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단의 반응으로 짐작하건대, 앞으로 별 이변이 없다면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올해의 가장 강렬한 데뷔작으로 꼽힐 확률이 크다. <씨네21>에서만도 김도훈(769호), 장병원(770호), 안시환·황진미(771호)가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 길게 썼고, 20자평은 호의로 가득하며, 국내외 영화제에서의 잇단 수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런 평들을 상기하며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을 보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니 이 영화를 둘러싼 호평과 그 근거에 과장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김복남>의 불균질함이 주는 매혹, 장르적 쾌감, 그 바탕에 전제된 정치성의 조합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게 그간의 공통된 견해들이었다고 정리해도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장르일수록 작품에 대한 호불호에 취향의 문제가 개입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반응은
[전영객잔] 그 쾌감이 의심스럽다
-
지난 4월 도쿄 근교 가마쿠라에 ‘가와기타 영화기념관’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비록 작고 소박한 규모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기념관이다. 일본영화가 1930년대부터 해외에 소개되고,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세계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가와기타 가시코, 즉 ‘마담 가와기타’다. 그녀는 1929년 당시 외화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던 도와상사에 입사하였다. 그리고, 도와의 사장이던 나가마사 가와기타를 만나 결혼하였다. 영어에 능통했던 그녀는 미조구치 겐지 영화의 영어자막을 만드는가 하면, 유럽을 방문하여 외화를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초창기 그녀가 구매하여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는 장 르누아르, 르네 클레르, 줄리앙 뒤비비에의 작품 등 그야말로 영화사에 길이 남는 주옥 같은 작품들이었다. 그녀가 신혼여행길에 독일에서 보고 수입한 <제복의 처녀>(1933)는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불러왔으며 이 일화는 오늘날까지 사람들 사이에 널리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세계화의 숨은 공로자
-
영국의 철학자 길버트 라일의 저서 <정신의 개념>에 나오는 예화. 옥스퍼드대학을 보러온 방문자에게 대학에 소속된 단과대학과 도서관을 비롯한 시설들을 보여주었다. 캠퍼스의 모든 시설을 둘러본 뒤 방문자는 안내하던 이에게 기껏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대학은 어디에 있지요? 단대(college)에 소속된 이들이 기거하는 곳,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이 일하는 곳, 과학자들이 실험하고 휴식하는 곳은 봤지만, 당신 대학의 성원들이 기거하면서 일하는 대학(university)은 아직 보지 못했네요.” 이 옥스퍼드 방문자의 논리적 실수를 라일은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라 불렀다.
범주 오류란 ‘어떤 사물을 그것이 속하지 않는 집합에 집어넣는’ 실수를 가리킨다. 라일이 보기에 철학은 이런 오류로 가득 차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즉 인간은 정신과 신체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를 모두 ‘실체’(substance)라 불렀다.
[진중권의 아이콘] 오, 신성한 무지여
-
10월10일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과 <검우강호>를 보며 다시 피어난 오랜 의문의 불씨. 강호(江湖)란 대체 정확히 어디인가. 문단(文壇)이 무슨 주소라도 있는 데인 줄 알았다고 한숨 쉬던 P 소설가의 얼굴이 떠오를 뿐. 수천년 중국 역사를 판타지의 용광로에 펄펄 끓여 공간의 틀에 부어놓은 거라면 대충 비슷하려나. 역시 썩 성에 차진 않는다. 무협영화 속 고수호걸들이 칩거한 지역과 합종연횡 화살표를 표기한 강호 지도가 나온다면 감사히 장만할 텐데.
뭐 그런 잡념을 집적거리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 나흘째를 맞은 일요일 오후의 해운대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눈뜸 들여놓은 오늘과 내일의 영화 티켓은 매진이고, 숙소는 한류 스타의 열렬한 팬을 포함한 아시아 관객으로 북적거리며, 행사장으로 향하는 바닷가 도로는 띠 모양 주차장 형국이다. 야심만만한 관객은 올해 칸과 베니스, 토론토의 ‘신상’(新商) 영화와 화제작을 한입에 삼켜버리리라 전의를 불태우고,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부산… 여기가 바로 강호다
-
-
7.마틴 스코시즈가 창조한 100년 전 씬시티
<보드워크 엠파이어> Boardwalk Empire
| 출연 스티브 부세미, 마이클 피트, 켈리 맥도널드, 마이클 섀넌 / 채널 <HBO>
2006년, <소프라노스>의 후속작을 물색하던 마크 왈버그와 스티브 레빈슨은 <소프라노스>의 작가 테렌스 윈터를 찾아가 <Boardwalk Empire: The Birth, High times, and Corruption of Atlantic City>라는 책을 내밀었다. “이 책이 시리즈가 될 만한지 한번 봐줘요.” 그러고 나서 한마디 보탰다. “만약 이 시리즈가 진행되면 마틴 스코시즈가 같이 할 거예요.” 그리고 2010년 가을 TV시리즈로 탄생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금주령이 시행됐던 1920년부터 10여년간 애틀랜틱시티를 주무른 인물 너키 톰슨(스티브 부세미)를 구심점에 놓는다. 주(州) 회계사인 너키는 앞에서는 금
[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드라마
-
미드는 여전히 범죄와의 전쟁 중
미국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수사물과 법정물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2010년 가을 TV에서도 범죄없는 도시를 향한 경찰과 법조계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새 시즌으로 컴백한 드라마들은 제외하고 따끈따끈한 새 드라마들만 소개해본다.
