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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 국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과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는다. 마랭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말끝마다 대꾸하기를 즐겨하는 아랍계 여자아이,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중국인 남자아이,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온 흑인 남자아이 등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학생들로 인해 여기저기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랭과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마음을 열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흑인아이 술레이만이 마랭에게 반항하기 시작하면서 교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클래스>의 배경인 교실은 그 어느 곳보다 생생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딴짓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시로 긴장감이 형성된다. 그때마다 교사 프랑수아 마랭은 아이들을 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아이들을 통해 보여지는 사회의 단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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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소학교. 완력을 휘두르며 급우들을 수하 부리듯 했던 형석이 갑자기 사라진다. 교실은 잠시 온기를 되찾지만, 이내 형석에게 눌려 살았던 도진(육동일)과 민구(이승민)는 패를 규합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 한편, 뭍에서 전학 온 동일(김두진)은 도진에게 접근해 신임을 얻은 뒤, 서연(한이빈)의 마음을 얻으려면 급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민구를 완전히 짓밟아야 한다고 이간질한다. 도진과 민구의 싸움은, 동일이 끼어들면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난 확실해. 너 때문에 싸우는 거야.’ <꽃비>의 포스터에는 다소곳하게 책을 읽고 있는 소녀, 그리고 소녀를 동시에 바라보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어떤 정보도 없다면, <친구> 혹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꽃비>의 까까머리 청춘들은 순정을 증명하기 위해 까만 교복을 풀어헤치고, 주먹을 날리기를 마다하지 않
제주 ‘4·3 항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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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 크리스티아노(알바로 칼카)는 실업자 아버지 리노(필리포 티미)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보는 정신병자 콰트로(엘리오 제르마노)다. 콰트로는 늘 TV 속 포르노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크리스티아노의 친구 파비아나(안젤리카 레오)를 본 뒤 그녀가 TV 속 포르노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파비아나에게 다가가려던 콰트로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죽이고, 이를 목격한 리노는 충격에 뇌출혈을 일으킨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티아노는 아버지가 파비아나를 죽인 것으로 오해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성장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본 이라면, 그가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데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살바토레는 아이들의 순결한 내면이 외부적 요소에 의해 어떤 갈등을 겪는지 지켜보길 즐기며, 애당초 순수함이 존재하기는 하냐고 질문하는 감독이다. 살바토레의 성장영화가 여느 감독들의 그것
살바토레의 두 번째 성장영화 <애즈 갓 커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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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키워드는 ‘아이들’이다. 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의 <클래스>는 교실이란 공간을 소재로 사회의 단면을 고찰하는 영화다. 진심을 가진 선생님과 그의 진심과 상관없이 제멋대로인 학생들과의 긴장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의 결을 가늠하고 싶다면, 기획기사를 훑어볼 것. <애즈 갓 커맨즈>의 주인공인 소년도 그저 순진무구한 아이로 보기는 힘들다.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은 아이의 성장극을 그리면서도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휩싸인 소년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꽃비>의 소년·소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4·3항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는 학원물의 삼각구도를 빌려 역사의 상흔을 재조명하고 있다.
배우의 이름으로 선택을 하고자 한다면 <폭풍전야>를 주목할 만하다.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중년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김남길과 <우리 결혼했어요>로 인지도를 높인 황우슬혜가 등장한다. <푸른 수염
[금주의 개봉영화] 중년여성들의 로망 김남길의 <폭풍전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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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해 동안 미국에서는 할리우드화된 호러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10대 소녀를 타깃으로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10대, 20대 남성팬을 대상으로 한 <쏘우> 등의 하드코어 호러 시리즈로 양분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크레이지>가 개봉돼 클래식 공포영화로 단련된 정통 호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그간 <불편한 진실>이나 <푸드 주식회사>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발표해온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제작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맨해튼의 한 극장에서 <크레이지>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을 만나보았다.
-이름과 직업을 물어봐도 될까.
=레녹스 조슬린. 뉴욕의 록펠러 대학교에서 사무용품을 비롯한 기타 자재 구입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나.
