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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이 강우석 감독의 <이끼>에서 맡은 역은 이영지다. 영지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목격하는 여자다. <이끼>에서 유선의 첫 등장신과 대사는 이렇다. 마루를 걸레질하다 유해국(박해일)이 들어오자 말을 툭 던진다. “이 방 쓰실 분? 잘생겼네~.” 그때의 표정과 말투와 분위기가 꽤 신선하다. 이런 것도 연기변신이라 불러야 하나? 글쎄. 지적이고 차분한(<떼루아> <로비스트>), 씩씩하고 고집스러운(<작은 아씨들>), 착하고 순종적인(<솔약국집 아들들>) 인물까지 드라마에서 유선은 참 다양한 역들을 소화해왔다. 영화에선 사이코패스(<검은집>)도 연기했다. 그런데 <이끼>의 미스터리한 여성 이영지가 유선에게 대단한 변신과 도전이 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글쎄, 라고 운을 떼야 할 것 같지만 이렇게 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선이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한동안 여배우와는 작업
[유선] 강우석을 만났다 다시 여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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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 미>
11월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
02-744-4011
남자배우의 재발견, 스타 관문, 실화, 나, 그, 소극장, 그리고 동성애. 4년 연속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그러나 이제 ‘나’와 ‘그’의 관계를 사랑, 흔히 말하는 동성애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대보다 위에 설치된 피아노의 연주가 시작되면 무대를 둘러싼 창에 조명이 스며든다. 그때 ‘나’가 등장한다. 34년 동안 수감되어 있던 ‘나’는 가석방심의위원회에서 ‘그’와의 관계를 고백하며 회고한다. 특별한 무대 전환은 없다. ‘나’의 목소리 톤과 옷매무새를 추스르는 몸짓, 조명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구분할 정도. 극은 가석방 심사대 위에서 34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흐른다. 항상 ‘그’를 그리워하던 ‘나’ 앞에 어느 날 ‘그’가 나타난다. 어린 시절 불장난으로 시작했던 ‘나’와 ‘그’의 범죄행각은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는 왜
[공연] 8색 배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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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까지/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02-2124-8800
꿈틀꿈틀. 만 레이의 사진에는 회화에 천대받던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한 예술가의 욕망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만 레이(1890~1976)는 파리를 무대로 활동한 전위적인 모더니즘 사진작가다. ‘실험’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만 레이를 설명하긴 힘들다. 만 레이는 감광지 위에 물건을 놓고 빛에 노출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레이오그램, 노출을 조절해 흑백을 반전시키는 솔라리제이션 기법 등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실험에 집중했다.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넣은 <앵그르의 바이올린>이나 앵그르의 회화 <오달리스크>를 차용한 <키키, 오달리스크>는 만 레이의 대표작들. 만 레이의 정신을 이어받은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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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8월5~8일 ㅣ <잠자는 숲속의 공주> 8월10~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48-4480
사각사각 시원하게 빙상을 가르는 스케이트 소리와 함께 한여름 찜통더위를 잊어볼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이스 발레가 온다. 이번 무대에 올릴 작품은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공연장이 아이스링크냐고? 러시아 기술진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하루 만에 시원한 아이스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음향 또한 많은 수분함량의 차가운 공기를 살려 음파를 세밀하게 퍼트려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방학맞이 특별 할인이 있으니 꼭 챙길 것. 특히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는 또 다른 희소식도 있다. 공연 기간에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아이스 발레단 수석 단원들에게 직접 스케이팅 기술과 발레동작을 배워볼 수 있는 체험 패키지를 진행한다.