“LA에는 할리우드 스타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다”라고 취지를 설명한 <로 앤 오더>의 LA 스핀오프(<로 앤 오더: 로스앤젤레스>)는 테렌스 하워드, 앨프리드 몰리나 등 영화배우를 기용해 선악의 경계가 분명한 클래식한 수사물을 내놓았다. 역시 경찰드라마인 <하와이 파이브 오>와 <블루 블러드>로 신작 중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CBS>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하는 두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물 <디펜더스>를 내놓았다. 짐 벨루시와 제리 오코넬이 절친한 로펌 파트너로 분했고 <더티 섹시 머니> <저스티파이드>의 내털
[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수사·법정물
-
5.글로벌 시대, 변방의 전화소리
<아웃소스드> Outsourced
| 출연 벤 라파포트, 아니샤 나가라잔, 디드리히 베이더, 리즈완 만지 / 채널 <NBC>
“돌아갈 곳이 없어요, 여기서 성공해야만 한다고요!” 비장한 이 선언은 캔자스에서 뭄바이로 근무지를 옮긴 ‘중미엽기쇼핑몰’의 콜센터 매니저 토드(벤 라파포트)의 대사다. 저렴한 통화요금과 임금을 내세운 인도가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 기지로 각광받은지도 어느덧 10년.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근무지를 옮겨버린 사장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학자금 대출이 4만달러”가 남은 그는 군소리없이 뭄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겉과 속이 다른 현지 부매니저 라지브를 비롯해 한번 입을 열면 다물 줄을 모르는 굽타, 카스트의 가장 하층민이라서 제대로 말하지도 웃지도 못하는 마두리, 통신판매 대신 폰섹스를 하는 맨미트(이름이 ‘인육’이라서 코미디의 소재가 됨)까지, B급만 모아놓은 직원들을 데리고 벤이 금의환향할 수 있을
[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코미디
-
3.액션 없이 빚어내는 숨막히는 긴장감
<루비콘> Rubicon
| 출연 제임스 배지 데일, 제시카 콜린스, 알리스 하워드 / 채널 <AMC>
자동차 추격신, 드라마틱한 격투장면이 있어야만 흥미로운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루비콘>은 <매드맨> <브레이킹 배드> 등 탄탄한 구성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AMC>의 신작 드라마다. ‘한번 건너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강의 메시지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이 작품은 장인의 죽음 뒤에 거대한 집단의 음모가 있음을 깨달은 정보 분석가가 그들에 맞서 돌이킬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API라는 국가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암호해독가 윌 트래버스(제임스 배지 데일)는 어느 날 주요 일간지의 십자말풀이 퍼즐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정보분석팀장인 그의 장인에게 알리지만 이를 상부에 보고한 장인은 며칠 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윌은 장인이
[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음모론
-
1.30여년 만에 귀환한 미국판 <수사반장>
하와이 파이브-오 Hawaii Five-O | 출연 알렉스 오러플린, 스콧 칸, 대니얼 대 김, 그레이스 박 / 채널 <CBS>
“체포해, 대노.”(Book’em, Danno) 1970, 80년대 미국 전역을 강타했던 이 대사를 올가을부터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하와이 파이브-오>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범죄와 사투를 벌이는 특별수사팀 경찰관 네명의 이야기를 다루는 수사물이다. 이 작품은 스티브 맥가렛(알렉스 오러플린)이라는 해병대 출신 요원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 하와이를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의 배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 부임한 경찰이자 파트너 대니(스콧 칸·애칭 ‘대노’로 더 유명하다), 아버지의 동료이자 전직 경찰 친 호 켈리(대니얼 대 김), 그의 동생이자 신참 경찰 코나(그레이스 박)가 맥가렛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동명의 7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
[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액션
-
차린 건 많은데 먹을 건 부족한 밥상. 올가을 방영을 시작하는 미국 드라마의 경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와 같다. 지난 시즌 <글리>와 <모던 패밀리> <굿 와이프>가 이뤄낸 성취를 이어받을 유망주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에는 제작자들의 소심한 선택이 신작들을 몇개의 비슷한 흐름으로 인도했다. 누구나 제2의 <로스트>를 꿈꾸지만 어떻게 그 위치에 닿을지 알지 못하는 형국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말처럼 이번 시즌에는 주류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극의 안정을 꾀하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앨리어스>의 정서를 닮은 스파이물 <언더커버스>, 수사물 <로 앤 오더>의 갈래로 볼 수 있을 <체이스> <블루 블러드>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그 안정이 독이 된 사례도 있다. 도덕의 경계를 넘나드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웃로&
[2010 미드] 부실하다고? 그래도 진수성찬!