=무척 재미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출연배우들이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뉴욕] 공포는 좋은데 내장 쏟아지는 건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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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트>(Ne'nette )와 <쉬린>(Shirin)은 둘 다 매우 독특한 영화다. <네네트>는 성공적이었던 2002년작 다큐멘터리 <마지막 수업>의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번엔 초등학생에 관심을 가지더니 이번엔 오랑우탄의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네네트>는 결코 야생동물들이 나오고 거기에 바리 화이트 같은 성대모사 전문가가 비둘기 목소리를 흉내내며 해설을 해주는 그런 동물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여주인공’은 파리 식물공원 안의 동물원에 살고 있다. 해마다 60만명의 호기심 어린 관람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한데 영화에는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다. 필리베르 감독은 여주인공 네네트만 찍었고, 조연으로 같은 우리에 사는 다른 원숭이 세 마리가 나올 뿐이다. 대신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의 갖가지 주석들이 담긴 목소리가 영화에 포착돼 있다. 네네트가 40살이라는 사실에 경탄하기도 하고, 윤기 흐르는 그녀의 털에 감탄하기도 하고,
[외신기자클럽] 스크린 속 그녀와의 눈빛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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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유미코의 <캔디 캔디> 7권, 캔디는 스잔나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간다. 스잔나는 조명기가 떨어지는 사고에서 테리우스를 구하는 대신 자신의 다리를 잃었다. 캔디는 스잔나를 보면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간절한지 깨닫는다. 그때 테리우스가 나타난다. 테리우스는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는 캔디를 와락 ‘백 허그’한다. 그 순간 캔디가 뇌까린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문방구에서 샀던 <캔디 캔디>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훗날 다시 출간된 버전에는 “그냥 이대로 시간이 정지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번역돼 있지만 감흥에선 많이 처진다.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이라는 구절이 생생한 것은 캔디의 그 뇌까림이 그만큼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듯하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세경이가 말했을 때 전율을 느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세경의 바람은 김혜리가 적은
[에디토리얼]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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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계가 원폭을 맞았다. 얼마 전 일본 도쿄도 당국이 ‘청소년건전육성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박정희 시절 모내기하는 소리가 대체 뭐냐고?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만화의 판매를 규제하겠다는 조례다. 이들이 내세우는 의도는 일본의 ‘로리물’ 문화를 깨끗하게 청소 좀 해보겠다는 거다. 로리물이란 18살 미만 미성년들을 성적 대상으로 그리는 만화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잘 살펴보면 이게 단순히 로리물을 척결하겠다는 의지의 표상이 아니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단체를 한번 살펴보자. 도쿄도 청소년문제위원회, 기독교단체, 학부형회 등 극단적으로 편협한 보수주의 단체들이다. 이들의 공격 대상은 그저 로리물 만화만이 아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가 야오이물이라 부르는 BL물은 물론, 약간이라도 폭력과 성적 묘사가 들어간 문화 콘텐츠는 모조리 검열 대상이 된다.
일본의 만화가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일본 역사상 최고의 만화가들이 똘똘 뭉쳐 반대를
[오픈칼럼] 망가에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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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숙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예상치 않게도 이 영화는 <경계도시>를 훨씬 뛰어넘는 내적인 긴장의 강도가 있었다. <경계도시>에는 없었지만 <경계도시2>에는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 정체를 가늠해보려 한다. 두 영화 모두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남과 북 어느 체제에도 속하지 않고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송두율 교수의 삶에 대해 <경계도시>에서의 카메라가 겸손하게 숙이고 들어가 응시한다면 <경계도시2>에는 그런 송두율 교수를 바라보는 카메라가 수평적인 대치와 긴장의 강도를 버텨내기 위해 힘겨워한다는 인상을 준다. 관람하는 이에게는 거꾸로 그 긴장이 굉장한 에너지로 전이되어 송 교수와 카메라와 관객이 수평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한다.