[공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 ‘아이스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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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좀 해야겠다. 나는 <글리>(Glee)의 팬이다. 맞다. 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가 루저들만 끌어모아 만든 합창단을 다룬 유치하고 키치하고 캠피한 그 미드 말이다. 이거 혹시 눈뜨고는 못 봐줄 <하이스쿨 뮤지컬>의 또 다른 버전 아니냐고? 아니다. <글리>가 전세계적인 현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한 팝의 명곡들을 발칙하게 재해석하는 재주 덕분이다. ≪ Glee: The Music: Showstoppers O.S.T. [Deluxe] ≫에는 새로운 시즌에서 부를 스무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레이디 가가의 < Poker Face >와 < Bad Romance >는 좀 지겹다만, 대체 이 꼬맹이들이 올리비아 뉴튼 존의 < Physicial >과 보니 타일러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 >를 어떻게 무대에서 재현할지 궁금해서 잠이 안 온다. 이 글을 읽고 지난 시즌을 찾아보고 싶다면
[추천음반] ≪Glee: The Music: Showstoppers O.S.T. [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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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 Lose Yourself >가 노린 살벌하고 즉각적인 공격 이전에 < Stan >이 추구했던 친근한 접근에 더 공들인 인상이다. 스킷을 완전히 생략했고, 다이도의 < Thank You >를 샘플링했던 전적은 있지만 여성 보컬리스트 초빙에 몹시 인색했던 그가 무려 핑크와 리아나를 동원했으며, 닥터 드레가 도배했던 지난 앨범과 달리 다양한 프로듀서와 협력했다. 샘플링 센스가 무뎌진 건 좀 의외지만 결국 신선하고 다채로운 노래를 원했다는 증거가 확실한 앨범.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
전작보다 확실히 귀에 꽂히는 트랙이 많지만 어딘지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에미넴의 음악적 정체성은 대부분 비꼬는 가사와 깐죽거리는 래핑의 위트에 있었는데 그런 게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서 이 ‘회복’이 어디를 겨누는지 궁금하다.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지난 앨범 ≪ Relap
[Hot Tracks] 에미넴 좀 어른스러워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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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닦을 때 피가 나거나 입냄새가 심한 사람은 풍치(치주질환)를 의심해볼 만하다. 풍치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평상시 예방이나 관리를 잘해야 풍치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치아를 관리하는 것이 이를 잘 닦는 것이라면 잇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안타까운 것은 잇몸을 관리하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그저 딱딱한 것을 삼가는 등 1차원적인 관리밖에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 좀더 적극적으로 잇몸을 관리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필립스 소닉케어 시리즈의 최신 제품인 ‘플렉스케어 플러스’(Sonicare Flexcare+ HX6972)는 적극적으로 잇몸을 관리할 수 있는 첨단 제품. 단순히 전동칫솔이 아닌 음파기술을 이용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와 잇몸을 관리해준다. ‘플렉스케어 플러스’는 소닉케어, 즉, 음파기술로 발생하는 미세하고도 강력한 공기방울이 치아를 닦아주고 또 ‘잇몸 관리 모드’(Gum care)가 있어 잇몸 건강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디지털] 잇몸까지 관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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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출시로 노트북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물론 아이패드는 기존 노트북과 다른 새로운 ‘종’이라고 애플에서 주장하지만 기능상 노트북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따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작은 크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북의 경우 아이패드로 인한 시장 축소가 거의 핵미사일이 떨어진 급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트북 제조사들이 시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도시바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 같다. 바로 새로운 리브레토의 등장! 리브레토 시리즈는 노트북 분야에서 전설적인 제품으로 통한다. 90년대에 처음 등장한 리브레토는 1kg이 안되는 무게에 기존 노트북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크기로 최초의 미니노트북, 서브노트북으로 알려져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초기 모델 이후 업그레이드와 개량을 거치며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슬림형 노트북과 같은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리브레토 U100을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모습을
[디지털] 아이패드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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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라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아무리 그럴싸하게 위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드 SF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플라이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 조각을 꿰매어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만들 가능성보다 특별히 더 높지 않다.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과학자들이 영화 속 주인공 엘사와 클라이브가 벌이는 실수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하긴 익숙한 장르 관객은 컴퓨터가 ‘인간+동물 유전자 합성 삐뽀삐뽀!’를 알릴 무렵부터 그런 기대는 접었겠지만.
SF라고 할까 막장드라마라고 할까
정말 딱 <프랑켄슈타인>이다. 빈센조 나탈리는 유전공학 시대를 무대로 자기만의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심지어 주인공들의 이름마저 힌트가 된다. 엘사와 클라이브. 이들은 유니버설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의 배
[영화읽기] 한없이 막장인, 그래서 정확한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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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NYAFF)이 한창인 링컨센터 월터 리드 시어터를 찾았다. 한산한 로비에서 커피와 빵을 손에 든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점심 먹었어요? 커피 마실래요?” 얼굴을 쳐다보니 그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홍콩 배우 임달화다. 당황한 나머지 그의 출연작 <세월신투>를 볼 예정이라고 동문서답을 하니, “꼭 손수건 들고 들어가”라며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너스레를 떤다. 관객으로 통신원으로, 거의 10여년간 지켜본 NYAFF의 분위기가 바로 이런 거다. 영화제를 꾸리는 ‘서브웨이 시네마’ 멤버들이나 매년 변함없이 이들을 찾는 열성 관객, 이런 팬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뉴욕을 찾는 영화인들. 이들 모두가 자유롭고 여유롭게 영화제를 즐긴다.
