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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데뷔곡 <LA chA TA>는 거의 민요였고 후속곡 <Chu~♡>는 가사가 안드로메다로 갔다. 이어 <NU ABO>는 제목의 의미를 접수하고 곡의 파격적인 전개에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즐거운 시간이 필요했다. 가사가 말하는 애정의 대상이 언니인지 오빠인지 확실치 않다. 공개한 미니앨범엔 평이한 몇곡이 더러는 있지만, 도전적이고 비밀스러운 대표곡으로 흥미롭게 설득을 시도하고 납득을 이끄는 남다른 아이돌.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대단한 콘셉트 앨범을 바란 것도 아닌데, 후반부의 뜬금없는 발라드는 쌍팔년도 헤비메탈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롹발라드’보다 더 이질적이다. 하지만 전반부 노래들은 (앙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충분히 국제적이고 인터내셔널하다. 그리고 그 곡들 안에 있는 가사는 외계적이다. 아시아를 넘어 우주까지 진출하고 싶은 야심의 표현인가.
차우진 대중음악
[Hot Tracks] ≪NU ABO≫ 안드로메다까지 노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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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갈매기>로 한국 관객을 휘어잡았던 러시아 연출가와 무대 디자이너가 다시 뭉쳤다.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와 에밀 카펠류쉬. 6년 만에 다시 한국 배우와 작업하게 된 그들의 작품은 이번에도 안톤 체호프. 체호프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인 <벚꽃동산>이다. 지차트콥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동안 주로 노부인으로 묘사되던 주인공을 40대 중반의 아름다운 부인으로 뒤집었다. 또 벚꽃동산을 잃고 파리로 떠나는 결말도 재기를 위한 모색으로 해석했다. 이번 무대가 체호프가 생존 시 ‘웃긴 비극’이라며 언급한 희극성에 더 가까워졌을까. 출연진은 지차트콥스키가 직접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한·러수교 20주년 기념, 토월정통연극시리즈의 12번째 작품인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러시아 볼코프 국제연극제에도 소개된다.
[공연] 연극 <토월정통연극XII: 벚꽃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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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슬슬 입맛이 떨어지는 요즘, 국악으로 점심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국악이 따분하다는 편견은 접어두자. 벌써 2년째, 올해부터 매달 공연되는 <정오의 음악회>는 나른한 오후를 일깨우는 수다에 가깝다. 다양한 장르를 국악으로 즐기기,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재미있는 해설, 그리고 부담없는 가격이 공연의 매력. 6월 음악회의 레퍼토리도 역시 새롭다. 우선 명창 왕기철의 판소리 <흥보 박타는 대목>으로 전통의 향기를 맛볼 수 있다. 이어 관현악으로 편곡된 <아리랑 환상곡>과 <신뱃놀이> 그리고 퉁소와의 협주곡. 여기에 소프라노 장선화가 오페라 아리아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으로 들려준다. 공연 뒤 온몸이 달궈졌다면, 떡과 음료로 식히면 그만이다.
[공연] 국립극장 <정오의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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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계적으로 과학기술을 반영한 예술작품이 자주 눈에 띈다. 기술이 발달하기도 했거니와 과학과 예술의 마인드를 두루 갖춘 르네상스적인 예술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키네틱(kinetic) 아티스트들이 있다. 키네틱 아트란 한 작품 안에서 시각적인 변화나 움직임을 두루 나타낼 수 있도록 고안된 예술품을 뜻한다.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뻔뻔스럽게 세워둔 마르셀 뒤샹의 작품 <모빌>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 명맥은 이후 (진짜) 모빌의 창시자라 불리는 알렉산더 콜더 등을 거쳐 21세기 키네틱 아티스트들에게 이어져왔다. 그 흐름을 잇는 자가 바로 테오 얀센이다.