인물과 수평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카메라
<경계도시>에서 그토록 당당했던 송두율 교수는 <경계도시2>에서 감격
[김영진의 점프 컷] 그 윤리적 태도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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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애듀케이션>(An Education)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레퍼런스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초반 시퀀스에 이를 밝히고 있다. 문학 수업 중 주인공 제니(캐리 멀리건)가 <제인 에어>에 관한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고 정답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의 의미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부유한 연상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연하의 여자’라는 설정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사랑의 열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여주인공의 성격도 비슷하다. 시대가 다른 만큼 차이가 있지만 심층에서 영화가 소설을 변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제인’과 ‘제니’라는 이름이 환기하는 차이만큼 간극을 두고 두 작품은 마주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결말이다. <제인 에어>가 현실에서 출발해 낭만적 사랑으로 매듭지어졌다면, <언 애듀케이션>은 낭만적 사랑의 허울이 벗겨지고 현실이 드러나는 결말을
[영화읽기] 살며 실패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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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감옥에서 시작한다. 말리크 엘 제베나는 지금 막 체포되었다(나는 그의 ‘정체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이름뿐만 아니라 성까지 생략하지 않고 표기할 것이다. 그건 다른 인물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나이는 열아홉살. 올해 성인이 되었다. 그는 더이상 소년원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어른들과 함께 감옥에 갈 것이다. 건조하게 질문하는 간수의 진술서 작성은 말리크 엘 제베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돈 부쳐줄 사람은?” “없습니다.” “교도소 안에 친구나 적은?” “없습니다.” “신앙은?” “네?” “예배는 드리나?” “아뇨.” “음식 알레르기는?” “그냥.” “돼지고기는 먹는가?” “아뇨, 아. 네.” “송금된 돈은 어떻게 받을래?” “글쎄요.” “경찰 폭행 말고 할 줄 아는 다른 재주는?” “전 결백합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직업훈련받을 생각은?” “글쎄요.” 말리크 엘 제베나는 말 그대로 텅 빈 기호이다. 그에게는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다. 동료도 없고 원
[전영객잔] 우리는 이미 예언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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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아름다운 강의도 슬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릇은 자신을 좋아해 달라는 청원이고, 그 청원이 직면한 그 끔찍한 ‘익명을 향한 도약’인데, 모든 강의 속에는 이 청원의 기운이 눈에 보이지 않게 벌름거리기 때문이다.-철학자 김영민
<인 디 에어>를 봤다. 영화는 단락 단락 위트있게 전개되지만 말하는 바는 결국 사람살이가 참 외롭다는 얘기다. 혼자서도 잘 지낼 시기는 누구나 있겠지만 그 공력을 자부할 시간에 차라리 이웃과 관계를 맺는 데 애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 적당히 서로를 노출하며 기능적인 관계를 맺는 것과 얼굴 맞대고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과 번거로움을 무릅쓰는 관계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수고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어서 어떤 시절을 놓치면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 ‘인간은 섬이다. 단 체인으로 엮인 섬’이라는 문장을 설파하던 <어바웃 어 보이>와 비슷한 메시지인데 <인 디 에어>가 좀더 씁쓸하다. 누구와 절실한 사이가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사랑은 일대일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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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도 <프로젝트 런웨이>가 있다? 참가자들이 앞에 나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풍경이며, 발표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모습이며, 그리고 멘토가 친절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따뜻함이 영락없는 <프로젝트 런웨이>다. 차이라면 탈락자가 없고, 단 하루 만에 결정난다는 것.
지난 3월20일 중앙대,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듀서 피칭 행사인 ‘피치&캐치’(Pitch&Catch)에 앞서 최종 선발된 극영화 부문 후보 5명이 중간점검을 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른바 모의 피칭이다. 프로듀서나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투자받기 위해 제작자, 투자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 바로 피칭이다. 김창아 프로듀서(<가담>), 이종훈 감독(<고양이 장례식>), 이진은 프로듀서(<돌아온 남자>), 김조광수 감독(<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권선국 프로듀서(<백의녀>
[cine scope] 이 작품에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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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특강 주제는 ‘짐싸기의 기술’입니다. 초빙강사로는 라이언 빙햄씨를 모셨습니다. (일동 박수)
=안녕하십니까. 라이언 빙햄입니다.
-하시는 일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저는 해고통보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을 돌면서 해고를 통보하는 일을 합니다.
-어머나. 어쩐지 좀 무시무시한 직업이네요. 빙햄씨 때문에 조용히 산에 올라가 목 매다는 사람들도 꽤 있겠어요.
=그렇진 않습니다. 저는 애프터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하거든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공포의 강 너머 희망이 보이는 곳까지 무사히 가도록 열심히 돕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여튼 오늘의 주제는 ‘짐싸기의 기술’입니다. 짐싸기라는 게 알고 보면 정말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칸영화제 출장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슈트케이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대체 뭘 가져가고 뭘 뺄지 고민하는 데만 하루가 족히 걸려요.
=그건 과욕 때문입니다. 과욕만 부리지 않는다면 좀더 빠르고 적확
[가상 인터뷰] <인 디 에어>의 라이언 빙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