지난해 소지섭과 공효진에 이어 올해 스타 아시아 어워즈 수상자로 초청된 홍금보(평생 공로상)와 임달화 덕분에 이들이 출연한 많은 작품들이 매진됐다. 특히 홍금보의 87년작 <동방독응> 상영 뒤에는
[뉴욕] 장소 바꾼다고 악동들이 달라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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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자로 살아가는 이상 키스 해링이라는 이름을 모를 수는 있어도 그의 작품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팝아트의 슈퍼스타, 미술관 밖에서 숨쉬고 소통할 줄 알았던 수많은 벽화와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남은 사나이. <키스 해링 저널>은 1990년, 서른한살의 나이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또 다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일기가 매일 아침 9시 반, 비서(이자 출판편집자)에게 꼼꼼하게 전화로 불러준 전날의 일과(택시비와 식대를 포함)를 바탕으로 한, 반쯤은 공식적인 기록물 성격이라면 이 책은 좀더 내밀한 성장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스무살이 되던 1977년부터 죽기 전 해인 1989년까지의 일기가 실렸다.
“대중에게도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 대중은 대부분의 현대 예술가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최종적인 의미가 결정되는 어떤 작품에 대해 무수히 많은 의견이 있듯이, 나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탐구하는 예술을 만들어가고 싶다”라는
[도서] 한 팝아티스트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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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를 제외하면 아랍영화는 아직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페르시아 문화권인 이란영화가 이미 80년대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 그런데, 최근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가 바로 그러한 국가들이다. 아랍에미리트에는 규모가 큰 두 국제영화제가 있다. 두바이국제영화제와 아부다비국제영화제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두 도시간의 라이벌 의식은 상당히 치열한데, 영화제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출발한 곳은 두바이. 2004년에 출범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아부다비는 2007년에 출범하여 올해로 4회째다.
이 두 영화제는 라이벌 도시간의 영화제답게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두바이영화제는 두바이컬처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데, 두바이컬처의 의장은 마지드 알 막툼이다. 그는 현재 두바이의 지배자이며 총리인 모하메드 알 막툼의 아들이다. 아부다비영화제는 아부다비문화유산국이 주최하는 영화제로,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두바이 vs 아부다비 vs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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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분석 방법을 빌려 말한다면, 상당한 장르적 세련미를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영화 안에서는 장르에 대한 일종의 물신숭배 경향이 보인다. 권영철의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와 우민호의 <파괴된 사나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초청된 장철수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장르를 다루는 방법적 다기성과 의식변화를 요연하게 관찰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들 영화를 일람하면서 신인 감독들의 장르 경도 현상 안에 어떤 결정적인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장르를 요리하는 감독의 선택이 얼마나 창조적인가 하는 문제는 한 시대 대중영화의 잠재력과 관련해 큰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영화가 장르와의 겨루기를 통해 진전을 거듭해왔음(박찬욱과 봉준호, 류승완, 최동훈, 나홍진)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위의 세 영화는 다채롭게 변화하는 장르영화의 역동성을 현실태와 잠재태의 두 측면으로 살피도록 한다. 장르와의 대결을 꿈꾸는 감
[전영객잔] 자신의 목소리에 매혹된 나르시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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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 1922~2010)의 소설 <리카르두 레이스의 사망연도>(1984)는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라는 인물의 독특한 삶을 다루고 있다. 이 포르투갈 작가는 제 이름만이 아니라 다수의 다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곤 했다. 작가가 제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예는 흔히 있으나, 페소아의 예는 이런 일반적 경우와 확연히 구별된다. 이름들 각각에 서로 구별되는 고유한 전기와 인격과 문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는 제 자신을 여러 개의 인격으로 분화시킨 셈이다.
그 이름들을 그는 ‘가명’(假名)이 아니라 ‘이명’(異名)이라 부른다. 가명(pseudonym)은 제 정체를 감추고 제 목소리를 낼 때에 사용하나, 자기의 이름들은 저마다 다른 인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명(heteronym)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체성의 추구와는 반대되는 충동을 본다. 정체성(identity
[진중권의 아이콘] 자기를 조각낸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