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웨이량, 인요우챠오 / 대만, 싱가폴, 프랑스 / 2024년 / 130분 / 아시아영화의 창 10.06 L7 16:30 / 10.07 L6 19:30 / 10.10 L7 13:30
제아무리 성실한 사람도 생존의 문제 앞에서 마주한 윤리의 늪은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유선 이어폰을 꼽은 채 묵묵히 뇌 병변 환자의 분뇨 묻은 엉덩이를 닦는 주인공 움도 본래 어진 성정의 소유자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움과 그의 동료들은 전부 미등록 이민자라는 점. ‘보스’는 그들의 처지를 악용하여 몇 달째 임금을 체납하고 있다. 분노에 찬 동료들은 파업을 결심하지만, 움은 자신이 맡은 환자인 ‘휘’와 그의 노모를 모시는 데만 열중한다. 곳곳에 널린 부조리를 애써 외면하며 홀로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야속하게도 존엄을 뒤흔드는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온다. <백의창구(白衣蒼狗)>의 카메라는 소박한 양심이 불합리한 현실의 늪 속에서 침잠하는 매우 느린 속도를 포착한다. 선의의 퇴색은 일순간의 타락이나 배신처럼 빠르지 않다. 그저 생존의 법칙 아래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서서히 삼투될 뿐이다. 긴 호흡과 가혹한 프레임 속에 갇힌 성실한 노동자의 고뇌는 그의 본성과 노력의 시간을 알기에 더 처절하다. ‘세상일이 수시로 쉽게 변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원제의 무상함이 유달리 시리게 다가오는 <백의창구(白衣蒼狗)>는 제77회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부문 특별 언급을 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