테오 얀센은 네덜란드 출신의 키네틱 아티스트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부터 네덜란드 해변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걸을 수 있고 진화도 할 수 있는 <해변동물>(Strandbeast)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연성이 좋은 플라스틱 튜브와
[전시] 플라스틱 생명체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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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감독님을 뵙고 인사를 드릴 때마다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 인상이 어쩜 그렇게 좋으실까. 둘, 이렇게 푸근한 얼굴로 어떻게 <송환>이나 <상계동 올림픽> 같은 묵직한 다큐멘터리를 만드셨을까. 인상과 진지함은 반비례한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려는 건 아니다. 다만 현실의 암담한 부분을 꾸준히 비추고 드러낸다는 건 분명 고단한 작업일 텐데. 김동원 감독의 얼굴에서 그 고단함을 읽어낼 수 없었음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홀로 한 건 아니었나보다. <한국 독립다큐의 대부: 김동원전>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거대한 원류가 된 김동원 감독의 영화 세계를 두루 훑는 작품이다.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김동원 감독 특별전’이 열림과 거의 동시에 발간된 이 책은 평소 존경받는 선배 다큐멘터리스트에 대한 후배의 궁금증- 이를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닮은 극영화 연출을 꿈꾸던 감독이 어떻게 30여년 동안 다큐멘터리 외길 인생을 걸
[도서] 미래를 지키는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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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격사유 없는 성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 간만에 즐기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세계, 현실에서는 직장인이지만 게임상에서는 마법사 신분. 몬스터를 만나서 공격 마법을 걸어본다. 그 이름도 유명한 불덩어리쏘기, ‘헬파이어’ 몬스터에 작열하는 순간 몬스터는 별다른 효과없이 그냥 소멸된다. 약간 허무함이 느껴진다. 같은 이야기로 이제 가상의 세계에서 직업을 전사로 바꾼다. 몬스터를 향해 휘두른 필살의 한방. 몬스터의 몸은 갈라질지언정 피는 푸른색이다. 피가 푸른색이라니, 성인의 입장에서 분명 이건 아니란 생각을 한다. 그렇다. 우리에겐 한번쯤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성인 전용 게임 세계에서 유혈낭자한 전투를 치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마초적인 근성이 욕을 먹더라도 게임다운 게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바로 이런 성인들을 위한 MMORPG가 등장했다. <에이지오브 코난>이 바로 그 것.
굵직한 게임방식이야 기존 MMORPG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가상현실에서
어른에게만 허락된 하드코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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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을 한참 사용하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무겁다, 혹은 휴대가 불편하다. 차라리 이런 DSLR의 단점을 느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이런 것을 느끼기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장식장, 혹은 방 한쪽 구석에 자리하게 되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카메라는 프로페셔널이 아닌 이상 가볍게 들고 다니며 풍경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찍는 것이 맞다. 프로페셔널의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실력인 주제에 DSLR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는 자책까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을 못 찍는다고 DSLR을 가지지 못하는 법은 없다. 프로가 아니라고 사진의 세계에 심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거워서, 혹은 부담스러워서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렇다면 DSLR의 성능과 품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크기가 작아서 휴대가 간편한 카메라가 있을까? 물론 하이브리드라는 변종 DSLR이 있지만 이들은 어쩐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꼭 DSLR이 아니어도 그 정도의 품격과 성능을 받
폭넓은 베리에이션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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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이창동은 패를 다 까고 판에 임하는 도박사와 같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감이 잡히는 상태에서 2시간여를 끌고 가는 뚝심이 경이적으로 느껴질 즈음, 바닥까지 내려간 이야기의 리듬이 서서히 고조되는데, 마지막 20여분 동안 치고 올라오는 고통 속의 마음 출렁임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이 영화의 관점에 따르면 그건 주인공 할머니 미자, 오로지 그녀만 보게 되는 아름다움 속의 고통, 혹은 고통 속의 아름다움이다.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무심한데 푼수기 있고 백치적 천진함이 있는 이 할머니만 거기 도달한다.
이창동은 이미 <밀양>에서 더 심심하고 낮은 데로 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이라는 캐릭터는 알 수 없는 삶의 운명 앞에 서서 스스로의 무력함에 이를 악물며 버티는 겸허함을 보이는 신애와 달리 실실거리면서도 그 고통의 내재화를 무의식적으로 이뤄내는 인간 존재의 고양된 순간을 보여준다. 그걸 이뤄낸 것에
[영화읽기] 거센 풍경은 그렇게 우리에게 침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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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시>는 스포일러가 영화에 대한 체험을 ‘완전히’ 망칠 수 있습니다.