-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올해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 시상식에서 KBS와 MBC, E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잇따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EBS는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7차 ABU총회의 ABU시상식 TV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자연다큐멘터리 '바퀴'(연출 문동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지난해 11월 방송된 '바퀴'는 바퀴벌레의 생태를 통해 인간문명과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한 다큐멘터리로, 국내에서 제22회 한국PD대상 TV부문 실험정신상, 제122회 한국방송PD연합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했다.MBC는 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박상연, 연출 박홍균, 김근홍)이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추석특집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아서' 편이 라디오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의 '남자 그리고 하늘을 날다'(연출 신원호) 편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상을 수상했다.ABU는
국내 방송사, ABU서 잇단 수상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 변진섭(44)이 3년 만에 신보를 발표했다.변진섭의 소속사인 오스카엔터테인먼트는 20일 "1990년대 감성 발라드의 정통성을 이어나갈 총 7트랙이 담긴 미니음반을 발매했다"고 밝히고 "2007년 11집 '드라마(Drama)' 이후 3년 만에 내는 새 음반"이라고 전했다.이번 음반 타이틀곡 '눈물이 쓰다'는 사랑의 아픔이 담긴 노랫말을 변진섭의 깨끗한 음색으로 소화한 곡이다.이밖에도 수록곡 중 '몹쓸 사랑'은 따뜻한 노랫말에 변진섭의 미성을 얹었고 '잊을 수 없어'는 도입부에 담긴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며 '아름다워'는 상큼한 사랑 노래다.1987년 '우리의 사랑이야기'로 데뷔한 변진섭은 '숙녀에게' '너에게로 또 다시' '희망사항' '새들처럼' 등 23년간 다양한 히트곡을 선보였다.2008년 정준호와 고(故) 최진실이 출연한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OST 수록곡 '사랑
변진섭, 3년 만에 새음반 발표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20일 일본에서 발표한 두번째 싱글 '지(Gee)'가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2위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이같이 전하고 "이번 기록은 지난 9월 발매 당일 오리콘 차트 5위에 오른 첫번째 싱글 '지니(GENIE)'를 뛰어넘은 순위로, 한국 여성 그룹 최고 기록"이라고 말했다.
오리콘차트에 따르면 '지'의 판매량은 동차트 1위에 오른 일본 그룹 NYC 보다 약 8천 장 적은 2만8천838장을 기록했다. 앞서 '지니'가 발매 당일 5위로 출발해 2위까지 올라선 적이 있어 정상 점령에 대한 기대도 밝게 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선전 중인 소녀시대는 오는 27일 국내에서 새 미니음반 '훗(Hoot)'을 발표, 한일 양국 음악차트 점령에 나선다.
mimi@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소녀시대 日 두번째 싱글 오리콘 2위
-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새로운 액션영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류승완 감독.그의 7번째 영화인 '부당거래'(28일 개봉)는 이전에 만든 영화들과 달리 액션 장면은 거의 없으며 복잡하게 전개되는 사건과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캐릭터들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다.경찰관과 검사, 스폰서인 건설업자가 얽혀 저마다 이익을 챙기려고 더러운 거래를 하다 파멸에 치닫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2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영화는 모두 액션영화로 오해받는다면서 '부당거래'에 액션장면이 많지 않지만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주먹이 운다'나 '다찌마와 리'를 액션영화라 할 수 있나요. 액션장면이 많은 영화를 주로 만들긴 했지만, 장르적으로는 달랐어요.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액션영화를 만든다고 떠든 것도 있고 언론에서도 '액션키드'라는 별명을 붙여서 '류승완이 만들면 액션영화인가보다
"장르 정하고 영화 만드는 건 무의미해"