곁엔 말 많고 소란스러운 조우리 마을 사람들이 늘 함께한다. 기억을 잃은 아들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의 관계 회복이라는 텁텁한 소재 사이에도 웃음과 다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나리오를 통해 고유의 농담과 천진한 장난을 보여준 배세영 작가를 만나 첫 드라마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드라마 <나쁜 엄마>는 원래 영화 시나리오로 출발했다고.
= 시나리오
[인터뷰] ‘나쁜 엄마’ 배세영 작가, 내가 쓴 이야기를 온전히 보여주고 온전히 책임지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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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영상 뜬 거 봤어?’, ‘이렇게 일정 잡힌 거 알아?’ 하면서 며칠 전부터 도진이가 내게 매일같이 연락을 해왔다. (웃음)”(도원) 인터뷰 당일 마침 드라마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의 1~2화가 네이버 시리즈온, 헤븐리를 통해 공개됐다. 긴장과 기대가 서린 얼굴로 “너무 들뜨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신중하게 답하는 배우들을 마주하자니 나머지 회차에서 이들이 보여줄 연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동명의 인기 BL 웹툰이 원작인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는 로스쿨 재학 도중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행을 택한 선율(도원)이 농촌 청년 예찬(윤도진)을 ‘강아지 도둑’으로 오해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꿈을 인정해주는 ‘선배미’ 가득한”(윤도진) 선율에게 예찬은 설렘을 느끼고, 선율 또한 “한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닌 예찬”(도원)에게 점점 애정을 키워간다.
도원이 윤도진을 처음 만난 건 오디션장에서였다. “웹툰에 나오는 ‘힘찬 농민’ 티셔츠를 챙겨 입
[WHO ARE YOU]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도원, 윤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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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는 어떤 영웅인가
플래시는 코믹스 사상 최초의 스피드스터다. 1940년 가드너 폭스가 쓰고 해리 램퍼트가 그린 <플래시 코믹스>를 통해 첫 등장한 플래시는 올해로 데뷔 83년을 맞이했다. 마블의 ‘퀵 실버’를 비롯해 속도를 강조한 히어로는 적지 않지만 그 제일 앞자리에 ‘플래시’가 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플래시는 그저 속도가 빠른 것과는 다른 개념의 능력을 보유한다. 이른바 ‘스피드 포스’(태초부터 존재해온 초스피드의 에너지 차원)를 활용하여 다른 속도의 시공간으로 돌입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활용해 빛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전기 방출, 자체 회복, 진동수 조절을 활용한 물체 투과 등 다채로운 능력을 선보인다(대신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해 늘 배가 고프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마침내 빛을 넘어선 속도를 이용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등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능력을 발휘한다.
역대 배트맨 다시 보기
어쩌면 <플래시
[커버] 최초의 스피드스터 플래시와 돌아온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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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는 현대의 신화를 쓴다.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창조해왔다는 게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오래전부터 반복해온 이야기의 원형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의미다. DC 코믹스는 항상 클래식한 서사에 뿌리를 두었고, DCEU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스크린에 신화를 쓰고자 했다. DCEU의 영웅들이 가진 고뇌는 한결같다. 영웅으로서의 정체성 찾기는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나의 뿌리, 부모의 부재를 어떻게 마주 보고 극복할 것인가.
비유하자면 배트맨은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으로 빚어진 어둠이고, 아쿠아맨은 어머니의 부재가 불러온 정체성의 문제로 야기된 결핍이다. 이러한 집착은 때론 너무 비대해져 급기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 이르면 웃지 못할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이 어머니의 이름으로 실마리가 풀릴 땐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DCEU의 13번째 작
[커버] ‘플래시’, 끝, 어쩌면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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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의 분위기 메이커 플래시의 단독 영화가 드디어 공개됐다. 주연배우 에즈라 밀러의 기행과 구설로 인해 개봉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베일을 벗은 영화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플래시>는 빛보다 빠른 영웅 플래시의 첫 번째 단독 영화이자 잭 스나이더가 기틀을 잡았던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의 마지막 영화다. 멀티버스는 더이상 낯선 아이디어가 아니지만 <플래시>는 이 식상한 설정에 다시 한번 흥미로운 불씨를 지핀다. 2017년 <저스티스 리그>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무비에서 플래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DC의 멀티버스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번 영화가 DC만이 아닌 히어로영화 전반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플래시>의 매력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았다.
* 계속해서 <플래시> 커버 기사가 이어집니다.
[커버] DCEU의 마지막을 장식할 ‘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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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불볕더위가 시작된 부산 광안리 앞의 한 해장국집. 영화 <이파네마 소년>의 촬영 현장이다. 작은 소녀가 매니저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도의 집에서 현장으로 이동해왔다. 감독과 잠깐의 대화를 나눈 뒤 시작된 촬영.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짧은 장면임에도 소녀의 열정이 느껴졌다. 14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찾게 된 배우 천우희.
[ARCHIVE]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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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 미셸 포르트 지음 뮤진트리 펴냄
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 영화 제작자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뒤라스는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의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여러 장소를 옮겨다니며 성장했고, 나중에 파리에서는 여러 아파트에 세 들어 살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자기의 집(<태평양을 막는 제방>의 영화 판권 계약금으로 마련한 노플르샤토에 있는 집)을 갖게 되었을 때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은 내가 이 집에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어쨌든 이 집은 너무도 나의 것이 되어서 내가 있기도 전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의 소유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뒤라스의 그곳들>은 1976년 TV프로그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장소들>을 위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영화감독 미셸 포르트와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름을 알린 소설 <연인>과 각본 <히로시마 내 사랑>
[리뷰] 뒤라스의 그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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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복싱
다소 과격하지만 재밌는 동시에 체력도 키울 수 있는 운동이다. 복싱을 하는 날은 그날 무엇을 먹더라도 소진하는 기분이 들어 개운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쁜 틈틈히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품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페스트>. 모처럼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느끼면서,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초반에 집중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에 푹 빠져드는 감각이 즐겁다.
<젤다의 전설>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게임답게 플레이어가 새로운 세계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든다. 자유도가 엄청나고 휴대성도 좋아서 촬영 대기를 하거나 일을 잠깐 쉴 때 플레이하기 좋다.
웨이트트레이닝
삶은 늘 무게를 짊
[LIST] 이준혁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