나는 가라타니 고진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해 어느 정도 작성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이창동의 도덕’(<씨네21> 제753호)을 보면, 정한석 역시 <시>를 보며 가라타니 고진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내가 작성해두었던) 공동체의 도덕을 버티고 서려는 이창동과 그것을 넘어 윤리의 차원으로 나아가려는 고진의 차이를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방향의 전환, 그리고 글의 수정. 나는 <시>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 자뭇 궁금하면서도 풀지 못할 것 같아 접어두었던 어떤 의문이 하나 있었다. <시>는 대체로 단선적인 내용에 명료한 숏들로 구성된 작품임에도, 그 내용과 형식 사이에는 어떤 균열이 순간순간 돌출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내가 이러한 의문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시의 도
[전영객잔] 영화의 힘, 기적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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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사로잡은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샤갈
‘새로운 종족들로 가득한 새로운 대륙 내부를 여행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고장이 이상한 동물, 털이 희고 발톱은 진홍색으로 불충과 충실의 신기한 종합을 드러내는 그런 동물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리하여 더없이 놀라운 몽상적 종합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러한 몽환적 종합이 자연적인 기본 요소들에 모험을 도입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중
밤마다 자신의 꿈에 등장하는 우리는 사건의 목격자이자 용의자이다. 우리는 밤마다 꿈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것을 확인한다. 꿈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지금 꿈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의자적인 태도로 동시에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는 기묘한 의식을 중첩하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반복한다. 엥겔스식으로 말하자면 꿈은 생산력/(용의자)과 생산관계(목격
[김경주의 섬세함을 옹호하다] 샤갈의 몽상어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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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학교에 들어가느라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의사가 내게 숫자가 적힌 카드를 보여준다. 색맹 검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숫자와 배경의 색이 확연히 다른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갈수록 숫자와 배경의 색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숫자를 알아보기가 힘들어진다. 더러 실수가 나오면 의사가 다시 보라고 권한다.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두 번째 시도에서는 자기의 실수를 정정할 것이다. 하지만 숫자와 배경의 색깔 차이를 그보다 더 줄이면 어떻게 될까? 정상적 시각을 가진 사람도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앵프라맹스, 지각 불가능한 미세한 차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차이. 이를 마르셀 뒤샹은 ‘앵프라맹스’(inframince)라 불렀다. ‘앵프라맹스’는 ‘아래’(infra)와 ‘얇음’(mince)의 합성어로, 마치 적외선(infrared)이라는 말처럼 가시적 영역 아래에 깔려 있어 지각할 수 없는 무한소의 차이를 가리킨다. 뒤샹에 따르면 앵프라맹스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
[진중권의 아이콘] 일상의 재현과 ‘영화적으로 재현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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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뭘 그렇게 쓰고 계세요?
=시를 쓰려면요, 평소에 이렇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저 꽃 너무 슬퍼 보이지 않아요? 김용탁 선생님이 그랬어요. 사소한 것 하나라도 깊이 파고들면 시가 될 수 있다고.
-실제로도 영화 속 ‘미자’의 모습과 참 닮으신 것 같아요.
=저는요, 마음이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요,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싶고요,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싶어요. 영화에서는 양미자지만 사실 제 본명도 손미자잖아요? 이것저것 잘 까먹고 세상 주변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그런 게 저랑 참 비슷해요. 아, 그 뭐더라? 영화 속에서 이런 병을 뭐라고 하던데… 파키스탄병인가?
-파킨슨병이요.
=맞다. 파킨슨병. 하하 내가 원래 이래요. 실제로 잘 까먹어요. 그렇게 계속 단어를 잃어버리고 사는 여자다 보니 메모를 하는 거죠. 기억력이 떨어져 가는데 시를 써야 하고 참 힘들어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은 어떠셨나요?
=너무 좋았죠
[가상인터뷰] <시>의 양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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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4발가락>을 연출한 계윤식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적 배경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공간적 배경은 모두에게 낯설다. 북한의 감시초소 1분대장(이성재)은 “축구공은 둥글다”, “축구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축구광이다. 어느 날 야간 수색을 하던 1분대원들은 멧돼지를 쫓다가 국군과 마주친다. 서로 총을 겨누던 북한군과 국군은 함께 멧돼지 바비큐를 즐기며 경계를 푼다. 이후 국군은 북한군이 월드컵 중계를 들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 1분대원들은 무전기를 조립해 월드컵 중계를 청취한다. 급기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과 국군이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기에 이른다. 군사분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군과 국군이 우정을 나누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상당히 닮았다. 단 &l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2002년 월드컵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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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무려 50억원. 정체는 반지요, 이름은 꽃처럼 어여쁜 순이다. 너도나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만하다. 특히, 1억원의 빚에 시달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세라(박해미), 라미(신이), 광수(이태성), 가족 같은 세 사람에게는 더욱 간절한 존재다. 물론 경쟁 상대도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사채업자 춘배파다. 세라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은 순이의 냄새를 맡고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여기에 순이가 도난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형사까지 가세하면서 좌충우돌 난장판이 벌어진다. 이것이 <내 남자의 순이>의 출발점이다.
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인 만큼 감독은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는 듯하다. 첫 영화 출연작인 만큼 박해미는 그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샤워하는 남자를 훔쳐보며 “맛있겠다”고 군침을 흘리는가 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무덤에서 삽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박해미의 과장스러운면서도
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 <내 남자의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